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션 캡쳐 기술이 적용된 '붉은사막' 트레일러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의 더 실감 나는 액션을 위해 모션 캡쳐 스튜디오를 확장했다. 펄어비스는 2014년부터 게임 제작을 위해 자체 모션 캡쳐 스튜디오를 설치했다. 당시 타사 게임사들이 모션 캡쳐는 외주를 맡긴 상황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기술 투자였다. 펄어비스는 확장된 모션 캡쳐 스튜디오에서 '붉은사막' 뿐만 아니라 기존 서비스되는 '검은사막' IP 게임, 신규 프로젝트들의 액션을 촬영한다.

모션 캡처는 사물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를 이용해 디지털로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모션캡쳐는 영화뿐 아니라 게임, 군대, 예능, 스포츠, 의료, 로봇공학까지 많은 분야에서 사용한다. 게임에서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갓 오브 워, 위쳐3 등 대작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콘솔 PC 게임들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더 사실감 넘치는 움직임을 담아냈다.

기존 펄어비스 모션 캡쳐 스튜디오는 400만 화소 카메라 24대로 구성됐다. 규모로는 10mX10m 1실이다.

이번에 펄어비스는 모션 캡쳐 스튜디오 규모를 14m X 14m, 3개실 180평으로 확장했다. 카메라는 1,600만 화소 120여 대로 수준이 크게 올랐다. 카메라 대당 가격은 2천만 원이다. 펄어비스가 카메라에만 24억 원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 카메라 120대가 모든 배우의 모든 움직임을 잡아낸다

▲ 처형씬을 촬영 중인 배우들

스튜디오 현장에서는 한창 '처형'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펄어비스 소속인 두 명의 배우는 모션 캡쳐 전용 옷을 입고 서로 합을 맞췄다. 두 배우는 처음 장면을 찍고 나서, 감독 주문에 따라 연기 디테일을 바꿔 다시 촬영에 임했다.

배종국 검은사막 스튜디오 아트 부문 실장은 "모션 캡쳐 스튜디오는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며 "보다 사실적이고 영화 같은 느낌을 주고자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찍히는 모든 동작은 신형 엔진에서 실시간으로 적용된다"며 "'붉은사막'에서는 손가락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움직이는 액션 디테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션캡쳐 장비가 발전함에 따라 광학식 모션캡쳐 시스템에서도 손가락을 한번에 캡쳐 가능하게 되었다. 손가락에 마커를 장착하기 쉽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민해 적용한 수트다.

현재는 수트 장갑 외 별도로 손가락 모션캡쳐 장비인 '글러브'를 사용하고 있고, 엔진에서 몸과 손가락을 한번에 캡쳐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 펄어비스가 직접 만든 모션 캡쳐용 장갑

펄어비스는 배우를 직접 고용해 액션을 촬영한다. 야외 촬영이 필요한 승마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연기를 펄어비스 소속 배우가 한다. 게임사가 직접 배우를 고용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배우가 '붉은사막'에 대한 이해도를 직접 쌓을 수 있으니, 액션 촬영도 보다 용이하다.

유상화 펄어비스 모션아트실 배우는 "모션 캡쳐 연기는 연극이나 영화에서보다 몸을 더 크게 쓴다"며 "주먹을 더 크게 내지르고, 당기는 액션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360도 모든 각도에서 움직임을 잡아내니, 유상화 배우는 "연극 연기에서 한쪽만 연다고 표현하는 동작을 할 때에도 모션 캡쳐 때는 모든 움직임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상화 배우는 용이나 오크와 같이 현실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기존 영화나 게임을 많이 참고해 연구한다"며 "오크의 성격은 어떨지, 팔과 다리 신체에 특이한 부분이 있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어딘지 고민한다"고 답했다.

모션 캡쳐 배우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로서 뿌듯함에 대해 그는 "오랜 시간 연구하고 촬영한 캐릭터가 신작 트레일러 공개 순간 잘 나타났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펄어비스는 배우 외에 담당 전문 인력도 늘렸다. 태권도, 레슬링, 검술 등 전문성을 요하는 모션 캡처는 필요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촬영하고 있다.


인간의 모션 외에 동물이나, 물체의 모션도 캡처할 수 있다. 고도로 훈련된 강아지나 검, 도끼, 창을 비롯한 무기류, 인게임에서 활용될 스케이트보드 및 자전거 연출 등 다양한 소품의 움직임까지 캡처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다.

암벽 등반, 탐험 등의 모습을 구현할 야외 촬영 장비인 ‘자이로’, 손가락의 세밀한 움직임을 담는 ‘글러브’, 얼굴의 표정을 담는 ‘페이셜 캡처’ 등의 추가 장비도 갖췄다. 모션 캡쳐용 자이로와 글러브는 붉은사막 트레일러 중 암벽 등반 장면에 쓰였다.

김재권 펄어비스 아트부문 총괄 실장은 "사실적이고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들려는 노력과 진지한 고민이 적극적인 기술 투자의 출발점이 됐다"며 "붉은사막 등 신작을 통해 완성도 높은 게임 본연의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붉은사막'에 들어가 보니...
'붉은사막'이 보여줄 액션, 기대해도 좋았다

▲ 열심히 설명하다가 차라리 직접 해보라고 권유하는 유상화 배우(왼쪽)

▲ 그렇게 슈트를 입게 됐고, 펄어비스에 신체 데이터를 뺏겼다

▲ 실시간 동작을 모션 캡쳐한 데이터는 곧바로 '붉은사막' 엔진으로 갔다

▲ 모션을 캡처해 캐릭터에 반영한 이미지(캐릭터는 검은사막 IP)

▲ 판금 갑옷이 어울리고 비율 좋은 초장신으로 변한 나

▲ 게임에 없던 동작도 해볼 수 있었다

▲ 현실에선 볼품 없었으나

▲ 캐릭터로 보니 그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