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정팀으로 돌아온 '투신' 박종익 - 그의 봄, 그리고 여름
신연재 기자 (Arra@inven.co.kr)
'투신' 박종익 선수에게 2019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였습니다. 2년 간 몸담았던 아프리카 프릭스를 떠나 친정팀인 킹존 드래곤X로 복귀했죠. 그런데 시즌 초, 킹존 드래곤X에 대한 평가는 크게 좋지 않았습니다. '라스칼' 김강희-'커즈' 문우찬-'폰' 허원석 선수로 구성된 상체가 상대적으로 약점이 많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투신' 선수는 그런 상황에서도 팀원들에게 대한 믿음을 굳게 가졌습니다. 당장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감독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잊지 않았죠. 그 덕분일까요? 킹존 드래곤X는 스플릿 후반에 들어 기량이 상승한 상체와 함께 최종 성적 3위를 거뒀습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화창한 어느 날. 인벤은 킹존 드래곤X의 숙소 근처에서 '투신' 선수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상승 곡선을 그렸던 봄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여름에 대한 '투신' 선수의 이야기를 함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투신' 선수!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킹존 드래곤X의 서포터 겸 주장을 맡고 있는 '투신' 박종익입니다.
Q. 2주 정도 휴가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휴가는 뭘 하면서 보내셨고, 복귀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휴가 때는 집에만 있었는데, 허무함이 좀 느껴져서 그걸 달래려고 돈을 좀 썼어요. 집에 TV와 게임기를 샀어요. 근데, 저보다는 오히려 가족들이 오히려 더 잘 사용했던 것 같아요. 휴가를 다녀와서는 정해진 스케쥴대로 생활하고 있어요. 엄청 빡빡한 일정은 아니고, 아직은 여유롭게 개인 폼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스프링 스플릿을 3위로 마쳤어요. 정규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이긴 했지만, 아쉬움도 남았을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어떤 분위기였나요?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었죠.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욕심이 없었는데,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잘해지는 게 보이니까 자신감도 오르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SKT T1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가 잘했더라면 이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아쉬워요. 팀원들은 저보다도 더 아쉬워하고 있어요. 섬머에는 꼭 다 이겨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Q. 그래도 3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게, 정규 시즌 2라운드 성적이 정말 좋았잖아요. 8승 1패를 하셨죠. 그 원동력이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운이 좋았어요. 저희가 정규 시즌 1, 2경기에서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을 만났거든요. 사실 그때는 팀 호흡이 잡히기 전이라 누구를 만나도 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강팀에게 졌던 게 좋은 밑거름이 된거죠.
두 번째는 마음가짐이요. 감독님이 시즌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하셨던 말이 있어요. '우리는 길게 본다. 그러니까 한판 한판에 의미를 두지 말아라'라고요. 그래서 다들 지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어요.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Q. 특히, 시즌 초반에 약점으로 꼽히던 상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경험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오더를 하면 말이든 행동이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와야하잖아요.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해야하는데, 어리버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진짜 그때는 앞에 말한대로 누구를 만나든, 뭘 하든 졌을 거예요. 다행히 문제가 뻔히 보였기 때문에 빠르게 고칠 수 있었어요. 지면서 배워간거죠.
저는 무엇보다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팀이 로스터에 큰 변화가 있었고, 그 안에는 분명 경험이 적은 신인 선수라든가 기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팀이라면 무조건 믿고 가야죠. 누군가가 0.7인분을 하면 그만큼 내가 더 잘하면 돼요. 그러면 나중에 내가 조금 부진할 때는 그걸 채워주는 다른 선수가 있겠죠. 그런 믿음이 진짜 중요해요.
Q. 주장으로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팀원들에게 자주 해줬던 말이 있다면요?
팀에서 제가 제일 긴장을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더라도 늘 재미있게 하자'는 이야기를 꼭 해요. 시작하고 나서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도 많이 하고요. 그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Q. 원거리딜러인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함께 팀의 에이스로 불리고 있잖아요. 호흡도 정말 잘 맞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저도, (김)혁규도 라인전 단계에서 말을 많이 해서 디테일하게 무언가를 맞춘다든가 크게 뭘 하지는 않아요. 그런 게 없이도 잘 풀리는 걸 보면 호흡은 확실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근데, 혁규가 정말 잘하긴 해요. 처음 같이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킬각이 독특하다는 거였어요. 내가 보지 못하는 킬각을 보는데, 그때마다 늘 놀랐어요. 남들이 봐도 남달라 보였을 거예요. 그런 쪽으로 발달되어있는 것 같아요. 게임을 보는 눈이 좋다고 생각해요.
Q. 게임 외적인 부분도 잘 맞는 편인가요? 취미가 비슷해서 함께 논다든가, 음식 취향이 비슷해 자주 외식을 한다든가.
안 맞아요.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혁규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저는 혼자 있는데 시끄러운 사람이고, 혁규는 조용히 혼자 있어요. 그래서 둘이 게임 외에 따로 뭔가를 해본 적은 없어요. 단 한 번도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Q. 이 인터뷰를 보면 '데프트' 선수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웃음).
혁규도 분명 동의할 거예요. 섭섭해하지도 않을 걸요(웃음).
Q. 이제 '투신' 선수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킹존 드래곤X가 친정팀이잖아요. 입단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부담감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또, 그 시절에는 성적을 잘 못냈으니까 이번에는 꼭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첫 번째로 했어요.
이게 제가 혁규가 불러서 팀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맞는 말이기도 한데, 우선순위는 혁규가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던 게 크죠. 처음에 롱주 게이밍(킹존 드래곤X의 전신)을 나가고 나서도 감독님과 계속 연락을 해왔거든요. 1년의 공백기 동안에도 꾸준히요. 그 인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Q. 팀의 맏형이자 주장 완장을 차게 됐어요.
아프리카 프릭스에 있을 때 제가 맏형도 주장도 아니었는데, '쿠로' 이서행 형 대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여기와서 적응하는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감독·코치님과 선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팀이 잘 굴러가니까 책임감은 느껴지죠. 둘 사이에서 제 역할과 선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투신' 선수가 정말 날카로운 이니시에이팅으로 유명하잖아요. 공유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제가 전투 각을 보는 남다른 눈이 있긴 한가봐요(웃음). 뭐랄까. 잘 들어간다기보다는 싸워야 하는 타이밍을 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 타이밍에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전투를 열어서 이기면 그게 바로 잘 건 이니시에이팅이 되는거죠.
Q. 오묘한 팁이네요. '투신' 선수하면 또 라칸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너프 후에도 좋은 활용력을 보여주셨는데, 최근에 한 번 더 하향이 있어었죠. 여전히 대회에 나올 수 있는 픽일까요?
너프 후에 해보긴 했는데,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사실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서포터 챔피언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팀의 조합과 상황에 따라서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라칸이 너무 좋은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계속 너프를 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어요.
Q. 담원게이밍의 '호잇' 류호성 선수가 화려한 라칸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었잖아요. 누가 라칸의 제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저요. 선수라면 당연히 자기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야 하잖아요. '호잇' 선수가 같은 질문을 받아도 저처럼 답할 것 같아요. 라칸은 제가 제일 잘해요.
Q. 섬머에도 최고의 라칸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섬머 스플릿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죠?
스프링 초반만 해도 우승에 대한 생각은 거의 안했어요. 그런데, 잘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승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가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다른 팀원들도 다들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죠.
Q. 스프링을 돌아보면 초중반에는 그리핀이, 후반에는 SKT T1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우승을 위해선 이 두 팀을 넘어야 하는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하던대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의 스타일을 잘 살리지 못해서 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원래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어요. 우리답지 않았고, 못해서 졌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하면서 우리의 플레이를 다 보여주기만 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좀 견제되는 팀이 있다면요?
견제된다기보다 SKT T1은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예요. 스프링 때 이겨보지 못한 유일한 팀이거든요. 딱 한 세트만 땄어요. 계속 지다보면 다시 만났을 때 기세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은 꼭 꺾어야 해요. 또,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울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와 다짐을 듣고 싶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LCK 뿐만 아니라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을 하는 게 올해의 목표예요.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는 거예요.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좋은 칭호가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제가 은퇴를 하더라도 '걔 참 잘했었지' 하면서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의 인터뷰라 잘 이야기를 한 건지 모르겠네요(웃음). 팬들께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스프링에서 3위까지 했으니, 섬머에서는 꼭 그 이상의 성적을 내도록 할게요. 저희 팀이 이기든 지든 팬미팅을 항상 하는데, 언제나 밝은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매경기 승리하겠습니다!
하지만, '투신' 선수는 그런 상황에서도 팀원들에게 대한 믿음을 굳게 가졌습니다. 당장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감독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잊지 않았죠. 그 덕분일까요? 킹존 드래곤X는 스플릿 후반에 들어 기량이 상승한 상체와 함께 최종 성적 3위를 거뒀습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화창한 어느 날. 인벤은 킹존 드래곤X의 숙소 근처에서 '투신' 선수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상승 곡선을 그렸던 봄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여름에 대한 '투신' 선수의 이야기를 함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투신' 선수!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킹존 드래곤X의 서포터 겸 주장을 맡고 있는 '투신' 박종익입니다.
Q. 2주 정도 휴가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휴가는 뭘 하면서 보내셨고, 복귀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휴가 때는 집에만 있었는데, 허무함이 좀 느껴져서 그걸 달래려고 돈을 좀 썼어요. 집에 TV와 게임기를 샀어요. 근데, 저보다는 오히려 가족들이 오히려 더 잘 사용했던 것 같아요. 휴가를 다녀와서는 정해진 스케쥴대로 생활하고 있어요. 엄청 빡빡한 일정은 아니고, 아직은 여유롭게 개인 폼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스프링 스플릿을 3위로 마쳤어요. 정규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이긴 했지만, 아쉬움도 남았을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어떤 분위기였나요?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었죠.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욕심이 없었는데,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잘해지는 게 보이니까 자신감도 오르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SKT T1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가 잘했더라면 이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아쉬워요. 팀원들은 저보다도 더 아쉬워하고 있어요. 섬머에는 꼭 다 이겨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Q. 그래도 3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게, 정규 시즌 2라운드 성적이 정말 좋았잖아요. 8승 1패를 하셨죠. 그 원동력이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운이 좋았어요. 저희가 정규 시즌 1, 2경기에서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을 만났거든요. 사실 그때는 팀 호흡이 잡히기 전이라 누구를 만나도 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강팀에게 졌던 게 좋은 밑거름이 된거죠.
두 번째는 마음가짐이요. 감독님이 시즌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하셨던 말이 있어요. '우리는 길게 본다. 그러니까 한판 한판에 의미를 두지 말아라'라고요. 그래서 다들 지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어요.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Q. 특히, 시즌 초반에 약점으로 꼽히던 상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경험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오더를 하면 말이든 행동이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와야하잖아요.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해야하는데, 어리버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진짜 그때는 앞에 말한대로 누구를 만나든, 뭘 하든 졌을 거예요. 다행히 문제가 뻔히 보였기 때문에 빠르게 고칠 수 있었어요. 지면서 배워간거죠.
저는 무엇보다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팀이 로스터에 큰 변화가 있었고, 그 안에는 분명 경험이 적은 신인 선수라든가 기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팀이라면 무조건 믿고 가야죠. 누군가가 0.7인분을 하면 그만큼 내가 더 잘하면 돼요. 그러면 나중에 내가 조금 부진할 때는 그걸 채워주는 다른 선수가 있겠죠. 그런 믿음이 진짜 중요해요.
Q. 주장으로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팀원들에게 자주 해줬던 말이 있다면요?
팀에서 제가 제일 긴장을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더라도 늘 재미있게 하자'는 이야기를 꼭 해요. 시작하고 나서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도 많이 하고요. 그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Q. 원거리딜러인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함께 팀의 에이스로 불리고 있잖아요. 호흡도 정말 잘 맞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저도, (김)혁규도 라인전 단계에서 말을 많이 해서 디테일하게 무언가를 맞춘다든가 크게 뭘 하지는 않아요. 그런 게 없이도 잘 풀리는 걸 보면 호흡은 확실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근데, 혁규가 정말 잘하긴 해요. 처음 같이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킬각이 독특하다는 거였어요. 내가 보지 못하는 킬각을 보는데, 그때마다 늘 놀랐어요. 남들이 봐도 남달라 보였을 거예요. 그런 쪽으로 발달되어있는 것 같아요. 게임을 보는 눈이 좋다고 생각해요.
Q. 게임 외적인 부분도 잘 맞는 편인가요? 취미가 비슷해서 함께 논다든가, 음식 취향이 비슷해 자주 외식을 한다든가.
안 맞아요.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혁규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저는 혼자 있는데 시끄러운 사람이고, 혁규는 조용히 혼자 있어요. 그래서 둘이 게임 외에 따로 뭔가를 해본 적은 없어요. 단 한 번도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Q. 이 인터뷰를 보면 '데프트' 선수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웃음).
혁규도 분명 동의할 거예요. 섭섭해하지도 않을 걸요(웃음).
Q. 이제 '투신' 선수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킹존 드래곤X가 친정팀이잖아요. 입단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부담감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또, 그 시절에는 성적을 잘 못냈으니까 이번에는 꼭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첫 번째로 했어요.
이게 제가 혁규가 불러서 팀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맞는 말이기도 한데, 우선순위는 혁규가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던 게 크죠. 처음에 롱주 게이밍(킹존 드래곤X의 전신)을 나가고 나서도 감독님과 계속 연락을 해왔거든요. 1년의 공백기 동안에도 꾸준히요. 그 인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Q. 팀의 맏형이자 주장 완장을 차게 됐어요.
아프리카 프릭스에 있을 때 제가 맏형도 주장도 아니었는데, '쿠로' 이서행 형 대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여기와서 적응하는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감독·코치님과 선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팀이 잘 굴러가니까 책임감은 느껴지죠. 둘 사이에서 제 역할과 선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투신' 선수가 정말 날카로운 이니시에이팅으로 유명하잖아요. 공유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제가 전투 각을 보는 남다른 눈이 있긴 한가봐요(웃음). 뭐랄까. 잘 들어간다기보다는 싸워야 하는 타이밍을 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 타이밍에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전투를 열어서 이기면 그게 바로 잘 건 이니시에이팅이 되는거죠.
Q. 오묘한 팁이네요. '투신' 선수하면 또 라칸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너프 후에도 좋은 활용력을 보여주셨는데, 최근에 한 번 더 하향이 있어었죠. 여전히 대회에 나올 수 있는 픽일까요?
너프 후에 해보긴 했는데,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사실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서포터 챔피언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팀의 조합과 상황에 따라서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라칸이 너무 좋은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계속 너프를 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어요.
Q. 담원게이밍의 '호잇' 류호성 선수가 화려한 라칸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었잖아요. 누가 라칸의 제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저요. 선수라면 당연히 자기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야 하잖아요. '호잇' 선수가 같은 질문을 받아도 저처럼 답할 것 같아요. 라칸은 제가 제일 잘해요.
Q. 섬머에도 최고의 라칸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섬머 스플릿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죠?
스프링 초반만 해도 우승에 대한 생각은 거의 안했어요. 그런데, 잘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승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가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다른 팀원들도 다들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죠.
Q. 스프링을 돌아보면 초중반에는 그리핀이, 후반에는 SKT T1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우승을 위해선 이 두 팀을 넘어야 하는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하던대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의 스타일을 잘 살리지 못해서 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원래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어요. 우리답지 않았고, 못해서 졌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하면서 우리의 플레이를 다 보여주기만 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좀 견제되는 팀이 있다면요?
견제된다기보다 SKT T1은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예요. 스프링 때 이겨보지 못한 유일한 팀이거든요. 딱 한 세트만 땄어요. 계속 지다보면 다시 만났을 때 기세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은 꼭 꺾어야 해요. 또,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울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와 다짐을 듣고 싶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LCK 뿐만 아니라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을 하는 게 올해의 목표예요.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는 거예요.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좋은 칭호가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제가 은퇴를 하더라도 '걔 참 잘했었지' 하면서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의 인터뷰라 잘 이야기를 한 건지 모르겠네요(웃음). 팬들께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스프링에서 3위까지 했으니, 섬머에서는 꼭 그 이상의 성적을 내도록 할게요. 저희 팀이 이기든 지든 팬미팅을 항상 하는데, 언제나 밝은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매경기 승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