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LoL e스포츠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롤챔스 2018시즌의 마지막 챔피언을 가릴 결승전과 2018년을 대표하는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롤드컵만 남은 상황이다. 그리고 매년, 이 맘때쯤이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롤드컵으로 향하려는 팀들이 기대 이상의 기량을 발휘해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올해도 롤챔스 섬머 플레이오프부터 심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섬머 플레이오프 이전까지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2018 시즌 상대 전적은 5:0이었다. 스프링 결승이라는 큰 무대 전적까지 포함됐기에 아프리카에게 킹존은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벽' 같았다. 하지만 가장 최근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아프리카가 전적을 뛰어넘는 통쾌한 반전을 연출했다. 승리한 아프리카는 킹존전 승리로 롤드컵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번 결승전 역시 'kt 롤스터 vs 그리핀'이라는 극적인 대진이 완성됐다. KT는 2016년부터 이 시기만 되면 좌절한 경험이 있다. 단 한 세트, 한 경기 차이로 준우승, 롤드컵 선발전마저 연이어 패배했다. 그렇게 2년 연속으로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패패'를 기록한 팀이다. 그리고 올해는 롤드컵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 지으면서 시즌 후반부에 달라진 KT의 모습을 예고했다.

그리핀에게는 이번이 첫 롤드컵 진출과 롤챔스 우승의 기회다. KT와 달리 시즌 후반에 좌절해본 적이 없는 팀이다. 다만, 섬머 스플릿 1-2라운드에서 모두 KT를 넘지 못했다. KT 전 2패가 탄탄대로를 걷던 자신들의 정규 스플릿 성적에 흠집을 냈지만, 자력으로 다시 결승에 올라와 KT를 상대할 기회를 만들었다.

우승자는 앞서 겪었던 아쉬운 기록을 잊을 수 있는 최종 승자가 된다. 그렇기에 두 팀 모두에게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는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KT 롤스터
결승전-선발전 2연 '패패', 이젠 우승으로 끊겠다!


▲ '스코어' 준우승 성불 위해 등장한 미드 라이너 '유칼'

그동안 KT와 '2'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숫자였다. 2014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2015년부터 매년 롤챔스 결승만 갔다 하면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던 팀이다. '준우승도 잘한 거고, 다음에 더 잘하겠지'라는 어설픈 위로는 어느새 2017년까지 이어졌다. 2017년은 최고의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슈퍼팀'으로 불렸지만, 결과는 여전히 롤챔스 결승 패배와 롤드컵 선발전 패배였다.

하지만 좌절했던 KT는 2018 시즌 후반까지 끈질기게 임했다. 그동안 아쉬웠던 호흡을 가다듬고, 팀원들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LoL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팀원들도 전성기 시절의 기량으로 끌어올려 팀원 모두가 활약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완성했다. 특히, 2018년에 새롭게 합류한 미드 라이너 '유칼' 손우현은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냉철한 판단과 기량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팀 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동시에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까지 살아나면서 2018 KT는 다르다는 것을 예고했다.

그 결과로 KT는 당당히 정규 스플릿 1위라는 숫자를 가져갔다. 항상 상위권에는 있어도 확실한 1위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전과 달랐다. 그리고 롤드컵 직행 티켓을 얻게 되면서 더는 쓰라린 기억만 남은 롤드컵 선발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도 우승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 KT가 달라졌다면, 결승전 패배가 아닌 승리로 마무리해야 한다. 국내 무대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섬머에서 KT는 중-하위권인 SKT T1과 한화 생명에게 발목이 잡혔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 '스멥' 송경호는 섬머 중반 인터뷰를 통해 "우리도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복과 위험한 플레이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한 번 더 생각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것이다. 기복만 확실히 줄인다면, 우리가 정규 스플릿 1위까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스멥'이 말했던 이상을 실현하면서 결국 KT가 1위라는 순위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KT는 국내 무대에서 단 한 걸음만 남았다. 이미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은 만큼 다른 팀보다 여유는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T는 자신들에게 지겨운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롤챔스 우승에 대한 목마름으로 결승에 임한다. 가장 최근인 2016 섬머와 2017 스프링 결승전의 결과는 '패패'였다. 2018 섬머를 우승한다면, 앞선 아쉬운 패배의 순간이 올해의 승리를 더욱 빛내줄 것이다. 그렇게 달라진 KT는 2018 롤드컵 진출에 이어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그리핀
정규 시즌 '패패' 뒤집는 '승' 실현?


▲ 솔로 랭크를 지배한 '타잔', 롤챔스는?

그리핀은 섬머부터 새롭게 롤챔스에 합류한 팀이다. 그래서 KT처럼 한 끗 차이로 우승과 준우승, 롤드컵 진출과 좌절 사이를 경험한 적이 없다. 경험 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롤챔스의 강호들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번 시즌을 통해 롤챔스 결승이라는 큰 무대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팀이다.

그런데, 그리핀은 '경험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게임 내에서 위기가 찾아와도 자신들의 스타일로 활로를 찾을 줄 알았고, 특유의 한타로 기존 롤챔스 강호들을 꺾기도 했다.

다전제 승부의 변수 역시 그리핀을 막진 못했다. 아프리카와 플레이오프 다전제에서도 두 세트를 연속으로 내주면서 1:2로 밀리는 상황이 찾아왔다. 다른 신예 팀이라면, 상대의 기세에 눌리거나 긴장감에 흔들릴 법했다. 하지만 그리핀은 이전 세트 패배의 원인을 칼같이 분석하며 자신들의 빈틈을 채워나갔다. 이전 세트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아프리카의 에이스 탑 라이너 '기인'의 공격적인 픽에 맞불을 놓았다. 허무하게 내줬던 앞선 세트와 달리 경기를 팽팽하게 풀 세트까지 이끌어가며 자신들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신예는 다전제 승부에 약하다는 말을 뒤집는 순간이었다.

▲ KT전 패배로 방향을 잡았다는 그리핀 김대호 감독

그런 그리핀도 아직 넘지 못한 상대인 KT가 있다. 그리핀은 정규 스플릿에서 KT를 두 번 만나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리핀은 지난 패배에 대해서도 대담하게 답했다. 김대호 감독은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떻게 못 했는지를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거다. 잘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전에서 보여줬듯이 이전 패배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자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패패'라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이를 바탕으로 나아갈 결승전을 기대하게 했다.

결승전 우승은 모든 것을 말한다. 자신들이 현 최강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지난 패배는 우승을 향해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었다는 것을 공고히 알리게 된다. 게다가, 이번 결승전 승자는 가장 극적인 우승을 일궈낼 수 있다. 2018 롤챔스는 섬머 스플릿은 절대 강자가 없던 무대로 시즌이 마무리 될 때까지 누가 우승할지 감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과정이 치열했다. 앞서 중요한 결승-롤드컵 선발전 무대에서, 롤챔스 첫 시즌 전승 중에 패배를 경험했던 KT와 그리핀이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승자는 한국을 대표해 롤드컵에 나가게 된다. 최근 세계 대회에서 중국이 한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최강팀이 어디가 될지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롤드컵은 한국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잘 지켜내왔다. 한 해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대회로 많은 한국 팬들 역시 중국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 롤드컵은 MSI-리프트 라이벌즈-아시안 게임의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팀이 이번 결승을 통해 정해진다. 그리핀과 KT 중 패패'승'의 역사를 완성할 팀이 탄생할 수 있을까.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일정

kt 롤스터 vs 그리핀 - 8일 오후 5시(인천 삼산월드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