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서버 통합, 명예 점수 초기화, 새 시즌 '전갈의 달' 시작으로 엘리온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이번 서버 통합은 다소 정체되어 있던 기존 서버에 다시 한번 '경쟁'이라는 활력을 불어넣어주었고, 거래소 물량 증가, 파티 찾기 활성화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명예 점수 초기화 역시 유저들의 강력한 의견을 수렴해 시행한만큼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찬란한 명예 장비'의 업데이트일 것이다. 엘리온은 지난 30일, 예정대로 명예 점수를 초기화하고 새로운 명예 점수 상인을 도입하면서도, 정작 상위 명예 장비인 '찬란한 명예 장비'의 업데이트는 뒤로 미뤘다. 공식 홈페이지 GM노트에 따르면 이러한 결정은 '이전 장비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문제점만 개선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을 내린걸까. 이는 현재 엘리온에서 많은 유저들의 목표 장비 라인(아이템 레벨 700이상)과 앞으로 나올 찬란한 명예 세트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엘리온에서 아이템 레벨 700이상을 맞추려면 전설 명예 장비 8~10강, 영웅 돌파 장비 8~10강, 고급 허리띠, 영웅 명예 장신구 세트, 영웅 뒤틀린 망령 장신구 세트, 룬스톤 5단계 정도가 필요한데, 이러한 세팅은 던전, 차원 포탈, 명예의 전당, 퀘스트 등 엘리온의 대다수 콘텐츠를 오픈 초부터 지금까지 매일 꾸준히 수행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는지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찬란한 명예 장비가 출시된다면 이러한 목표 장비 라인에 다시 한번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노트에 따르면 찬란한 명예 장비는 무작위 효과가 아닌 부위별 고정 효과 2가지가 들어가게 되며, PvP 전용 발동 효과 1가지가 추가로 적용될 예정이다. 세트 효과 또한 4세트에서 6세트까지 늘어나, 현 PvP 세팅인 영웅급 빛나는 명예 세트에 비해 엄연한 '상위템'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앞으로 나올 예정인 전설+ 장비, 소울스톤 등이 추가되면 스펙업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 700대 장비 구성 예시

▲ 찬란한 명예 장비에 부여될 고정 효과

그래서인지 이러한 상위템 등장 예고로 오히려 불안해하는 유저들이 나타나고 있다. 상위 장비의 추가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일종의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펙업을 위해 다시 한번 무수한 '아이템 수집'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피로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노력해서 얻은 아이템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까지 겹쳐져 몇몇 유저들은 앞으로 다가올 패치가 썩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GM 노트에 '이전 장비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넣고 패치를 미룬 핵심 이유도 이러한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버 통합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예정인 엘리온은 그와 동시에 갈림길에 놓여있는 모양새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 이제 단순한 스펙, 수치 경쟁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메리트를 주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찬란한 명예 장비 세트 패치를 미루고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신중히 언급한 것은 현 시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금 엘리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템의 가치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수직적인 스펙/수치 경쟁이 아닌 수평적인 콘텐츠와 보상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말 그대로 노동이 아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한다는 뜻이다. 엘리온이 추구하는 PvP의 재미는 사실 파밍보다 전투 자체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장비 파밍이 아닌, 공정한 전투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소통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대규모 패치들이 엘리온이 추구하는 PvP의 본질을 살리며, '도약의 시대'를 위한 진정할 발판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단순한 상위 장비 추가 외에 진정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