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파21은 두 번 출시됐다. 차세대 콘솔로의 전환기, 흔히 말해 끼인 세대로 출시되며 기존 세대 버전이 10월에, 차세대 콘솔 버전은 12월에 출시됐다. 분명 확실히 진화된 비주얼과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긴 했지만, 차세대 콘솔만의 강점이 도드라지진 못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피파22(FIFA22)는 다르다. 본격적인 차세대 콘솔의 기능이 도입되며 확실히 다음 발걸음을 내디딘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실제 축구 경기 캡처를 통한 데이터 축적과 이를 활용한 머신 러닝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상황을 구축하는 하이퍼모션에 있다.

인벤에서는 피파22 프로듀서 샘 리베라(Sam Rivera)를 통해 하이퍼모션과 이 기술이 가져오는 차세대 게임의 변화와 미래. 그리고 이전 세대 콘솔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능적 변화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피파22의 애니메이션 혁신을 그릴 핵심 기술은 하이퍼모션(Hypermotion)이다.

하이퍼모션을 만드는 첫 기술은 바로 11대 11 매치 캡처다. 그간 애니메이션 모션 캡처는 한 명의 선수, 혹은 공을 가지고 상대하는 수비수와 공격수 두 명을 기준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번 피파22 개발에는 게임의 넘버링처럼 22명의 선수가 플레이하는 장면을 캡처했다.

22명의 선수는 모션 캡처를 위해 수트를 입고 일반적인 축구와 똑같은 경기를 진행했다.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슈팅을 하는지, 또 공을 다룰 때 움직임은 어떤지, 공을 왼발과 오른발로 어떻게 다루는지 등이 기록됐다. 특정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기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기록된 셈이다.

많은 인원과 다양한 실제 모션 데이터는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시각 자료로 사용된다. 볼터치와 태클, 스프린트, 공격수와 수비수의 싸움 등이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된다.

이 자체로도 방대한 양의 애니메이션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피파22 개발진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움직임 구현을 꿈꿨다. 그 결과이자 하이퍼모션을 만드는 또 하나의 기술이 바로 머신 러닝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많이 쓰이는 머신 러닝은 학습 알고리즘이다. 컴퓨터는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꾸준히 학습하게 되는데 주어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가는 식이다. 앞서 11대 11 매치 캡처를 통해 반복 학습의 재료가 되는 정보 역시 이전 모션 캡처 방식보다 다양하고 자연스러워져 머신 러닝 결과물 역시 높은 수준으로 구현됐다.

▲ 실제 11대 11 경기를 캡처해 많은 데이터를 모은 피파22

하이퍼모션을 통해 상황에 따른 다채로운 애니메이션이 게임 내 추가됐다. 숫자만 따지면 약 4,000개 이상의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담겼는데 피파21과 비교하면 약 3배 이상 추가된 분량이다. 단순 수량 증가 외에도 기존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가다듬기도 하고 동일한 동작에 다양한 움직임을 그려내는 등 하이퍼모션을 통해 그 내실도 한층 단단해졌다.

단순 숫자를 넘어 패스, 드리블링, 공격, 수비 등 축구의 모든 영역에서 더욱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필드 플레이어 외에도 골키퍼 역시 상황에 따라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신경 썼다. 머신 러닝을 통해 공이 날아오는 방향과 위치.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선수 위치나 손과 발의 방향 등에 따라 골키퍼가 더욱 부드럽게 반응한다.

리베라 프로듀서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이 향상됐음을 플레이어가 곧바로 눈치챌 수 있다고 평했다.

11대 11 매치 캡처에서 얻은 870만 개 이상의 프레임을 통해 학습하는 ML-Flow 머신 러닝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조금씩 움직이며 드리블을 하다 갑자기 슛을 하거나 공에 접근하는 속도에 따른 보폭, 질주 상황에서의 움직임 등도 자연스럽게 흐르듯 이루어진다.


볼을 다루는 움직임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데 예를 들어 볼을 어떤 각도로 차는지에 따라 슛 동작의 애니메이션이 달라진다. ML-Flow는 단순히 모션 캡처를 통한 선수들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게임 내 공에 대한 움직임 역시 이전 작품보다 잘 포착해냈기에 가능한 기술이다.

차세대 콘솔 및 스태디아에 적용되는 하이퍼모션 기술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조작하는 팀원 개개인이 포메이션에 따른 이해와 전술 구사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전술적인 현실감을 더하는 기술이 바로 전술 AI(Tactical A.I.)다.

전술 AI의 기본은 인공지능이 플레이어의 전술을 도와 팀이 협력해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본 뼈대는 같지만,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적용되는 방식은 다르다. 공격 상황에서 AI는 초당 최대 6배 많은 결정 선택지를 가진다. 이에 상황에 따른 대처는 그만큼 기민해지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선수와의 빌드업을 위해 AI는 더 똑똑하게 움직인다. 수비수에게 저지당해 루즈볼이 됐을 때도 더 발 빠르게 반응한다.

AI는 수비 시에는 빈 수비공간을 커버하는 데 집중한다. 실제 축구처럼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뒷공간이 빌 경우 반대편 사이드, 혹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각 선수가 저마다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도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함께 하고있는 셈이다. 또 공간을 벌려 수비를 할지, 사이드를 비울지 선택하는 등 상황에 따른 판단 역시 이루어진다.


팀 전체를 아우르는 상호작용이 전술 AI라면 선수와 볼 하나, 혹은 볼 하나를 두고 두 선수가 경합하는 상호작용 역시 한층 진화했다.

우선 공중볼을 두고 두 선수가 몸싸움을 하는 키네틱 에어 배틀이다. 크로스나 클리어된 볼, 혹은 롱패스를 받으려는 공격수와 이를 저지하려는 수비수가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때 피파22는 서로를 그저 장애물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둘의 애니메이션을 동기화했다. 한 선수의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으로 계산하고 다른 선수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도록 만들었다.

공 하나를 두고 선수와 선수의 움직임을 그린 기능이 키네틱 에어 배틀이라면 컴포즈드 볼 컨트롤은 공과 플레이어 하나를 두고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가슴으로 볼을 받아 다리에 떨어트리고 속도를 줄인 공을 발로 방향을 바꾸는 것. 즉, 퍼스트 터치와 세컨드 터치 사이의 움직임을 보다 사실적으로 구현한 기술이 컴포즈드 볼 컨트롤이다.



실제 축구와 달리 애니메이션이 한정되어 있어 규정된 애니메이션 외의 상황이 전개되는 조작이 입력되면 선수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피파22는 하이퍼모션과 더욱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구현을 통해 선수의 볼 터치의 신속함을 가져왔다.

11대 11 매치 캡처는 단순히 플레이 상황 외에 움직임까지 더 사실적으로 구현하도록 도왔다. 이른바 플레이어의 인간화인데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동작. 즉, 체력이 떨어졌을 때 피곤하다는 제스처나 동료를 향해 손짓하고 프리킥을 차기 전 자연스럽게 몸을 푸는 모습 등이 게임 내에 구현된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선수들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도록 돋는 역할이다.

단순히 동작 외에도 표정 역시 다채롭고 사실적으로 바뀐다. 이날 발표에 사용된 영상에서는 한껏 눈을 찡그리며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 선수의 플레이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소개됐다. 특히 전작인 피파21과 같은 상황을 비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피파21의 선수가 로봇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보여줬다.

개발진은 피파22의 하이퍼모션을 통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게임 내 다양한 상황을 만들고 플레이어가 더 많은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을 목표라고 소개했다.


차세대 콘솔과 스태디아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하이퍼모션과 관련 기술 외에 현세대 콘솔, 그리고 PC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피파22에 추가된다.

우선 완전히 새로워진 골키퍼 시스템이다. 수비라인 전체에 걸쳐 새로운 AI가 제공되어 골키퍼는 수비수와 골대 사이에서 더 정확한 방식으로 슛을 저지한다. 골키퍼의 포지셔닝 역시 현명해져 수비수가 놓친 공을 빠르게 걷어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직접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내용 같지만, 리베라 프로듀서는 피파22를 처음 플레이하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공에 적용된 새로운 물리 엔진은 다양한 매개 변수에 따라 더욱 현실적으로 움직인다. 오죽하면 새로운 변화를 'True Ball Physics'라고 불렀을까. 피파22에서의 공은 속도, 방향 전환, 공기 저항이나 지면의 마찰 등 다양한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공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전달된 영상에서 골키퍼가 찬 롱볼은 피파21에서 큰 호를 그리고 땅에 떨어진 뒤 같은 방향, 일정한 간격으로 속도가 줄어들며 튀어오른다. 반면 피파22에서는 그라운드에 닿은 공이 급격히 속도가 줄어들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튀는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런 공의 물리 반응은 단순히 루즈볼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슛, 패스, 드리블 등 모든 터치와 날아가는 공의 상황에도 적용된다.

게임 플레이를 뒤바꿀 새로운 기능의 추가도 있다. 폭발적인 질주(Explosive Sprint)는 플레이어가 수비나 공을 가지고 있는 드리블 상황에서 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능력이다. 기존이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공을 더 빠르게 끌고 간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기능은 제대로 치고 달린다는 느낌을 준다. 활용법 역시 다양한데 드리블링으로 적을 유인하고 타이밍에 맞춰 즉흥적으로 스프린트한다면 수비수를 빠르게 제칠 수 있게 된다. 단, 현재 개발진은 이 기술이 너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격 전술(Tactics)은 플레이어에게 더 높은 제어권을 주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양 사이드의 간격이나 최후방의 라인을 슬라이더로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또 빌드업을 빠르게 하거나 점유율을 올릴지, 아니면 공격진까지 한 번에 찔러주는 다이렉트 패스로 공격 찬스를 만들어낼지 플레이어가 전술 메뉴에서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처음 등장하는 다양한 스킬 무브가 추가되고 경기 내에 좀 더 다양한 통계 정보를 제공한다. 팀의 점유율이나 슈팅 수, 패스 나 태클 정확도 등을 수치로 보여줌과 동시에 활동, 액션량을 피치 안에 점으로 표시해 보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팀 외에도 개개인의 활동 영역도 확인할 수 있어 부족한 포지션, 혹은 플레이어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 선수를 확인하고 개선해나갈 여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