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에게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은 참 쉽지 않은 시즌이었습니다. 다수의 베테랑으로 로스터를 구성했음에도 운영과 후반 집중력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며 정규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최종 9위에 그쳤죠. 이는 팀의 역대 성적 중 가장 낮은 순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스프링 스플릿이 종료되고 한 달이 조금 넘게 흐른 5월의 어느 날, 아프리카 프릭스의 정글러 '드레드' 이진혁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스프링 스플릿의 소회를 물어봤고, '드레드' 선수는 "심란하고, 우울했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기억을 잃었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요.

이후에도 '드레드' 선수는 굉장히 솔직하고 가감없는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그게 긍정적인 질문이든, 부정적인 질문이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죠. 서머 스플릿을 향한 당찬 각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드레드' 선수가 전하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봄, 그리고 여름', 그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다른 팀들도 다 똑같을텐데, 스크림 하고 솔로 랭크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Q.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스프링 스플릿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스프링 스플릿을 9위라는 성적으로 마치고는 되게 심란하고 우울했죠. 그래도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까 서머 때 잘하자 다짐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스프링 때의 기억을 잃으려고요.


Q. 아무래도 패배가 많았다보니 시즌 동안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음, 분위기가 막 그렇게 안 좋지는 않았거든요. 안 좋지는 않았는데, 막상 좋았다고 얘기도 못 하겠고... 좀 안 좋은 편에 속했던 것 같아요. 감독, 코치님들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신경을 많이 써주시기도 했어요.


Q. 사실 밖에서 보면 소통이 잘 안 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실제로는 어땠나요?

실제로 소통이 안 된 부분도 있었고, 필요한 말들을 제각각 다 소화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소통의 부재가 조금 있었어요. 그리고, 운영적으로도 좀 부족한 면도 있었던 것 같고요. 아무래도 연패를 하다보니까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 같아요.


Q. '마의 25분'이라는 징크스도 생겼죠.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네, 알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죠. 뭐든지 급하게 하면 될 것도 안 되잖아요. 연패를 하다보니까 시간이 지나면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마 그래서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온 게 아닐까 해요. 조급해져서요.



Q. 그래도 시즌 중반부터는 '드레드' 선수의 개인 기량이 많이 올라온 모습이었어요.

저희 팀이 연습 방향도 그렇고, 저를 중심으로 하는 플레이스타일을 많이 활용했어요. 그래서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기량이 조금 올라온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아직은 고쳐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Q. '리라' 코치님이 전담 코칭을 해주셨다고 알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됐나요?

그쵸. 정글을 잘 아시는 분이 '리라' 코치님 밖에 없어서 저한테 1대 1로 많이 알려주셨어요. 제가 스프링 초반에 많이 해매고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좀 많은 도움이 됐어요. 동선이나 이런 쪽에서도 많이 도움이 됐고요. 선택의 순간에서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했고, 그게 생각보다 잘 풀려서 큰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Q. '드레드' 선수하면 갱킹에 굉장히 강한 정글러라는 느낌이 강해요. 시즌 초반에는 성장형 정글이 강세였는데, 개인적으로 어떠셨나요?

저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파밍형 챔피언으로 성장을 잘하면서 갱킹각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Q. 이젠 라인 개입이 중요해지는 메타로 바뀌는 추세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정글러 입장에서는 뭐 라이너가 잘해주면 베스트죠. 이런 메타가 되면 생각해야 할 것도 더 많아지고, 정글러의 역할이 더 커지잖아요. 제가 더 돋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Q. '카인' 감독님이 새롭게 합류하셨습니다. 감독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에 제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얼굴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어요. 약간 동네 형?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는데, 새로운 감독님이라는 거예요. 첫 인상은 그랬어요. 동네 형 같다. 감독님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 걸 잘하시는 것 같아요. 같은 마음으로 뭉치게 하는 거요.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인게임적으로도요.



Q. 감독님이 팀에 와서 가장 먼저 주문한 게 있다면요?

일단 무엇을 하더라도 하나로 통일 하는 것. 다같이 함께하는 것. 다섯 명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 그걸 가장 강조하셨어요.


Q. 2군을 지도하고 있던 '스피릿' 이다윤 코치님도 합류한다고 들었어요.

저랑 다윤이 형이랑 성향이 좀 다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다윤이 형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제 자아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맞추려고 하고 있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Q. 정글 출신 코치가 많다는 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정글러가 많다보니까 제가 탱커가 될 수밖에 없고요(웃음). 다같은 자리에서 피드백을 하고 나서 따로 녹화 프로그램 같은 거 보면서 1대 1로 피드백을 많이 해주시죠.


Q. '레오' 한겨레 선수와는 어때요?

겨레 귀여워요. 저랑 동갑인데, 좋죠. 동갑 친구가 생겼다는 게. 겨레와 가장 친한 건 아마 '리헨즈' 손시우 형일 거예요. 둘이 같은 방을 쓰거든요.


Q. 전반적으로 연습은 잘 되고 있나요?

잘하고 있어요. 스프링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여유도 조금 생겼고요.



Q. 팀에서 진행한 일문일답을 재미있게 봤어요. 가보고 싶은 라인으로 탑을 뽑으셨더라고요.

탑은 일단 미드 라인보다 정글 개입력이 낮아요. 또, 봇은 2대 2 잖아요. 서로 감정이 상한단 말이에요. 2대 2로 맞춰서 하려고 하면 피곤하거든요. 탑은 1대 1로 치고 받고 싸우니까 되게 재밌어요. 또, 탑 챔피언이 재미있는 게 많아요. 솔로 랭크에서 탑을 종종 가는데, 요즘은 녹턴, 아칼리, 리신, 사일러스, 루시안 이런 챔피언 쓰는 것 같아요.


Q. 유독 재미있는 챔피언을 골라 하시는 것 같은데요. 탱커는 선호하지 않으시나요?

탱커는 사이온 정도? 탱커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플라이' 송용준이 형이 사이온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은 좀 이상하게 맞는 걸 좋아하나 싶었는데, 또 사이온이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라인전 할 때 뭔가 타격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Q 스킬을 맞췄을 때 상대가 붕 떠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요(웃음).


Q. 그러고 보면 아프리카 프릭스가 탑-정글 구도에서 초반에 유효타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많았어요. '드레드' 선수의 높은 탑 이해도 덕분일까요.

아무래도 서로 보는 각이 잘 맞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콜을 누가 주로 한다, 그런 건 없어요. 그때 그때 상황을 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Q. 탑의 리쉬를 강조하기도 하셨어요. 평소에 '기인' 김기인 선수가 리쉬를 잘 안해주시나봐요.

기인 형은 리쉬 해야 한다고 하면 치를 떨어요(웃음). 농담도 섞여 있는데, 기인 형은 탑 상성이 지는 상성이면 리쉬를 해줘요. 이기는 상성이면 리쉬에 따라 그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저도 이해는 해요.


Q. 섬머 스플릿, 목표는 어느 정도로 잡고 계신가요?

저는 적어도 3, 4위는 하고 싶어요. 롤드컵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Q. 아무래도 아직 가보지 못한 국제전에 대한 갈증이 클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라면 국제 대회는 당연히 가고 싶죠. 만약에 제가 국제 대회에 가게 된다면 저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즐기고 싶어요. 근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부담감이 좀 있지 않을까요? 이 스킬샷 하나에 막 1,000만원, 1억 이렇게 달려 있으니까(웃음). 아무튼 너무 가고 싶어요.


Q. 코로나19 여파로 꽤 오래 팬분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한말씀 전해주세요.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서 경기장에서 팬분들 환호를 들으면서 게임을 하고 싶어요. 그때가 진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 환호를 받으면 정말 짜릿하잖아요. 팬분들의 환호성이 그리워요.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