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는 새로운 코너 IP를 찾아서를 통해서 명작이나 수작으로 꼽히고 기억속에 남아있는 게임들을 다시 돌아보려고 합니다. 국내외에서 명작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굴되지 않은 게임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아직까지 재발굴되지 않은 게임들을 다시 돌아보는 IP를 찾아서도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아마 SRPG에 추억을 가지신분들이 반가워할 수 있을만한 타이틀로 선정했습니다. 국내 타이틀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인지도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죠. 'IP를 찾아서', 이번 시간에는 파랜드 택틱스, '파랜드 사가'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관련기사 : [IP를 찾아서] 국산 액션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 '코룸'




'파랜드 사가', 어떤 게임인가?
파랜드 택틱스라고 불리는 시리즈의 고전 명작


'파랜드 사가'는 TGL사의 가장 유명한 RPG입니다. 국내 시장에는 '파랜드 택틱스'라는 이름으로 정식 발매된 게임이기도 하죠. 원제는 '파랜드 사가'로, '파랜드 스토리'의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약간 명칭이 헷갈릴 수 있으니, 여기서는 '파랜드 택틱스'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랜드 택틱스는 TGL의 RPG 시리즈, 파랜드 스토리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스토리에 뻔한 플롯일 수도 있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전투 그래픽과 수려한 일러스트, 적절한 연출로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크게 끌었죠. 원작인 '파랜드 스토리'도 성향이 비슷해서, 꾸준히 시리즈가 나오면서 본가 시리즈는 총 8편까지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 '본편'은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외전격인 '파랜드 택틱스'는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면서 매우 큰 인기를 끈 시리즈입니다. 1996년 발매된 이 타이틀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도 출시됐고, 1998년에는 세가 새턴 버전으로 출시되기도 했죠.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는 1,2편이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파랜드 택틱스는 '엔트리히'라고 불리는 섬에서 이뤄지는 마족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1편은 누명을 쓰고 추적을 받게 된 '팜'과 주인공 레온 일행이 마족과 인류의 화합을 목적으로 싸우는 모험을 볼 수 있죠. 재미있게도 다른 판타지와 달리 이 게임은 엘프, 드워프, 뱀파이어 등 다른 게임에서 따로 '종족'으로 분류되는 종족들이 '마족'으로 연합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파랜드 택틱스 1편은 상당히 전투에 치중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난이도 조정이 좀 실패한 느낌이 있어요. 막상 게임을 해보면, 거의 첫 스테이지가 가장 어렵습니다. 여정이 진행되면서 동료가 합류하면, 말도 안 되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해요.

걸쭉한 입담과 다양한 표정, 리더십을 보여준 오필리아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ZOC 면역에 능력치도 부족한 게 없는 데다가 이동력도 좋고 전체 침묵에 아군의 행동도 한 턴 더 벌게 해주는 자타 공인 밸런스 파괴자 세이렌 마시아, 힐만 해도 밥값을 하는데 카라짐 뺨치는 공격력을 보유해 몽둥이 타작으로 적을 없애버리는 팜, 능력치와 마법도 다 좋은데 매 턴 호루라기만 불어도 어느새 게임내 최강자가 되어있는 T.T, 조금만 지원해주면 한 턴만에 적을 태워버리는 카린, 다재다능한 마법에 원거리 공격 지원까지 가능하고 이동력도 좋은 오필리아 등등. 오히려 랄프를 제외한 주인공 일행이 제일 초라해 보입니다. 오죽하면 이 동료들이 너무 강해서 전투가 원래 높은 난이도로 설정되어있는 1편이 2편보다 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게임의 스토리 전개와 구성, 연출과 다양한 컷신으로 '파랜드 택틱스'는 큰 호평을 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라갑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택틱스 오우거'와 많이 비슷하지만 뭔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게 '파랜드 택틱스'의 매력이었죠.

세가 새턴판 파랜드 택틱스2(이미지출처 : eBay)

1편인 파랜드 택틱스보다는, 2편인 '파랜드 택틱스2: 시간의 이정표'가 아마 가장 유저들에게 친숙한 작품일 겁니다. 전작 '파랜드 택틱스'에서 세계관과 등장 인물들은 어느 정도 이어지지만, 주제가 완전히 달라진 작품이죠. 플레이어는 주인공 카린과 알의 여정과 함께 길드 어트랙트의 대한 이야기를 겪게 됩니다.

전작과는 연관성이 그저 몇 개 있을 정도로만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전작의 동료였던 '카린'은 성장해 주인공이 됐고, T.T는 카메오로 출현하는 정도죠. 대신 동료들의 컨셉이 전작과 조금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신 능력치는 완전 딴판이라서 크게 기대하면 안돼요.


파랜드 택틱스2는 전편에 비해 동료들이 크게 약화되었기에, 오히려 이쪽이 더 난이도가 높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중간중간 동료가 사라지기도 하고, 갑자기 동료들과 싸우게 되기도 하죠. 그래도 이런 게임 이야기상의 구성은 충실해서, 전편과 달리 큰 주제가 아니라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서정적인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이 부분이 아마 파랜드 택틱스2에서 유저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겨준 부분이 아닐까요.

아무튼 파랜드 택틱스2는 전편에 이어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고,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정발됐습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로, 90년대 SRPG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자면 이 두 개의 게임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나중에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기도 할 정도니까요. 파랜드 택틱스1,2편은 국내에서도 큰 호평을 받으며 거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정도로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타이틀이 됐습니다.

무려 고양이도 스토리로 따로 다뤄주는 갓-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문제가 생깁니다. 원래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인 '파랜드 사가' 시리즈는 2편으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파랜드 택틱스'라는 이름은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거든요. 이후 한국에서 '파랜드 택틱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작품들은 이 게임들과는 연관이 없어요. 그냥 같은 파랜드 스토리의 외전격 스토리라고 보면 되는 정도죠.

파랜드 택틱스3,4는 원제가 '파랜드 오딧세이'고, 파랜드 택틱스5는 '파랜드 심포니'라는 이름의 외전입니다. 나름 각자 장단점이 있는 수작 정도는 되는데, 버그가 심하거나 난이도 조절이 실패해서 1,2편에 비해서 재미와 임팩트가 부족했기에 유저들의 기억에 잘 남아있지는 않죠.

나름 수작이라 할만한 타이틀인데도, 1,2편을 생각하고 구매했던 유저들에게는 완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다른 게임이 와버려서 그런지 국내 평은 썩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개발사의 '엔젤 얼라이언스 택틱스'가 더 비운의 명작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랜드 택틱스FX'라는 게임도 있는데…파랜드 스토리 시리즈와 연관이 없는 성인용 게임입니다. 국내에는 12세 이용가로 정식 발매됐죠. 이렇게 이름 때문에 좀 계보가 꼬인 게임이 '파랜드 사가', '파랜드 스토리'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파랜드 사가' 시리즈와 '파랜드 스토리'는 현재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잠들어있는 상태입니다. 파랜드 택틱스는 2편으로 이야기가 끝났고, 원작인 '파랜드 스토리'는 8편까지 출시된 후 조용히 시리즈를 마감했죠. 파랜드 스토리도 이름 때문에 좀 계보가 꼬이긴 했는데, 나중에 국내에 '파이널 파랜드'라는 이름의 리메이크작이 출시되긴 했지만 엄청난 버그와 놀라운 더빙으로 최악의 PC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악명만 얻었습니다.

파랜드 스토리 리메이크는 '파이널 파랜드'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나오기도 했죠.


잊혀진 이름 TGL, IP의 권리는?
게이머들에게 잊혀진 이름 TGL, 이제는 '엔터그램'


TGL이란 이름은 이제 게이머들에게는 그리운 이름입니다. 굳이 파랜드 택틱스가 아니더라도,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라는 게임도 상당히 유명했어요. 국내에는 PC 게임 브랜드로 아마 이름이 더 잘 알려진 편일 겁니다. 전체적으로 게임이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함께 서정적인 스토리를 다루고, 가볍게 즐길만한 RPG를 주로 내놓았죠.

그러나 파랜드 시리즈를 제작하던 도중, 제작진들이 대거 이탈해 새로운 게임회사를 차립니다. 대표 원화가인 '야마모토 카즈에'는 스 STUDIO-EGO를 설립해 새로 게임을 제작합니다. 그래서 아마 '파랜드 택틱스'에 추억을 가진 유저들은 이 게임사의 '이즈모'나 '캐슬 판타지아'에 매우 친근감이 들겠죠. 문제는 성인용 게임이라는 점이겠지만. STUDIO-EGO로 원화가가 떠났지만, 여전히 TGL은 남아있었습니다.

TGL은 오사카에 위치한 회사로 주요 업무는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개발과 IT 컨설팅, 아웃소싱 등을 주 업무이자 수익으로 삼는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도쿄 지사도 마련했을 정도로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TGL은 이후 몇 차례의 변화를 거쳤고, 게임 개발사업은 멈췄습니다. 2002년 파랜드 심포니(파랜드 택틱스5)의 제작을 끝으로, 전연령 게임 개발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었죠. TGL은 원래 성인용 게임을 제작하는 브랜드도 따로 하나 가지고 있었거든요.

'엔터그램'의 공식홈페이지에서, '파랜드 택틱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TGL은 몇 년간은 주요 게임들을 콘솔로 이식하는 정도의 브랜드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TGL'은 현재의 이름인 '주식회사 엔터그램'으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이 여파로 판매 중지됐던 TGL의 게임들(파랜드 시리즈)의 홈페이지도 사라져서, 아마 행방을 묘연하게 알고 계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TGL이라는 브랜드명은, 원래 TGL이던 SI 부문의 이름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TGL이란 이름으로 제작된 게임들은 당연히 '엔터그램'의 소유로 되어있습니다. 엔터그램이, '파랜드' 시리즈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엔터그램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식된 '파랜드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TGL 자체는 SI 전문 회사고, 엔터그램은 성인용 게임을 출시한 경력이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성인용 게임회사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일본 성인용 게임 시장에서의 엔터그램의 영향력은 작지 않은 편입니다.



다시 돌아오는 파랜드사가 시리즈의 모습은?
사실상 '리메이크'가 필요하다

일본 PSN에는 '파랜드 택틱스'가 판매중입니다. 국내는 구매 안됩니다.

파랜드 사가, 파랜드 택틱스는 그동안 꾸준히 '이식'되어 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PC버전에 이어서 PS3, PSP 버전에도 이식됐고 예전에는 '모바일' 버전으로 등장하기도 했죠. 특히 PS 버전은 원작에는 없던 음성이 이식돼서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다 따져봐도, 여러 번 '이식'만 됐고 그마저도 이제 국가 제한이 걸려있거나 사라진 상태죠.

개인적으로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는, 단순한 IP의 힘을 빌려서 추억을 살리기엔 힘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세계관 자체도 '파랜드 스토리'의 외전 격으로 잡혀있는데다가 등장인물도 그리 많지 않고 서정적인 스토리 묘사에 집중되어있는 게 특징입니다. 억지로 등장인물을 늘리거나 이야기를 끼워 맞추기는 힘들게 되어있죠. 게다가 세월이 꽤 지난 게임이고, 몇 차례 이식 시도도 있었던 게임인 만큼, 리마스터나 이식보다는 '리메이크'가 팬들의 목마름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동료 밸런스는 반드시 조절이 필요해보입니다. 1편의 마시아는 밸런스를 무너트렸습니다.

1편과 2편 모두 밸런스 자체가 라이트하게 맞춰져 있어서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워낙에 동료들이 강력한 1편은 반드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여요. 또한 ZOC, 조작법, 방향과 맵 등은 현대식으로 맞춰야 하겠죠. 해상도도 640x480니까, 사실상 거의 새로 만드는 수준이 되겠네요. DOT 스타일에서는 2D처럼 표현할 수 있는 3D 스타일로 그래픽을 변경하는 것도 큰 작업입니다. 따져보면 코스트가 결코 적게 들어가는 작업이 아닙니다. 게임의 스토리나 캐릭터 디자인, 세계관 등 직접적이지 않지만 참고할 부분만 많고 나머지는 다 새로 만들어야 되는 수준이니까요.

게다가 턴제 SRPG는 이제 거의 '비주류'에 속할 정도로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전 스타일을 살린 게임이 더 주목을 받기도 하죠. 그러나 파랜드 택틱스는 고전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판타지워택틱스'가 아마 이런 '파랜드' 시리즈의 감성을 가장 잘 살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서정적인 스토리와 애니메이션 풍의 묘사는 유지했으면 좋긴 하겠네요.

파랜드 택틱스 자체는 어떻게 보면 '택틱스 오우거'를 좀 라이트하게 해석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파랜드 시리즈만의 서정적인 스토리와 연출, 분위기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죠. 이런 장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리메이크가 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타이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고전 형식으로 내는 것도 나쁘진 않고요. 스퀘어에닉스의 '옥토패스 트레블러'를 보면 고전 RPG에 대한 수요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IP 홀더가 존재하고, 엔터그램이 게임 사업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으니 가능성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엔터그램의 파랜드 시리즈의 리메이크 발표는 미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엔터그램 자체가 TGL, SI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현재 엔터그램은 다른 게임사들에게 투자하고 유통권을 획득하는 투자 방식의 퍼블리셔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조금 가능성은 낮을 수 있긴 합니다.

그러나 꾸준히 PS3, PSP로 이식되거나 모바일로 이식되는 등 꾸준히 '파랜드 택틱스'에 대한 유저들의 열망은 남아있습니다. 언젠가 엔터그램이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 사업에 다시 뛰어들면, 파랜드 시리즈의 리메이크가 발표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