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39일 차 1경기 그리핀과 SKT T1의 대결은 중요도가 매우 높은 경기였다. 결과에 따라 SKT T1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었고, 순위 경쟁에 한창이었던 그리핀이 힘을 잃을 수도 있었다. 여기서 그리핀이 세트 스코어 2:0 승리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리핀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바이퍼' 박도현은 단독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바이퍼'의 단독 MVP는 팀원들 모두가 준수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한 '원거리 딜러 캐리'였다. 그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받은 MVP 포인트는 팀원들의 기여도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KT T1전에서 모두가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냈던 그리핀의 선수들 중에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숨은 MVP는 탑 라이너 '소드' 최성원이다. 그는 초가스를 두 번 꺼내 팀의 선봉대 역할을 물론, 상대의 핵심을 찌르는 Q스킬 '파열' 활용으로 후반 교전마다 묵묵히 활약했다.

'소드'는 두 세트 연속 초가스를 플레이했다. 이전까지 초가스는 8승 12패로 그리 좋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챔피언이었다. 심지어 그리핀의 '소드'는 0승 4패였다. 그래도 '소드'는 초가스를 다시 꺼냈고, 이번에는 두 번 다 승리했다.

1세트부터 '소드'의 초가스는 알게 모르게 활약했다. 첫 장면은 20분경 드래곤 둥지 한타에서 나왔다. SKT T1이 먼저 수를 썼던 그 장면이었다. 그들은 '타잔' 이승용의 트런들을 끊고 드래곤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핀은 4:5 구도에도 대치를 이어갔고 한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 '소드'의 초가스는 '파열'을 정확하게 '뱅' 배준식의 바루스 쪽에 시전해 적중시켰다. 언뜻 보면 그냥 가만히 서서 드래곤만 때리던 상대 원거리 딜러에게 스킬을 활용한 것일 뿐이었지만, 느낌이 많이 달랐다. 당시 '뱅'의 바루스는 살짝 그리핀의 봇 듀오 쪽으로 삐져나와 있었기 때문에 '파열'에 적중당하자마자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실제로 '뱅'의 바루스는 '점멸'까지 활용해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도 SKT T1은 드래곤을 사냥하고 후퇴하기 위해 기회를 엿봤다. 이때 '소드'의 '파열'이 '트할' 박권혁의 오른과 '에포트' 이상호의 탐 켄치 쪽으로 들어갔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후퇴하려던 상대 앞 라인의 이동을 제대로 방해한 셈이었다. 이 장면 직후에 '블랭크' 강선구 킨드레드의 궁극기 '양의 안식처'가 제대로 활용되면서 SKT T1의 챔피언들이 모조리 살아가긴 했지만, '소드'의 스킬 활용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던 26분경, 탑 라인에서 SKT T1이 1차 타워를 파괴한 뒤에 뒤를 잡혀 도망치던 상황이 나왔다. 여기서는 '소드'의 세심한 스킬 활용이 눈에 띄었다. '트할'의 오른이 쓰러지기 직전에 '소드'의 초가스는 '파열'만 오른 쪽에 적중시켜 아군의 킬을 도왔고, 곧장 '블랭크'의 킨드레드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른이 쓰러지기 직전 타이밍에 W스킬 '흉포한 울부짖음'을 킨드레드에게 시전했다.

▲ 조그마한 반격 가능성마저 없애는 '소드'의 초가스

이는 혹시 모를 '양의 안식처' 활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좋은 플레이가 됐다. 갑자기 SKT T1이 뒤로 돌아 '양의 안식처'를 시전하며 진흙탕 싸움을 걸거나 오른을 극적으로 살리면서 다같이 후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린 세심한 플레이였다.

또한, 직후 타이밍에는 절묘한 위치에 '파열'을 시전해 '블랭크'와 '에포트'의 후퇴를 방해했다. 그 스킬 시전 위치가 SKT T1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블랭크' 킨드레드의 Q스킬 '화살 세례' 이동거리를 정확한 예측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에포트' 탐 켄치의 위치까지 한꺼번에 노릴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던 '블랭크'와 '에포트'까지 쓰러졌다.


2세트에도 '소드' 초가스의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12분경 '타잔'의 트런들과 함께 수풀 속에 숨어있던 '소드'의 초가스는 정확하게 '파열'을 '트할'의 제이스에게 적중시켜 갱킹 성공을 이끌었다. 수풀 속에서의 기습이었던 만큼 빗나가는 것이 더 힘든 상황이긴 했지만, '소드' 초가스의 정확한 스킬 적중률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1세트와 마찬가지로 그리핀은 불리하게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그리핀은 바론 둥지 부근에서 상대 챔피언을 하나씩 끊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 시작을 알린 것도 '소드'의 초가스였다. 19분 45초경에 '파열'을 활용하며 '블랭크'의 그라가스를 급습한 '소드'의 초가스는 팀원들과 함께 킬을 기록했다. 이처럼 '소드'의 초가스는 적절한 타이밍마다 '파열'을 상대 주요 챔피언이 적중시키며 팀의 유리함을 계속 만들어냈다.

▲ 화면 끝자락에 잡힌 '소드'의 활약, 이런 장면이 2세트에도 자주 나왔다.

그리핀 쪽으로 승리의 기운이 많이 흘러갔던 34분경. 그리핀이 미드 라인부터 바론 둥지 부근까지 상대를 추격했다. 이때 '소드'의 초가스는 오른쪽에서 아군의 진격을 방해하던 '뱅'의 이즈리얼에게 정확히 '파열'을 적중시켰다. 초가스가 갑자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뱅'의 이즈리얼은 E스킬 '비전 이동'과 '점멸'까지 활용하며 다급하게 도망쳤지만, 초가스에게 끝내 쓰러졌다.

▲ 갑자기 고개를 휙!

초가스의 '파열'은 시전 시간이 길어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쉽게 적중시키기 어려운 스킬로 정평이 나있다. 프로들 간 대결에서는 더욱 피하기 쉬운 스킬이라는 이미지가 자리잡은 상태다. 그만큼 적중시키기 어렵고 피하기 쉬운 스킬이다.

하지만 SKT T1과의 두 번의 세트에서 '소드'는 '파열'의 높은 적중률을 선보이면서 SKT T1을 무너뜨리는데 힘을 보탰다. 경기 내 중요한 상황마다 '소드'의 초가스는 상대 챔피언을 저 멀리 공중으로 띄웠고, 그럴 때마다 그리핀이 조금씩 유리해졌다. 그야말로 SKT T1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희망을 '파열'시킨 셈이었다.

그리고 '소드'의 활약들 역시 '바이퍼'의 방송 인터뷰 멘트처럼 팀원들의 높은 기여도와 함께 해낸 CC기 연계였기에 더욱 빛났다. 집중력 있는 교전 능력과 정확한 스킬 적중률은 그리핀이 가진 최대 강점 중 하나로 언제나 손꼽히고 있다는 걸 이번 '소드'의 초가스로 재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