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달 프로그램 다운로드 회수 10억 건을 돌파한 애플의 앱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4만 개의 콘텐츠가 등록될 정도로 앱스토어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개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를 통해 대박을 맞은 사례들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이런 참여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변해준 씨가 헤비마흐(Heavy Mach)를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5위에 올리면서 억대 수익을 거둔 사례가 대표적. 국내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개인 개발자뿐 아니라 게임사도 앱스토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컴투스나 게임빌 같은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는 자사의 모바일 게임들을 애플기기용으로 출시해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 애플 앱스토어 ]



앱스토어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 때문. 애플은 개발툴과 온라인 장터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었고, 개인 개발자들은 제공되는 개발툴로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만들어 올려 수익을 얻었다. 이용자들은 수많은 개발자들이 쏟아내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프로그램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제 2의 앱스토어를 꿈꾸는 국내 업체들도 속속 공개되었다. SKT, KT,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앱스토어 형태의 오픈마켓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진흥원도 와플이라는 오픈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NHN은 한게임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는 ‘아이두게임(iDoGame)’ 서비스를 시작했다.





NHN이 아이두게임을 준비한 것은 벌써 2년 전. 지난 3월에 있었던 한국게임산업협회 4기 출범식에서 신임 회장을 맡은 NHN 김정호 대표는 “중국의 보드게임룰이 지방마다 달랐는데 그 종류가 2천 가지가 넘어, 게임 제작 도구와 오픈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아이두게임의 구상 시기를 회고했는데, 당시 김정호 회장은 아이두게임을 4월에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계획보다는 한 달 늦춰진 셈이다.


※ 관련기사 : NHN, 한국형 앱스토어 준비 끝! 4월에 공개예정 (2009. 3. 19)




◆ 오픈마켓의 화두, 심의는 어떻게?


아이두게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준비 중인 게임 관련 오픈마켓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심의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애플 앱스토어에 우리나라만 게임 카테고리가 삭제된 이유 또한 게임심의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개발자에게 수수료를 내고 우리나라에 게임심의를 신청하라고 하기도 어렵고, 자체 심의를 하고 있는 애플이 수억 원을 들여 수천 개의 게임을 심의 넣기도 상상하기 어렵다. 심의 신청을 받는다 해도 1년도 되지 않아 8천 개가 넘는 게임이 등록된 애플 앱스토어의 규모를 게임위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


국내 개발자들이 게임 심의를 넣을 때 문제가 되었던 사업자등록증은 공인인증서 등으로 대체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오픈마켓 게임에 대한 심의는 아직까지 답이 나와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얼마 전 ‘오픈마켓 게임콘텐츠 심의방안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 아직 오픈마켓 게임의 심의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세미나 모습 ]



심의를 비켜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공모전이다. 게임대회나 전시회 목적으로 제작된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내 게임 관련 오픈마켓들은 ‘공모전’ 형태로 첫 단추를 끼우는 방안을 많이들 생각하고 있다. 이는 아이두게임도 마찬가지. 아이두게임 리그라는 공모전 형태를 빌어 우선은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공모전에서 채택되어 서비스가 결정되면 심의가 필요한데, 아이두게임에 올라갈 게임들의 심의는 일단 NHN이 대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미 한게임은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운영하며 개발사 대신, 게임 심의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두게임이 우리나라에서 게임과 관련된 오픈마켓의 첫 사례이고, 이와 관련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거니와, 게임법 개정이 빨리 되면 자율심의가 가능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지금 시점에서 심의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



[ 공모전 + 베타 형태로 시작한 아이두게임 ]



우선 앞으로 진행될 아이두게임 베타리그에는 전체이용가 등급 기준을 만족시키는 게임만 참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NHN은 아이두게임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심의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 관련기사 : 앱스토어 서비스 임박! 오픈마켓 게임심의는 어떻게? (2009. 4. 28)




◆ 정말 궁금한 것. 돈 벌 수 있나?


많은 게임이 제작되고, 그렇게 제작된 게임이 많이 이용되고, 그래서 더 많은 게임이 제작되는 선순환을 위해서는 애플 앱스토어와 같이 ‘해보니 돈 되더라’는 사례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두게임 리그는 교육, 환경, 건강, 게임디자인, 서프라이즈 부분의 ‘아이디어상’을 수상하고 각 1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 재밌는 것은 포인트 개념을 도입해 수익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기준은 이렇다. 아이두게임을 통해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매일 달성한 최고 동시 접속자수에 따라 1 포인트씩 적립 받게 되는데, 1000 포인트를 넘으면 1 포인트 당 100원씩 계산해 인기 보너스를 받게 된다.


이에 따르면 아이두게임을 통해 서비스되는 어떤 게임이, 매일 최고 동접자수 1000 명을 기록했다면 한 달 후 300 만원 상당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인기 보너스 대박 사례가 나올까? ]



개인 또는 지망생 등 아마추어 개발자가 소규모로 제작한 캐주얼 게임이 최고 동접 1000 명을 매일 달성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구도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대박’ 사례를 꿈꾸며 아이두게임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아이두게임은 애플처럼 이용자가 게임을 돈을 지불해 다운로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 수익이 전무, 상금을 NHN이 전부 부담하고 있다는 점. 애플과 달리 한 번 사고 끝이 아니라, 동접자가 유지되면 계속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적은 금액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시스템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상황을 고려해 베타가 끝난 후에는 또 다른 조정안을 내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좋은 게임의 경우 따로 NHN과 서비스 계약을 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돈 보다는 일반 개인이 게임을 제작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돈도 돈이지만 예비 개발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경험과 명성일 수도 있다.




◆ 당신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정말?


‘간단한 게임 제작툴, 게임오븐을 사용해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한게임에서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아이두게임. 그런데 정말 ‘누구나’ 만들 수 있을까?


아이두게임은 게임오븐(GameOVEN, Game Online Virtual Environment)이라는 멀티 온라인 게임 제작툴을 함께 공개했다. 아직은 베타 버전이라 3D 그래픽 지원이 되지 않고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는 등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에디팅, 컴파일, 디버깅 환경을 모두 제공하며 스크립트 작성 외에도 UI 및 스프라이트 제작, 리소스 편집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



[ 게임오븐 실행화면 ]



제작툴만 던져놓고 그만인 것도 아니다. 게임 화면 만들기, 스크롤 맵 만들기, 게임 사운드 넣기, 메인 캐릭터 제작/움직임, 수치연산 및 충돌체크 등 다양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래픽이나 사운드 요소를 직접 제작하기 어려울 경우를 위해 한게임이 보유한 캐릭터, 배경이미지, UI, 보이스, BGM 등 다양한 리소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또 게임제작포럼을 운영해 게임 제작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여러 명이 힘을 합쳐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를 협업포럼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나도’ 만들 수 있냐 하는 것.


프로그램이라곤 컴퓨터 학원에서 배운 베이직이 전부이고 게임 코드라곤 프린세스메이커 해킹밖에 기억나지 않는 ‘순수 게이머’ 기자의 입장에서는 게임오븐의 튜토리얼이 알려주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도 벅찼던 것이 현실이었다. 게임오븐의 ‘누구나’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단어였던 것.


그러나 한 때 WOW 애드온 좀 만져봤다는 동료 기자는 같은 Lua 형식의 게임오븐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평했다. 이해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실제로 게임오븐을 통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약간이라도 프로그래밍 지식이나 경험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였다.



[ 이게 무슨 말인지 정도는 알아들어야... ]



그래서 김정호 대표가 처음 ‘대학 게임학과’와의 연계를 언급한 것만큼 서비스 초기에는 게임학과 학생이나 예비 개발자, 개발자 지망생들이 게임오븐의 주 사용자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프로그래머’ 혼자서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픽디자인과 기획을 담당할 사람도 필요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두게임 리그는 팀 단위 소수 인원의 협업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멋진 아이디어가 있는데 프로그램을 모른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함께 할 팀원을 구하고 있는 협업포럼의 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