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철권의 6번째 작품이 발매됐다. 버츄어파이터 시리즈와 함께 3D 대전격투 게임의 최고봉이란 칭호를 받고 있는 철권은 2년 전 아케이드용으로 ‘철권6’가 출시되었고, 버그 수정 및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며 아케이드용 ‘철권6 BR’’로 업그레이드 출시된 바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아케이드 버전 이후 PS3, Xbox360용으로 출시될 때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셈이다. 그리고 그만큼 철권6의 발매를 기다려왔던 유저들도 많았다. 대전격투 게임을 좋아한다면 스트리트파이터4와 함께 2009년 반드시 구매해야 '필구' 타이틀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었다.


철권 시리즈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이번 철권6 출시에 따른 반응도 역시나 대단했다. 제작사인 반다이남코 게임즈는 출시 첫 주 만에 출하량 250만장을 넘겼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연이은 부진으로 올해 60억엔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반다이남코 입장에서는 철권6 판매량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지 않을까 싶다.


콘솔 게임의 불모지로 평가 받는 한국 시장에서도 철권6를 기다리는 팬들은 적지 않았다. 또한 지난 시리즈에 이어 한글화 출시가 결정되면서 대전격투 게임에 취미가 없던 유저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흥행 보증수표를 손에 쥐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그렇게 손에 받아 든 철권6. 정성스레 포장을 뜯고, 게임도 하나하나 뜯어본다.








■ 확실히 볼륨은 역대 최고, 철권만의 장점도 그대로 계승


지금까지 하나하나 추가된 캐릭터들이 집대성된 철권6의 캐릭터 선택창을 보는 순간 ‘뭐가 이렇게 많아?’란 말을 자연스럽게 뱉게 된다. 하긴 1994년 최초의 아케이드 버전 철권이 출시된 후, 벌써 15년이 지났으니..



[ ▲ 이 캐릭터들을 다 능숙하게 다루려면.. 끔찍한 시간이 필요하겠지.. ]



철권6는 아케이드 버전 ‘철권6 BR’의 모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고, 밸런스를 한 차례 더 조율한 최종 버전이라 말할 수 있다. 40여 캐릭터들의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진 않지만 나름 신경을 많이 쓴 버전이란 뜻.


거기에 실제 유저의 플레이 패턴을 담을 수 있는 고스트 대전을 통해 오프라인 모드에서도 플레이어와 싸우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 충분히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이전 시리즈의 포스모드를 잇는 스토리 모드 또한 매력적(?)이다. 철권6의 준비된 콘텐츠들을 모두 꺼내보고 싶다면 며칠 밤을 붙들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 ▲ 꾸미고 또 꾸미리라.. 코스튬 수집이 취미라면.. ]




철권 시리즈가 지켜온 대전격투 게임의 특징 역시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철권 시리즈는 참 독특한 것이 누구라도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 하나의 캐릭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학습이 필요한 '깊이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과장 하나 없이, 레버 흔들면서 네 개의 버튼을 무작정 연타해도 무엇인가 화려한(?) 콤보가 나간다. 어설픈 중수 정도는 처음 철권을 해본 우격다짐 플레이어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0단 콤보를 쓸 수 있다고 어깨에 힘주고 있다간 어? 어? 하는 사이에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캐릭터를 보며 자괴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각 캐릭터들의 공수 프레임 변화까지 파악하고 엄청나게 다양한 콤보들을 시기 적절하게 실수 없이 사용할 정도로 파고든다면, 철권6를 통해 대전격투 게임의 진정한 '수싸움의 매력'을 진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에 철권6에서 새롭게 추가된 '레이지 모드'라던가 '바운드 후의 추가 콤보 시스템'. 지형에 따른 '벽 콤보' 및 '바닥 붕괴'를 이용한 전술적인 변화들까지.. 철권6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 최다 캐릭터, 최다 스킬 수, 최다 코스튬, 최대 볼륨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닌 셈이다.



[ ▲ 벽에 몰아넣고 두들기는 철권6의 새로운 재미 ]





■ 어설픈 메인 콘텐츠, 시나리오 캠패인 스토리모드


철권6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스토리 모드이다. 스토리모드는 나름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대전격투의 1:1 대전 시스템이 아니라 철권6의 캐릭터를 사용해 '3D 액션RPG'와 유사하게 재구성한 콘텐츠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라스’를 플레이하며 철권6의 스토리를 진행하게 된다. 스테이지 개념의 각각의 미션들을 클리어하며 레벨업을 하고, 아이템을 얻으며, 각각의 시나리오 이벤트에 따른 동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문제는 조작감이나 그래픽이 1:1 대전보다 훨씬 저급한 수준이고, 적들의 인공지능도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처음엔 그럭저럭 할만 했지만 몇 스테이지만 진행해보면 더 이상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버린다. 단지 동영상을 보기 위한 의무감, 코스튬 파츠를 모으는 수단, 다른 캐릭터들의 엔딩을 보기위한 과정으로 할 수 없이 진행했다고나 할까..


초기 발표에는 이 스토리 모드를 온라인 협력(Co-op) 플레이로 준비할 계획이라 했지만 현재는 솔로 플레이만 가능하다. 사실 코옵이 된다고 해도 아쉬운 조작감, 인공지능 덕분에 그렇게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 ▲ 철권 6의 오리지날 시나리오 모드의 플레이 시간만 따지면 약 3-4시간 분량 ]








■ 좀 더 개선이 되었다면.. 아쉬운 로딩


이젠 너무나 당연하게도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받으면 '하드 인스톨'을 찾게 된다. 게임 용량이 수GB를 넘나들면서 조금이라도 로딩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몸에 밴 습관이다. 특히나 대전격투류 게임들은 대체로 그래픽이 뛰어난 편이고, 사용된 텍스쳐의 몸집도 비대하다. 매 스테이지마다 로딩을 견디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하드 인스톨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철권6 또한 하드 인스톨을 지원하며, 인스톨 여부에 따라 로딩 속도에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준다. 문제는 하드 인스톨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로딩이 거슬린다는 점이다. 로딩은 개인적인 체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수시로 4-5초간의 로딩 화면을 봐야 한다는 점은 게임의 맥을 끊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선택창으로의 전환, 스테이지 진입, 스토리 모드 각 세션간의 이동, 이벤트 영상, 코스튬 상점 등등 철권6에서는 게임 메뉴를 오갈 때마다 로딩 화면을 수시로 보게 된다. 다른 대전격투 게임들과 비교해 로딩 체감 시간이 길고, 심지어 철권 시리즈의 이전 버전들 보다도 로딩 화면을 자주 봐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Xbox360 버전보다 PS3 버전이 더 긴 로딩 시간을 보여준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 ▲ 이 지겨운 화면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





■ 철권6 = 렉권6 ?? 온라인 모드의 빠른 패치가 절실하다.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스토리모드의 부실함이나 로딩 빈도수 및 로딩 시간 문제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온라인 모드의 말도 안되는 '렉'이다.


가장 좋은 연결 상태를 말해주는 녹색 핑에서도 콤보가 한 템포씩은 늘어진다. 쾌적한 한국 유저들과의 대결에서도 수 프레임이 밀리는 것이 체감으로 느껴지는데, 해외 유저들과의 대결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순간적인 반응이 중요한 대전 격투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온라인 모드의 랭킹 매치는 '핑 설정' 자체도 불가능하다. 과장 조금 보태면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고 죽어라 버튼만 누르는 수밖에 없다고 할까.


게임 성격은 다르지만 올해 발매된 '스트리트파이터4'의 경우, 쾌적한 온라인 모드로 수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쾌적한 온라인 모드 뿐 아니라 싱글 플레이 중 온라인 플레이어의 난입과 같은 신선한 시스템까지 경험해 봤던 유저라면 현재 철권6의 온라인 모드에 경악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 ▲ 철권6가 렉권으로 불리게 만든 엄청난(?) 온라인 모드 ]




[ ▲ 온라인 모드의 컨트롤? 그런 거 없다. 버튼이 부서져라 두들길 뿐.. ]




'동경게임쇼2009'에서 철권 6의 하라다 카츠히로 디렉터가 했던 말이 있다. '철권6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많이 발전했고, 전작인 철권5 DR 온라인보다 쾌적한 대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대로 속았다.


개발사인 반다이 남코 게임즈는 온라인 모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패치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서버 문제와 관련해 약간의 조정이 있었고 발매 직후에 비해서는 약간의 개선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렉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격적인 패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오프라인 모드만으로 충분하다면 '필구' 타이틀, 아니라면 좀 더 기다려보는 것이..


소개하다보니 단점들을 조금 자세하게 지적한 것 같지만, 사실 온라인 모드 문제점만 빼놓고 이야기한다면 철권6 정도의 대전 격투 타이틀은 좀 처럼 보기 힘든 수작이다. 케이블TV를 통해 '철권6 리그'도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대전 플레이 자체는 보는 재미까지도 쏠쏠하다는 뜻이 아닐까.


장담하는데, 회사 등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라면 철권6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게임이 될 것이다. 인벤에서도 철권6가 설치된 뒤로 점심 시간, 퇴근 시간만 되면 줄 서가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문제는 혼자서 철권6를 즐기려 하는 경우인데, 각종 트로피 수집, 코스튬 수집, 전 캐릭터 콤보 연습 정도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온라인 패치를 기다려볼 것을 추천한다. 벌써 철권6를 구매한 사람들은? 뭐 어쩌겠나. 반다이남코가 제발 빨리 패치해주길 기도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