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스텔리아 "순위 경쟁보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이 되고 싶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정통 MMORPG '아스텔리아'가 오랜 침묵을 끝내고 오는 12월 13일 OBT를 실시한다. '아스텔리아'는 탱딜힐로 대표되는 정통 MMORPG 시스템 위에 '아스텔'이라는 소환수를 활용한 전략적인 요소를 결합한 게 특징인 온라인 게임이다.
'아스텔리아'는 PC MMORPG 가뭄 끝에 나온 게임인 만큼,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넥슨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건만 이번 지스타에는 영상만 출품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제 막 시연 빌드가 만들어진, 아직 출시까지 한참 남은 게임도 어떻게든 시연 버전을 내놔 유저들의 눈도장을 찍어야 하건만 OBT까지 한 달밖에 안 남은 '아스텔리아'는 왜 영상만 출품한 걸까?
이 의문을 풀고자 넥슨 TA팀 김병수 팀장을 지스타 현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과연 '아스텔리아'가 시연 버전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리고 지난 2차 CBT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을 지 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올해 지스타에 영상만 출품했더라. 12월 13일 OBT를 한다고 알린 만큼, 거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일 텐데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한창 게임을 알려야 할 때 아닌가?
= 개발이 막바지 단계인 건 맞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이번 지스타에 시연 버전을 출품할지 말지 의견이 분분했다. 지스타에 시연 버전을 출품하는 게 게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영상만 출품했다. 하나는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부분으로, 시연 버전을 만드는 데 못해도 한 달 정도 걸린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QA 쪽에서 이슈를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차라리 완성도를 높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MMORPG의 특성상 시연 버전으로는 의도한 걸 보여주기 어렵다고 여겼다. 알다시피 MMORPG는 긴 호흡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시연 버전은 길어야 10~20분 정도밖에 즐기지 못한다. 의도한 걸 보여줄 수도 없고 오히려 게임에 흥미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맞물려 이번 지스타에는 영상만 출품했다.
Q. 그래도 판단하는 건 유저 몫 아닌가.
= 그렇긴 한데 MMORPG의 특성상 성장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있다 보니 한계가 있다. 일례로 1차 CBT때 30레벨에 도달하면 50레벨로 점핑해서 PvP를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20레벨을 건너뛰고 스킬들이 추가되니까 오히려 유저들이 당황하더라. 잘못하면 유저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Q. 재작년 지스타에서 첫선을 보인 후 2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CBT를 두 차례 진행한 게 전부다. 개발이 중단된 게임들이 더러 있는 만큼, 약간 걱정된다.
= 2년이란 게 기다리는 입장에서, 외부에서 보면 긴 시간이겠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실제로 개발진 모두 2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개선해 나갔다. 그래서 2년 동안 두 차례의 CBT밖에 없었지만, 굉장히 바쁘게 지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개발은 순조롭게 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고 싶다.
Q. 유저 의견에 귀 기울인다고 했는데 2차 CBT때 받은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는가? 그리고 어떤 개선을 이뤘는지 듣고 싶다.
= 그래픽과 최적화에 대한 지적이 많아서 뼈 아팠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쳐나갈 계획이다. 한편, 피드백은 아니지만 흥미로웠던 일로 2차 CBT 핵심 콘텐츠였던 전장이 기억에 남는다. 전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벤트 경품을 걸었더니 사람이 너무 몰렸던 일이 있었다.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몰린 거로 끝난 게 아니라 잠수타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면 어뷰징하거나 스파이를 심는 등의 권모술수가 난무했다는 거다. 어느 정도는 의도한 부분이었지만 과한 면도 있었다. 경품을 너무 큰 거로 걸었던 건 아닐까 해서 아차 싶었다.
그래도 이벤트 덕에 전장의 룰이라던가 어뷰징, 랭커들의 전장 매칭 등 여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었다. 보상 문제에 대한 것도 해결했는데 이런 진영전의 가장 큰 문제는 처음에 밀리면 아예 손을 놓는다는 거다. 그래서 시스템을 개선해서 지더라도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했다.
이외에도 코어 타겟 유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큰 수확이었다. 의외로 30~40대 유저들의 잔존율이 높았는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아스텔 시스템이라거나 전투 시스템을 개선했다.
Q. 아스텔 시스템 개선은 나름 중요한 소식 같은데 어떤 식으로 개선한 건가?
= 개선이라고 했지만, 아예 뜯어고쳤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캐릭터 밸런스를 조절했다는 거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스텔리아'에서 플레이어의 성장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아스텔이 성장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메인 캐릭터가 성장하는 거다.
기존에는 아스텔의 성장이 전체 성장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되니 누구나 얻게 되는 아스텔보다 파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우리가 의도한 성장의 재미가 아니었다. 그래서 메인 캐릭터의 성장에 좀 더 무게를 줬다.
개선된 아스텔 시스템은 소환력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전략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제는 순간적으로 아스텔을 소환해 스킬을 연계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아스텔 시스템을 갖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QA와 함께 밸런스를 조절 중이다.
Q. 아스텔 사용 방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줏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개발팀이 추구한 방향성은 항상 일정했다. 그렇다면 그게 왜 계속 바뀐 것처럼 보이는지 궁금할 텐데 우리 사업팀이 시장을 보면서 '최근에는 이런 게 트렌드다'라고 개발팀에게 시스템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좀 과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개발팀의 방향성은 항상 일정하기에 극적인 변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Q. 앞서 최적화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받았다고 했는데 전장에선 더 심해지는 거 아닌가. 최적화는 기본이면서도 유저 경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 OBT는 물론 라이브를 하면서도 최적화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도 개선 중인데 눈에 띄는, 20프레임이었던 게 40~50프레임으로 오르는 경우는 없지만 20프레임이었던 게 22프레임으로, 22프레임이었던 게 25프레임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아무리 내부 장비를 조합해 혹독한 환경으로 만들고 테스트를 한다 해도 실제 CBT에서 모이는 데이터만큼은 안 모이더라. 이번 OBT에서 모인 데이터 역시 정식 서비스에 반영할 계획이니 많은 참여 바란다.
Q. 게임 외적인 얘기를 해보자. 최근 조금씩이지만 온라인 게임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넥슨도 '드래곤하운드'와 '아스텔리아'를 개발 중인 만큼 어느 정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것 같다.
= 다시 PC MMORPG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항상 PC MMORPG의 수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내가 모바일 게임을 무시한다는 건 아니다. 나 역시 모바일이란 플랫폼이 나오면서 기대 반 호기심 반 도전했을 정도다. 그런데 모바일은 가장 중요한 조작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밀고 당기거나 슬라이스하는, 터치를 기반으로 한 조작은 분명 좋았으나 정교한 조작은 어려워서 답답했다. 그런 부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정교한 조작이 가능한 PC MMORPG를 항상 그리워했으리라 본다.
실제로 넥슨은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서도 질문한 대로 '드래곤하운드', '아스텔리아' 등의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왔다. 양 플랫폼 모두 수요가 있기에 취한 투트랙 전략이다.
Q. 정식 서비스는 언제 할 예정인가?
= OBT를 한 후 한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오픈하지 않을까 싶다.
Q. 서비스나 과금은 어떤 식이 될까?
= 기본적으로는 F2P다. 과금의 경우 아마 아스텔이라는 소환수가 있다 보니, 넥슨이 서비스하다 보니 소환수 뽑기 과금이 나오겠거니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모바일 수집형 RPG가 아니기에 과금을 통해 소환수를 뽑게 하진 않을 생각이다. 소환수인 아스텔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스텔리아'의 과금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대신에 편의성을 주는 쪽으로 기획 중이다. 소환수나 장비 모두 인게임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데 유저에 따라 그 과정이 지루하거나 번거로울 수 있다. 이 경우 과금을 통해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끝으로 '아스텔리아'의 목표는?
= '리니지'나 '와우'를 즐긴 게이머들이 굉장히 많을 텐데, 최근 PC MMORPG가 뜸해서 아쉬웠을 거다. 그런 게이머들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순위 경쟁보다는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클래식 MMORPG로서 과거 PC MMORPG를 즐겼던 분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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