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이머들에게 2월은 정말 행복한 한 달입니다. 생각 안 했던 시푸가 좋은 모습 보여줬고 2월 초에는 할 거 많은 다잉 라이트2가. 하반기에는 시리즈 궤도를 높인 햄탈워 시리즈 최신작에 데스티니 가디언즈 새 확장팩. 그리고 정말정말 오래 기다려온 기대작 엘든링도 2월 말을 화려하게 불태우려고 기다리고 있죠.

리뷰 점수부터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토탈워도, 소울라이크도 사실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팬이 많은 부류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축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막상 딱히 할 게 없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그런 일부 PC 팬들의 가려움을 긁어줄 행사가 바로 스팀 넥스트 페스트죠. 직접 게임 데모 플레이해볼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그간 여러 차례 열렸는데요. 이게 그저 잘 꾸며진 트레일러 하나 툭 떨궈놓은 스팀 설명과 달리 게임도 직접 게임 플레이해볼 수 있는 데모가 제공됩니다. 여기에 스팀페이지 상단에는 개발자가 직접 플레이하는 라이브 스트리밍도 진행되니 ‘진짜' 게임 모습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축제 기간 나오는 게임이 너무 많습니다. 체험판만 수백 개라고 하는데 3월 1일 새벽이면 끝나는데 이 많은 게임 중 뭐 해야 할지 눈이 돌아갈 정도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독특한, 혹은 매력적인 게임 디자인이 담긴 게임들을 지금 정리해서 소개해 드립니다. 여기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각자 취향에 딱 들어맞는 게임들을 직접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에 자동 전략 전투를 섞었더니
#한국어화 #전략 #판타지 #오토배틀러

Hero's Hour (스팀링크)

모바일 버전에 오토 배틀러 같은 외전은 나오지만, 넘버링 시리즈는 벌써 10년이 됐고 이제는 사실상 본가 취급받는 히마메도 제대로 된 작품 안 나오는 요즘. 대체 왜 안 내주는 건지 모르겠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 매직 느낌이 잔뜩 나는 게임입니다.

픽셀 아트로 분위기 자체는 기존 히마메와 다르긴 하지만 병사들 데리고 다니는 영웅이나 턴 방식 월드 맵에서 영웅 이동할 때 나오는 화살표와 X 표시는 이거 완전 히마메거든요. 영웅 성장이나 타운 개발 등 히마메 기다리는 팬들 만족시켜주기 좋은 게임입니다.

근데 이게 전투는 또 달라요. 전투에 들어가면 가지고 있는 병사 미리 배치해 줄 시간 주고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거든요. 여기에 영웅이 가진 마법으로 전투에 개입할 수 있죠. 일단 스팀에 적힌 태그는 오토 배틀러고 이런 종류의 전투를 오토 배틀러라고는 하는 게 맞긴 하지만, 보통 오토 배틀러라고 하면 오토체스의 그걸 생각하기 쉬우니 좀 분리해서 설명하는 게 좋을 거 같았어요.

이것도 축제 기간 데모로 플레이할 수 있는데 축제 끝나는 다음 날인 3월 1일이 바로 출시일입니다. 데모해보고 마음에 든다면 바로 정식 버전 할 수 있는 완벽한 출시 빌드업이네요.



빌더 만들어놨더니 다 부순다고? 그럼 아예 부숴버리는 게임을 만들어주지
#한국어화 #건설 #샌드박스 #물리

ABRISS - build to destroy (스팀링크)

방청소하는 하우스 플리퍼에서는 온 집안을 'dog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시티 빌더는 잘 짓는 것 이상으로 어떤 재해로 도시 때려 부술지 고민했고요. 그렇습니다. 알게 모르게 행해온 우리들의 죄악이 이 간악한 물건을 만들어냈어요.

ABRISS - build to destroy는 부제 그대로 잘 지어서 파괴시키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생기는 갖가지 부품들을 잘 조합해 목표가 되는 흰 건물, 혹은 방벽을 잘, 아니 최대한 거침없이 무너트리는 게 목표죠. 이런 게임이 그렇듯 물리 엔진이 핵심인데 엔진과 폭탄의 조합으로 로켓을 만들고 회전기에 레이저를 달아 레이저 쏘며 회전하는 로켓을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그 핵심은 잘 살아있습니다.

별 모양으로 존시나 하게 잘라보면 모든 것이 파괴되어있듯 잘 부수려면 이런 물리 엔진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부품 조합을 고민해야 할겁니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라면 작정하고 부수라고 만들어줬더니 이번에는 안 부수고 멋진 작품 만들기에 몰입할 청개구리 유저들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쓰고 기대)될 뿐이네요. 게임에 사진 모드에 GIF로 파괴 장면 담아내는 기능도 있다니까 창의력 뿜뿜 하기에 좋은 게임인 건 분명합니다.



한푸우? 내가 아는 푸는 곰돌이밖에 없지!
#한국어화 #비주얼노벨 #미스터리 #수사관 #스릴러

Suhoshin (스팀링크)

한국의 신화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조선시대 배경의 비주얼 노벨. 그런데 개발사는 프랑스 렌의 독립 스튜디오입니다. 영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한국 역사를 게임에 그려내겠다는 목표는 게임 제작을 공개했을 초창기인 2020년부터 확고했죠.

프랑스 현지 개발자와 한국 개발자가 함께 작업하고 있고 캐릭터 디자인은 레이징 루프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카게요시가 맡았고요.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선지우 해금 연주자를 비롯해 우리 전통 악기 연주로 사운드트랙을 채웠고 다양한 문헌을 연구했다고도 하죠.

MazM: 페치카나 코스닷츠의 언폴디드: 동백이야기처럼 우리 역사를 다룬 게임 몇몇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 배경의 게임이 날로 줄어가는 상황에서 먼 유럽에서 만든 한국 배경의 게임이 나온다니, 확실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네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아름다운 우리 한복이 기품있게 그려진 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네요.

게임은 무사시험을 통과한 청년 유리를 중심으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미스터리 수사극으로 선택지에 따라 멀티 엔딩 요소가 포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이! 개발자! 왜 내 이야기를 허락 없이 게임으로 만들었지?
#한국어화 #생활시뮬레이션 #생존 #픽셀그래픽 #풍자

Hikikomori life (스팀링크)

사방이 틀어 막힌 집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주인공. Hikikomori life는 제목 그대로 집 안에서만 사는 히키코모리의 묘사한 게임입니다.

생존 태그가 붙어있듯 게임 하고, 먹고, 마시고, 싸고, 자고, 씻는 모든 행위가 결국 주인공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죠. 재택근무니 거리두기니 하며 한동안 외부와 단절된 삶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딱히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이라는 매체로 가볍게 다루는 듯한 모습도 있지만, 사실 사람과의 거리가 있는 이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꼬집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그게 사실 제 이야기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게임을 열심히 할 때도 잘 먹고, 씻으라는 교훈 하나 얻어갑니다.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 끝? 게이머 니들이 파괴한 건 니들이 치워라
#한국어화 #시뮬레이션 #건설 #경영 #어드벤처

WWII Rebuilder (스팀링크)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게임 중 가장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는 아마 제2차 세계대전일 겁니다. 여러 국가가 개입한 거대한 전쟁에 유명한 전투도 많고 그 전쟁 사이에서 생긴 이야기들도 셀 수 없고요.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전투 넘어 거대한 전황을 그리며 꽤 많이 소재로 쓰였죠.

그런데 이런 게임들은 모두 전쟁의 시작과 끝만을 다뤘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그 이후를 다루진 않았죠. 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그동안 사람이고 마을이고 수도 없이 때려 부순 게이머들이 속죄할 수 있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공습으로 잔해만 남은 건물은 망치로 깨부수고 렉킹 볼로 완전히 으깨야 합니다. 인문계라 선생님이 기술가정 시간에 안 가르쳐줬던 용접도 여기서는 필수입니다. 물론 파괴하고 치운다고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건 아니겠죠? 이제 부서진 벽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야 합니다. 지붕도 얹고 도로도 정비해야죠.

이쯤 하면 그동안 게임에서 부순 도시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는 보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속죄는 정식 출시되면 할 수 있을 겁니다.



땅에서도 3D 멀미를 하는데 무중력 슈터라고요?
#한국어화 #1인칭슈팅 #우주 #클래스기반

Boundary (스팀링크)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어 수를 기록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게 싱글 게임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플레이어가 같이 즐기는 멀티플레이어 기반 슈터거든요. 그리고 기존 멀티플레이어 슈터와 다른 점이라면 무대가 발을 딛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우주라는 점이겠네요.

우주복 입고 진행되는 슈터라면 뭔가 움직임도 느릿느릿하고 전방향 다 움직이는 올드스쿨 슈터에 가까울 것 같지만, 디자인 자체는 현대적인 클래스 기반의 전략 슈터의 특징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돌격수부터 의무병, 저격수, 지원형 장비를 든 캐릭터 등을 선택할 수 있고 무기 어떻게 들고 싸우느냐에 따라서 역할이 또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사실 지금 단계에서는 클래스에 따른 전략보다도 우주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한 모습이긴 합니다. 전후좌우에 위, 아래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새로운 전장이라니. 그야말로 괴수 대전이 펼쳐지기 좋으니까요.



왜 농부가 던전을 가죠? 그래서 미리 던전 안에 다 때려넣었습니다
#안한글 #협동 #어드벤처 #샌드박스 #농장시뮬레이션

Core Keeper (스팀링크)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해가 뜨면 나가서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질 때 돌아오는 게 농부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게 농사죠. 하지만 게임에서는 좀 다릅니다. 하베스트문에서 출발한 룬팩토리든, 스타듀 밸리든, 우블렛이든 대충 땅 갈고 씨 뿌리고 물주면 농사 자체는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재료 모으러 남는 시간을 전투로 보내죠.

Core Keeper는 이런 발상을 살짝 비틀었습니다. 사실 보기에는 기존 농장 시뮬레이션과 비슷합니다. 픽셀 그래픽이나 UI는 스타듀 밸리를 닮았고 마인크래프트식 샌드박스 요소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 출발이 마을이 아니라, 고대 동굴 안입니다.

괴물들이 도사리는 이 동물 안에서 거대한 괴물을 물리치고 자원을 유물을 얻기 위해 자원을 캐고, 동굴에서 자라는 농작물고 키우고, 장비도 강화하는 거죠. 이쪽은 전투를 해야하는 이유가 좀 더 확실한 편이네요. 그래서 거대 보스와의 전투 같은 것도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최대 8명이 함께 온라인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 정 못 버티겠다면 친구 찬스 쓰세요.


이집트 시티 빌더, 이거 알면 최소 8X년생
#안한글 #도시건설 #외교 #전략 #경영

Pharaoh: A New Era (스팀링크)

천막에서 시작해서 신전에서 신을 떠받들고, 로마의 상징인 목욕탕까지 제대로 구현했던 시저 시리즈. 역사와 시뮬레이션을 적절하게 녹여낸 이 게임 기억하시는 아저씨 아줌마 게이머들이 꽤 많을 겁니다. 그리고 개발사는 시저 말고도 신화적 그리스 그린 게임 제우스와 고대 이집트 다룬 파라오 시리즈로 이어졌죠.

여기, 그 파라오의 리마스터작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Pharaoh: A New Era입니다. 단순히 '정신적인 후속작'이나 '영감을 받아서 제작됐어요'가 아니라 닷에뮤가 배급하는 리마스터죠. 닷에뮤는 스트리트 오브 레이지4에 닌자 거북이까지 제대로 부활시키더니 이런 거 왜 이렇게 잘하는지 기특할 정도라니까요.

어쨌든 상징인 2D 그래픽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4K 그래픽으로 완전히 새롭게 가다듬고 UI도 뜯어고쳤습니다. 실사 느낌이 묘하게 나던 그래픽이 만화적으로 바뀐 건 아쉽지만요. 그래도 시저 시리즈보다 한층 진화한 게임 플레이 요소로 듬뿍 사랑받았던 작품이지만, 지금 하기엔 뭔가 아쉬운 그래픽을 달래기엔 충분합니다.



러스티 레이크, 이번에는 멀티플레이로 갑니다
#한국어화 #퍼즐 #포인트앤클릭 #공포 #어드벤처

The Past Within (스팀링크)

이름은 단순한 방탈출 같았지만, 사실은 시간의 개념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게임에 녹여내며 많은 사랑 받았던 큐브 이스케이프. 그리고 러스티 레이크 시리즈의 개발사인, 오타가 아니고 시리즈랑 개발사 이름이 똑같은 러스티 레이크.

그들의 신작 Core Keeper은 이번에도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과거와 미래를 다루고 있죠. 다른 점이라면 플레이어 혼자 왔다갔다하거나 과거나 미래를 추측하는 게 아니라 두 명의 플레이어가 과거, 미래를 함께 플레이 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죠.

게임 클리어 후 공략이나 해석 보고 이것도 몰랐느냐며 자책하기 필수였던 게임. 멀티플레이가 됐으니 남 탓 하면 되려나요? 이번 데모 버전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이루어지지만, 정식 출시 버전은 PC와 맥, 모바일, 콘솔 버전의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가 지원됩니다. 큰 모니터로 집중해도 되고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함께 플레이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반은 인간, 반은 메탈, 폭발하는 B급 감성 올드스쿨 슈터
#안한글 #1인칭슈팅 #사이버펑크 #고어

Turbo Overkill (스팀링크)

몸의 절반을 임플란트해 반은 메탈이 된 반인반메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슈터입니다. 주인공 이름부터 조니 터보. 이름부터 화끈한 주인공은 팔에는 로켓, 다리에는 전기톱이 달려있고 크고 우람한 총과 함께 적들을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리죠.

콘셉트는 B급 감성이 폭발하고 있지만, 플레이 감각 자체는 꽤 고전적인 올드스쿨 슈터의 모습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어려운 전략이나 조합보다는 순수하게 피지컬 하나만을 믿고 다양한 무기들을 마구 쏴대는 쏘는 맛이 살아있죠.

여기에 벽을 발로 차며 달리고 갈고리로 스파이더맨 웹스윙하듯 날아다니는 플레이는 하이퍼 FPS에 들어맞는 속도감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예전 둠, 퀘이크, 듀크 뉴켐의 총맛이 그립다면 바로 찜하기 버튼행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아늑한 괴물 등딱지
#한국어화 #생활시뮬레이션 #자원관리 #샌드박스 #로그라이트

The Wandering Village (스팀링크)

독성 포자를 내뿜는 수수께끼 식물이 지구를 뒤덮은 상황. 생존자들의 피난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짐승 '온부'의 등 위가 되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 등 위를 빌려주신 거대 짐승과의 유대 관계도 오랜 생존을 위해 필요하죠.

그런데 이런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더 눈에 띄는 건 아트 디자인입니다. 분명 확대도, 축소도 해가며 이리저리 확인할 수 있는 3D 게임인데 건물이나 오브젝트는 수채화로 그린 듯 부드럽게 표현됐고 사람들은 두꺼운 펜으로 꾹꾹 눌러 그린 손그림 디자인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는 별개로 생존 자체가 위험한 세상이다 보니 조금만 잘못해도 게임을 중간에 끝내야 할지 모르고 인간이나 온부, 둘 중 모두를 살려야 하는 꽤 어려운 길이 기다리고 있죠. 그만큼 시티 빌더와 생존, 양쪽 모두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