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난 후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린 '스카웃' 이예찬과 '바이퍼' 박도현에게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기까지,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은 험난하고, 고달팠다.

T1(당시 SKT T1)의 연습생 출신인 '스카웃'은 솔로 랭크에서의 뛰어난 모습으로 데뷔하기도 전부터 LCK 팬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에게 가려져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16년 3월 EDG로 이적한다.

그리고, 첫 시즌이었던 2016 LPL 서머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린 '스카웃'은 2016 데마시아 컵, 2017 LPL 서머와 데마시아 컵에서 연이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개인적으로도 뛰어난 캐리력을 자랑하며 최상위권 미드라이너로 거듭났다.

하지만, LPL에서의 화려한 커리어에 비해 국제 대회 성적은 처참했다. 1시드로 참여한 2016, 2017 롤드컵에서 8강 탈락,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선발전을 뚫고 어렵게 진출한 2018 롤드컵에서도 8강을 넘어서지 못했고, 이후 2년 동안은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바이퍼'는 '스카웃'에 비해 선수 경력은 짧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맨 밑바닥을 경험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심했다. 친정 팀은 갖은 부정적 이슈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강등-해체 엔딩을 맞이한 그리핀이었고, 그 다음으로 들어간 한화생명e스포츠에서는 꼴찌나 다름 없는 9위에 머물렀다.

이후 LCK를 떠나 EDG에 합류한 '바이퍼'는 '스카웃'과 마찬가지로 이적하자마자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스프링 정규 시즌 MVP와 올-프로 퍼스트 팀을 꿰찼고, 서머에서는 상체 메타 속 원딜 캐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팀에 우승을 선사했다.


그렇게 2021 롤드컵 무대에서 선 '스카웃'과 '바이퍼'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담원 기아를 꺾고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바이퍼'는 당연히 잘했고, '스카웃'은 이전 라운드에서 보여준 아쉬움을 완벽하게 달랠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파이널 MVP까지 꿰찼다.

두 선수의 활약은 LCK 팬들에게도 커다란 선물이었다. LCK를 응원하는 입장에선 담원 기아의 2연패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굉장히 컸기 때문에 비록 LPL 팀이긴 하지만 한국인 멤버가 우승의 주역으로서 활약했다는 점은 큰 위안거리가 됐다.

'스카웃'과 '바이퍼'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관계자들의 평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은 '큐베' 이성진은 '바이퍼'를 가리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독기 있고, 승부욕이 엄청난 데다가 그 누구보다 노력한다는 게 '큐베'의 설명이었다.

한 LCK 관계자는 "'바이퍼'는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뛰어나다. 미담도 참 많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스카웃'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스카웃'은 정상의 자리에서도, 부진할 때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둘의 공통점은 '게임에 있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스카웃'과 '바이퍼'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다. EDG의 터줏대감 '스카웃', 그리고 EDG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멤버 '바이퍼'. 두 선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