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반,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제정신이냐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다닌 여행은 '마우스 여행'이니까. 그리고 어제 여정을 끝냈다. 물론 게이머의 마음은 갈대라고 갑자기 이 굳건한 마음이 돌변할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선택한 제품은 미국의 글로벌 게이밍 브랜드인 '스틸시리즈(SteelSeries)'에서 최근 출시한 무선 제품. 동료 기자의 유명 게이밍 마우스를 한번 잡아본 이후로, 10년 이상 사용했던 G102을 방치한 채 수많은 제품들을 빌리거나 구매하는 여정을 계속했다. 마케팅을 잘하는 특정 기업의 게이밍 마우스로 3개월 정도 정착했는데, 쓰면서도 뭔가가 아쉬웠다. 그러다 이번 주에 동료 기자가 무심코 내민 스틸시리즈 마우스의 그립감에 반해 바로 구매하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스틸시리즈는 프로페셔널 게이밍 기어를 지향하고 있는 브랜드로, 해외에서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게이밍 기어 대표 기업이다. 국내에서 인식이 다소 애매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FPS 혹은 AOS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에겐 친숙한 브랜드일 것이다. 나 또한 스틸시리즈 제품의 품질이 좋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마우스를 바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IT 제품 중 내 주 종목은 키보드다. 관심도 많고 그만큼 많은 제품들을 사용해봤다. 현재는 무접점 키보드에 정착한 상태지만, 특별한 계기로 극호감이 생긴 스틸시리즈에서 출시하는 키보드도 무척 궁금해졌다. 명곡 하나에 꽂히면 여태 듣지 않던 그 가수의 앨범 전집을 들어보는 것, 그게 세상 살아가는 재미중 하나니까.
■ 게이밍 키보드, 진짜 좋긴 한 걸까? 게이밍 키보드의 주관적인 생각
최근 게이밍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엔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는 유저들도 있지만, 너무 남용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컴퓨터로 하는 일 중에 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에 게이밍이 붙은 제품들은 곧 높은 사양을 제공한다는 맥락으로 사용되었다. 그때 맞춰 출시된 게이밍 모니터, 게이밍 마우스 등은 반응속도라던가 주사율 등으로 확실히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다만 게이밍 키보드부터는 대우가 좀 다르다. 일반 제품에 비해 수치적으로 차원이 다른 모니터라던가, 게임에 최적화된 디자인 및 경량화, DPI 조정이 가능한 마우스 등은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고 와닿는 부분이 많은데 키보드는 수치적으로도, 손에 닿는 느낌도 그다지 차별되지 않다 보니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그 이후에 출시된 게이밍 의자라던가 게이밍 헤드셋 등의 인식 보다야 훨씬 형편이 낫지만.
다양한 키보드를 접해본 나 또한 게이밍 키보드가 게임하는 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랜 기간 키보드 덕후 생활을 해본 결과, 게이밍 키보드를 하나 정도는 구비해놓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확실히 일반 키보드로 할 때와 게이밍 키보드로 게임할 때 다른 뭔가 있긴 하다. 다만 어떤 점이 다르냐는 것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 추측건대 안티 고스팅(동시 입력) 혹은 반응속도 기술과 관련이 있지 싶지만, 해당 기능을 일부 지원한다는 일반 사무용 키보드들로 게임할 때 키씹힘이 자주 발생했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이것이 수치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이 아니라 많은 제품들을 사용하며 느낀 경험담 정도기 때문에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반 기계식 키보드와 게이밍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간의 큰 차이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내 경험을 밑바탕으로 순서대로 나열하면 '일반 사무용 기계식 키보드' > 무접점 키보드 >>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광축 게이밍 키보드' 순으로 키씹힘이 발생했다.
물론 랭커를 지향하는 게이머까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게임하는 데에 입력 몇 번 안된다고 해서 게임 승패가 갈리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기계식 키보드 혹은 무접점 제품으로 게임하다 보면 '어? 이게 왜 안 눌렸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에 비해, 10만 원이하의 보급형 게이밍 키보드는 그 횟수가 차이 날 정도로 뚜렷했다는 경험을 꼭 한번 얘기하고 싶었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고가의 게이밍 키보드들은 저마다 재밌는 특징을 하나씩 갖고 있다. 스틸시리즈에서는 'Apex Pro' 게이밍 키보드가 그중 하나이다. 키압 지점을 변환하여 사용자 입맛에 맞게 설정이 가능한 '옴니포인트 스위치'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해당 내용은 아래의 제품 개봉기에서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 Apex, 스틸시리즈의 키보드 라인업
스틸시리즈에서는 2006년부터 기계식 키보드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명칭은 '스틸시리즈 G'였는데 '스틸시리즈 6G'가 그 주인공이다. 그 이후 개선된 '6G v2'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6G v2는 흑축으로만 출시되던 해당 키보드 라인업에 좀 더 가벼운 리니어 스위치인 적축을 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2015년 11월에 출시된 'Apex M800' 키보드를 시작으로 스틸시리즈의 Apex 키보드 라인업이 구축되었다. 해당 제품은 낮은 자판인 Low Profile 형식의 스위치를 채택했는데, 유명한 스위치 제조사인 '카일'과 협력하여 제작된 스위치다. 그 이후 낮은 자판의 'Apex 300', 'Apex 350', 일반 프로파일 형식의 키보드로는 'Apex m400', 'Apex m500' 등의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현재 스틸시리즈에서 취급 중인 제품은 'Apex 3', 'Apex 5', 'Apex 7' 그리고 'Apex Pro'이다.
Apex 라인업은 2019년에 리빌딩이 되었다. 모든 제품에서 자석으로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전용 팜레스트와 제품 우측 상단에 멀티미디어 컨트롤러를 제공하며 청소가 간편한 비키 스타일의 하우징을 채택했다. 그리고 전용 유틸리티인 '스틸시리즈 ENGINE'로 RGB를 입맛 따라 설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가장 저렴한 모델인 'Apex 3'에서도 지원한다.
'Apex 3'는 멤브레인 형식의 게이밍 키보드다. 엥, 멤브레인? 그거 옛날 기술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게이머도 많겠다. 하지만 뛰어난 내구성과 저렴한 단가로 오랜 기간 키보드계를 평정해온 방식이며, 여전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멤브레인 키보드 라인업을 하나씩은 유지하고 있다.
아쉽게도 'Apex 5'는 국내에서 공식 판매하지 않아 따로 다루지 않기로 했다. 스위치의 외형은 오테뮤 교체용 스위치와 흡사하지만 기계식 + 멤브레인 형식을 모두 채택한 '스틸시리즈 하이브리드 기계식 RGB 스위치'가 탑재된 독특한 키보드다.
'Apex 7'은 게이머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기계식 스위치를 탑재했으며, 클릭형와 선형(리니어) 중에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어 폭넓은 사용자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키보드다. 각각 청축과 적축과 유사한 해당 키보드에는 게이트론과 스틸시리즈가 합작하여 제작된 '스틸시리즈 QX2 기계식 RGB 스위치'가 탑재되어 있다.
최초의 민감도 조절 기계식 스위치인 '옴니포인트 스위치'가 탑재된 'Apex Pro'는 스틸시리즈 전용 유틸리티를 통해 입력 감도를 변경할 수 있는 독특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실시간 경쟁 게임에서 빠른 반응 속도를 위해 민감도를 0.4mm로 최대로 낮추는 것도, 오입력을 줄이기 위해 3.6mm로 최대로 올리는 것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키보드다.
■ 게이밍 키보드의 정석, 'Apex 7(블루 스위치)'
스틸시리즈 Apex 7 (Blue)
스위치 종류: 스틸시리즈 QX2 기계식 RGB 스위치 (블루 / 레드)
스위치 수명: 5천만 회 키프레스
키캡 프로파일: OEM 프로파일
키캡 재질: ABS
프레임 재질: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연결방식 : 유선(USB)
조명 : Dynamic Per Key RGB Illumination
멀티미디어 키 : 클릭 가능한 롤러 / 미디어 버튼
크기 : 403.3 x 139.2 x 17.2 (mm)
무게 : 952 (g)
보증기간 : 2년
기타 : Anti-Ghosting 100%(무한 동시입력) / OLED 스마트 디스플레이 / 전용 팜레스트
USB 패스스루 포트
제품 가격 : 169,000원(21.07.26 인터넷 최저가 기준)
'스틸시리즈 Apex 7'은 "게이밍 키보드는 이렇지"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모범답안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기 앞서, 게이트론과 스틸시리즈가 합작하여 개발된 '스틸시리즈 QX2 기계식 RGB 스위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스틸시리즈 QX2 기계식 RGB 스위치'는 국내에서 '레드 스위치'와 '블루 스위치'로 만나볼 수 있다. 리뷰에서 사용한 '블루 스위치'의 경우, 클릭 방식을 채택한 스위치로 체리 청축에 비해 입력 압력이 5cN 정도 낮고, 입력 지점 또한 0.2mm로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청축에 비해 좀 더 빠르고 가벼운 입력을 기대할 수 있겠다. '레드 스위치'는 제원 상 체리 적축과 큰 차이점이 없다.
※ cN(센티뉴턴): 일반적으로 키압을 표현하는 1gf(g)은 0.98cN로 치환됨
프레임은 항공기 등급의 5000 시리즈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채택하여 튼튼한 내구성과 견고함을 자랑한다. 독특하게도 USB 케이블 단자가 2개인데, 각각 키보드와 연결되는 단자와 USB 패스스루 포트와 연결되는 단자다. USB 패스스루 포트는 ESC와 근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주변기기들을 쉽게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OLED 스마트 디스플레이 기능을 제공하는 데, 이게 또 재밌다. 원하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표시할 수도 혹은 내가 직접 그려서 꾸밀 수도 있다. 심지어 필요한 정보를 표기하게끔 설정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CS: GO' 게임에서 내 KDA 및 게임 내 재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실시간 메시지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 뭔가 아쉬운데.. 스틸시리즈 PBT 푸딩 키캡을 씌워보자
키보드의 스위치나 하우징만큼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키캡. 물론 Apex 키보드는 비키 스타일의 하우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광량이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6월 경, 스틸시리즈에서는 푸딩 키캡, 'PRISMCAPS'를 출시했다. 내구성이 좋은 이중 사출 방식의 각인과 PBT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에 외형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키캡은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키보드와도 호환되는 제품이다.
■ 스틸시리즈의 기술력이 궁금해? 'Apex Pro'
스틸시리즈 Apex Pro
스위치 종류: 스틸시리즈 OmniPoint 스위치 /스틸시리즈 QX2 기계식 RGB 레드 스위치
스위치 수명: (옴니) 1억 회 키프레스 / (QX2) 5천만 회 키프레스
키캡 프로파일: OEM 프로파일
키캡 재질: ABS
프레임 재질: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연결방식 : 유선(USB)
조명 : Dynamic Per Key RGB Illumination
멀티미디어 키 : 클릭 가능한 롤러 / 미디어 버튼
크기 : 436.7 x 139.2 x 40.3 (mm)
무게 : 973 (g)
기타 : Anti-Ghosting 100%(무한 동시입력) / OLED 스마트 디스플레이 / 전용 팜레스트
USB 패스스루 포트
제품 가격 : 262,400원(21.07.26 인터넷 최저가 기준)
IT 제품 분야를 떠나서, 어떤 물건을 구입하게 될 때 자체 기술 혹은 그 기업에서만 취급하는 특정 사양에 매료되어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경쟁업체는 따라오지 못할 안정성이라던가, 아니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신기술이라던가. 'Apex Pro'가 탑재한 '옴니포인트 스위치'는 후자에 속한다.
스위치를 제외하고 모든 사양이 Apex 7과 동일한 '스틸시리즈 Apex Pro'는 국내 기준가가 약 10만 원 정도 더 높다. 앞자리 가격이 달라질 만큼 옴니포인트 스위치가 대단한 기술일까? 가격을 제외한다면 정말 신기한 기술이 맞긴 하다.
옴니포인트 스위치는 전용 유틸리티를 통해 스위치의 입력 지점을 최소 0.4mm에서 최대 3.6mm까지 조절이 가능한 기계식 스위치다. 다만 모든 스위치가 옴니포인트 스위치는 아니고, 게이머가 주로 사용하는 문자열(61개)만 해당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QX2 레드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적인 키감은 리니어 방식의 QX2 레드 스위치와 매우 흡사하지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옴니포인트 스위치 쪽이 아주 조금 더 쫀쫀하다고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의식하고 타건해야 느껴질 정도였으니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Apex Pro의 옴니포인트 스위치는 각각의 입력 지점마다 민감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맛에 맞게끔 설정이 가능하다. 반응속도가 중요한 게임에서 'QWER'키를 최소 지점인 0.4mm로 설정하여 즐기거나, 문서작업에 있어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는 지점의 민감도를 낮게 설정하여 차등 방식의 키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즉, 사용자 혹은 상황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밌는 키보드다.
■ 저가라고 무시하지말라! 방진 및 방수 등급 IP32의 멤브레인 키보드, 'Apex 3'
스틸시리즈 Apex 3
스위치 종류: 스틸시리즈 Whisper-Quiet 스위치 (멤브레인)
스위치 수명: 2천만 회 키프레스
키캡 프로파일: OEM 프로파일
키캡 재질: ABS
방수 및 방진 등급: IP32(생활 방수)
연결방식 : 유선(USB)
조명 : 10-Zone RGB Illumination
멀티미디어 키 : 클릭 가능한 롤러 / 미디어 버튼
크기 : 444.7 x 151.6 x 39.7 (mm)
무게 : 816.5 (g)
보증기간 : 2년
기타 : Anti-ghosting(게임 등급, 최대 24키 동시입력) / 전용 팜레스트
제품 가격 : 74,400원(21.07.26 인터넷 최저가 기준)
스틸시리즈에서 자체 개발한 멤브레인 스위치, '스틸시리즈 Whisper-Quiet 스위치'가 탑재된 Apex 3는 외형부터 내가 알던 멤브레인 키보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게이밍 감성을 가득 풍기는 제품이다. 특히 비키 스타일의 하우징을 채택하여 자판 아래로 바닥면이 살짝 보이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일반 기계식 키보드에서 볼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멤브레인 키보드의 특성상 생활 방수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저가형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자석이 달린 전용 팜레스트와 멀티미디어 키를 제공하는 것도 독특했으며,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동시 입력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놀랐다. 그 외에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 케이블 고정 프레임까지 모두 지원한다.
■ 마치며
게임하다 형용하기 어려운 키 입력 오류로 순간 열이 확 받다가도 "에이 내 손을 탓해야지"로 일관한 게이머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핑계가 아니라 정말로 장비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나처럼 한 번에 2~3개씩 쌓아두고 매판마다 다른 키보드들을 비교하며 사용해본 게이머가 아니라면 그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게이밍 키보드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아직까지 그렇게 좋지 않다. 조심스레 얘기하는 것이지만 게이밍 키보드는 실시간 경쟁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키보드를 좋아하는 유저에게도 극호감으로 다가오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한다.
실시간 경쟁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10만 원 이상의 키보드가 다소 부담으로 다가온다. PC 사양과 모니터, 마우스까지 고가의 제품으로 세팅하고 나서야 "아차, 키보드"를 외칠 텐데 남은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인 기준, 키보드를 하나만 구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RGB에 화려함을 더하는 게이밍 키보드보다 사무적인 디자인을 갖춘 키보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게이밍 키보드는 재미없는 제품이다. 그들에게는 최신 기술과 반응속도보다 독특한 타건음과 촉각적 피드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수 주문 스위치에 15만 원, 알루미늄 하우징에 20만 원 쓸 여유 정돈 있어도 게이밍 키보드 살 돈은 아깝다는 것이 그들. 보통 키보드에 취미가 붙은 유저들은 여유 키보드로 퀵스왑 키보드를 선택하여 장난감으로 구비해놓는 경우가 잦다.
다만 게이밍 키보드를 추천하고 싶은 두 가지의 근거가 있다. 하나는 서론에 언급한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키씹힘. 수치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일반 기계식 키보드의 동시 입력 기능 하자에 대해 증명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일반 게이머가 키입력 오류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A/S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게이밍 키보드에서는 키입력 오류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프로게이머들의 선택이다. 제아무리 협찬을 받는다 한들, "난 무접점 키보드의 타건감이 좋아"라며 해당 제품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한 명 즈음은 있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분명 게이밍 키보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뭐 옛날에야 멤브레인 키보드로 세계를 제패한 프로게이머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이 너무 발달했으니까.
스틸시리즈 Apex 키보드 제품들을 살펴본 결과, 개인적으로 Apex 7이 가장 게이밍 키보드 다운 성능과 가격을 갖췄다고 생각이 들었다. Apex Pro의 옴니포인트 스위치도 재미있었지만 그 외의 사양은 Apex 7과 동일한 것에 반해 가격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개인을 위한 게이밍 공간을 인테리어하는 것이 유행인데, RGB 감성을 한껏 살리고 싶은 게이머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게이밍 키보드를 구매한다면, 게임 성적이 온전히 내 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당한 핑곗거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꼭 감안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