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오버워치 리그 공식 페이스북

오버워치 리그 시즌2의 스테이지1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나왔다. 이제서야 처음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서울 다이너스티가 네 번 연속으로 타이틀 매치 결승까지 올라왔던 뉴욕 엑셀시어를 잡아낸 것. 상대 전적 역시 5전 전패였던 서울이 중요한 P.O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최고의 한국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의 대결이 크게 주목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4:0이라는 스코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뉴욕이 서울을 압도해왔다. 올해 첫 대결도 '3연속 완막승'이라는 기록과 함께 많은 이들이 뉴욕의 승리를 점치던 시기에 대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 시즌 동안 쌓여온 전적이 한 번에 무너지는 순간. 스테이지1 전승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혔던 뉴욕이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위기마저 리그 최상위권의 개인 기량으로 극복했던 뉴욕의 힘이 빠졌고, 반대로 서울은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로스터 기용부터 조합을 꺼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그렇기에 이번 승리가 서울에게 더 값지고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정규 스테이지와 P.O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서울 다이너스티가 보여줬다. 그들이 생각한 변화는 어디서부터 일어난 것일까.




두 시즌 내 첫 P.O 진출! 서울은 달랐다
해커 '미셸' 핵심 임무 : 디바 '핵폭탄' 제거

▲ 서울 다이너스티 김동건 감독

■ 김동건 감독 : 뉴욕이 전승을 거두고 경기력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할 때 변수가 생기는 걸 싫어할 거라고 예상했다. 뉴욕이 게임을 읽기 쉬운 환경을 주면 정말 잘하기에 최대한 변수가 많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뉴욕은 무난한 경기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팀이다. 힐러들까지 압도적인 킬 스코어와 에임을 자랑하기에 궁극기를 모아 싸우는 전투에서 그동안 대적할 팀이 없었다. 더 무서운 건 궁극기를 활용할 때다. 뛰어난 합으로 엄청난 적중률을 자랑한다. '메코' 디바가 궁극기를 던지면, 브리기테의 방패 밀쳐내기-루시우 소리파동-라인하르트까지 가세한 연계 플레이가 제대로 들어가는 장면은 뉴욕 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핵심인 디바의 궁극기를 채우는 속도를 늦춘다면? 서울은 뉴욕과 1세트부터 이점을 확실히 노렸다. 같은 3탱-3힐 싸움에서도 가능하면 디바를 포커싱해 메카를 터뜨렸고, 볼스카야 인더스트리에서는 '류제홍' 아나가 등장해 수면총으로 궁극기를 채울 시간마저 빼앗았다.


가장 막중한 임무를 맡은 선수는 바로 '미셸' 최민혁이었다. '메코'와 같은 디바-솜브라 유저로 뉴욕전에서 솜브라를 주로 선택한 이유를 증명해야 했다. 디바의 힘을 빼지 못하는 순간, 다른 팀처럼 순식간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규 스테이지 경기에서 최상위권 팀들이 홀로 있는 솜브라를 제압하고, EMP가 없는 타이밍에 싸워 이득을 챙기는 대처를 보여준 상황이었다. 개막전부터 '메코'의 솜브라를 썼던 뉴욕 역시 결국은 3탱-3힐로 돌아왔듯이 말이다.

하지만 '미셸'은 '핵폭탄'을 제거하는 외줄 타기 같은 임무를 완수했다. 몰래 우회해 상대를 '해킹'하고 암살하는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디바가 궁극기를 채울 틈을 주지 않았다. 적절한 완급 조절로 궁극기인 EMP가 없는 타이밍에도 시간을 벌면서 뉴욕을 뒤흔들 수 있었다. 반대로 아군이 딜을 넣을 때는 방벽으로 자폭마저 막아내는 '넨네'의 자리야까지 해킹해버렸다. 교전 상황마다 어떤 영웅을 해킹해야 할지,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은 게 '미셸'의 솜브라 플레이였다.

이런 '미셸'의 솜브라에게 서울이 팀적으로 힘을 실어 줬다. 3세트에서는 '플레타'가 파라로 솜브라와 함께 상대 뒤를 흔들었고, '먼치킨'이 위도우메이커와 트레이서로 영웅을 바꿔가며 전방과 후방에 힘을 실어줬다. 방패를 세우고 정면에 힘을 준 뉴욕의 입장에서 서울의 A거점 공격을 막아내긴 쉽지 않았다.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순간에도 '미셸'은 결정적인 역할로 이날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우회해 후방을 위협해 뉴욕의 중력자탄을 뽑아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시즌 리그로 새롭게 합류했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기에 대단했다. 이름있는 기존 팀원이 아닌 신예 선수를 믿고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부터 서울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존재만으로 압박 ‘미셸’ 솜브라(출처 : Overwatch League Youtube)



교체 출전 불안함 덜어낸 서울
신구 조화-시너지, 단단한 버팀목 '플레타'

■ 김동건 감독 : 우리 팀원들 간 '시너지'가 모두 다르다고 판단한 상태였다.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 장, 단점이 있다. 뉴욕전에서는 두 로스터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전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서울 다이너스티의 1세트 로스터였다. 1승 6패를 거뒀던 워싱턴 저스티스전에서 한 번 등장한 팀원들이 P.O에 바로 투입된 것이다. 워싱턴전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반면, 뉴욕과 대결에서 제대로 칼을 갈아온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활동한 국가대표 출신의 '준바' 자리야-디바에 '토비' 루시우, 그리고 신예 '피츠-마블'이라는 탱커 라인까지. 뉴욕이 오리사를 활용해 시작부터 매서운 공격을 펼쳤지만, 침착하게 받아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교체 출전은 시즌1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도 많은 팀원이 있었지만, 교체할 때마다 주전 로스터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곤 했다. 올해도 12인 로스터를 확정지었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 역시 여전히 아쉬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P.O에서 2:0 라운드 승리를 확정 짓고 로스터의 장점을 증명하게 됐다.


변화의 중심에는 '플레타' 김병선이 있었다. 시즌2에서 자리야를 위주로 경기해 잊고 있었던 '플레타'의 다양한 기량을 뉴욕전에서 확실히 발휘했다. 1세트에서 새로운 로스터에 맞게 브리기테를 뽑으면서 '준바'에게 디바-자리야를 넘겨줬다. 대신 작년 국가대표로 선을 보였던 브리기테로 자폭-방패밀쳐내기 연계를 깔끔하게 해냈다. 3세트에서는 파라로 핵심 영웅을 먼저 끊어내더니 마지막 세트에서 다시 자리야로 돌아와 제 역할을 해냈다. 팀원을 교체하더라도 '플레타'가 다양한 역할군을 소화해내며 중심을 잡아준 것이다. 어느새 모든 로스터에 필요한 선수, 어떤 역할을 주더라도 해내는 서울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P.O 첫 경기부터 서울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4강전 경기는 3탱-3힐로 컨텐더스부터 리그까지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던 밴쿠버 타이탄즈다. 지금까지 밴쿠버 역시 압도적인 경기를 해왔기에 무난한 경기로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 수 있다. 뉴욕전 승리로 기세를 탄 서울이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로 파란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서울은 이날을 위해 1년 넘게 기다렸다. 부진과 팀원 교체를 겪으며 단 한 번의 P.O 진출, 뉴욕전 승리를 드디어 이뤄냈다. 지난 1년 동안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면, 앞으로는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서울 다이너스티의 모습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 시즌2 스테이지1 플레이오프 3일 차 4강

1경기 밴쿠버 타이탄즈 vs 서울 다이너스티 - 오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