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5년 전 국내 MMORPG 기대작 BIG 3로 불리던 게임들이 있었다. 웹젠의 야심작이었던 썬 온라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은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배틀존을 기반으로한 특이한 시스템은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썬 온라인은 계속해서 서비스되었고, 15년만에 ‘썬 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15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썬이라는 IP를 모바일도 아닌 PC 플랫폼으로 유저들 앞에 선보이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한 답변을 SUN-Studio 시스템개발팀 송영덕 팀장과 글로벌서비스운영팀 조준범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송영덕 팀장(왼), 조준범 팀장(오)

Q. 썬 클래식은 어떻게 개발하게 된 것인가.

송영덕: 사실 기존 원작의 업데이트로 진행하려고 가볍게 시작했었다. 그런데 점점 들어가면서 중요한 콘텐츠들도 바뀌었고, 그래서 아예 새로운 게임으로 런칭하게 됐다. 4~5년 정도 준비한 것 같다. 배경 그래픽, 이펙트 개선처럼 외형적인 것 뿐 아니라 내부적 시스템도 거의 다 원작과는 다르다고 보면 된다. 단점 위주로 개선을 했다.

조준범: 15년간 서비스를 하면서 쌓은 시스템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현재는 유저들이 원하는 방식이 하나로 고착화되면서 다른 시스템들을 안 하게 되더라. 아무래도 유저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거나 강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걸 좀 더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다양한 시스템을 다 즐길 수 있도록,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클래식을 개발한 가장 큰 이유다.


Q. 썬 클래식과 현재 서비스 중인 썬 리미티드 에디션의 차이가 뭔지 궁금하다.

송영덕: 먼저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은 그래픽 개선이다. 일단 이펙트와 UI는 거의 다 변경됐다. UI를 바꿨다는 건 편의성도 좋아졌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 아이템 등급 체계도 수정했다. 원작의 경우 단순했는데, 다양한 아이템이 게임에 존재하게끔 변경했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옵션 체계도 15년 동안 쌓이는 걸 보면서 이런 식으로 푸는 건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부여 방식이나 이런 부분을 손봤다.

조준범: 제일 큰 변화는 아무래도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해야지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템 체계가 변경되다 보니 업데이트 형태로는 불가능해서 새롭게 게임을 런칭했다. 그러면서 게임의 내용물이 많이 변했다.

그래픽의 경우 배경의 심도를 포함해 자체 엔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좋아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제일 많이 변했다고 느낄 부분은 아무래도 UI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게 변경하면서 리미티드 에디션에서 굉장히 불편했던 부분을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플레이 패턴 역시 많이 변했다. 기존에는 하나의 등급에서 옵션 싸움을 했는데, 장비를 5개 등급으로 옆으로 늘렸다. 기존에 엘리트 1차 하나였던 것을 일반부터 전설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 옵션도 다양하게 적용했다. 즉, 기존에 원 패턴이던 게임 플레이가 좀 더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Q. 원작의 그래픽이 그 당시에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업그레이드했는지 궁금하다.

배경이나 다른 부분도 수정을 하긴 했는데 이펙트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다. 배경은 그림자 효과가 많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그림자가 캐릭터에만 있었고 배경에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바닥이 다 평면적으로 보이더라. 이제는 명암 효과가 들어갔다. 이펙트의 경우 효과가 많이 변경되었는데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다.

엔진이 상용화 엔진이 아니다. 15년 전에는 BIG3 이기도 해서 개발팀이 굉장히 많았고, 엔진을 새로 만드는 연구개발팀도 있었다. 썬이 그 엔진의 첫 타겟이었다. 그 엔진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보니 개선하고 수정하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래서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영상도 곧 공개될 텐데, 아마 보시면 확실히 이펙트나 이런 부분은 최신 게임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조준범: 지금도 그래픽 자체는 촌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움직인다거나 하는 부분이 게임에서 볼 때는 옛날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다만 캐릭터나 몬스터 등을 업그레이드하기가 힘든 게 노멀 매핑이 되어있어서 그렇다. 당시에는 콘솔 게임에만 노멀 매핑을 사용하곤 했었는데, 썬이 노멀 매핑을 사용했다. 그래서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하기가 어렵다. 새로 만드는 게 오히려 더 편할 정도다.



Q. 그래픽 외에는 어떤 부분을 개선했나.

송영덕: 스토리는 크게 바뀐 건 없다. 레벨링과 성장 속도 이런 부분을 모두 다시 구성했다. 기존에는 멈춤 없이 한 번에 최종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중간중간 파밍 등을 위해 멈춰 서도록 캐릭터 성장 속도를 조정했다. 몬스터 밸런싱도 그런 방향에 맞게 변경했다. 뭐랄까, 파밍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공성전도 많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공성전 보상이 캐릭터 버프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버프를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다보니 성을 못 먹은 유저들은 이 버프 때문에 전투에서 계속해서 지게 되더라. 엔드 콘텐츠에 제약이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많이 개선했다. 버프를 제외하고 인게임 화폐를 지급해주는 등 밸런스를 찾아가는 식으로 변경했다.


Q. 들어보니 리마스터보다는 리메이크에 가까운 것 같다.

송영덕: 아무래도 그렇다. 사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업데이트나 확장팩 개념으로 하려던 것이 점점 프로젝트가 커졌다. 썬 클래식을 개발한다고 인원을 늘린 것이 아니다. 기존 리미티드 에디션을 담당하는 팀에서 그대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개발 기간이 짧지 않다. 처음에는 조금만 해야지, 조금만 변경해야지 하던 것이 점점 커진 거다.



Q. 사실 요즘 클래식 버전의 경우 초기 버전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경우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왜 ‘클래식’이라고 명명했나.

조준범: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클래식이라는 네이밍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다른 게임의 클래식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초기 서버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 편인데 우리는 달라진 케이스다. 리메이크 급으로 변경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리메이크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나 리마스터의 개념 자체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마스터라면 기존 게임에 비해 훨씬 그래픽이 좋아져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걸 추구하진 않았다. 대신 유저들이 좀 더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가장 적절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 후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썼다.


Q. 요즘은 IP를 활용할 경우 모바일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PC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송영덕: 처음 시작이 애초에 업데이트였다. 즉 시작부터 목표가 확실했었기에 자연스럽게 PC로 개발했다고 보면 된다. 내부적으로 현재 팀에 있는 분들이 PC 개발자들이기도 하다.


Q. 원작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출시 당시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조준범: 당시 런칭 담당자 중 한 명이었다. 되게 독특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독특하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안 좋은 말이기도 하다. 흐름을 못 따라갔다는 말이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필드도 이후에 새로 만들고 수정 보완을 많이 했다. 비록 유저들에게 외면받기도 했지만 그런 시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송영덕: 당시 썬에서는 역시 배틀존이 가장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좋게 말하면 독특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중화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픈하고 말이 많았다. 왜 필드가 없나, 뭘 해야 하나 이런 불만들이었다.

이에 급하게 필드를 추가하기도 했지만, 인스턴스 던전 기반이기에 필드에서 뭔가 아이템을 더 주거나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딱히 필드에서 할 일이 없더라.

Q. 그런 점을 이번 썬 클래식에서는 개선했나.

송영덕: 썬 클래식에서는 필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가장 큰 점은 바로 필드에서 파밍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아이템 등급을 올리면서 가짓수가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오토, 자동사냥도 게임 내에서 지원 한다. 그래서 아마 필드는 대부분의 자동 사냥을 돌리는 곳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원작에 비해서 필드를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이 바꿨다.

Q. 필드에서 자동 사냥이 가능하면 아무래도 대부분의 유저가 필드로 몰리지 않을까.

송영덕: 필드에서 아예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 인스턴스 던전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인스턴스 던전의 경우 하루에 입장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을 두면서 보상은 필드보다 확률이 높도록 만들었다. 즉 양쪽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Q. 오픈 리부트 서버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이러한 특화 서버를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준범: 클래식의 변화를 유저들이 좀 더 빠르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신 게임처럼 성장이 빠르거나 정신없게 가는 게임이 아니기에 아무래도 클래식을 선보였을 때 올드해보일 수 있다. 그러면 장점이나 준비한 걸 다 못 보여 줄 수 있다.

그래서 빠른 성장을 통해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리부트 서버를 먼저 오픈하는 것이다. 사전 체험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반응이 괜찮으면 양립해서 서비스를 진행할 수도 있다.

R2같은 경우에도 오픈 리부트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다. 유저들이 한 번씩 시원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Q. 정식 서비스는 언제쯤인지 궁금하다.

조준범: 오픈 리부트가 끝날 때쯤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Q. 일본에서도 국내와 동시에 런칭하는지?

조준범: 동시는 아니고, 국내에서 먼저 서비스 후 일본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썬 리미티드 에디션의 성과가 꽤 좋아서 필수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송영덕: 열심히 준비했으니 반응해주셨으면 좋겠다. 요새 PC 게임 오픈이 흔하지 않고, 모바일로 해야 승부가 되다보니 이게 맞는지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리미티드 에디션을 하시던 분들이 기존 서버가 등한시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하실 텐데, 기존 서버도 최선을 다해 운영할 것이다. 약속드린다.

조준범: 리미티드 에디션 서비스에 대한 부분은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 서비스적 가치가 높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잘 되고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도 반드시 유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유저분들만 썬 클래식을 플레이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IP 환기도 정말 중요하지 않나.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클래식 준비를 몇 년 동안이나 했다. 준비한 걸 보여 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많이 체험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