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MS의 차세대 콘솔 Xbox Series X/S(이하 XSX, XSS)가 인벤에 도착했다. 지난 언박싱에서 언급한 것처럼 XSX, XSS는 컴팩트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흔히들 '단순한 게 곧 최고(Simple is Best)'라고 하지 않던가. 군더더기 없다고 할까. 직선으로 이뤄진 디자인은 거실 TV 옆에 두든 컴퓨터 옆에 두든 어색하지 않고 잘 녹아든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컨트롤러 역시 마찬가지다. 새롭지만 익숙하다. 오늘날 컨트롤러의 완성형이라고 불리는 것답게 전체적인 외형은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했다. 외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인 건 아니다. 먼저 사이즈가 약간 작아졌으며, 무게 배분도 새롭게 해 그립감이 더 좋아졌다.

트리거와 십자키 부분에도 자잘한 변화가 생겼다. 매끄러운 재질이었던 트리거는 돌기가 난 재질로 바뀌어 미끄러지지 않게 됐고 십자키는 대각선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실제로도 단순히 대각선도 입력할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쉽게 입력되어 쾌적한 플레이 경험을 보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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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과 소음

XSX와 XSS는 작지만 그렇다고 성능마저 낮은 건 아니다. Xbox One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은 듯 역대 Xbox 패밀리 중 가장 작지만, 최상급의 성능으로 무장했다. 보통 이러면 한가지 문제가 생긴다. 발열과 그에 따른 소음이다. XSX와 XSS를 보자마자 든 생각 역시 이거였다. 이렇게 작아서 과연 제대로 발열을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발열 잡는다 쳐도 소음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XSX, XSS는 발열과 소음 모두 완벽하게 해결했다.

XSX는 단순히 성능이 좋은 쿨러, 히트싱크를 쓰기에 앞서 내부 설계부터 뜯어고쳤다. 메인보드를 2개로 분리했고 CPU와 GPU, 그리고 메모리를 나눠서 배치해 열이 골고루 발산되도록 했다. 여기에 수직 공기 흐름 시스템을 채용해 효과적으로 열을 빠져나가도록 했으며, 끝으로 Xbox One X에 쓰인 증기 챔버를 히트 싱크로 채용해 저소음 팬으로도 발열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테스트 환경의 기본 소음은 38dB, 온도는 25도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XSX는 기본 상태(대시보드)에서 40.3dB, 30도였는데, 약 1시간가량 '헤일로5', '파이널 판타지15', '기어스5', '배트맨 아캄나이트'를 플레이했을 때 40.2dB, 53도로 올랐다. 측정오차를 감안하면 소음은 변하지 않은 셈으로, 저소음 팬으로도 훌륭하게 발열을 해결한 모습이다.

▲ (기본 상태) 바짝 붙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

▲ (1시간 후) 뛰어난 내부 설계로 소음과 발열 모두 해결했다

걱정스러웠던 XSS 역시 만족스러운 수치를 보여줬다. 성능은 XSX의 1/3 정도였지만, 그만큼 사이즈도 작다. XSX가 자랑하는 수직 공기 흐름 시스템도 아니었기에 소음과 발열이 어느 정도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XSS마저도 소음과 발열을 훌륭하게 잡았다. 기본 상태에서 37.8dB, 30.4도였는데 XSX와 마찬가지로 여러 타이틀을 1시간가량 플레이했을 때 44.3dB, 44도를 기록. 작은 만큼,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팬 속도가 좀 더 올라서 소음이 약간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정숙했다.

▲ (기본 상태) XSX와 비교하면 좀 더 조용한 편

▲ (1시간 후) 팬 속도는 좀 올랐지만,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공정 개선 모델이 나오기 전, 이른바 초기 모델 콘솔들이 늘상 발열과 소음 문제를 겪어왔던 걸 생각하면 감개무량할 정도다.


로딩 속도 및 빠른 재개(Quick Resume)

XSX와 XSS 모두 독자 규격의 NVMe SSD로 무장했다. 기본적으로 2.4GB/s, 압축시 4.8GB/s의 I/O 속도를 자랑하며, XSX는 1테라(실사용 802GB), XSS는 512GB(실사용 364GB)로 용량 차이를 제외하면 동일하다. 같은 SSD를 쓰기 때문에 게임별 로딩 속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XSX를 기준으로 '파이널 판타지15' 16.1초, '기어스5' 7.4초, '헤일로5' 8.4초(배치시간 5초 포함), '둠 이터널' 5.5초, 끝으로 '아우터월드'가 5.5초 걸렸고 XSS는 각각 15.8초, 8.9초, 9.4초, 6.4초, 5.5초 걸렸다. '파이널 판타지15'는 XSS가 0.3초가량 빨랐으나 측정오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고 그 외에는 메모리 대역폭 등 기타 하드웨어 성능 차이로 인해 약간의 로딩 속도 차이가 발생하긴 했으나 이 역시 체감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 MS는 비장의 무기로 빠른 재개(Quick Resume)을 준비했다. 로딩 속도가 많이 개선됐다지만 그럼에도 여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있어서 게임을 저장하고 다른 게임을 하는 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XSX와 XSS에선 이런 번거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하던 게임이 질렸다면 따로 저장할 필요 없이 그냥 다른 게임을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XSX와 XSS는 진행 상황을 SSD에 압축해 저장한다. 다른 게임을 하다가 원래 하던 게임을 하면 그 순간 바로 게임을 불러와 이전에 하던 부분부터 다시 할 수 있다.

더욱이 전원을 종료해도 진행 상황은 유지된다. 일일이 콘솔을 끄고 다니는 게이머도 세이브에 연연할 필요 없는 셈이다. 심지어는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된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순간인 정전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다만, 현재 프리뷰 버전에서는 완벽하지 않았다. 먼저 생각한 것처럼 빠르게 전환되진 않았다. 보통 게임별로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빠른 재개로 저장할 수 있는 개수에 한계가 있었다. 4~5개까지는 빠른 재개로 저장할 수 있었으나 6개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가장 마지막에 저장한 게임은 자동으로 종료되는 걸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한 번에 4~5개 이상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큰 단점은 아니었으나 알람 등으로 경고하는 등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더해 앞서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빠른 재개로 저장된다고 했으나 이 역시 아직은 불완전하다. 기본적으로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대부분의 게임은 문제없이 저장됐다. 그러나 전원 종료 전 마지막으로 한 게임은 전원 플러그를 뽑으면 재부팅시 저장되지 않고 강제 종료된 걸 볼 수 있었다. 자리를 옮기든 정전 등의 외부 요인으로 전원이 차단되든 일반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플레이한 게임을 이어 하는 만큼, 해결이 필요해 보였다.




대시보드 및 스토어


대시보드는 기존의 UI, UX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깔끔하고 직관적이며, Xbox One이 있는 게이머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다. 큰 변화는 없지만, 스토어는 한층 쾌적하게 변했다. 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Xbox One에서는 스토어에 접속하고 페이지를 넘기는데 약간의 버벅임이 있었다. 그러나 XSX, XSS는 이러한 버벅임이 사라졌다. 스토어 접속 속도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상품 페이지 이동 속도 역시 빠르다. 스토어에서 발생하는 버벅임으로 인해 스토어에 접속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걸 감안하면 작지만 큰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XSX, XSS 게임별 차이

기본적으로 XSX와 XSS는 동세대 콘솔인 만큼, XSX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게임은 당연히 XSS로도 구동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콘솔의 성능 차는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능의 척도로 쓰이는 GPU 연산 성능은 XSX가 12테라플롭스인데 반해, XSS는 4테라플롭스밖에 되지 않는다. 1/3밖에 되지 않으며, 이외에도 CPU 클럭, 총 메모리 용량, 메모리 속도 역시 전체적으로 XSX보다 낮다.

당연히 게임별로 퀄리티에도 큰 차이가 있다. 둘 다 AMD RDNA2 기반 GPU이기에 하드웨어 가속 다이렉트X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지만, 기본적으로 XSX는 최대 4K(3840x2160) 120프레임을 목표로 설계된 콘솔이다. 반면, XSS는 최대 1440p(2560x1440) 120프레임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해상도를 비롯해 텍스쳐, 그림자, 광원 등 일일이 비교할 것까지 없을 정도다.

실제로 XSX와 XSS로 각각 플레이해 본 '기어스5'와 '파이널 판타지15'를 통해 대략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이널 판타지15'만 해도 해상도를 비롯해 광원, 그림자 효과, 텍스쳐, DOF 등 여러 부분에서 XSX가 확연히 좋았다.

퍼스트 파티 타이틀인 '기어스5'는 '파이널 판타지15'보다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기본적으로 XSX용으로 울트라 HD 텍스쳐 팩을 비롯해 새로운 그래픽 옵션이 추가됐다. 여기에 텍스쳐가 더욱 정교해진 건 물론이고 새롭게 추가된 광원 효과로 인해 PC 울트라 옵션보다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했다.

※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좌측부터 XSX / XSS)


▲ '파이널 판타지15', '위쳐3'는 해상도와 광원이 약간 개선되는 정도였지만

▲ XSX로 구동한 '기어스5'는 PC 울트라 옵션에 가까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XSX / PC / XSX)


Xbox Series X/S 총평


작다 조용하다 강력하다. XSX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문장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콘솔은 엔터테인먼트용으로도 쓰이지만, 근본은 게임기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XSX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췄다. 동세대 최고 성능일 뿐 아니라 Xbox부터 Xbox One X까지 3세대를 아우르는 게임 호환성을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빠른 재개는 콘솔 플레이 경험을 바꿀 신기술로까지 점쳐지고 있으며, 게임패스 지원 타이틀을 퍼스트 파티로까지 확대하고 최근에는 베데스다를 인수하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베데스다의 신작들이 XSX, XSS 독점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이번 인수로 인해 MS의 약점으로 꼽히던 AAA급 타이틀 수급 문제도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XSX와 XSS를 보노라면 MS가 여러모로 절치부심했다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 코어 게이머 입장에서 보자면 XSS의 낮은 성능이 다소 아쉬워 보일 수 있으나 아직도 4K 디스플레이 보급률이 낮다는 점과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이트 게이머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콘솔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Xbox One이 지난 콘솔 대전 당시, 여러 실책으로 초반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걸 생각하면 우습게 넘길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강력한 하드웨어와 신기능들, 그리고 게임패스라는 서비스로 무장한 XSX, XSS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과연 차세대 콘솔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오는 11월 10일 XSX, XSS가 마침내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