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원

게임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일은, 아마 현시대의 부모와 교육자들의 공통된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오늘날 게임은 대중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으며, 게임을 즐기는 아이와의 소통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주제다. 더군다나 게임으로 부모와 트러블이 있던 세대가 어느덧 부모로서 아이와 게임으로 소통하는 법을 고민하게 될 시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금일(19일) 지스타 게임위 워크숍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원은 '게임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고민들을 풀어냈다. 장 연구원은 소통에 앞서서 '게임'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미'는 인간의 놀이 본능을 이끄는 동기이며, 게임도 일종의 놀이다. 그렇기에 "왜 게임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발달 심리학'의 측면으로 본다면, 게임은 일종의 놀이로서 '게임을 해야 성장을 하니까'라는 답변을 낼 수 있게 된다.

놀이 속에서도 누구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 재미라는 건 뭔가를 배울 때 느끼는 감정의 하나다. 그렇기에 놀이 속에서도 성장을 할 수 있으며, 게임은 재미를 느끼는 놀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성장을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장 연구원은 혼자 하는 게임과 멀티플레이 게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MMO 게임으로 나누어 배울 수 있는 성장 요소들과 게임의 특징에 대해 소개했다. 이러한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아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배우고 소통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혼자 하는 게임은 사실상 퍼즐에 가깝다. 논리는 간단하고 아주 단순한 놀이를 여러 번 중첩시킨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혼자 하는 게임을 잘하는 비결은 바로 '지겨움'을 이겨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갤럭시를 10,000판을 한다면 고수가 될 수 있지만, 지겨워서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해야 달인이 된다. 혼자 하는 게임들은 이런 면이 크게 부각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혼자 하는 게임은 사회적인 활동이 아니며, 논리 수학적인 활동에 가깝다. 컴퓨터를 상대로 퍼즐을 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혼자 하는 게임을 통해서 사람은 기초적인 자신감, 자기효능감과 더불어 인내심과 자기통제력을 키울 수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상대가 사람인 게임이며, 우리가 옛날부터 즐기던 모든 게임이다. 단순 원칙의 중첩은 맞지만 상대가 사람이기에 반복적이지 않다. 그래서 멀티플레이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법'을,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를 해야 한다. 이를 발달 심리학에서는 '조망 수학 능력'이라고 하며 모든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특히나 멀티플레이 게임은 반복 가능성이 낮은데 반드시 승패가 갈린다. 그래서 '패배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강력한 성장의 동기가 된다. 패배감으로 발생하는 열등감은 자아에 큰 위협을 가하기에, 스스로 더 잘하기 위해 패인을 분석하고 노력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근면성'을 쌓아갈 수 있고 이것이 얼마나 잘 형성되느냐에 따라서 노력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반칙'은 매우 경계해야 하는 요소다. 올바른 사회에서는 그렇기에 멀티플레이를 가르치면서 '스포츠맨십'을 가르친다. 명예롭고 가치로운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페어플레이를 하지는 않기에, 결과적으로는 반칙에 대응하는 방법도 배우지만 이는 게임이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물론 선생님과 부모로서도 힘들다. 다만 이미 성장한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반칙을 경험한 만큼, 각자의 대응 방법을 만들었을 테고 이를 가르칠 수 있다.



MMO 게임은 다수의 사용자가 접속과 종료를 반복하여 계속 유지하는 게임의 세계다. 새로운 현실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의 시초이면서도 종료가 없고 승패가 없는 지속 가능한 세계로 실제 사회생활이 전부 반영된다. 명예와 결혼, 사기, 권력, 가치관과 성격 차이와 문화 차이까지 모두가 존재한다. 단순히 사회생활을 면대 면으로 하지 않을 뿐이다. 사회생활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같은 맥락으로 경험할 수 있다.

게임을 잘 하려면 일단 게임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야 한다. 단순히 게임만 잘한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기에, 게임 밖의 생활도 잘 되어야 기분이 좋다. 그렇기에 MMO 게임에서는 게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왜 저 작자가 나에게 X랄을 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모두 사회 생활과 동등한 문제다.



이는 자아와 타인, 사회에 관한 문제다. 부모님들이 게임을 싫어하는지 이해하는 건 이 맥락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과 궤가 같다. 게임과 관련된 문제들은 복잡하고 기술을 가르치기도 힘들다. 기본적으로 라이프 사이클과 유행이 짧은 게임을 모두 적응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사회와 문화와 관련된 사항은 우리가 사람인 한 모두가 같다. 그렇기에 이러한 내용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게임 속에서 만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게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 경제 등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오히려 아이들이 잘 아니, 어른이 아이들에게 배우면 된다. 다만 그렇다고 모두 모르면 안 된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누군지, 게임에서 사용하는 어휘나 그 자체의 의미와 경험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집단 지성의 힘이 작동하는 방식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와 대화는 이해에서 시작할 수 있고 무엇을 가르칠지도 게임의 특성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습관 순환'이다. 장 연구원은 부모가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논리적으로 꾸준히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요구하여 아이가 좋은 습관을 들이게 만들기를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