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이 시간쯤이면, 2019년의 오버워치 리그를 대표하는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한다. 올해 오버워치 리그는 스테이지 결승전마다 최고의 경기가 이어져 왔기에 시즌을 대표하는 결승전인 그랜드 파이널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새벽 4시 경기임에도 스테이지1부터 3까지 결승전마다 "이 경기를 본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버워치 리그의 결승전은 수준 높은 경기의 연속이었다.

이번 결승전에 오른 밴쿠버 타이탄즈와 샌프란시스코 쇼크 간 대결은 특별하다. 탱커와 힐러로만 싸워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3-3 메타 시절에도 두 팀은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를 펼치곤 했다. 순식간에 상대의 단단한 방어 라인을 돌파하는 능력이 발군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딜러가 경기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만나게 됐다. 폭발적인 힘을 갖춘 두 팀의 충돌은 오버워치 리그의 또다른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는 만날 때마다 접전을 벌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테이지2 정규 시즌 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다른 팀을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주곤 했지만, 밴쿠버와 만났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 밴쿠버 역시 최고의 기록과 함께 시즌 1위, PO 승자 결승까지 걸어온 만큼 기세에서 물러섬이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눈에 띄는 성적과 함께 달려왔던 두 팀이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생각으로만 그려봤던 그 결승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탄탄대로 걸어온 밴쿠버
첫 리그 진출로 이뤄낼 모든 로얄로더 기록 앞둬


지난 오버워치 리그 시즌1을 비교해보면, 정규 시즌과 시즌 PO의 양상이 확연히 달랐다. 정규 시즌은 뉴욕 엑셀시어가 확실하게 1위 자리를 굳혔지만, 그랜드 파이널에서 시즌 중에 부진을 경험했던 런던 스핏파이어와 필라델피아 퓨전이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시즌 강자와 파이널의 강자가 나뉘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즌 시작부터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더니 시즌 PO 결승까지 초반 흐름을 이어온 두 팀이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밴쿠버는 스테이지1 우승 이후에도 꾸준히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지켰고, 시즌 PO마저 승자전을 거쳐 가장 먼저 결승에 도달한 팀이다. 리그에 첫 진출한 팀이 스테이지 로얄로더의 길을 걷더니 이제 그랜드 파이널까지 장악하려고 한다. 2위라는 숫자는 오버워치 APEX 시절(러너웨이 1기)에 털어버렸다는 듯이 완벽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메타가 변화하고 잠시 부진한 듯 보여도 결국 자신들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증명한 팀이기도 하다.

밴쿠버의 장점은 역시 피지컬이다. 특히, 난전을 이어가는 쟁탈전 맵에서 가장 빛난다. 쟁탈전에 나서는 밴쿠버는 이름만으로 언제나 강력했다. 다른 맵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밴쿠버가 장점을 제대로 발휘했다. 세트 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피지컬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가 결국 승리를 거두는 팀이다. 가장 최근 펼친 뉴욕 엑셀시어와 풀 세트 접전에서도 밴쿠버의 이런 저력이 잘 드러났기에 승자 결승에 가장 먼저 오를 수 있었다.

나아가, 밴쿠버는 영웅 폭 역시 막강하다. 많은 선수들이 메타 변화에 따라 주 영웅이 바뀌면서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 밴쿠버는 달랐다. 주 영웅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다시 그 메타에 적응하며 '범퍼'를 제외한 기존 주전 멤버들이 나오고 있다. 시즌 초반 3-3메타부터 딜러가 필수로 등장하는 2-2-2까지 섭렵하고 있기에 같은 선수로도 충분히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팀이 밴쿠버다.


팀 적인 성장! SF 쇼크
남다른 피드백? 패배는 승리의 밑거름


밴쿠버가 개인 기량이 눈에 띈다면, 샌프란시스코는 팀 합적인 부분에서 남다르다. 두 팀 모두 모든 능력치가 뛰어나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상대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힘은 팀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딜러 네 명이 맵마다 포진해 모두 출전하는 팀은 샌프란시스코 뿐일 정도로 팀원 활용부터 합까지 완벽한 팀이다. 선수 교체 기용에도 시즌 PO 최근 경기에서 4:0 승리를 이어왔기에 특정 로스터의 약점조차 찾기 힘들어 보인다. 나아가,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하는 팀임에도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게임 속도가 빠른 오버워치에서 이 정도 합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어떻게 완벽해질 수 있었을까. 이 팀은 탄탄대로를 걸었던 밴쿠버와 조금 다르다. 패배 후 철저한 피드백과 함께 완벽해진 팀이다. 스테이지1 결승에서 밴쿠버에게 패배한 뒤, 이어진 스테이지2 결승에서 복수전에 성공한 것부터 시작이다. 밴쿠버 역시 기존의 기세를 유지했지만, 성장한 샌프란시스코를 막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연계에 밴쿠버 개인 기량을 발휘할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라스칼' 김동준의 말에 따르면,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부터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할 정도로 결승 패배 후 팀 합으로 확실히 다져진 모습이었다.

시즌 PO에서도 애틀란타 레인전 패배 후 많은 것을 깨달은 듯했다. 첫 경기에서 상대 스타일에 맞춰갔다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사할 줄 아는 팀으로 또 변화했다. 연이은 4:0 스코어에서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하며 왔기에 지금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이미 패배를 경험했고, 그 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완벽해진 샌프란시스코의 행보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로스터 기용은 밴쿠버와 또 다른 모습이다. 밴쿠버는 최근까지 딜러인 '서민수-학살'이 정말 다양한 영웅을 소화해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맵과 영웅마다 특화된 선수들이 있다. 네 명의 딜러 '시나트라-스트라이커-아키텍트-라스칼'이 특정 맵과 영웅만 준비한다. 결승전에서 밴쿠버 역시 또다른 딜러 카드를 꺼낼 수 있지만, 스테이지3부터 모든 딜러를 기용했던 샌프란시스코와 경험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최근 경기를 돌아봤을 때, 샌프란시스코의 로스터 풀이 넓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샌프란시스코가 이런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왔고, 결승전에서도 다양한 딜러 스타일로 흔드는 일만 남았다.


시나트라 vs 학살
시즌 MVP-미국 대표 vs 신인왕-한국 대표 둠피스트


▲ 뉴욕전 최고의 선수 '시나트라' 둠피스트

물론, 두 팀이 다양한 카드와 넓은 영웅 폭을 자랑한다고 해도 정면 싸움을 피하는 팀은 아니다. 양 팀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딜러 싸움으로 승부가 갈린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 있는 둠피스트 대결에 두 팀 모두 자신감 넘치기 때문이다. 결승전에 나서는 두 팀의 둠피스트를 활용하는 파일럿마저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기에 '최고의 주먹' 자리를 두고 폭발적인 경기가 나올 예정이다.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시나트라'는 시즌 최고의 스탯을 자랑한다. 리그 입성전부터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로 유명했다. 그리고 시즌2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시나트라'는 둠피스트로 이렇게 과감하게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외줄타기'와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플레이를 줄곧 해냈다. '크러스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전까지 홀로 캐리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팀원들 잘 활용할 줄 안다"고 말했다. 자신의 슈퍼플레이를 팀적인 플레이에 녹여 한 층 더 발전한 것이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시나트라' 역시 압도적인 딜량과 처치 기록으로 팀에 보답하며 팀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이런 흐름은 시즌 PO까지 이어졌다. 뉴욕 엑셀시어와 시즌 PO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팽팽한 상황에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역시 '시나트라'의 둠피스트였다. 팀원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이제는 확실한 승리 카드로 자리 잡았다. 본인이 왜 시즌 MVP인지 자리야에 이어 둠피스트로 이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시즌 MVP '시나트라' 시즌 성적

공격(대미지) - 리그 순위 1위
처치 - 리그 순위 2위
죽음 - 리그 순위 10위


▲ 시즌 PO 승자전까지 '학살' 둠피스트

'시나트라'가 시즌 최고의 딜러 스탯을 자랑한다면, '학살'은 시즌 PO 둠피스트 최고의 스탯을 뽐냈다. 승자전 결승에 오르기까지 위와 같은 수치를 자랑하며 둠피스트 대결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대미지 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뛰어날 정도로 균형 잡힌 둠피스트의 능력치를 자랑한다.

특히, 난전에서 '학살' 둠피스트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리그 옵저버조차 인식하지 못한 곳에서 의외의 킬을 쏟아내는 선수다. 팀적으로 거점을 지키거나 화물이 멈출 법한 위기 상황에서 킬 로그에 '학살' 이름이 뜨면서 전세가 역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PO 내내 이런 장면이 이어지면서 패배할 법한 경기를 뒤집은 게 '학살'의 둠피스트였다. 겐지의 용검으로 국내에서 이름을 날렸다만, 이제 전 세계에 둠피스트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때다.

▲ '시나트라(52초)-학살(23초)' 둠피스트 '파멸의 일격' 장면(출처 : OWL 유튜브)

영상처럼 두 선수 모두 팀적인 합을 맞추는 플레이까지 완벽하다. 승부의 관건은 무리한 플레이가 될 수 있다. 공격에서 최고의 모습을 이어왔지만, 무리하게 들어가다가 허무하게 끊기는 장면이 두 선수 모두 나오곤 했다. 이미 공격력은 검증된 두 선수의 대결에서 누가 더 무리한 플레이를 줄이는 지가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시즌 최고의 딜러로 뽑히는 두 선수는 올 한해 중요한 곳에서 계속 만나고 있다. 스테이지1-2 결승부터 그랜드 파이널, 그리고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대표로도 이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즌 MVP와 신인왕의 대결로 누가 2019년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인지를 두고 대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무대는 확실한 기선 제압이 가능한 무대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두 딜러에게 이번 대결의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랜드 파이널 무대는 기존 무대들과 차원이 다르다. 작년 그랜드 파이널만 봐도 그 규모와 반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선수들의 슈퍼플레이 하나하나에 기세가 확연히 갈릴 수도 있다. 승리한 우승자는 올 한해의 우승자가 됐다는 기쁨을 누릴 것이고, 패배한 팀의 아쉬움은 더 클 것이다. 중요도나 규모부터 남다른 그랜드 파이널이란 무대에서 승리할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오버워치 리그 역사에 남을 두 번째 주인공이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 가려진다.

▲ 작년 그랜드 파이널 무대

2019 오버워치 리그 시즌2 그랜드 파이널

밴쿠버 타이탄즈 vs 샌프란시스코 쇼크 - 9월 30일 새벽 4시,필라델피아 웰스 파고 센터


이미지 출처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