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직 진솔 대표

  • 주제: MIDI 기반 게임 음악의 클래식 오케스트라 실연 방법
  • 강연자 : 진솔 - 플래직 / FLASIC
  • 발표분야 : 비주얼아트&사운드
  • 권장 대상 : 음악 콘텐츠를 사업화하고자 하는 사운드팀, 사업팀 등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본 발표에서는 MIDI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 음악을 클래식 악기, 나아가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실제 공연의 형태로 구현하기까지의 작업 과정과 현장 경험 등에 대한 기초적, 개괄적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게임 음악 공연, 특히 오케스트라는 다소 낯선 개념이었다.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게이머들도 게임 음악으로 공연한다는 개념에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게임 오케스트라는 점차 확장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올해 4월 2일과 3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직접 기획한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NDC에서 강연을 맡은 진솔 대표는 WoW,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음악을 오케스트라로 공연한 아이머게이머까지 다양한 게임 오케스트라 공연에 지휘자로 참여해왔다. 처음부터 오케스트라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 음악을 어떻게 오케스트라에 맞춰 녹여낼 수 있을까? 진솔 지휘자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 게임 오케스트라 공연 전에 알아야 할 상식- 미디 음악과 실제 음악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진솔 대표는 지난 2017년 2월, 게임 음악 플랫폼 회사인 플래직을 설립했다. 게임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플랫폼 회사를 세운 이유는 간단했다. 게임 오케스트라라는 작업은 지휘자와 연주자 그리고 고객사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방대한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래직은 아티스트, 작곡가, 편곡가,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기획 연출 및 음원 녹음 제작까지 다방면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회사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수월하지 않은 지금은 온라인 콘서트 및 녹화 영상 송출, 라이브 송출이 가능한 인력과의 협력망도 구축했다.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는 2017년 2월 창립 기념 공연부터 2021년 4월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까지 여러 차례 다양한 게임 오케스트라를 진행해왔으며, 지금도 공연 자문 및 오케스트라 실연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거치면서 게임 오케스트라를 준비한 진솔 대표가 게임사에게 가장 조언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진솔 대표는 미디와 실사 연주의 차이를 알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환경으로 전용 프로그램에 입력된 디지털 악보대로 가상 악기 소프트웨어로 만든 음원이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미디 음악 작업이다. 반면 실사 연주는 작곡가가 악보에 그린 것을 토대로 연주자가 연주한 걸 녹음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두 가지 차이에 대해서는 음악을 몰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이를 조금 더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사 연주는 미디와 정반대로 모든 작업이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사보 프로그램에 입력해서 악보를 출력하고, 연주자들이 아이패드로 악보를 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나는 디지털 음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연주하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소리 그 자체가 결과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녹음할 때의 공간과 연주자의 컨디션, 녹음장비 등 아날로그적인 영향도 받는다. 녹음한 뒤에 결과물을 듣고 어느 파트를 수정해야 할지도 다시 체크해서 연주하고 녹음한 뒤 검토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다만 실제 연주에서는 미디에서는 아직 구현하기 어려운 음악 외에 현장감 있는 미묘한 잡음과 특수한 주법,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살짝 완급을 조절해서 미묘하게 차이를 주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가상 악기에 등록되지 않은 특수 악기를 사용하거나, 합창 등 아직 가상 악기로 구현이 불가능한 파트를 넣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에 미디 음원은 작곡가가 직접 작업하면서 그때그때 작업물을 확인하고 수정이 가능하며,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템포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게임 음악에는 상황에 따라 두 가지 기법이 모두 사용되곤 한다.

    ▲ 실제 연주는 현장감도 높고 음향 활용이 자유롭지만, 조정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악기, 미디를 활용한 작업과 실제 녹음 음원을 혼용해서 쓰는 일도 많다



    ■ 게임 오케스트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미디의 편곡, 채보, 분배, 리허설, 조정


    실제 연주를 고려한 작업이라면 앞서 언급했듯 악보가 남지만, 미디 음원은 작곡 프로그램에서 나온 디지털 악보와 그 악보를 소프트웨어에서 처리해 음원 파일로 추출한 결과물이 남는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게임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우선은 연주자가 볼 수 있는 악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진솔 대표는 설명했다. 미디 프로그램에 있는 디지털 악보도 같은 '악보'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어떤 음악이고 어떤 공연을 하느냐에 따라서 디테일이 달라진다. 좁게는 기존의 음악의 틀은 그대로 두고 연주할 악기 편성에 맞추는 오케스트레이션부터, 아예 새로운 스타일로 리메이크하는 등 편곡도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고객에서 악보가 있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종종 불완전한 악보만 있거나 혹은 악보 없이 음원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음을 듣고 악보를 따는 채보 작업을 거치곤 한다. 그 뒤에는 실제 연주를 고려하지 않아서 실제 악기로 연주가 불가능한 음이나, 악기 음색에 어울리지 않은 음역 등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오케스트라 전체 악기의 악보를 통합한 총보가 나오게 된다. 총보가 나오면 지휘자, 음악 감독, 아티스트, 편곡자 및 각 악기 담당자 등이 각 파트를 살펴보고 특별히 음악적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 여러 지시를 기입한다. 그리고 이를 각 파트별로 나눈 뒤 제본하면 연주자 개개인에게 나눠줄 파트 악보가 완성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며, 때로는 원작자도 작업물을 살펴보면서 여러 번 수정을 거쳐야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총보 및 파트 악보가 완성되면 그 다음에는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갖고 편곡자 및 고객사의 피드백을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세부 수정 및 악기별 밸런스 조정 등 과정이 이루어지며, 조정이 다 완료되면 오케스트라 공연을 진행하거나 음원 녹음을 하는 최종 단계로 가게 된다. 진솔 대표는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레이션 위주 편곡 사례인 메이플 스토리의 The Cygnus Garden과 각 주제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편곡한 카트라이더의 Mansion Dance Battle 공연 및 원곡을 비교해서 들려주면서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