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기파와 초샤이어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은 단어가 있다. 그렇다, 손오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이다. 이 드래곤볼은 애니매이션이나 게임 등 수 많은 콘텐츠로 상품화되고 소개되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콘텐츠화된 상태이다.



얼마 전 드래곤볼 온라인의 공식 홈페이지가 오픈되었다. 오래 전부터 제작중이라는 것만 알려져 왔고 올해 초 발표회가 개최된 이후 아무런 소식도 없다가 9월에 겨우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 등의 자료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이곳저곳의 게시판에서 게임으로 등장할 드래곤볼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영상을 보고 혹자는 원작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만화책과 같이 '퍽퍽퍽'하는 글자가 떠서 보기 나쁘다는 사람도 있는 등 이제 갓 클로즈베타 테스터 모집을 시작한 드래곤볼은 온라인게임계의 화제다. 물론 한국 뿐 아니라 원작이 나왔던 일본 외에도 드래곤볼 콘텐츠가 알려진 국가들에서도 최초의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된 드래곤볼 온라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게임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던 기자는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볼이라는 콘텐츠로 제작된 게임이 과연 몇 개나 될까?


기자가 처음으로 접해본 드래곤볼 게임은 패미컴 시절의 카드 배틀 RPG인 드래곤볼로 기억한다. 쉽지도 않은 일본어를 사전을 뒤적거리면서 원작 만화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엔딩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다양한 콘솔 기기를 통해서 드래곤볼은 게임으로 선보였고 이제는 손가락으로 세기는 불가능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드래곤볼 세계관의 시대 구분

드래곤볼 게임의 계보를 알아보기 이전에 우선 원작의 스토리에 따른 분류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크게 모험편/드래곤볼Z/드래곤볼GT/극장판의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의 기준의 일본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제목에 따라서 나뉜 것으로, 실제 게임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우선 모험편은 원작 코믹스 처음부터 23회 천하제일 무도회까지의 이야기를 포함한다. 즉 어린 손오공이 동료들을 만나고 모험을 하다가 성장해서 대마왕과 대마왕 주니어인 피콜로를 타도하고 어린 시절에 만났던 소녀와 결혼하는 부분까지로, 이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숫자는 적은 편이다.



드래곤볼Z는 본격적인 드래곤볼의 구도인 강적 등장-패배-수련-승리-강적 등장...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드래곤볼 세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즉 샤이언들이 지구에 도착하게 되면서 손오공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무대가 우주까지 넓어진다 또한 마지막에는 최강의 존재와의 전투로 모든 이야기가 끝난다. 실제 코믹스판에도 여기까지이며, 게임으로도 대전 액션의 비중이 90% 이상일 만큼 압도적으로 높다.




[ 모험편에서 손오공의 라이벌이었던 피콜로 ]


드래곤볼GT는 드래곤볼Z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모험편에 가깝게 전투의 비중을 줄였으나 드래곤볼의 이야기를 완전히 종료하게 되었다. 또한 극장판은 원작에서 밝혀지지 않았거나 원작 스토리 진행 중 중간에 벌어졌던 외전격인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여기에 출연한 캐릭터들이 게임에서도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드래곤볼 게임이 얼마나 많이 나왔을까

목록을 하나하나 늘어놓자면 수십 가지나 나오기 때문에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약 60여 개의 드래곤볼 게임이 나왔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수치다. 그것도 대부분의 드래곤볼 게임은 멀티 플랫폼이 아니라 단일 플랫폼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삼국무쌍 시리즈처럼 사골무쌍이란 별명이 붙지도 않는다. 하여간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게임이 나왔다.



충격적인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모든 드래곤볼 게임은 반다이남코(합병 전 반다이)에서 제작된 것이다. 반다이남코가 직접 제작하지 않은 드래곤볼 게임은 최초의 드래곤볼 게임인 드래곤볼 ~드래곤 대비경~과 아케이드용 드래곤볼Z,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드래곤볼 온라인 딱 3개뿐인 것이다. 즉 모든 드래곤볼 게임은 반다이남코의 독점 상품이라는 것.



그럼 이제 드래곤볼에 어떤 게임들이 있는지 플랫폼별로 살펴 보자. 워낙 게임들이 많으니 제목과 발매일 하나하나 나누기에는 분량상 너무 길고 보는 것도 지루하니 그냥 한 덩어리로 묶어서 흐름만으로 나눠 보았다.



[ 패미컴판 드래곤볼 게임 ]

콘솔판 드래곤볼 게임 중에서 가장 먼저 발매된 것은 1986년 EPOCH사에서 제작한 드래곤볼~드래곤 대비경~이라는 슈팅 게임이다. 드래곤볼 게임들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슈팅으로 제작된 것으로, 이후 드래곤볼 게임은 반다이에서 전담하게 되었다. 반다이에서 최초로 제작한 게임은 드래곤볼~용신의 의문~이라는 게임으로, 패미컴으로 제작된 액션 게임이다.


세 번재로 등장한 게임인 드래곤볼~대마왕부활~부터 기존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게임 방식이 등장하게 된다. 어드벤처에 카드 배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필드를 이동할 때는 SD화된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다가 적과 조우하면 가지고 있는 카드의 조합으로 숫자가 높은 쪽이 공격을 하는 등의 카드 배틀 시스템이 사용되었다.



[ 카드 배틀 시스템을 사용한 패미컴용 드래곤볼 ]


게임 방식은 직접 대전 액션이 아니라 카드에 따라 결과만 그래픽으로 표현해 주면 되었기 때문에 시스템의 부하를 줄일 수 있었고, 이후 발매된 패미컴용 드래곤볼 게임은 전부 이와 같은 형식으로 제작된다. 패미컴 외 휴대용 기기에서도 카드배틀 시스템을 채용한 드래곤볼 게임이 발매되었다.



[ 슈퍼패미컴 이후의 드래곤볼 대전액션 ]

1993년 패미컴에서 슈퍼패미컴으로 콘솔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후 발매된 최초의 드래곤볼은 대전액션인 드래곤볼Z~초무투전~(이하 초무투전)이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이 우주로 나간 이후부터 셀 게임 사이에 등장한 주요 등장인물들을 출현시킨 대전액션으로, 공중과 지상의 2개의 맵 분리와 필살기 사용시 전용 연출 및 약간의 캐릭터 보이스가 들어가서 본격적인 드래곤볼 대전액션의 원조가 되었다.


사실상 초무투전 이후에 발매된 드래곤볼 게임의 90% 이상은 대전액션이 된 것은 초무투전의 대전액션으로서의 높은 완성도와 판매량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PC엔진용으로 커맨드 입력식 대전액션도 드물게 나오긴 했으나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초무투전 발매 당시 스트리트파이터를 시작으로 대전액션 게임의 붐이 일어났던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드래곤볼 게임이 대전액션이 된 것이다.



[ 슈퍼패미컴용 드래곤볼Z 초무투전 3 ]


마지막 슈퍼패미컴용 드래곤볼Z~HYPER DIMENSION~은 슈퍼패미컴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부를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으며, 이후 차세대 콘솔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시작으로 현재 플레이스테이션3과 Xbox360 및 Wii 등으로 드래곤볼 대전 액션은 끝 없이 제작된다.



[ 휴대용 콘솔의 드래곤볼 ]

휴대용 콘솔로 발매된 드래곤볼 게임이라고 하면 올해 초 영화와 함께 공개되어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드래곤볼 에볼루션(DRAGONBALL EVOLUTION)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을 제외하고도 드래곤볼은 게임보이용 드래곤볼Z~오공비상전~을 시작으로 하여 가장 최신의 NDS용 드래곤볼 개~샤이어인 습격~까지 많은 게임들이 발매되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휴대용 기기의 특징상 거치용 콘솔들이 대전액션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휴대용 드래곤볼들은 어드벤처나 RPG 및 카드배틀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되었다. 그 덕분에 대전액션 위주의 드래곤볼 보다도 독특한 게임성으로 평가를 받은 게임들이 적지 않다.



[ 아케이드용 드래곤볼 ]

일본의 오락실인 아케이드 시장에도 드래곤볼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오락실용 게임이니만큼 당연히 대전액션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전은 대전이되 액션만 나온 것은 아니다. 카드 배틀 대전까지 나왔으니까.


최초에는 드래곤볼Z라는 이름의 초무투전의 시스템과 같은 대전액션이 반프레스토가 제작하여 발매했고 이후 몇 개의 게임들이 대전액션 방식을 채택하였으나, 당시 아케이드 시장을 주름잡았던 캡콤과 SNK의 게임들에 비해 조작감이나 밸런스 등의 문제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바로 드래곤볼 카드배틀 게임이다. 트레이딩 카드 배틀 시스템을 채택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이며, 2008년의 드래곤볼Z W폭렬IMPACT가 가장 최신 버전이다. 아케이드 시장의 드래곤볼 중 초반의 반프레스토는 사실상 반다이남코와 같으며 그 외에는 세가에서도 한 번 제작한 적이 있으나 반프레스토판과 마찬가지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왜 드래곤볼 게임은 대전액션일까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드래곤볼 게임이 전투와 대전액션이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원작 코믹스의 내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험편에서 손오공이 전투를 하는 것은 이벤트성에 가까웠으며 그 중에서 천하제일무도회라는 세계 대회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의 막이 오르게 된다.




[ 천하제일 무도회 이후 드래곤볼이 전투 위주로 흘러가게 된다 ]



모험편이 끝난 후 샤이어인들의 지구 침략과 함께 프리더/셀/부우와 같이 강력한 적이 등장하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수행을 거듭하는 손오공과 동료들로 인해 표현할 수 있는 전투능력은 측정할 수 없이 늘어나버려서, 속칭 파워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무한히 전투만 지속되던 것을 원작 코믹스에서 마인 부우편에서 마무리짓게 되었고, 다시 GT에서 모험 위주로 진행하여 드래곤볼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드래곤볼에 본격적인 '더욱 강력한 적과 상대한다'라는 구도는 많은 소년 대상 만화에 영향을 주었으며, 당시 캡콤과 SNK가 양분하던 2D 그래픽의 대전액션 시장의 활성화와 맞물려 슈퍼패미컴용 초무투전이 성공하게 된다. 또한 그 이후 다수의 가정 거치용 콘솔 기기 역시도 기본 전투 시스템은 초무투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초무투전은 드래곤볼 대전액션 게임의 교과서가 되었으며, 아직도 그 영향이 끊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드래곤볼 자체가 대전액션이 된 까닭에 대부분의 게이머들 역시 드래곤볼=대전액션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런 드래곤볼 세계관의 전투를 표현하기 위해 드래곤볼 온라인 역시 원작과 같은 전투 위주의 게임이 된 것이다.



드래곤볼 온라인이 가야할 길

기본적으로 전투가 핵심인 드래곤볼의 세계인 만큼, 그 전투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와 원작의 재현도 등 드래곤볼 온라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드래곤볼을 접한 세대를 생각해 보면 최근 리메이크가 시작된 드래곤볼 개로 처음 접한 10대층부터 시작해서 학창시절 잡지를 통해 접했던 3~40대까지, 매우 폭 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넓은 팬층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원작의 충실한 재현이 우선되어야 한다.




[ 드래곤볼 온라인의 원작 재현 미션인 타임 리프 퀘스트 ]


원작의 재현은 원작 코믹스판 스토리의 재현과 박진감 넘쳤던 전투의 재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원작의 미래를 다루면서 코믹스의 주요 시점을 타임머신을 통해 이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럴 경우 육성한 캐릭터와 과거의 원작 캐릭터간의 능력치 차이 및 스토리 전개에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전투면에서는 원작 코믹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애니메이션판에는 없던 '팍'이나 '퍽'과 같은 의성어를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보는 입장에 따라서 코믹스판을 즐겼던 사람은 반가울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콘솔판을 즐겼던 사람은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선택 또는 표현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점은 파워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원작 역시 강력한 적들의 연속 등장에 따라 캐릭터들의 전투력이 매우 높이 올라가서 쉽게 수습할 수 없었던 것들을 미루어 보면 게임 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레벨업 방식을 도입한 RPG일 경우 서비스 지속에 따라 최고 레벨인 능력치의 상한이 점차 높아져 가면서 원작 이상으로 파워 밸런스 조정 문제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제외하고도 1:1의 전투가 주를 이루었던 원작인 만큼 파티 플레이와 솔로 플레이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와 직업 및 종족에 따른 스킬의 구현 등 이제 막 1차 테스터 모집을 시작한 드래곤볼 온라인의 갈길은 멀고도 험하다.





드래곤볼 온라인이라는 도시락의 뚜껑은 이번 주말에 진행되는 1차 테스트에 열리기 때문에 테스트 시작 전에 아무리 말을 해 봐야 어디까지나 상상에 가까울 뿐이다. 그렇지만 CJ인터넷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1차 테스트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 매우 폭 넓은 팬층이 테스트 신청을 했다고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랜 제작 기간을 거쳐 2009년 가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게 될 드래곤볼 온라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츠인 드래곤볼이 최초로 온라인화되어 공개되는 만큼, 많은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드래곤볼 게임의 탄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