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 스플릿은 역대급이었다. 아무 포장지도 덧대지 않았다. 그저 '역대'라는 단어가 그대로 상품에 쓰여 있다.

13승 5패가 네 팀, 10승 8패가 두 팀이었다. 1위와 2위는 맞상대 전적으로 갈렸고, 2위부터 4위까지는 승점으로 구분됐다. 포스트 시즌 진출 턱걸이인 5위도 겨우 승점 2점으로 갈렸다. 이런 경우는 LoL e스포츠 역사에 한 번도 없었다.

선수도, 팬들도 모두가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숨이 막혔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아니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사람들이 있다. 수명이 줄어들 만큼 치열함 속에 살았던 코치들이다.

아쉬움이 클 세 명의 코치를 만났다. 젠지 e스포츠의 '트레이서' 여창동, 아프리카 프릭스의 '코맷' 임혜성, 한화생명e스포츠의 '엠퍼러' 김진현이다. 가장 무덥고 숨 막혔던 시즌을 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너무 치열했던 섬머 스플릿을 마무리했다. 각자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트레이스' 여창동 : 너무 치열해가지고... 더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약간 한 끗 차이로 갈렸다. 어쨌든 우리가 못해서 떨어진 거지만, 조금 많이 아쉬운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쉽다.

'앰퍼러' 김진현 : 두 시즌 연속해서 1승 차이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해서 많이 가슴이 아프다. 올라가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집중해서 했을 텐데...

'코맷' 임혜성 : 생각보다 2라운드에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다잡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나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너무 힘든 시즌이었다.


다들 이번 시즌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아무래도 메타의 영향일 것 같은데, 메타 관련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

'코맷' 임혜성 : 그냥 부러웠다. 우리는 거의 한 달 미리 비원거리 딜러(이하 비원딜)을 준비했다. 그런데도 막상 대회에 들어가니까 수정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 젠지를 보면 '아 젠지처럼 그냥 우리 콘셉트 딱 정해놓고 할걸', 한화를 보면 '저런 깜짝 픽도 시도해볼걸', 오만 생각을 다 했다(웃음).

이번 시즌 초반에는 모르면 그냥 당해야 했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메타 적응과는 다른 거다. 깜짝 카드는 그냥 튀어나오는 건데, 이걸 적응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없다. 이번 시즌은 깜짝 카드가 많았다.

'앰퍼러' 김진현 : 밴픽할 때 정말 헷갈렸다. 게임 시작하고 1분 30초에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하기 전까지도, 어떤 챔피언이 어디에 가는지 모르겠더라. 골드 몰아주기 같은 경우도 카이사-브라움까지는 예상이 됐는데, 자야-라칸은 진짜 예측 밖이었다. 참 아리송했다.

비원딜 숙련도 같은 경우는, 우리 (권)상윤이가 라이즈도 잘하고 여러 챔피언을 능숙하게 다뤄줘서 괜찮았다.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는 비원딜 사용은 시즌 내내 버리고 간 팀이라, 그쪽으로는 딱히 문제나 고민이 없었다.

힘들었던 건 챔피언이 워낙 이것저것 많이 나오니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는 게 어려웠다. 막판에 오리아나도 그렇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새로운 챔피언이 나왔다. 심지어 좋다고 판단한 것도 며칠 뒤면 다시 별로라고 평가가 돼버려서 난해했다.

'코맷' 임혜성 : 원래 시즌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출제 범위가 좁혀진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출제 범위가 계속해서 커졌다. 밴 카드 다섯 장으로는 절대 막을 수가 없더라.


그러면 이번 시즌에는 감독들이 좋은 카드를 찾으라고 더 압박했을 것 같다.

'앰퍼러' 김진현 : 일단 감독님이 스스로 다른 카드를 많이 찾아보셨다. 해외 대회 영상을 자주 보셨는데, 그렇게 하이머딩거를 좋아하셨다. 하이머딩거를 스크림에서 할 때는 상대 정글러가 갱킹 올 엄두를 못 내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대회 가니까 파밍만 하다가 게임이 끝나더라.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안 나왔다.

나는 원거리 딜러 출신이라 다른 라인을 잘 못 한다. 그래서 정석을 좋아한다. 젠지에 들어갔으면 열심히 했을 것 같다(웃음).

'트레이스' 여창동 : 나는 비정석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웃음).

'앰퍼러' 김진현 : 농담이고, 우리 팀이 내부 스크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서 새벽 늦게까지 새로운 카드를 찾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 팀은 웬만하면 감독님을 믿고 가는 편이다. 감독님이 현재 선수들과 거의 3~4년을 같이 해와서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계신다.

'코맷' 임혜성 : 감독님이 코치진을 신뢰하셔서 우리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편이다. 다만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신다. 이번 시즌은 조금 답답했던 게, 어떤 카드로 한 번 맞아서 수정을 해도 다음에 바로 완전 다른 카드가 나왔다.

결국에는 시즌 중반부터 방법을 수정했다. 상대가 어떤 조합을 뽑느냐를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조합을 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원거리 딜러 선수들이 크게 고생을 한 시즌이었다. 혹시 픽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거나, 마찰이 있지는 않았나?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는 노선이 확실해서 딱히 마찰이 있을 수가 없었다(웃음). 물론 연습 때 비원딜을 하긴 했지만,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메타 적응을 위한 목적이 컸다.

('룰러' 박재혁 선수가 비원딜을 잘 못 해서였나, 아니면 코치진이 단순히 원거리 딜러가 당시 메타에도 더 낫다고 생각해서였나?)

'트레이스' 여창동 : 원거리 딜러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비원딜을 하게 되면 플레이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해서, 잘하고 있는데 괜히 폼이 말릴 수도 있을까 걱정이 있었다. 당시 메타에서는 우리도 비원딜이 좋아 보일 때가 분명히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원거리 딜러로 가자고 했다. '룰러'가 워낙 피지컬이 좋은 편이라, 비원딜을 못하진 않았다.

'앰퍼러' 김진현 : 우리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권)상윤이는 오히려 원거리 딜러를 하면 약간 시무룩하고, 비원딜을 하면 신났다. 당시에 스크림할 때 대회를 하듯이 콜도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이건 약간 번외인데, 서브 팀에 원거리 딜러 '클리버' (문)원희는 완전 골수 원거리 딜러다. 그런데, 팀에 들어오자마자 메타가 바뀌니까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래서 초반에는 내부 스크림이 딱히 의미가 없는 느낌이었다.

'코맷' 임혜성 : 우리는 선수가 싫다고 해서 안 할 수가 없다. 일단은 무조건 한다. 선수들이 대체로 픽에 대해서는 불만이 거의 없기도 하다. 물론 볼멘소리를 할 때도 있다. 이때는 우리가 정확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 친구가 못해서 이 픽이 안 좋아 보이는 건지, 아니면 정말 픽이 안 좋은 건지 말이다.


이번 시즌에 있었던 격변(비원딜, 골드 몰아주기)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은 어땠나?

'트레이스' 여창동 : 항상 바뀌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게임 수명이 늘어난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우리 팀에 얼마나 맞는 방향이냐 아니냐다. 기왕에 바뀌려면 팀에 좋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앰퍼러' 김진현 : 나도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이번 시즌에 상윤이가 미드 카이사를 하고, (윤)성환이가 정글 브라움을 했던 적이 있다. 성환이가 편하다며 정말 좋아하더라. 스크림 할 때 보면, 상윤이가 성환이한테 "너 정글 동선이 뭐야?"라며 핀잔을 주더라. 반면에 성환이는 말수가 적어졌다. 그런 상황이 되게 재미있고 신선했다(웃음).

'코맷' 임혜성 : 긍정적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시즌 중반까지 밴픽이 재미있게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여창동 코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팀에 유리한 방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즌 초반에 자주 등장했던 마타(마스터 이-타릭) 조합을 예를 들면, 이건 우리와 맞는 전략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든 라인이 안정적으로 캐리할 수 쪽을 선호했다. 그래서 마타 조합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상대한테 주기에는 또 부담스러워서 밴 카드를 그냥 하나 버려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쓰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는데 상대에게 주기는 싫은 카드, 이런 게 이번 시즌에는 정말 많았다.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고생을 좀 많이 했다.


아시안게임으로 빡빡해진 경기 일정 때문에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코맷' 임혜성 : 그게 가장 곤욕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며칠이라도 있었으면, 당했던 카드나 새로 나올 수 있을 카드들에 대해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을 것 같다. 하루걸러 대회를 치러야 할 때도 있어서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

처음에 노선을 잘못 잡은 팀들은 거의 시즌 중반까지 정신없이 당해야 했다. 확실하게 콘셉트를 잡고, 시험 범위를 좁혔어야 했다. 그래서 젠지가 더 부러웠다.

'앰퍼러' 김진현 : 첫날에 라이즈, 둘째 날에는 야스오, 셋째 날에는 스웨인이고 이런 식이었다. 메타를 따라가기가 많이 어렵더라. 우리가 내린 결론도 결국에는 우리 조합만 신경 쓰자였다. 한타 되고, 라인전 되고, 여러 방면에서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평균에 가까운 픽들을 고르려고 했다. 우리 할 것에 초점을 맞췄다.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는 우리가 할 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상대가 뭘 할지만 생각하면 돼서 다른 팀들보다는 일정에 대한 부담감 적었던 것 같다.


반대로 젠지를 상대할 때는 비교적 준비하기 편하지 않았나?

'코맷' 임혜성 : 젠지가 아무리 원거리 딜러만 사용한다고 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솔로 랭크 전적을 보면, '룰러'가 비원딜을 한다. 이러면 혼자서 쉐도우 복싱을 하게 된다. '우리 팀 상대로 갑자기 쓰면 어떻게 하지', 예상을 전혀 안 하고 있으면 대회 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젠지가 비원딜을 안 한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무조건 스웨인을 먹는 쪽으로 조합을 짰다고 해보자. 그런데, 대회에서 젠지가 스웨인을 가져가 버리면 우리는 망한다.

'앰퍼러' 김진현 : 우리도 젠지를 상대할 때 같은 생각이었다. 아예 비원딜을 배제하고 준비할 수는 없었다.


이번 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13승 5패가 네 팀, 10승 8패가 두 팀이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것 같다.

'트레이스' 여창동 : 이길 만한 경기를 놓친 게 너무 아쉽다. 1승만 더했으면 결승 직행이어서 더 아쉽다.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딱 그 팀만 이겼더라면... 이라는 생각. SKT와의 경기가 머릿속에 유독 남는다. 이건 치열한 시즌이었다 보니 모든 팀이 다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앰퍼러' 김진현 : 이번에도 딱 1승 차이로 포스트 시즌에 가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우리 팀은 2:1로 진 경기가 진짜 많았다. 킹존 전, SKT 전 다 아쉽다. SKT와의 경기는 2:0으로 지긴 했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 2팀이 출전했다. 2팀 친구들이 거의 다 잡은 경기를 졌다.

이게 좀 더 안타까운 이유가 있다. 우리가 내부 스크림을 할 때 어느 정도 기운 게임은 끝까지 가지 않고 접는다. 게임을 빠르게 돌릴 수 있어서 그렇게 한다. 이것 때문에 2팀 친구들이 3차 타워 깎는 법을 몰랐나 싶더라.

'코맷' 임혜성 : 여창동 코치님 말처럼 다 똑같은 것 같다. 우리가 비록 5등 턱걸이로 포스트 시즌에 갔지만, 1위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리한 경기를 그르칠 때가 많았다. 중간에 리프트 라이벌즈를 다녀오고, KT에게 지면서 중심이 흐트러졌다.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선수들도 지쳐 있었다.



유독 치열한 시즌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코맷' 임혜성 : 모르면 당해야 해서 그렇다. 하위권 팀들한테도 그냥 당한다. 정석 대 정석이나, 어느 정도 픽 선택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 대결이면 강팀이 유리하다. 그냥 실력 싸움이니까.

이번 시즌에 하위권 팀들과 경기를 할 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저쪽에서 모든 전략을 다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살기가 언제나 장착된 기분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유독 우리한테 필살기를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진짜 힘들었다.

우리 스스로 강팀이라고 생각을 한 게 문제였다. 승부수를 걸 때는 걸어야 했다. 원래는 우리가 도전적으로 하는 팀이었는데, 너무 안정적으로만 하려고 했다. 대회에 들어가서, 갑자기 안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그냥 스크림에서 승률 높았던 것 위주로 했다.

'앰퍼러' 김진현 : 이번 시즌에 마타 조합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 조합이 글로벌 골드 5천가량이 밀려도 한타 한 번만 이기면 바로 역전한다. 그래서 1라운드에는 의외의 결과가 자주 나오는 환경이지 않았나 싶다.

선수들한테 초반에 잘한 걸 왜 후반까지 못 굴렸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단순한 실수 한 번에 게임 박살 났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타릭 궁을 달고 오는 그 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선수도 그렇고, 3자 입장에서도 좀 답이 없어 보였다.


치열했던 이유에 그리핀의 등장도 있지 않을까?

'트레이스' 여창동 : 맞다. 그리핀이 2부에 있을 때도 스크림을 했었는데, 그냥 잘하는 팀이었다. 웬만한 LCK 팀보다 잘했다. 1위권 경쟁을 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 했는데, 포스트 시즌은 갈 거라고 봤다. 요새 2부에 잘하는 팀이 꼭 한두 팀씩 있더라. 전체적인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앰퍼러' 김진현 : 우리가 그리핀에게 불을 지펴줬다(웃음). 섬머 첫 경기에 그리핀을 만났는데 져버렸다. 다 이긴 경기를 억제기 앞 한타 한 번으로 날려버렸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팀 감독님과 코치진들이 "너희 때문에 기세 타서 이렇게 됐다"고 하더라.

'트레이스' 여창동 : 한화가 만약에 이겼으면, 그리핀이 팀이 수동적으로 바뀌면서 조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앰퍼러' 김진현 :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핀이 잘한 게 아니라 우리가 못 해서 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리핀이 그 이후에도 다 이기더라.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첫 단추를 너무 잘 끼워준 것 같다.

그리핀 선수들이 솔로 랭크 점수가 다 높다. 피지컬이 좋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은 싸움이 중요한 메타였는데, 그리핀 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바이퍼'가 미드 라인을 좋아 했어서 비원딜에 잘 맞기도 했다.

'코맷' 임혜성 : 그리핀은 잘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못 할 줄 몰랐다(웃음). 개인적으로 킹존이 1위, 우리가 2위, 그리핀이 3-4위 정도 하지 않을까 했다. 워낙 그리핀과 스크림을 많이 해봐서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핀의 대진이 약간 좋기도 했다. 만약에 한화가 있었으면 심리적인 압박을 받지 않았을까.


LCK 코치들은 하루에 평균 몇 시간씩 일을 하는 건가?

'트레이스' 여창동 : 선수들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일과가 11시부터 시작해서 보통 새벽 4시에 끝났다. 솔로 랭크를 더 돌리는 선수도 있다.

'코맷' 임혜성 :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14시간 정도 일을 하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일에 몰두하다 보면 직업병도 생기지 않나?

'코맷' 임혜성 : 직업병은 딱히 생각나지 않고 그냥 LoL 자체가 아예 일상이 된다. 밥을 먹으면서, 누워서 쉬면서도 대회를 챙겨본다. 당시에는 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도 사실 일의 연장선이다. LoL이 계속 바뀌는 게임이니까 한시도 안 볼 수가 없다.

'트레이스' 여창동 : 이게 그냥 생활이 돼서 별생각이 없다. 선수 경력까지 포함해서 이 일을 한 지 거의 6-7년이 되니까, 모든 게 너무 당연해졌다. 일반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휴일은 어느 정도 되는 건가?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는 그냥 감독님 권한이다(웃음).

'앰퍼러' 김진현 : 시즌 중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코맷' 임혜성 : 이번 시즌에 계산해보니까, 거의 76일인가를 안 쉬고 달렸더라. 스프링 때는 일주일에 하루는 쉬었다. 이번에는 쉴 시간도 안 나왔고, 우리 팀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어서 더 세게 달렸다.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나?

'코맷' 임혜성 : 시즌 중에 사람을 만날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옆에서 보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하더라.

'앰퍼러' 김진현 : 감독님과 맥주 한잔하면서 한풀이를 한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감독님이 아프리카 때부터 같이 해오던 친구들한테 애정이 많다. 그래서 가끔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내시는데, 그걸 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다.

'트레이스' 여창동 : 나는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이다. 생활에 동화돼 있다. 쉬고 싶다는 생각도 딱히 안 한다. 그냥 많이 자고, 게임 안 하고 있으면 쉬는 거라 느낀다. 휴일을 많이 받아봐야 이틀인데, 그 시간에 놀 것도 없다. 그냥 스트리밍이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코맷' 임혜성 : 사실 코치들은 경기를 이기는 게 최고의 보약이다. 그럼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이기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힘들었던 걸 다 보상받는다. 반대로 지면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먹는 거로 풀었다(웃음).

'트레이스' 여창동 : 나도 지면 야식을 좀 많이 먹는다.



이번 시즌은 경기에 패배했을 때, 유독 코치들이 비난을 많이 받았다.

'앰퍼러' 김진현 : 예전에 CJ에 있을 때, 팀에서 인터넷을 보는 걸 금지했다. 이게 습관이 돼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트레이스' 여창동 : 그래도 선수들은 몰래 보면서 신경을 쓰긴 하는 것 같다.

'앰퍼러' 김진현 : 맞다. 몰래 자기 방에 들어가서 핸드폰으로 조금씩 보는 것 같더라.

'코맷' 임혜성 : 나는 이기면 보고, 지면 안 본다. 이겼을 때 보면 무슨 말을 해도 재밌다.

'트레이스' 여창동 : 그건 나도 그렇다(웃음).

'코맷' 임혜성 : 스프링 스플릿까지만 해도 나오는 픽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까, 대중들도 이게 좋은 밴픽인지, 나쁜 밴픽인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섬머에는 아마 다 몰랐을 거다. 내부에서 다 검증을 하고 써도 대중이 보기에는 생소하니까, 패배하면 비난을 가했다. 결과론적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시즌은 더 결과론적이었던 것 같다.

스프링에는 "밴픽이 괜찮았는데, 플레이가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번 시즌은 웬만하면 다 생소해서 밴픽에 화살이 돌아갔던 것 같다. "하이머딩거를 도대체 왜 쓰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앰퍼러' 김진현 : (웃음)

'코맷' 임혜성 : 코치들이 멍석을 안 말고 맞은 느낌이 있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된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코맷' 임혜성 : 젠지와 킹존을 연달아 이겼을 때 정말 뿌듯했다.

'트레이스' 여창동 : (웃음)

'코맷' 임혜성 : 정말 이기기 어려웠던 팀이다. 한 번도 못 이겼던 거로 기억한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도 상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앰퍼러' 김진현 : 감독님과 내가 부스에 들어가는데, 보통 감독님이 리드를 하신다. 지낸 시간이 워낙 길어서, 선수들이 감독님을 잘 따른다.

그러다가 SKT T1과의 2세트 경기와 MVP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와 호진석 코치 둘이 부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에 내가 리드를 했는데, 밴픽이 잘 돼서 뭔가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또 이번에 엄청 깔끔하게 이긴 경기가 몇 개 있다. 그때도 기분이 좋았다.

'트레이스' 여창동 : 보람을 느낀 것보다는 패배한 경기나 실수했던 장면들이 참 많이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가 정규 시즌 경기를 다 마치고, 다른 팀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의 간절함도 기억에 남는다. 한 경기만 이겨줬으면 결승 직행이었다.



지금은 LCK 코치지만, 5년 뒤에 자신을 상상하면 어떤 모습인가?

'트레이스' 여창동 : 꼭 LoL에 국한되지는 않고, 그때도 e스포츠 코치를 하고 있을 것 같다. 감독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별것 없다고 느낀다. 10년은 해야 뭔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부족하다. 이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내가 프로게이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사회성이 평균보다는 낮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LoL이 팀 게임이 아니라, 혼자 하는 게임이었으면 말을 영원히 잘하지 못 했을 것 같다.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LoL 선수 출신이라 선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더 동기부여를 잘 시켜주고 그런 건 아니다.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제라, 선수단 관리 측면에서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격이라 쉽게 될지는 모르겠다(웃음). 선수단을 관리하고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감독님은 진짜 프로다.

'앰퍼러' 김진현 : 나도 지금과 똑같을 것 같다. 우리 감독님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약간 타고나야 한다는 거다. 감독님이 감성이 풍부하시다. 내가 10가지를 챙기면, 감독님은 100가지를 챙긴다. 선수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체크를 하신다. 속으로 '나는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더 배워야 한다.

솔직히 선수 시절 때 감독님을 봤을 때는 '겜알못(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왜냐면 CJ에서 선수 생활 때 블레이즈 소속이었는데, 블레이즈는 (손)대영이 형이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서 프로스트를 맡고 계시는 감독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이번에 한화에 들어오면서, 게임적으로 연구와 노력을 많이 하시는 걸 알았다. 다시 바라보게 되더라. 그전까지 '대영이 형이 최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우리 감독님도 그에 못지않더라.

'코맷' 임혜성 : 나 또한 코치를 하고 있을 것 같다. 5년 정도로는 감독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지금 계신 감독님들이 우리가 코치를 한 기간보다 훨씬 오래 감독 일을 하셨다. 5년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 감독님을 보면 선수단 전체를 장악하신다. 참 신기하다. 선수들의 사소한 말투나 행동 하나를 보고,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신다. 나야 겨우 게임 내용 가지고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하지만, 감독님은 진짜 세세하게 관리 감독을 하신다. 내가 아직은 따라갈 수가 없다. 성격이나 재능의 차이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감독에게 불만은 없었나?

'코맷' 임혜성 : 성적이 좋고, 스크림도 잘 되고 있는데 갑자기 화를 내시는 경우가 있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지나 보면 감독님 말이 다 맞더라. 신기하다.

'앰퍼러' 김진현 : 다른 건 없고 게임적으로 살짝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픽이 있지만, 감독님이 다른 걸 하자고 하면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무력의 차이가 있다(웃음).

'트레이스' 여창동 : 우리는 기본적으로 감독님 말씀이 맞다 생각하고 간다. 생활적인 건 특히 그렇다. 물론, 게임적인 내용은 감독님을 보완해드린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다. 아직 축제가 남아 있다. 섬머 결승, kt 롤스터와 그리핀의 대결을 어떻게 예상하나?

'코맷' 임혜성 : KT가 색깔을 살려서 5G급 속도로 플레이를 하면 이길 것 같다. 그리핀도 단점을 보완해서 더 강해질 수 있는 팀이지만, KT는 자기들이 실수만 안 하면 웬만해서 지지 않는 스타일이다. 상성에서 KT가 앞서는 느낌도 있다. 6:4 정도로 KT 우세를 점친다.

'앰퍼러' 김진현 : KT 쪽으로 8:2 정도 본다. 그리핀 장점이 피지컬을 바탕으로 싸움을 잘한다. 그러나 KT가 개개인 기량에서 밀리지 않고, 시야 싸움에서는 확실히 우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스' 여창동 : 그리핀의 포스트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장단점이 다 나왔다. 아프리카는 운영을 하면서 도망치고, 그리핀은 한타를 하기 위해 쫓아다녔다. 그 구도가 KT와의 경기에서도 나올 것 같다. KT도 시야 싸움과 운영을 중요시하는 팀이라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핀이 단점을 고쳐서 나오면, 반반이라고 보지만 하던 대로 하면 밀릴 것 같다. 7:3, 6:4 정도로 KT 우세를 점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