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전 과제를 달성했습니다! 30/30

(※ 본 게임은 부분적으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표현'을 다루는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바랍니다.)


좋든 나쁘든 '두근두근 문예부'의 안티테제


정보의 바다, 인터넷. 이젠 젊은 세대는 물론 노년층조차 막론하고 누구나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는 곳입니다. 실제 커뮤니티에서 살다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도 그럴 뻔했으니깐요. 그리고 네티즌의 힘과 영향력은 여기저기 강력하게 미치는 중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시청자들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생긴 인터넷 방송으로 먹고사는 ‘스트리머’라는 직업이 있겠죠.

근데 이 직업… 굉장히 어렵습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얘네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 그냥 앉아서 이야기만 떠들면 돈을 버는 거 아닌가? 나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뜰려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춘 사람이 훨씬 유리하고, 사회성이 좋거나 혹은 어떠한 능력이 특출나야 합니다. 이제 특색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스트리머를 하게 된다면 분명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제가 한 분야에서 유명하지 않잖아요. 기자란 걸 앞에 내세워도 조롱만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스트리머라는 직업이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고, 꾸준한 콘텐츠가 없으면 수익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방송하다가 입을 잘못 놀리면 논란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이 과정에 들어서면 스트리머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그만두기까지 하는데, 그렇기에 저는 스트리머가 어려운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 게임도 스트리머를 다루고 있습니다. ‘NEEDY GIRL OVERDOSE’(이하, 니디 걸 오버도즈)는 ‘동방 루나 나이츠’나 ‘로도스도 전기 -디트리트 인 원더 라비린스-‘를 유통한 WSS 플레이그라운드의 작품입니다. 오타쿠로 유명해져 각종 서적을 집필하기도 한 ‘냐루라’가 기획,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죠. 근데 이 작품을 하다 보면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 본 작품은 밝아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조금 우중충하기도 하니깐요.

게임명: NEEDY GIRL OVERDOSE
장르명: 육성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22. 1. 21
개발사 : WSS playground, xemono
서비스 : WSS playground
플랫폼 : PC (Steam)

● 관련 링크: 'NEEDY GIRL OVERDOSE' 오픈크리틱 페이지

▲ 본작의 오프닝, 'INTERNET OVERDOSE'. 무려 KOTOKO 씨가 불렀습니다
(출처: 유튜브 'Aiobahn' 채널)




감정 기복이 심한 아메쨩과 P의 좌충우돌 스트리머 생활기


니디 걸 오버도즈는 인기 스트리머를 꿈꾸며 가끔 향정신성의약품을 챙겨 먹는 소녀, ‘아메쨩’과 그녀를 돌봐주는 연인, ‘P’의 좌충우돌을 그려낸 ADV, 이른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설정부터 위험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과는 다른 면모가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현재, 비주얼 노벨을 ADV로 정의한 것과 다르게 굉장히 정통적인 어드벤처 게임을 따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어드벤처 게임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제일 잘 아는 어드벤처 게임이 딱 하나 있습니다. '사이베리아 시리즈'. 이것과 흡사하다 보면 되겠네요.

왜냐면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의 이미지는 ‘슈타인즈 게이트’를 통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맨 밑에 텍스트가 있고, 이를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를 읽는 게 주가 되거든요. 반면, 니디 걸 오버도즈는 ‘네이버 라인’의 패러디물인 JINE을 통해 대화합니다. 물론 구동되는 ‘윈도스 20’이란 물건도 압권이죠. 윈도스 20!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입니까. ‘윈도우 98’을 모티브로 한 윈도스 20은 구동음마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아니! 윈도우 98 구동음이잖아요! 그럼 못 참지!

네, 어쨌든 이런 ‘가상 형태의 OS’와 ‘프로그램’ 등을 창에 띄우며 마치 또 다른 컴퓨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띄워냈기에 오히려 ‘스트리머’를 표현하는데 크게 다가간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즉, 연출 면으로선 이만큼 완벽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저희가 생각한 비주얼 노벨과는 조금 다르지만, 다른 만큼 확실하게 채워진 부분은 ‘육성 시뮬레이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스토리에만 집중한 비주얼 노벨에 비해 적어도 저희가 생각하는 ‘게임’에는 더욱 많이 다가간 형태입니다.

▲ 이거 아무리 봐도 과거 CRT 모니터 썼던 그 시절 그 감성입니다

▲ 완벽한 PC 화면 그 자체! 보통은 좀 더 바탕화면이 지저분해야 할 텐데...

▲ 어쨌든 아메쨩을 최고의 스트리머로 키우는 것이 이번 목표

▲ 이렇게 방송을 키고 도네 코멘트를 선택해주거나 악플을 지워주면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그냥 스킵 버튼 눌러도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비주얼 노벨보다는 상호작용의 요소가 많습니다. 우선 여러 선택지를 통해 인터넷 방송의 키워드를 늘리고, 그걸로 방송해 시청자 수를 모으는 게 이 게임의 기본 골자입니다. 게임 실황이나 오타쿠 토크 등을 통해 숫자를 늘릴 수도 있고, ASMR이나 음모론 등의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서 구독자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자극적인 방송으로 구독자 수를 올리는 것을 추천하지만, 뭐든 그렇듯이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다만, 방송 중간에 있는 부가적인 능력치들은 아무 역할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력이라던가, 경험 같은 능력치들인데요. 니디 걸 오버도즈는 딱 세 가지, '스트레스' / '우울도' / '호감도'에 따른 엔딩과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에 보는 엔딩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저 부가 능력치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예 무관계한 건 아니고, 방송 주제에 따라 팔로워 수 상승에 배수를 가해주는 보너스 능력치도 있으니 이를 잘 보고 효율적인 팔로워 상승을 목표로 삼아봅시다.

그 외, JINE 라인을 읽고 씹으면 넘어가는 부분도 나름 아쉽습니다. 그냥 메시지를 무시해버리면 아메쨩이 경고를 하다가 결국 떠나게 되는 엔딩을 맞이하게 되는데, 읽고 무시하면 게임이 진행되거든요. 게임 내에서 JINE의 이모티콘으로 대답할 수 있는데, 아메쨩이 가끔 답장을 주기도 합니다. 답장에는 여러 패턴이 있기 때문에 한 번쯤은 메세지를 읽어보시고 답장을 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JINE을 잘 켜서 아메쨩을 삐지게 만들지 맙시다

▲ 가끔은 구독자들에게 이런 사진을 받기도 하는데, 실제 팬아트입니다!

▲ 무려 '테라다 테라'의 일러스트도 있으니 꼭 다회차 클리어로 일러스트를 구경해봅시다!

▲ "오빠,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죽음이 임박했다는 대사)




그야말로 마지텐시! 훌륭한 칩튠 OST


그리고 음악과 그 음악을 이용한 연출도 좋았습니다. 음악은 한국인 뮤지션, 'Aiobahn'이 전곡을 제작했는데요.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적재적소에 맞게 배치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외출을 선택해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컷신에서 나오는 음악은 마치 '패미컴'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실제 연출도 그런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Aiobahn의 트위터를 읽어봤는데, 니디 걸 오버도즈의 사운드트랙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천사는 감동한다'라는 곡으로 윈도우 98 시절의 Leaf 사의 ToHeart(투하트) 그리고 초기 Key 사의 게임과 같은 사운드트랙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MIDI로 작업했다는 소감을 보았었는데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80~90년대의 분위기기도 하고, 도트로 그려졌기에 오히려 어울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게임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한 눈에 알아보고 작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Key 사의 OST를 반영했다는 그 이야기에 감명받았습니다.

▲ 이게 과거 Key 사의 OST 분위기를 재현했다는 '천사는 감동한다'
(출처: 유튜브 'Snowi Day' 채널)

▲ 이건 제가 좋아하는 OST 중 하나입니다
(출처: 유튜브 'Snowi Day' 채널)

▲ 오프닝이 잘 만들어져서 그런지 우타이테의 커버곡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ななひら / Nanahira' 채널)




아슬아슬한 선을 오가는 도덕성. 이래도 괜찮은가?


솔직히 하면서 의아함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사실 아메쨩을 괴롭히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닐까?'하고요.

멀티 엔딩 부분만 생각하자면, 아메쨩은 좋은 엔딩을 맞이하기 힘듭니다. 웬만하면 파멸의 길을 걷기 마련인데, 이는 아메쨩의 상태창을 보면 더욱 상세하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모든 방송은 스트레스와 우울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일부는 호감도까지 떨어뜨립니다. 사실상 아메쨩이 스트리머 방송을 하면서 인터넷에 모인 온갖 인간군상에 대응하는 것을 점점 어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며, 아메쨩은 격한 나머지 구토를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일종의 대인기피증이 생겨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신 건강 관리에 실패하면 위험한 약물에 손을 대는 부적절한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아메쨩이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거나 하는 등 지쳐가는 아메쨩이 어떻게 타락하는지도 보여줍니다. 단, 이런 선택을 가하는 것은 플레이어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멀티엔딩을 보면서 아메쨩을 100만 구독자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사실상 제가 이곳에 적은 엔딩들도 많은 분기점 중의 하나이며, 수많은 엔딩을 전부 찾아내는 것이 이 게임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게임성이 애매하다는 부분을 완전히 드러내더라도 근본적으로 선택지가 도덕과 윤리에서 의도적으로 어긋났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스트리머의 시청자 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 띄워져 있는 부분을 채워줘야 하고, 게임을 좀 더 쉽게 클리어하고 싶다면 상승폭이 높은 선택지를 고르기 십상입니다. 근데 이 게임. 중독이나 불륜 등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에 !를 넣어놨습니다. 그리고 상승폭은 그 쪽이 좀 더 큰 것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게임이 도덕적인 부분만 가르쳐주진 않고, 이 게임도 주제가 그렇듯 비도덕적인 부분을 옹호하거나 하는 부분은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반전적인 메세지를 넣기 위해서 시스템의 구조를 이렇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좀 더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전달되는 메시지도 굉장히 강합니다. 날카롭다고 해야하나요? 예를 들어서 비도덕적인 선택지가 상승폭이 큰 것은 더욱 더 자극적인 면을 보고 싶어하는 현대 네티즌들에 대한 비판일테고, 아메쨩이 과도하게 망가지는 것 또한, 관심을 받고 더욱 과격적인 행동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일부 스트리머에 대한 비판이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반면교사적인 부분들을 애써 고려해 봐도 비도덕적으로 이어진 파멸 엔딩의 비중이 너무 많습니다. 도덕적인 선택지를 고르다 100만 구독자 수를 못 채워도 결국 파멸적인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아메쨩을 구원하는 현실적인 해피 엔딩은 정말 몇 없습니다. 기껏해봐야 일찍 스트리머를 접고 떠나거나 인터넷에서 멀리 떨어지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모호하게 다룹니다. 보통은 이럴 때 선한 부분에도 의미를 부여해 양측의 교훈을 함께 알려줍니다만, 본작은 파멸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마치 이렇게 해야 아메쨩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 같은데, 결국 어떻게든 인터넷이나 스트리머 문화는 나쁘다라고 강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도덕적인 엔딩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뻔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짓밟으면서까지 주어지는 교훈에 납득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네요. 두근두근 문예부에서 받았던 충격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려 한 것 같지만, 비주얼 노벨의 혁신적인 면을 앞당긴 두근두근 문예부에 비해 그냥 충격적일 뿐입니다. 혁신성도 없는데, 던지는 메시지 또한 매우 위험합니다. 개인적으로야 뒤에서 서술할 이유들 때문에 본작을 좋게 보는 부분들도 있지만, 좀 더 대중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봐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 것 같군요.

▲ 내... 내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

▲ 약을 과다복용하면 이런 연출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게임' 감성이 아니라 '오타쿠' 감성으로 봐야 하는 게임


이렇듯 니디 걸 오버도즈는 비윤리적이기도 하지만, 게임이란 부분에서도 모자란 부분이 많습니다. 노린 듯한 부분이지만,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극도로 적고, 멀티 엔딩을 노리기에 그 짧은 시간 내에 분기되는 엔딩이 매우 많으니깐요. 그렇다 보니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에 금방 흥미를 잃어 하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프린세스 메이커'는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서 굉장히 긴 시간을 들여서 육성하기에 보람도 크게 느낄 수 있는데,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본작은 그다지 성취감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품 내내 녹아내리는 감성, 그리고 질릴 정도로 목도할 수밖에 없는 오타쿠 요소까지. 이 두 요소가 작중 내에 훌륭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냐루라 씨의 글귀를 보고 나서 더욱 확신이 들었던 부분은 이 게임은 '냐루라 씨가 생각하는 미소녀 게임의 정의'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美少女ゲームが作りてぇ~ (미소녀 게임을 만들고 싶어~)』라는 욕망을 담아 제작된 본작은 오마주 요소로 점칠 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오마주 덩어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오타쿠' 그 자체입니다. '베이퍼웨이브(Vaporwave)'라는 장르가 있는데, 저희에게 친숙한 80~90년대의 향수를 있는 그대로 잔뜩 집어넣은 장르라고 보시면 됩니다. 냐루라 씨는 '스타 트윙클 프리큐어!'(이하, 스타프리)의 2기 엔딩으로 예시를 들었는데, 저는 '심슨 가족'의 'LA-Z RIDER'이 좀 더 베이퍼웨이브란 장르를 잘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네요. LA-Z RIDER는 참고로 80년대에 방송했던 'Knight Rider(전격 Z작전)'의 패러디라고 생각합니다.

냐루라 씨는 이 베이퍼웨이브의 붐이 왔다고 생각하고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80~90년대의 느낌을 많이 자아냈는데요. 네온사인 컬러와 네온 선버스트가 그 예시 중 하나인데요. 이들은 '신스웨이브' 장르에도 비슷하게 혼용됩니다. 사실상 베이퍼웨이브의 특기는 아닌 셈인데요. 그런데도 냐루라 씨가 왜 본작의 제작에 베이퍼웨이브란 단어를 표현했냐면 말 그대로 80~90년대의 향수를 그대로 부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윈도우 98부터... 감이 오시잖아요?

▲ 뭐 알맞은 구호 하나 붙여주고 '큐어 초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 예시로 가져온 80년대의 추억을 때려 박은 '심슨'의 LA-Z RIDER
(출처: 유튜브 'Officialzpd' 채널)

또한, 같은 시기에 '두근두근 문예부'를 플레이하고 그에 대해 무언가를 느껴서인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은 둘 다 핵심 소재로서 다루는 부분이 있죠. 냐루라 씨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예가 변화된 장르라고 생각되며, 비주얼 노벨과는 많이 달라진 '육성 시뮬레이터'로의 변화가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냐루라 씨는 실제 정신적으로 위험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작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연출의 강도가 엄청납니다.

조금 이야기가 샜는데요. 냐루라 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니디 걸 오버도즈는 말 그대로 '오타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오타쿠 게임은 '아키바스 트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농도 자체는 본작이 더 짙습니다. 세가의 마지막 콘솔, '드림캐스트'의 게임패드를 흉내 낸 거나 피콜로 코스프레, 윳쿠리 등 이미지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2ch의 스레 등 시스템적인 면모에서도 오타쿠 요소가 짙습니다. 특히 주인공을 지칭하는 P는 '彼ピ(카레피)'라는 JK가 부르는 남자친구의 애칭과 아이돌마스터의 '프로듀서'의 줄임말인 'P'를 겹쳐서 오마주한 느낌입니다. 아메쨩이 초텐쨩으로 변신할 때는 마법소녀(아마 프리큐어)의 변신씬 같았습니다.

이렇게 작품 내에서 오타쿠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록 주제의식이 굉장히 날카로워 다루기 위험한 게임이지만, 냐루라 씨가 생각하고 있는 '미소녀 게임의 정의'를 생각하면서 본작을 플레이하면 나름 다시 보이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걸 전부 말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입이 아플 테니 한 번 냐루라 씨의 니디 걸 오버도즈 제작 후기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이건 윈도우 XP의 패러디. 네? 이걸 모른다고요?

▲ 이건 2ch 스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캐릭터의 '아스키 아트'

▲ 전철에서 묘한 '패미컴' 고전 게임의 향수가!

▲ 이건 윳쿠리! 윳쿠리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개발자인 ‘냐루라’ 씨와 한 번 대담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들도 궁금하지만, 인터뷰나 그가 쓴 글을 읽다 보니…… 이 사람의 작품 선택지가 저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단 말이죠. 니디 걸 오버도즈는 그런 냐루라 씨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게임입니다.

오타쿠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보자면 구멍이 많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멀티 엔딩 때문에 10시간 내외의 플레이 타임은 보장하지만, 30일까지 진행하는데 1시간 내외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기에 멀티 엔딩을 보는 구조 자체를 싫어하신다면 본작을 꺼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울도, 호감도, 스트레스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는 점은 장단점으로 다가옵니다. 장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을 바랐다면 실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스트리머, 아메쨩의 취급 자체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아메쨩은 100만 구독자 스트리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이지만, 원래부터 애정 결핍의 요소가 느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여자였습니다. 물론 현 인터넷의 실태를 반영하고 스트리머의 고충을 담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아메쨩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에 반감을 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메쨩이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자극적인 소재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어떻게 보면 오리지널 요소가 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니디 걸 오버도즈는 오타쿠 게임으로선 굉장히 훌륭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예 중 하나로 두근두근 문예부와 비교하자면 두근두근 문예부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대신, 모에에 이끌린 건 아니었거든요. 반면, 니디 걸 오버도즈는 간단한 일러스트부터 게임의 내용물까지 완벽하게 모에에 이끌렸다고 생각합니다. 본작에는 그런 오타쿠 게임으로서의 파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호한 도덕성과 아메쨩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게 만든 의도적인 게임 디자인은 가끔 생각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특히, 아메쨩에게 가혹적인 행위를 시키는 것이 다름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다보니 가학성을 일부러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스트리머와 이를 보는 네티즌 문화에 대한 비판과 메시지 자체는 인정합니다만, 좀 과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둘 다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했으니 말이죠.

니디 걸 오버도즈는 한마디로 말해서 '두근두근 문예부의 안티테제'입니다. 좋게 말해서도, 나쁘게 말해서도 말이죠. 좋은 면에서는 오타쿠 요소의 충족과 과거 세대의 오마주를 꼽을 수 있겠고, 나쁜 면에선 가학 요소를 강요하는 잘못된 게임 디자인과 그로 인해 희석된 주제의식을 고를 수 있겠네요. 이렇기 때문에 니디 걸 오버도즈는 '오타쿠'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냐루라 씨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만, 다음 작품에서도 해당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다음 작품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 보고 혀를 내두른 연출

▲ 교주님, 죄송합니다!

▲ 인터넷 엔젤, 초텐쨩이 귀엽긴 하지만

▲ 제 취향은 현실에서의 모습인 '아메쨩'입니다. 아무도 궁금하시지 않으셨겠지만요...

▲ 뭐... 가끔은 이렇게 망가지기도 하지만

▲ 저희 모두 초텐쨩을 구독자 100만 명의 스트리머로 만들어봅시다!






▲ 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