LoL의 메타는 크고 작은 변화를 계속해서 겪어왔다. 메타가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변화했던 것이 LoL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섬머 시즌은 그 변화의 폭이 다르다. 꽤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EU 메타가 무너졌다. LoL을 잠깐 쉰 유저라면,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하고 놀랄 정도로 밴픽 구도가 변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솔로 랭크를 넘어 롤챔스에서도 이어졌다. LCK 프로팀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메타 변화에 대처하고 있을까? 유형별로 살펴보자.

▲ 현재까지 밴픽률 1위 원딜 챔프 루시안. 처참한 성적표가 현 메타 상황을 말해준다


■ 어떤 픽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브루저-AP 딜러 등 다양한 조합을 구성한 진에어, 한화, bbq



챔피언, 아이템 조정 등의 이유로, 현재 루시안-이즈리얼과 같은 일부 원딜을 제외한 나머지 원딜 챔프들은 봇 라인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루시안-이즈리얼도 '그나마' 쓸만해서 나온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LCK 성적 역시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메타의 변화 속에, 많은 팀들이 다양한 챔피언들을 봇 듀오로 기용하고 있다. 야스오, 이렐리아 같은 픽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AP 딜러들의 등장이다. 블라디미르-라이즈와 같은 챔피언들은 이제 봇 라인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이러한 챔피언들은 비교적 빠른 시점 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성장 기댓값도 높아 많은 팀들이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 밴픽에서 우위 점하기! 룰루를 원딜로 쓰는 SKT와 MVP



룰루는 다재다능한 챔피언이다. 라인전도 약하지 않고, 라인 클리어도 어느정도 가능하다. 버프, CC기, 생존기, 보호막도 갖고 있어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이러한 챔프 특성상 룰루는 미드 라인에 서기도 하고, 서포터로 기용되기도 했다.

2018 섬머 시즌의 룰루는 미드와 서포터를 넘어 원딜로도 쓰이고 있다. 실제, SKT와 MVP는 룰루를 원딜로 썼다.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진 만큼, 밴픽 단계에서 룰루가 등장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SKT는 원딜러 '뱅'이 룰루를 잡고, 미드라이너 '페이커'가 브루저 챔피언을 선택해 라인 스왑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요소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더더욱 복잡해진다.

어떤 챔피언이 어느 라인을 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룰루는 현재 메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픽이라 할 수 있다.


■ 원딜이 안가면 당연히 모데카이저지! 모데카이저를 적극적으로 쓰는 킹존과 kt



봇 모데카이저는 예전부터 꽤 사용되던 픽이다. 스킬 구성 자체가 서포터가 있을 때 더욱 강력해지고, 게임에 끼치는 영향력도 커져 반짝 유행을 타기도 했다.

봇 라인 원딜 기용이 어려워진 지금, 모데카이저는 꽤 좋은 카드로 평가되고 있다. 서포터와 시너지는 말할 것도 없고, 유지력/교전 능력도 좋아 지금 메타와 잘 맞는다. 모데카이저가 드래곤을 잡으면 드래곤의 영혼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데, 이 또한 매우 강력한 만큼 잘 활용하면 추가적인 이득을 더 챙길 수 있다.

실제, 킹존 드래곤X와 kt 롤스터는 모데카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킹존과 kt는 1주차 기간 동안 모데카이저를 각각 3번씩 썼다. 승률로만 따지고 보면 좋은 카드라 보긴 어렵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프로들 사이에서도 고평가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성적으로 보여주지! 원딜 기용을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 아프리카, 그리핀


많은 프로팀들이 원거리 딜러를 버리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이 흐름에 잘 순응하면서 환상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와 그리핀이다.

아프리카는 1주차 일정이 끝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거리 딜러를 쓰지 않았다. 모든 경기에서 AP 챔피언이나 브루저를 썼다. 아프리카는 지금 2승 0패 승점 +3점으로 3위에 랭크 중이다.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온 뉴 페이스, 그리핀 역시 메타에 가장 잘 적응한 팀이다. 리그 2위 그리핀은 원거리 딜러를 잘 선택하지 않는다. 루시안만 한 번 골랐을 뿐, 나머지는 라이즈-블라디미르와 같은 챔피언을 선택했다. 그나마 루시안을 고른 경기는 졌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메타에 가장 잘 적응한 두 팀, 아프리카와 그리핀은 성적으로 원거리 딜러 기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이다.


■ 결국 모두 잔재주일 뿐! 젠지, 클래식한 원딜 조합으로 리그 1위 마크



메타는 변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볼 때, 원딜+서포터 조합을 구성하는 게 더 드문 일이 되었다. 하지만 리그 1위의 선택은 대세와 거리가 있다. 젠지는 원딜+서포터의 클래식한 조합만으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젠지는 이즈리얼, 자야, 애쉬, 코그모로 원딜 자리를 채웠다. 서포터 역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서포터를 조합했다. 이 중 코그모를 선택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세트에서 승리를 거뒀다. 메타 변화 이후, 원딜 자리에 원딜'만' 쓴 유일한 팀이 젠지다.

다만, 이 선택이 밴픽만 놓고 볼 때 최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젠지의 봇듀오 '룰러-코어장전'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봇 듀오다. 단순히 대표라는 이름값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선수는 LCK 최고의 봇 듀오라 불리기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조합 자체가 강하다기보단, 그냥 두 선수의 클래스가 한 단계 위라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보는 팬들도 적지 않다.

국대 원딜러 룰러는 말한다. '원거리 딜러가 가장 좋고, 봇에 오는 브루저들의 싹을 잘라 낼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메타를 지키고 있는 국대 듀오는 흔들림 없이 원딜러를 고집할까? 이후 펼쳐질 LCK를 지켜보는 또하나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