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회사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의 멘트를 그대로 인용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통은 '우리 서비스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게이머 여러분의 지적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개선하려 한다'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자리가 일대일 인터뷰 자리가 아니라 다수의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공동 인터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경쟁상대에 있는 상대회사와 게임에 대해 공개적인 칭찬의 멘트를 날리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게임 eX 2010 행사에서 정욱 대표대행과의 공동 인터뷰는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적나라하게 말하기가 우세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게이머들이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올리곤 하는 '한게임이 그렇지 뭐', 혹은 '한게임의 병맛 운영'이라는 멘트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고, 부족한 운영에 대해서는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말도 별다른 주저함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테라의 오픈이 다가올수록 직접적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아이온에 대해서도 '아이온이 이제 대한민국 게임 퀄리티의 기준'이고 '그 정도는 만들어야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등 칭찬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기자의 귀에는 '한게임이 퍼블리싱 하는 게임의 개발사에 대해서, 다수의 개발사에 대해서 지분투자, 인수, 기타 방식의 투자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언급보다도 더 중요하게 느껴졌던 멘트로 들려졌습니다. 발전이란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게임 정욱 대표대행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한게임 매출중 55%가 보드게임에서 나온다고 했고, 지속적으로 퍼블리싱 게임의 비중을 높인다고 했다. 올해 목표하고 있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

= 구체적인 목표 수치 제시는 공시 등과 관련되어 다 밝히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일단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개선해왔던 것보다도 큰 폭으로 보드게임 이외 분야의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 오프닝 멘트로 퍼블리싱 명가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 퍼블리싱 명가라고 하면, 좋은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운영 능력도 향상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한게임은 이 두개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재작년부터 계속해서 개선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주에는 서비스 능력, 운영 능력을 확실히 끌어올려 마무리를 짓고 싶다.

보통 운영이라고 하면, 서비스 이후 모든 영역을 통칭하는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모든 면에서 한게임이 달라졌다, 향상되었다라는 평가, 나아가 한게임만큼만 해라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평가를 받고 싶다.

당장 이렇게 평가를 받을 순 없겠지만,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런 평가를 받는 한게임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 운영시스템, 고객응대 시스템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게임은 월~금 오후 6시까지만 응대하고 있다. 통신회사 등 다른 분야처럼 응대 시간을 늘릴 계획이 있나 ?

= 필요하다면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운영에 대해서 한게임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회사는 엔씨소프트이고 한게임이 엔씨소프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엔씨소프트 만큼은 해야되고, 또 그에 맞추어 많은 것을 개선하고 준비하고 있다.

각종 사이트나 게시물을 통해 한게임의 운영, 서비스 능력에 대해 혹독히 비판하는 글들을 많이 본다. '한게임이 그렇지 뭐...' 등등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안그런 게임사가 있나'라는 생각이 아니라, 그런 댓글들이 줄어들고 없어질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고 굉징히 많은 노력을 진행중이다.

(※ 블로거들과 정욱 대표대행의 간담회가 시작될 때, 정욱 대표대행은 '한게임의 병맛 운영' 같은 멘트가 바뀔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하기도 했다)



◆ 오늘 소개한 게임들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앞으로도 장르 다양화를 추구할 것인가 ?

= 현재 한게임은 세가지 장르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첫번째로 MMORPG, 두번째로 FPS, 세번째로 스포츠이다. 앞으로도 이 3가지 장르 위주로 게임을 서비스할 생각이다.

올 2010년에는 MMORPG 에 가장 큰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MMORPG 시장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여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싶다. 그리고 내년에는 FPS 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 리얼리티에 기반한 스포츠 게임의 경우 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하여 개발, 서비스할 생각이다.





▲ A.V.A의 개발사 레드덕이 개발한 신작 FPS, 메트로 컨플릭트



◆ 현재 많은 퍼블리셔들이 웹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오늘 신작 소개에서도 웹게임이 2종이 포함되어 있는데, 앞으로 웹게임 시장을 어디까지 확대해나갈 것인가?

= 웹게임은 멀티플랫폼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게임이 모바일게임을 갑자기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것은 한게임이 잘하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한게임에 바탕을 둔, 유무선 멀티플랫폼에서의 플레이는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보고 그런 맥락에서 웹게임에 대해 관심이 높다. 앞으로도 멀티플랫폼 환경에 대한 부분은 계속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 오늘 소개한 게임들의 개발사에 한게임이 지분을 투자했는지 궁금하다.

= 아직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다. 과거 한게임은 지분 투자에 대해 소극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전략적 투자, 소수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 단순한 투자 등 투자의 여러 영역을 모두 검토할 것이다. 얼마전에는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에도 투자했는데, 아키에이지의 경우 퍼블리싱이 아닌 그냥 말 그대로의 투자이다. 그 외 다른 개발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중이다.


◆ 자체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거나 운영할 계획이 있나 ?

= NHN 내부에서 개발팀을 꾸리지는 않겠지만,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설립이나 인수 등은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올해 여러 건의 투자 등이 있을 수도 있다.


◆ 한게임의 행보에 대해 돈으로 너무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 다른 퍼블리셔들에게는 죄송한 말일 수도 있지만, 개발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면도 있다고 본다.

요즘 게임의 경우 적당한 퀄리티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충분한 퀄리티를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한게임의 현재 정책은 게임이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오픈하는 것이고, 한게임이 기대하는 MMORPG 중 하나인 폴리곤게임즈의 이스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정책을 적용할 것이다.

그런 정책을 적용할 경우 그만큼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자금이 더 필요한데, 한게임이 퍼블리싱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더욱 책임있고 적극적으로 개발사를 서포트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 요 근래 관심있게 보고 있거나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가 ?

= 아이온을 하다가 중단했는데, 요즘 다시 아이온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게임 퀄리티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이온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이상이 되지 않으면서 성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얼마전 전 직원에게 메일을 하나 보냈는데, 올해 RPG 게임들 중 경쟁사 게임 하나,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하나 이렇게 두개를 무조건 만레벨 달성하라고 했다. 한게임의 전반적인 운영 능력 향상 등을 위해서라도 내부와 외부를 모두 쳐다보고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 이번 행사에 공개된 신작 MMORPG, 프로젝트 E:st



◆ 아키에이지에 투자한 것이 단순 투자라고 했는데,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나 ?

= 한게임의 입장에서야 아키에이지를 국내든 해외든 다 퍼블리싱 하고 싶지만, XL게임즈 송재경 대표 역시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 듯 하다. 앞으로 논의해볼 생각도 있고 사업적으로 파트너를 찾을 경우 한게임과 같이 했으면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체 서비스를, 일본에서는 조이온과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키에이지와는 사업적인 관련은 아직 없는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서포트해줄 의사가 있다. 또 그런 게임이라면 사업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단순 투자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 작년 한게임 인비테이셔널과 올해 eX 2010 을 통해 소개된 게임들의 경우 해외 판권을 한게임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나 ?

= 각 게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테라는 한게임이 한국과 일본 서비스 판권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블루홀이 직접 하는 것처럼 게임마다 판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 다르다. 작년과 올해를 통해 소개한 게임들중 한게임이 한국 서비스권만 가지고 있는 게임은 없다.

한게임이 가지고 있는 정책중 하나가 앞으로 계약할 모든 게임에 대해서는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판권 문제로 인해 계약이 안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개발사와 협의하여 일부 지역의 판권만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폴리곤게임즈의 '이스트'나 레드덕의 '메트로 컨플릭트'는 해외 판권을 모두 한게임이 가지고 있다.



◆ 킹덤언더파이어2 에 대해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지금은 다 정리된 상태지만, 한동안 내홍이 있어서 고민이 많기도 했다. 조만간 킹덤언더파이어2의 플레이 버전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 킹덤언더파이어2 등 기다리고 있는 라인업도 많다



◆ NHN 게임스의 FPS 게임인 배터리가 아니라 메트로 컨플릭트를 선택한 이유는 ?

= 메트로의 계약은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 전이다. 배터리의 웹젠 계약보다도 훨씬 이전이다. 레드덕이라는 FPS 명가 회사의 작품이기도 하기에 메트로 컨플릭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오늘 eX 2010 에서는 해외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해외 매출 증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 한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좋은 게임, 좋은 IP 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만 해외에서의 성과도 개선될 수 있지 않겠나. 아이온이 그 중 한 예라고 본다. 그간 중국 등지에서 NHN 한게임이 지닌 플랫폼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한계점들이 있었다. 현지의 주류 플랫폼과는 다른 면도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해외에 지닌 플랫폼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가장 잘 서비스할 수 있는 업체와 협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 근래 게임계에 안좋은 사건들이 좀 있었는데,

= 세칭 이야기하는 게임에 대한 과몰입이나 중독 등의 문제에 대해 게임사가 책임있게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게임도 그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직접 대면상담을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는 과정도 있다. 그런데 게임 과몰입 상태에 있는 사람과 게임을 일시적으로나마 분리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컨대, 아이디를 막더라도 그 사람이 정말 게임과 분리되었을까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참 많은 어려움이 있는 과제이기도 하지만, 게임이 이제는 영화나 음악보다도 그 규모가 커진 산업이니만큼, 다른 문화산업 못지 않은 사회적 책임감을 지녀야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