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는 고민의 과정이다. 개발할 때 최선을 다하고 판매량은 하늘의 손에 맡기는 편에 가까운(그마저도 업데이트와 사후 관리를 하긴 하지만) 패키지형 모델은 다소 덜하지만, 일단 오픈해 두고 지속적 매출을 노리는 게임들의 경우 출시는 마무리가 아닌 시작이라 부를 만큼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들은 결국 유저의 수와 잔존율의 유지를 목표로 한다. 1인당 매출이 얼마인지, 주 매출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광고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등은 다 부수적인 요소다. 모든 것은 '유저'가 바탕이 되어야 작동이 가능한 부분들이고, 모든 매출 또한 유저에게서 발생하니까. 그렇기에, '라이브 게임 서비스의 비결'이라는 주제의 수많은 강연들은 전부 다 '어떻게 유저를 늘리거나 잡아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마련이다.

'초 개인화'또한 마찬가지다. 이제서야 용어가 확립되고 개념이 잡히고 있지만, 실상 게임의 '개인화'는 개발자들이 이론에 앞서 직감적으로 추구하던 요소에 가깝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하면서도 싱글플레이 같다는, 온전히 나만의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GDC 2021의 4일차, 텐투플레이 권혜연 대표가 연단에 올라 "멀티 모델을 통해 게임을 초 개인화하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텐투플레이 권혜연 대표


1 '게이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인화'의 정의

먼저 권혜연 대표는 '개인화'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유저의 수와 잔존율, 플레이 시간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그리고 여기서 생각할 것 중 하나는 신규 유저를 끌어오는 것 보다 기존 유저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신규 유저를 끌어오는 건 기존 유저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5배 가량 많은 비용이 든다. 지속적인 신규 유저의 유입보다 기존 유저의 잔존율을 높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유저 수 유지 방법이란 뜻이다.

▲ 신규 유저 모집은 기존 유저 유지에 비해 5배 가량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기존 유저를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훌륭한 CS와 디버깅은 기본적인 방법이며,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인게임 이벤트도 오늘날 유저 잔존율 증가를 위해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반면 권혜연 대표는 이렇듯 널리 알려진 방법들과 조금은 다른 부분을 강조했다. 게이머들을 규격화해 분류해, 똑같은 구매 제안이라 해도 보다 알맞는 시간에, 적절한 대상에게 합당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다. 라이브 게임 서비스에서의 '개인화'가 바로 이것을 뜻한다.

'개인화'는 게이머의 행동 패턴을 수집, 분석해 각 게이머에게 알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게임사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파는게 아닌, 게이머가 사고자 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개론에서 마케터는 모든 대상에게 같은 상품을 제시한다. 틀린 방법이라 볼 수는 없지만, 딱히 원하지 않는 상품이 눈 앞에 놓여 있을때 이를 거리낌없이 구매하는 이들은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 게임사가 팔고자 하는 상품이 아닌, 게이머가 사고자 하는 상품을 파는 것이 핵심

이는 이미 많은 메이저 콘텐츠 제공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시청 패턴과 선호 장르를 분석해 유사하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콘텐츠를 보다 우선적으로 노출하며, '스팀'또한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 해당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코드와 장르적 특성을 지닌 게임들을 상점에서 먼저 보이게끔 설계되어 있다. 게임의 '개인화'는 이 '추천 시스템'을 게임 내에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이미 많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사용하는 요소다

MMORPG의 경우 일반적으로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재료를 모아 장비를 착용한 후 스킬을 얻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며 던전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무난히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면 해당 유저는 게임에 남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색하게 공략에 처참히 실패한다면 이는 곧 이탈로 직결할 수 있다.

'개인화'에 기반을 둔 추천 시스템은 이 시점에 작동한다. 그간 해당 게이머가 걸어온 길을 분석해 그래프로 보여주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그리고 고랭크 플레이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점을 강화하는지를 조언하면서 이에 필요한 장비와 상품을 제시한다. 게이머들은 '더 이상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 게임을 접는다. 개인화 기반의 추천 시스템은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힌트와 열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 이탈의 순간을 막는 역할


2. '멀티 모델'을 통한 '초 개인화'

중요한 건, 무엇보다 각각의 게이머를 분석하고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결제 패턴을 통한 분석은 유저들이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멀티 모델'을 통한 분석은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게이머의 행동 패턴을 다각적 시선에서 분석해 게이머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각 게이머가 다른 유저들과 어떤 형태로 소통하는지, 무엇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지, 재화 소모 패턴은 어떻게 되고, 실패 시 어떤 형태로 대응하는지, 그리고 다른 게이머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행동 패턴에는 무엇이 있는지까지를 남김없이 분석해 해당 게이머를 '이해'하기에 이른다. 이를 수행하는 주체는 최근 게임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연구되는 AI들이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는 곧 '페르소나'로서 분류된다. 텐투플레이의 솔루션의 경우 게이머를 최소 28종의 페르소나로 분류한다. 페르소나 분류법은 멀티 모델을 통해 분석되기 이전에도 게이머의 소비 패턴이나 플레이 패턴 등 싱글 모델 분석을 통해 여러 번 제시되었던 분류법으로, '스피드 러너', '수집가', '완벽주의자', 등의 형태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 보다 다양한 모델을 기반으로 게이머를 분류하는 과정

가령,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남들보다 헤프게 사용하는 유저들의 경우 대부분 타 유저들과의 교류가 평균보다 낮은 편에 속하며, 이는 곧 그들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적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적은 이들은 게임 내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거나, 전략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퀘스트의 선택이나 캐릭터 관리 등에서 내내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재화 사용 패턴과 소셜 교류 패턴, 그리고 레벨링 스피드 패턴은 이렇듯 '관심은 있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타입의 유저들을 곧바로 특정해낸다. 이런 경우 '개인화 솔루션'은 게이머에게 부족한 정보와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게이머의 스탯이 어떤 식으로 치우쳐져 있는지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탑 랭크의 플레이어들에 비해 어떤 것들이 부족한지, 그리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 이 게이머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굳이 '이걸 사라'라고는 하지 않는다. 조언을 듣고 게이머가 구매를 하든 하지 않든 잔존율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이렇게 늘어난 잔존율은 곧 매출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를 얻은 게이머가 다른 형태의 패턴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 때부터는 또 다른 페르소나로 분류되어 이에 맞춘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듯, 게이머의 모든 행동을 토대로 성향을 분석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플레이 패턴에 맞춰 분류 또한 맞춰가는 개념이 바로 개인화를 넘어선 '초 개인화(Hyper Personalizing)'이다.


3. 어째서 '초 개인화'가 필요한가?

마지막으로, 권혜연 대표는 텐투플레이의 솔루션에 대해 소개했다. 텐투플레이의 솔루션은 게임 서비스 극초기부터 게이머의 여러 행동 패턴을 분석하며, 최소 28종의 페르소나로 이를 분류해, 각 게이머들에게 가장 적합한 조언과 정보, 그리고 상품이 무엇인지를 알아낸다.

게이머의 성격이 급한 편인지 아니면 느긋한 편인지, 소비 패턴은 모든 것을 다 사는 편인지 혹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식인지, 새로운 콘텐츠의 도전에 앞서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는 성향인지 아니면 일단 들이받고 보는 타입인지 등 각각의 상황에서 게이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관찰하고, 이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 텐투플레이의 게이머 분류 예시

텐투플레이 뿐만 아니라 이런 솔루션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게임의 개발 만큼이나 게임의 유지 보수와 유저 관리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텐투플레이처럼 독자적인 게임의 개발보다 게임 내에서 쓰일 분석 솔루션을 주력으로 개발하는 기업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비의 시대가 도래하고 오픈 마켓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고객 관리와 판매는 날이 갈수록 전보다 복잡한 과정과 형태를 띈다. 하지만, 결국 기본은 그대로다.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사고자 하는 것을 팔아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합한 상품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전까지는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는 이도 모르고, 심지어 사는 이도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초 개인화' 솔루션은 게임에서나마 이 '이상적인 거래'를 구현한 형태에 가깝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그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도록 만드는 것. 결과적으로는 잔존율을 높이고, 잠재 매출을 올리기 위한 사업적인 비방에 가깝겠지만, 그렇다 한들 게이머가 즐겁고 편하다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