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가는 문구와 주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PC 인터랙티브 게임, '모태솔로'가 지난 6월 10일 정식 출시를 맞이했다. 데모 버전부터 주인공 강기모의 오글거림을 뛰어넘은 연기와 영상에 게임을 접목한 독특한 플레이로 인지도를 쌓은 만큼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대해 궁금증이 쌓여있던 상태였다.

'모태솔로'를 개발한 인디카바 인터랙티브는 인디 개발사다운 참신함과 주제로 첫 게임을 선보였지만, 처음답지 않은 게임의 퀄리티와 추진력을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특히,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고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낯선 장르를 인디 개발사가 도전했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정식 출시를 맞아 대만과 중국, 일본 등의 글로벌 서비스도 함께 진행 중인 인디카바 인터랙티브는 도대체 어떤 회사이며, 국내에서는 낯선 인터랙티브 장르의 게임에 도전한 걸까? '모태솔로'의 디렉터 오카피와 프로듀서 고도리를 만나 자세한 히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좌측부터 디렉터 오카피, 프로듀서 고도리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오카피: 인디카바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오카피다.

고도리: 인디카바에서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고도리다.


닉네임이 다들 특이하다. 무슨 뜻이 있나?

오카피: 오카피란 닉네임은 모태솔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는데, 게임 내에서 특이한 동물을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무언가 특별한 동물을 찾던 중에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오카피라는 동물을 발견했고 기린과 얼룩말 등 여러 동물의 모습이 떠오르는 외형에서 나도 저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오카피라고 정했다.

고도리: 성이 고씨인데 옛날부터 고도리라고 불려서 이렇게 지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난 사이인가?

오카피: 대학교 동기로 예전에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기도 했고 둘 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해졌다. 이후에는 각자 게임 회사에 다녔는데 내가 먼저 게임 개발을 제안하면서 게임을 만들게 됐다.



인터랙티브 장르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다. 어쩌다 인터랙티브 장르에 뛰어들었나.

오카피: 국내에서는 낯선 장르지만, 해외에서는 '더 벙커' 등 유사한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게임들을 보며, 인터랙티브 게임이 유튜버나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또 내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사실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자면 회사를 나가기 위해서였다.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게임 회사에 간 건데 위에서 주어지는 일만 하다 보니 못하겠더라. 게임을 만드는 것 같지도 않고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고민 끝에 고도리에게 게임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됐다.

고도리: 처음 오카피에게 인터랙티브 게임 개발을 제안받았을 때 낯선 장르지만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나 역시 저희만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던 터라 퇴사를 고민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인터랙티브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상 제작과 게임 개발을 병행해야 하는데 영상 제작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고민할 거리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우리 둘 다 예전부터 인디 게임에 관심이 많았고 또 관련해서 유튜브나 스트리밍 방송을 보며, 조사한 적도 있다. 그때 개인 방송을 하는 분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확 뜬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인터랙티브 게임 특성상 방송으로 진행하기 쉬운 구조에 소재만 잘 고르면 충분히 니즈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같이 개발을 하게 됐다.


개인 방송에서 게임 플레이가 이뤄지면, 하는 모습만 보고 정작 게임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했나?

오카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당연히 걱정했다. 나조차 그랬으니까. 그래서 게임을 개발할 때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 방송에서 게임을 해도 플레이를 보면서 유저들이 궁금증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거 때문에 시나리오의 양 자체가 엄청 많아졌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짧게 만들려고 했었다. 소개팅이란 주제도 짧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고른 거고 예상 플레이 타임은 30~40분이었다. 그런데 점점 다양화를 주다 보니 한 곳으로 안 가더라. 살을 붙이다 보니 프로젝트가 커졌고 현재의 '모태솔로'가 탄생했다.

고도리: 일반적인 미연시 게임을 보면 희로인마다 엔딩이 두세 개 정도인데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선 그것보다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숨겨진 장면도 넣고 하다 보니 촬영 분량이 늘어나더라.

사실 초기에는 모태솔로가 아니었다. 타임루프도 있었고 회사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생각했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소재는 야외 촬영을 해야 할 것 같았고 촬영 난이도 때문에 결국 최대한 실내에서만 촬영할 수 있는 소재를 찾게 됐다.

▲ 보는 플레이 성향이 강한 게임 장르라면 어쩔 수 없는 고민이지 않을까


둘 다 회사 생활을 해봤으니 회사를 주제로 만들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오카피: 소재는 타협하게 되더라. 만약 회사를 주제로 만들었다면 사무실도 구해야 하고 등장인물들 역시 많아져야 할 텐데 개발비를 생각하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타임루프는 야외 촬영 시 외부 소음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부터 우리가 환경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고도리: 개발부터 출시까지 3년 반 정도 걸렸는데 소재 구상에만 1년 이상을 쓴 것 같다.


자본력이 부족한 인디 회사에서 참고할 게임 혹은 BM이 부족한 장르로 도전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고도리: 아무래도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 전문 촬영 장비가 정말 비싸더라. 한정된 제작비에서 촬영하려니 구매는 엄두도 못 냈고 최대한 싸게 장비를 빌리기 위해서 경기도 파주까지 간 적도 있다.

조명도 정말 비쌌는데, 구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조명을 어디서 구하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말하고 다녔었다. 근데 이 말을 듣고 아는 인디 개발자 한 분이 팀원 중 아버지가 조명 사업을 한다고 연결을 해주더라. 덕분에 고가의 조명을 싼값에 오랫동안 대여할 수 있었다.

다른 인디 게임은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서 정부 지원이나 공모전 등에 낼 수가 있는데 인터랙티브 게임은 영상을 만들기 전에는 시나리오밖에 없으니 어딜 가도 콧방귀를 낄 수밖에 없다. 결국 지원을 받기가 어려우니 사비를 들여서 만들어야 했고 최대한 제작비를 아낄 수밖에 없었다.

오카피: 정말 인디 개발자라면 여러 분야에서 인맥이 많아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어서 "내 주변에는 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 왜 없을까"라는 아쉬움에 빠진 적도 있다. 오죽하면 엑스트라를 구하기 어려워서 내가 배우로 촬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정말 함들었다고


아무래도 돈이 가장 큰 문제긴 할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펀딩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지도가 낮은 인터랙티브 장르로 펀딩에 도전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고도리: 예전에 다른 게임으로 펀딩을 한 번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펀딩 성공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는데, 어느 단계에 다다르면 열심히 준비하거나 홍보를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모 버전만 만들어서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오카피: 펀딩은 홍보의 목적도 있었고 글로벌 출시를 위한 번역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진행했다. 특히, 유저 분들에게 알릴 창구가 필요했었는데, 많은 분이 믿어주셔서 성공할 수 있었다.


얼리 엑세스 출시 이후 약 6개월 만에 정식 출시됐다. 정식 출시는 무엇이 달라졌나?

오카피: 원래 계획은 정식 버전에서 4개의 엔딩을 추가하고 DLC를 준비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고민이 되더라. 앞서 말했듯이 데모 버전에서 얼리 엑세스로, 또 정식 출시까지 됐지만 실제 구매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 방송에서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게임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를 믿고 게임을 구매해준 유저분들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분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고 정식 출시에서 추가된 콘텐츠는 다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구매하신 분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뒀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엔딩을 포함해 영상 길이만 약 2시간에 달하는 콘텐츠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고도리: DLC를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가 촬영하면서 NG컷도 있고 비하인드 컷이나 인간극장 느낌의 기모 인터뷰, 오디션 컷 등 부가적인 영상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이런 걸 콘텐츠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DLC로 판매하려고 했지만, 우리를 믿고 구매해준 유저분들께 보답하고자 정식 버전에 포함했다.

▲ 정식판은 구매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DLC로 카페 사장님을 공략하고 싶다는 사람도 봤다.

오카피: 아, 그런 떡밥은 생각도 못 했다.(웃음) 카페 사장 캐릭터도 꽤 비중 있는 인물인데 그거까진 생각을 못 해봤다.


데모 버전 공개 당시, MSG가 과하게 들어간 강기모의 행동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과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도리: "모태솔로가 과장됐다", "이런 남자가 어디있냐"고 댓글을 달지만, 오히려 이런 기모를 귀여워하는 분들도 많았다. 사람마다 매력이 다르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모태솔로가 이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본다. 기모 정도의 텐션이라면 연애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게임 내에서 기모의 친구로 세치나 닥터 카사노가 조언을 해주는데 이들의 조언만 듣고 게임을 진행하면 좋은 엔딩을 못 볼 확률이 높다. 주변의 편견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본인의 매력을 찾아내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이렇게 기획했다.


강기모 역할의 박찬호님은 현재 솔로인가.

고도리: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오카피: 상관없지 않을까? 솔로 맞다.


인터랙티브 장르를 영상물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게임으로 보지 않는 유저들도 다수 있다. 모태솔로를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오카피: 다른 인터랙티브 무비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영상의 한계가 있더라. 선택지가 너무 단순하달까.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등의 선택지가 많았고 이런 단순한 선택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임이라면 선택지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의미 있는 선택지를 많이 넣으려고 고민했다. 기모가 지갑을 보는 장면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정보를 찾는 과정 모두가 여기에 속한다. 의미 있는 선택지와 함께 사물과의 인터랙션이 다른 게임처럼 자유롭진 않아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유저분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공감성 수치를 잘 느낄 수 있게 한달까.

고도리: 시드 마이어의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처럼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수많은 게임 중 선택이 의미 없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게 맥빠진다고 생각했다.

여건상 많이 넣지는 못했지만, 앞에서 어떤 결과를 고르면 뒤에서 다른 대화가 등장하게끔 했다. 가령 게임에서 기모가 꽃을 주는 장면이 있는데 앞서 자기소개를 평범하게 했는지와 과시했는지에 따라 꽃을 주는 반응이 달라진다.

▲ 게임 내 지갑, 스마트폰에서 게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습득하거나

▲ 의미없는 선택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영상의 퀄리티가 뛰어나던데 직접 촬영과 편집을 진행했나. 원래 전공이 영상 쪽이었는지 궁금하다.

오카피: 전공은 게임 쪽에 더 가깝다. 대신 미디어 수업 중에 영상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보단 유튜버에서 잘 만든 영상들을 보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영상들이 많이 있더라. 그런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봤을 때 적어도 어색한 모습을 보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제일 처음에 만든 장면이 닥터 카사노인데 약간 실험적인 느낌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 장면은 유독 퀄리티가 떨어진다. 생각한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더라.

고도리: 우리가 촬영 경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영상 촬영을 할 때 배우분들이 우리의 말을 믿고 따라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고민하던 차에 과거에 연극배우를 준비했던 지인분에게 촬영을 부탁했고 그 장면이 바로 닥터 카사노다. 그때는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을 했었다. 첫 촬영이 이 정도인데 우리가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더라. 그래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체계가 잡혔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초창기에 촬영하면서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

오카피: 원래 유혹녀가 다른 분이었다. 다른 분을 캐스팅하고 초기에 촬영을 진행했는데 당시 촬영팀의 규모가 나랑 고도리, 아르바이트생 2명뿐이었으니 배우분이 실망하신 것 같더라. 첫 촬영 이후 연락이 끊어져서 다른 분을 캐스팅했었다. 근데 두 번째로 캐스팅한 분도 연락이 안 되더라.(웃음) 결국 지금 유혹녀역을 맡으신 주슬희님이 세 번째로 캐스팅되신 분이고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고도리: 저희가 믿을만한 팀이 아니었는데도 열심히 따라주신 기모 역할의 박찬호님과 유미 역할의 이다영님, 김주원님과 주슬희님, 김성우님과 다른 배우분들 모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시나리오 대본만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데 준비를 너무 잘 해주셔서 고마웠다.



배우 섭외는 어떻게 진행됐나. 역할에서 특별히 바랬던 점이 있는지?

오카피: 영화 쪽은 필름 메이커스라고 유명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다. 우리도 이쪽을 통해 이력서를 받았는데 원래 나는 오디션을 보지 말자는 쪽이었다. 오디션을 볼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었고 또 우리가 그쪽으로 아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오디션을 진행해보니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고도리: 나는 오디션을 보자는 쪽이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사무실을 빌리기도 했다. 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받는데 정말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500명 가까이 됐던 것 같다.


배우 섭외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서 그런지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많이 보였다. 한편으로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한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촬영 중 특히 당부하거나 요청했던 부분이 있었나?

오카피: 재미있는 장면을 연기할 때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주길 바랐다. 이 부분에서 찬호님이 요구하는 부분을 잘 캐치해줬는데, 직접 나서서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도 주고 애드리브도 많이 해줬다. 게임에서 기모가 창문을 닦는 걸 표현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 리딩 중에 애드리브로 했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실제 촬영에 추가한 거다.

한편, '모태솔로'는 분기가 정말 많아서 배우분들도 캐치를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촬영할 때 이야기의 흐름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촬영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장소마다 묶어서 진행했는데, 장면마다 요구하는 연기가 다르다 보니 그걸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고도리: 연기 디렉팅에 대해서 우리가 연기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설명을 하고 요구 하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만 1년 동안 쓰다 보니 이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살려야 하고 저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되더라. 그래서 연기 디렉팅을 할 수 있었고 배우분들이 잘 따라줬던 것 같다.


촬영하다 보면 NG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나는 장면 같은 게 있나?

오카피: 일단 재미있는 장면은 게임 안에 넣어서 대부분 볼 수 있다. 그것보다 촬영 당시 현장의 분위기가 생각나는데, 우리가 일주일 중에 일요일 딱 하루만 촬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새벽부터 출발해서 촬영 준비를 해야 했고 항상 밤늦게 촬영이 끝나버리니 끝에 가면 전부 녹초가 돼버렸다.

한편, 너무 텐션이 높아져서 감정을 낮춰달라고 말린 적도 있다. 장면을 연결하려면 끝과 첫 시작이 어느 정도 연결돼야 하는데 끝에서 텐션이 살아있으니 연결하기 어렵더라. 비슷한 이유로 진동벨 장면을 재촬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다영님의 찐 표정이 나왔었다. 정말 싫어한다는 표정이 게임 초반부터 드러나면 안 될 것 같아서 초반에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 강기모의 행동을 보면 표정 제어가 힘들 것 같긴 하다

고도리: 주로 진지한 장면에서 NG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 웃긴 장면은 대사가 짧다 보니 괜찮았는데 진지한 대화는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달라져야 했고 대사도 굉장히 길어서 꽤 시간이 걸렸다.

세치가 등장하는 장면 중에는 세치의 자취방이라고 나온 곳이 있는데, 사실 그 방은 오카피 디렉터의 실제 자취방에서 찍었다. 거기서 굴러다니는 소주병도 소품이라고 준비했다기보단 평소 오카피 디렉터가 마시던 소주였다.


게임 중 유미의 손금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배우의 손인가?

오카피: 아니다. 모델분의 손을 썼다.


모태솔로 출시 이후 내부적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는지?

오카피: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전에는 스트리머가 우리의 게임을 하면 수익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해준 덕분에 확실한 홍보 효과는 누렸지만, 홍보가 수익으로 크게 연결되진 않았던 것 같다.

확실한 건 이슈조차 안되고 사라진 게임들도 많은데 과연 내가 만든다고 해서 다를까, 100명이라도 내 게임을 즐겨줄까 등의 고민을 했었다. '모태솔로'는 내 꿈에 가깝게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심어준 게임이랄까. 만약 잘 안됐으면 지금도 계속 게임 회사에 다녔을 것 같다.

고도리: 인디게임으로 보면 '모태솔로'가 국내 인터랙티브 장르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까지 우리가 만든 게임을 언급해주는 모습을 보고 개발자로서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다만, 인기만큼 수익이 난 것 같진 않아서 아쉽게 생각한다.


인디 회사인 만큼 첫 작품이 남기는 이미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모태솔로라는 주제는 다소 위험할 것 같은데 왜 모태솔로를 주제로 게임을 제작한건가?

오카피: 모태솔로라는 말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쓰이는 말이지 않은가. 일단, 게임 회사를 나오면서 인디가 만들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대기업처럼 게임처럼 가챠 집어넣고 자동 사냥 넣는 것은 인디 입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인디만 시도할 수 있는 장르,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인터랙티브 장르의 '모태솔로'란 게임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이런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

고도리: 모태솔로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자고 했을 때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모태솔로였을때, 주변에 여자인 친구들이 모태솔로인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는 식의 편견을 가지고 있더라. 근데 꼭 그렇지 않다. 살다 보니 바빠서 못했을 수 있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뭔가 연애도 스펙처럼 받아들이는 사실이 이상했고 이런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진지함과 유머를 섞은 '모태솔로'란 게임을 개발했다.

한편,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의 타겟이 젊은 층이 아닌 경우가 많다. 게임 출시 전, 평가를 받기 위해 자문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게임이 MZ세대를 위한 게임이냐는 소리도 들어봤다. 그때 언제부터 게임이 MZ세대가 아닌 윗세대를 위한 것이 돼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젋은층에서 우리들의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게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카바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오카피: 현재 대만과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번역과 게임 내 각종 버그를 수정하는 단계에 있고 차기작은 아직 계획에 없다.

고도리: 가끔 여자 버전으로 '모태솔로2'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오는데 이건 확실하다. '모태솔로2'는 만들 생각이 없다. '모태솔로'에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전부 담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기서 2편을 만들면 수익을 위해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 같다.

▲ 앞으로도 참신함을 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