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시각, 그 이상에서 다가오는 청각의 공포
모 기자가 그랬었다. 공포게임 그거 도대체 왜 하는 거냐고. 그건 공포게임의 참맛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공포라는 건 사람의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특히나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한다면, 그 짜릿함은 배가 된다.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그런 '숨바꼭질', 나를 찾아다니는 살인마를 피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를 정말 잘 살려냈다. 심장 떨어지는 쫄깃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달까. 횡 스크롤 화면임에도 사운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는 공포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사실 시작 전에는 그래 봤자 횡 스크롤 게임인데 뭐 별거 있겠어, 나와봐야 양옆에서 튀어나오는 게 전부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해본 지금은 안다. 그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62129249.jpg)
게임명: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 | 개발 : 데베스프레소 게임즈 |
---|
시각 그 이상의 공포, 청각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03887245.jpg)
개인적으로 공포게임이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요소 중 공포게임을 가장 '공포스럽게' 만들어 주는 건 다름 아닌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팔다리의 솜털을 바짝 서게 하고, 마른 침을 삼키게 하며, 나도 모르게 온몸을 쪼그리며 게임을 하게 하는 건 바로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다.
공포 영화만 하더라도 솔직히 사운드 다 꺼놓고 보면, 그냥 편안하게 볼 수 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착용하고 공포 영화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잡아 던진 적, 분명 한 번쯤은 있을 테다. 여튼 그 정도로 공포라는 감정을 극한까지 이끌어내는 데는 '청각'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013473565293.gif)
그런 면에서 더 코마 2는 사운드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복도를 또각또각 울리며 다가오는 킬러의 발소리란, 들어보지 못한 자는 그 공포를 절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그 또각거리는 소리가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조용한 복도에서 내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리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을 꽉 깨물게 된다.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 너머, 즉 상상의 공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시각이 제한된 상황에서 청각을 통해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횡 스크롤의 단점이자 한계로 작용하는 이동의 단순화라는 부분을 오히려 사운드를 통해 공포를 강화하는 요소로 승화시켜버린 것이다.
쫓기고 있다는 긴장감,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긴장감 등을 모두 그 어느 것도 아닌 사운드 하나만으로 해결해버렸다.
또한 적이 나를 발견하는 순간, 즉 청각에서만 존재하던 공포가 시각적으로도 확인되는 그 순간 역시 사운드를 활용해 강렬한 효과를 줬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급박한 배경음악은 미친듯이 달려오는 검은 인영과 어우러져 정말 나도 모르게 으악하는 비명을 내지르게 만든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44953310.jpg)
더빙, 성우의 목소리 역시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중요한 컷씬마다 풀보이스를 입히면서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러한 장점은 컷씬과 게임 화면, 그리고 캐릭터의 대화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한창 집중해서 진행하던 도중 등장하는 캐릭터의 목소리로 아 이건 이벤트 장면이구나, 하지만 게임 화면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바로 조작이 이어지겠구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다 떠나서 공격자의 비명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정말 '으'다.
고정된 시점에서 오는 공포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015452916450.gif)
연출적인 측면이 정말 뛰어나다. 횡 스크롤이라는 고정된 시점을 활용해 그 어떤 공포게임보다 더 공포스러운 게임을 만들어냈다.
화면상 보이는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소가 '갑툭튀', 즉 시야 밖에서 휙 하고 나타나는 편이다. 사이드뷰가 아닌 공포물들도 다 그런 식이니 그게 뭐가 독특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점을 360도 돌려가며 이곳저곳을 볼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이동 방향이 자유로운 게임의 경우에는 어디서 뭔가가 툭 튀어나오더라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아니 쉽지 않더라도 여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횡 스크롤은? 심지어 이 게임은 오로지 캐릭터가 가운데에 위치한 상태에서 보여지는 만큼만이 시야로 주어진다. 즉, 갑자기 발소리와 함께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뛰쳐나오는 그것들을 피할 방법이 아주 제한되는 것이다. 회피하거나, 미친 듯이 반대편으로 달려가 숨거나, 그 두 가지를 제외하면 그 공포스러운 것들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없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84838458.jpg)
심지어 시야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쥐고 있는 라이터의 불빛으로 한 단계 더 제한된다. 불빛은 충분히 주변을 확인할 정도로 밝지만, 딱 캐릭터 근처 범위만을 동그랗게 밝혀준다. 시야의 제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라이터 불빛을 끄는 것 역시 가능하며, 이럴 경우 게임 화면을 확인하기가 매우 힘들지만 대신 적에게 들킬 위험성은 줄어든다.
숨바꼭질, 런 앤 하이드, 정말 이러한 용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 게 확실한데, 시야의 제한으로 언제 어디서 휙 하고 나타날지 확인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숨을 곳을 확인하고, 잔뜩 움츠러든 채로 긴장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스토리도, 그래픽도, 모두 합격점 그 이상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23885457.jpg)
공포게임임에도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추리 측면도 괜찮은 편이다. 단순히 메인 요소인 공포에 모든 것을 다 걸고 가지 않는다. 세계관이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며, 플레이어에게 왜 내가 여기서 이런 전개를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큰 틀이 확실하다.
배경 역시 하나를 반복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경찰서, 시장, 지하철 역, 병원 등 매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각 배경이 하나의 스테이지가 되며, 지하통로부터 중간중간 무너져 내린 지름길 등 숨겨진 장소를 꽤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60109598.jpg)
다만 추리 요소가 강하다는 건, 힌트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공포게임임에도 온 맵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녀야 페널티 없이 제대로 된 루트를 통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페널티가 최대 체력 수치 감소라는 어마어마한 것이기에 맵 훑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문제는 가장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페널티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편. 또한 스테이지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벤트 아이템을 얻기 위해 한 번 지나쳐온 곳을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공포를 강제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라리 페널티를 강제하지 않고, 그냥 추가적인 도전 목표 정도로 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013470626296.gif)
그래픽은 마치 웹툰을 보는 듯 깔끔하다. 대화문도 캐릭터의 상체 일러스트와 함께 나타나며, 컷신 연출도 딱 컷마다 이미지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굳이 영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컷신이 나오면 잠깐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솔직히 만화풍의 그림체라 게임 소개를 볼 땐 에이 이게 뭐가 무섭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또' 가졌었는데, 이 역시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깔끔하지만 진한 그림체의 그래픽이기에 분위기와 맞물려 아주 무섭고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게임을 할 때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친구가 적이 등장할 때마다 같이 깜짝깜짝 놀라던 것만 봐도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37182762.jpg)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시리즈 작품이기에 전작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작을 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나 역시 전작은 소문만 들었을 뿐, 시리즈 입문은 이번 더 코마 2로 했다. 몰라도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지만 전작을 플레이할 경우 이어지는 스토리, 세계관, 심지어 등장인물들도 비슷하기 때문에 훨씬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75418176.jpg)
뭐랄까, 공포게임이라는 장르를 정말 부족함 없이 잘 연출해낸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빛, 사운드, 일러스트, 여기에 '갑툭튀'까지, 뭐 하나 아쉬운 점 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왜 그렇지 않나, 공포게임이라는 건 극한으로 치달은 감정을 밀어내며 '해결'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게 가장 메인이 되는 장르다. 문을 열기 위해, 탈출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등등 그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귀신이, 좀비가, 크리쳐가 우글우글한 곳을 헤쳐나가는 게 바로 공포게임이다.
더 코마 2는 그런 시점에서 봤을 때 실사 그래픽의 3D 공포게임들에 비해서도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볼륨이 큰 사실적인 공포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제한된 공포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국내 인디 개발사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데에 엄청난 박수를 보내고 싶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1/03/25/news/i13919215982.jpg)
장점 + 시야 그 이상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 효과 + 어두운 화면 속 쫓길 때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UI + 다양한 한국식 배경과 그 특징을 살린 독특한 분위기 + 횡 스크롤의 시야적 한계를 완벽하게 이용한 연출 | 단점 - 페널티로 인해 반 강제되는 파밍 요소 - 확실히 알아차리기 힘든 두루뭉술한 힌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