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중 이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게임이 있을까 싶다. 여러 가지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긴 했지만 '던전앤파이터'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인기를 끌고 사랑을 받아온 게임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한동안 '모바일 열풍'이 불었을 때도, 던전앤파이터의 IP를 모바일로 이식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귀검사,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여거너의 편은 나름대로 스마트폰 시장이 정착되기 전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도래한 이후로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이식이 썩 좋은 결과는 내놓지는 못했었다. '던전앤파이터: 혼'과 '퍼즐 던파'라는 시도가 있었지만 교훈을 얻고 끝났다. 그렇지만 넥슨과 네오플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기존과는 달리 원작 그대로, 2D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신작.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고 오랜 시간 '던전앤파이터'를 이끌어온 윤명진 디렉터가 직접 키를 잡았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무엇이 '던전앤파이터'를 떠올리게 하고,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정말로, '진짜 모바일 던전앤파이터'가 유저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잘 담긴 '던전앤파이터'의 감성

▲ 스토리 연출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조금 원작과 다르긴 하다.

이번 게릴라 테스트의 빌드는 콘텐츠의 자체는 예상할 수 있도록 분포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극 초반부를 경험하는 쪽에 가까웠다. 모든 계정 당 1개의 캐릭터만 생성할 수 있었으며, 한 캐릭터에 100의 피로도가 주어졌으므로 사실상 100의 피로도를 소모해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약 17~18레벨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띈 점은 바로 '던전앤파이터'의 원작 감성을 정말 듬뿍 담았다는 점이다. 특유의 DOT 기반 그래픽은 과거 던전앤파이터를 즐겼던 유저라면, 하다못해 한 번쯤 경험이라도 잠깐 해본 유저라도 "원작 구현 잘했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특징은 자동 전투가 없다는 점. 예고했던 대로 모든 조작은 (기본)가상 패드를 통해 수동으로 액션을 진행한다. 모바일 액션, 혹은 MMORPG를 해봤다면 익숙한 형태의 화면 좌우로 분포된 가상 패드 조작이 기본이고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던전앤파이터가 추구했던 정체성이 진하게 드러난다. 원작 던전앤파이터의 '액션 쾌감'을 모바일로 상당히 잘 이식해둔 느낌이다. 원작에 버금(?)갈 정도로 잘 꾸며진 그래픽으로, 감성을 제대로 담았으며 훌륭한 타격감과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원작 효과음 및 사운드가 그대로 나타난다. 단순한 '리소스 재활용'을 넘어서, 너무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기에 모바일 환경에서도 원작의 재미를 완벽히 구현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 스킬 트리와 시스템도 원작과 매우 비슷하게 구현되어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가 원작 '던전앤파이터'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구현된 수준인데, 여기에서 몇 가지 편의적인 기능이 삽입됐다. 퀘스트 진행의 자동 이동 기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파티 찾기와 초대 및 UI의 구성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메뉴들이 사실상 스킬 사용 메뉴를 제외하고는 캐릭터가 메인으로 움직이는 공간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메뉴가 숨겨지고 뎁스가 깊어진 단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다른 메뉴를 통해 캐릭터를 세팅하거나, 파티를 찾는 행위는 전투가 이뤄지는 공간과 분리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채팅에서도 퀵 메시지나 이모티콘 등을 통해 빠르게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둔 점에 눈에 띈다. 그만큼 '모바일' 환경이지만, 파티 플레이에 대한 부분도 꽤 신경 썼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튜토리얼에서는 시로코와 아간조, 록시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던파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을 요소들을 첨가했고, 이후 이어지는 스토리는 원작과 매우 유사하게 아라드 대륙에서의 여정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성장에 따라 전작 퀘스트도 존재하고, 에픽 퀘스트를 따라서 계속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식이다.

모험가가 성장함에 따라서 콘텐츠도 하나둘씩 개방되어 간다. 원작의 장비 재련이 '연마'로 대체된 것 외에는 대부분의 장비 시스템이나 콘텐츠도 원작을 해본 유저라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잘 구현해두었다. 물론 처음 모바일로 던전앤파이터를 접하는 유저도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안내와 튜토리얼도 잘 잡혀있다.

▲ 이정도면 진짜 UI빼고 원작과 플레이 감각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



'괜찮은' 가상패드, 패드와 키보드는 취사선택?

▲ 록시와 아간조, 시로코의 이야기를 담은 튜토리얼

조작 방식의 설정에 대해서는 개발팀의 고민의 흔적이 진하게 드러나면서도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던전앤파이터 원작의 감성을 살린 조작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쿨타임 감소 효과를 받는다는 이점도 있다는 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몇 가지 스킬을 제외하고는 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 원작의 조작 방식을 구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바일 환경의 액션 게임들은 대부분 가상 패드를 기본 조작으로 삼게 된다. 이러한 가상 패드 조작은 생각보다 커맨드 입력이 까다롭고,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기에 적응하기 까지 많은 숙련도를 요구하게 된다. 키보드나 조이스틱에 비해서 조작이 어려운 건 사실이나, 그래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현실적인 한계점이 있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커맨드 입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커맨드 입력을 통한 쿨타임 감소 등의 이점이 사라지고, 스킬창 사용 혹은 기본 공격의 드래그 조작 등으로 대체 된 부분이 눈에 띈다. 만약 원작처럼 커맨드 입력이 적용되었다면 가상패드의 조작이 크게 문제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오히려 가상패드로도 나름대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수준까지 조작감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컨트롤러도, 가상 패드 조작도 세심하게 본인이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었다.

키보드나 조이스틱에 비해서는 떨어지긴 하지만, 가상패드를 이용한 조작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가상 패드를 적용한 모바일 액션 게임들 중에서는 꽤 뛰어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심하고 섬세한 조작이 조금 어렵고 이에 대한 숙련도가 많이 요구될 뿐, 못해먹겠다거나 재미가 크게 반감된다는 수준이 아니다. 가상 패드 조작도 기본적인 콘텐츠 플레이에는 전혀 무리가 없고, 감각도 잘 살아있는 편이다.

물론 조작 실력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결투장 등 PvP에서는 이런 환경에 따른 조작 문제가 대두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PvE 콘텐츠를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괜찮은 가상패드 조작감을 구현했다는 점은 칭찬할 요소다. 물론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키보드 혹은 조이스틱을 이용한 조작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취사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UI의 배열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한 점, 조작법을 세심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팀이 이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상세한 설문 조사 항목에서도 출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조작 방법과 조작 감각을 다듬으려는 고민이 보이는 만큼, 향후 출시에도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 이동 지역 자체는 한정적. 향후 레벨이 상승하면 계속 풀릴 것으로 보였다.



이정도면 진짜 원작을 빼다 박았다고 봐도 되겠다

▲ 꽤 상세하게 여러 부문에서 질문이 있던 설문조사. 개발팀의 고민이 확실히 보일 정도였다.

요약하자면 이번 게릴라 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정말 말 그대로 원작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옮긴 수준으로 뛰어난 원작 재현도를 보여줬다. 그래픽부터 조작 방식, 스킬, 스킬 트리, 시스템, 그리고 타격 이펙트나 어레인지 없는 초창기 사운드에 던전 종료 보상과 아이템 드롭 연출까지 무엇 하나 빠진 게 없을 정도로 원작을 빼다 박았다.

원작을 조금이라도 해 본 유저라면 "그냥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로 하는 거네"라고 할 정도의 감상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다. 몇 가지 시스템들이 모바일 환경에 맞춰 바뀌었지만, '액션쾌감'이라는 키워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작 편의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눈에 보인다.

물론 게릴라 테스트를 통해 향후 50레벨 이후부터 본격적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번 테스트에서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던전앤파이터 팬층과 새롭게 팬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적인' 게임으로서는 충분히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IP의 확장이자 이식에서, 특히나 모바일은 '그 시절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면서 현대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과거의 감성을 해치기도 했고, 오히려 너무 원작 그대로 답습하여 변화조차 없어 더 불편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 일러스트나 편의 기능, 그리고 NPC들의 모습이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감성을 살리면서도 '또 다른 던전앤파이터'의 이야기를 모바일에서 그려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이번 게릴라 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원작 팬들에게도, 그리고 그동안 던전앤파이터를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중간점을 잘 잡았다. 그렇기에 이번 피드백을 통해 다듬고 2022년 출시를 기다릴 수 있는 게임이었고, 씁쓸한 실패만 있던 '모바일 던파'에 확실한 기대를 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