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프로젝트 RED(CDPR)가 22일 드디어 '더 위쳐(The Witcher, 위쳐)' 게임의 신작 개발을 알렸습니다. 넷플릭스 TV 시리즈에 애니메이션에, 위쳐라는 이름이 미디어로까지 확장됐고 외전격 게임도 꾸준히 개발됐지만, 메인 게임 시리즈는 출시가 어느덧 7년이 됐죠. 그만큼 팬들의 기다림도 컸습니다.

물론 그사이에 출시된 게임인 '사이버펑크2077'의 여러 논란으로 그 기대치는 줄었지만요. 여기에 신작 개발하며 출시가 예고된 사이버펑크2077 확장팩에 위쳐3 차세대 버전 출시는 어떻게 되는 건지, 또 게롤트가 주인공인 3부작 이후의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지 꽤 많은 궁금증도 남아있고요.

이제 겨우 신작 발표와 함께 개발에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개발진 역시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단계라고 밝혔죠. 하지만 CDPR의 핵심 타이틀인 만큼 큰 계획은 어느 정도 구상된 듯합니다. 아담 키친스키 대표부터 커뮤니티 매니저까지 여러 인터뷰와 커뮤니티 보드를 통해 그 내용을 조금씩 공개해왔거든요.

과연 위쳐 신작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또 앞으로의 CDPR과 CD 프로젝트는 어떻게 바뀔까요?



신작은 위쳐4?

순서상으로만 따진다면 신작은 위쳐 4가 맞겠죠. 안제이 삽코프스키의 소설 완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2007년 작 '위쳐'를 시작으로 2011년 '위쳐2: 어쌔신즈 오브 킹즈', 2015년 '위쳐3: 와일드 헌트'까지 총 세 개의 넘버링 타이틀이 프랜차이즈 메인 시리즈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CDPR은 위쳐 신작에 '4'라는 숫자를 붙이는 데 꽤 회의적인 분위기를 풍겨왔습니다. 그도 그럴 게 세 작품의 주인공인 게롤트의 이야기는 3편의 두 번째 확장팩 '블러드 앤 와인'으로 끝을 냈다는 게 CD 프로젝트 대표 아담 키친스키를 통해 나온 공식적인 입장이었으니까요.

사실 CDPR은 게롤트의 위쳐뿐만 아니라 게임 위쳐라는 작품 자체를 '블러드 앤 와인'으로 끝내려 했다는 듯한 분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마르친 이빈스키 공동 설립자는 2016년 회사가 사이버펑크2077과 기타 신작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말 만약 다음 위쳐가 있다고 해도 그게 근시일에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 확인했죠. 대신 다른 작품이 나오면 카메오 등의 출연 정도를 예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쳐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미련도 계속 남겼습니다. 그리고 CDPR은 마르친 이빈스키의 발언이 1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위쳐 시리즈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죠.

다만, 그 계획은 어디까지나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죠. 일단 개발팀이 사이버펑크2077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두 개의 확장팩 이후로 일부 개발진의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원작 소설의 작가인 안제이 삽코프스키와의 관계도 신작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였죠. 게임 시리즈의 인기에 작가가 추가 로열티 지불을 요구했고 CD 프로젝트는 투자자 제공 자료를 통해 이를 공식 확인하기도 했거든요.

분위기가 반전된 것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부터입니다. CD 프로젝트는 새로운 계약으로 작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며 후속작 개발에 걸림돌을 치웠으니까요. 그리고 CD 프로젝트는 위쳐를 회사의 양대 핵심 프랜차이즈로 설정했습니다. 당연히 게임 출시도 있었지만, 그간은 그 후속작이 궨트나 쓰론브레이커 같은 외전격 게임이었죠.

▲ 게임 속 미니게임 궨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궨트와 쓰론브레이커

향후 개발 계획을 꾸준히 밝힌 AAA급 게임이 위쳐로 밝혀진 만큼 신작은 위쳐3급, 혹은 그 이상 규모의 오픈 월드 RPG 게임이 될 예정입니다. 역동적인 오픈 월드 개발에 대한 기대는 이날 협력 사실을 발표한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고요. 여기에 신작에 대해 'A New Saga'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도 눈여겨볼 내용입니다.

그간의 진행 상황이나 큰 구상을 보면 ▲위쳐라는 시리즈의 연속성은 유지 ▲게롤트 사가는 종료 ▲3편 이후로는 개발진 휴식과 사이버펑크2077 개발에 집중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부터 4편에 대한 계획을 크게 가져가지는 않았던 만큼 4편보다는 새로운 부제를 붙여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시리가 주인공?

오랜 기간 PR을 담당한 디렉터 라데크 아담 그라보프스키는 이날 발표가 프랜차이즈 이야기에 대한 확인 정도이며 스토리나 캐릭터 부분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단계라고 전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정보도, 그리고 이야기를 누가 이끌어갈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죠.

대신 누가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지는 팬과 언론 등에서 공식 발표 이전부터 꾸준히 논의됐죠.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큰 지지를 얻는 건 역시 시릴라, 시리가 꼽힙니다.


사실 시리는 위쳐3에서 플레이어의 분신인 게롤트보다도 더 중요한, 큰 이야기의 주인공과 같았습니다. 여기에 친딸은 아니지만, 게롤트와 의외성의 법칙으로 묶인 운명의 아이로 사실상 게롤트와 예니퍼의 딸과 같은 인물로 그려지기도 하고요. 차기작이 게롤트가 아닌 다른 주인공을 설정한다면 그 어떤 인물보다도 이야기의 정통성과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인 셈입니다.

또한, 시리가 위쳐로 살아가는 이야기 역시 게임의 분기 중 하나이자 소설 속 묘사인 만큼 위쳐가 된 시리를 다루는 게 '위쳐'라는 제목의 게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고요. 위쳐3에 등장한 위쳐인 램버트나 에스켈 같은 인물들과 비교해도 가장 주인공에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점도 시리의 주연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고요.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 속 눈 덮인 메달리온의 모습도 시리 주인공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고양잇과 동물 모습에 가까운 메달리온이 살쾡이 교단의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인 거죠. 시리는 베스미어, 게롤트와 함께 늑대 교단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레오 본하트라는 세계관 최강급 현상금 사냥꾼을 가까스로 제압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전리품인 위쳐의 메달리온을 챙깁니다. 그리고 시리는 게임에서도 이 살쾡이 교단의 메달리온을 지니고 있고요.


굳이 이야기를 3편보다 미래를 다루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베스미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베스미어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위쳐: 늑대의 악몽'이 공개되고 나서 이러한 주장은 더 힘을 받기 시작했죠.

베스미어가 주인공이 된다면 시리즈 세계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보다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가 가능합니다. 생명이 긴 위쳐로서도 말년에 접어들 정도로 오래 살아온 만큼 젊은 시절의 베스미어 이야기는 기존 위쳐 게임에서 대사나 역사로만 다뤄졌던 이야기들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또, 혈기왕성한 시절의 베스미어를 만나는 것도 팬들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될 테고요.

다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베스미어가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을 직접 암시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헨리 카빌이 등장하는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모두 로런 슈미트 히스릭이 이끄는 넷플릭스 위쳐 팀이 맡았는데요. 게임 내용을 다수 참고하고 제작했기는 했지만, 이들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설을 기반으로 보다 방대한 미디어로의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베스미어의 이야기를 원작보다 자유롭게 재창조한 것도 이런 프랜차이즈 확장에 목적을 두고 있고요.

베스미어가 주인공인 위쳐 게임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애니메이션이 그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겁니다.



포스터 속 메달리온을 살쾡이 교단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사실 이 메달리온은 게임에 등장한 적 없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교단,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새롭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원작에 없는 교단의 등장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요. 바이퍼 교단은 위쳐2에서, 곰 교단과 만티코어 교단은 위쳐3와 그 확장팩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교단이거든요. 또 새로운 교단이 등장하고 거기서 주인공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다만 완벽히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경우 세 편의 위쳐를 통해 이어져 온 시리즈의 분위기나 이야기를 헤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닌 경우라면 그 인물에 몰입시켜야 하는 개발진의 연출과 기획 난이도는 더 높아지는 셈이고요.

대신 새로운 교단과 등장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이야기를 보다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게롤트 사가의 마지막을 언급했던 내용이 위쳐 프랜차이즈의 확장 이전에 나왔던 만큼 적게나마 게롤트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5, 자체 엔진 시대는 끝?

유추에 대한 내용은 해봤으니 이번에는 정보를 기반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관계자들이 보는 가장 큰 점은 이미 예상이 가능했던 위쳐의 신작보다 차기 게임 엔진으로 쓰일 언리얼 엔진5입니다. 오늘 발표는 사실상 언리얼 엔진5로의 개발을 발표하는 게 가장 핵심이었죠.

CDPR은 자체 엔진 개발에 꽤 적극적인 회사였습니다. 아니, 회사의 모든 개발 프로세스를 자체 엔진인 RED엔진(REDengine)에 맞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CDPR은 네버윈터 나이츠 개발에 쓰인 바이오웨어의 오로라 엔진을 가지고 2007년 위쳐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빠른 스크립트 검색과 간결함을 무기로 한 자체 엔진 RED엔진으로 위쳐2를 개발했죠. 이후 RED엔진은 위쳐2의 콘솔, 맥 지원과 함께 RED엔진2로 업그레이드 됐고 CDPR이 본격적으로 세계적 개발사로 발돋움한 위쳐3에는 PS4, Xbox One 등을 기반으로 한 RED엔진3가 선보였습니다.

사이버펑크2077에 대한 높은 기대와 함께 RED엔진4에 대한 기대도 높았죠. 기술적으로는 한 단계 앞서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알다시피 게임에 대한 혹평과 버그, 높은 요구 사양으로 그마저도 지금은 빛이 바랬죠.

언리얼 엔진5가 이미 높은 수준의 만듦새를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자체 엔진 개발에 쓰일 인력과 자원 등의 역량을 온전히 게임 제작에만 쓸 수 있죠. 특히 RED엔진4가 여러 문제를 드러냈던 만큼 언리얼 엔진5를 통해 개발 기간의 단축도 가능하고요.

문제는 앞서 말했듯 회사가 RED엔진에 개발 체계를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CDPR은 RED2.0으로 불리는 변화를 통해 개발 방식의 변화를 밝힌 바 있습니다.

CDPR은 회사의 핵심 프랜차이즈인 위쳐와 사이버펑크 개발을 RED엔진으로 함께 만들며 NPC나 캐릭터 컨트롤 등 다양한 기술적 부분을 공유하도록 했죠. 여기에 최고 관리자급 디렉터들은 두 프로젝트를 함께 관리하며 유연하게 인력을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두 프로젝트를 RED엔진으로 개발하니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문제도 빠르게 잡아나갈 수 있다는 구상이 RED2.0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축인 위쳐가 언리얼 엔진5로 개발되게 되며 회사의 장기 계획으로 구상했던 RED2.0의 수정도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럼 사이버펑크2077은 어떻게 되죠?

앞서 언급했듯 사이버펑크2077은 RED엔진4로 개발됐습니다. 개선 역시 해당 엔진으로 이루어졌죠. 이에 RED엔진을 사용하는 사이버펑크2077 개발에도 영향이 가는 것 아니느냐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특히 사이버펑크2077의 차세대 버전 업데이트가 이미 단행되기도 했고요.


일단 CDPR은 당장 RED엔진 활용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차세대 버전 외에도 준비 중인 확장팩이 한창 개발 중이기 때문이죠. CDPR은 사이버펑크2077의 차세대 버전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였던 지난 9월 회사의 인력 구성을 재정비했습니다. 차세대 개발 인력을 확장팩 개발로 다수 전환했죠.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 사이버펑크는 위쳐와 함께 전략적 브랜드로 CD프로젝트를 이끌 예정입니다. 단순히 작품 하나의 성공을 넘어 굿즈, 미디어, 그리고 새로운 게임으로의 확장까지 말이죠. 미래를 생각하면 언리얼 엔진의 도입으로 당장 프로젝트를 줄여나갈 정도로 가벼운 타이틀이 아닌 셈입니다. 여기에 올해 출시를 앞둔 위쳐3의 차세대 버전 역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RED엔진4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고요.

다만, 언리얼 엔진과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RED엔진의 수명은 이번 세대 종료와 함께 끝나게 될 겁니다. 자체 엔진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개선보다도 세대가 바뀌고 기술적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기일 테니까요.

CDPR은 엔진 넘버링을 하나씩 올려가며 거대한 업데이트를 새 콘솔 등장 시기에 맞춰 진행했는데요. 자체 엔진 개발 필요 없이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위쳐 신작만이 아니라 또 다른 프로젝트, 그리고 사이버펑크 프랜차이즈 신작 역시 언리얼 엔진으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이득인 셈이죠. 결국, 당장은 아니더라도 RED엔진의 입지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에픽의 손길, 독점은 NO

에픽게임즈와의 협업. 그리고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니의 공식 성명이 게임 제작 발표와 함께 공개되며 잠시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서비스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몇몇은 SNS 공식 계정에 직접 문의를 남기기도 했고요.


일단 회사에 대해 알고 있는 이라면 예상했듯 CD 프로젝트는 특정 스토어를 통한 독점 판매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CD 프로젝트는 CDPR의 게임은 물론 DRM 없는 유통 플랫폼, GOG.com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스팀 운영하는 밸브가 회사 간판 게임인 하프라이프 신작을 다른 플랫폼에서 독점으로 내놓는 느낌이니까요. 또한, 사이버펑크2077이 에픽과 스팀 모두 출시되기도 했고요.

실제로 에픽게임즈가 PC 게임의 독점 유통에 쓰이는 비용은 매년 막대한 수준입니다. 2020년에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독점 서비스를 위해 2020년에만 4억 4,4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5,400억 원을 보증 비용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죠. 여기에 무료 게임 배포에 많게는 100만 달러 이상이 쓰이기에 위쳐 급의 게임을 독점 배포하기 어려웠다는 계산도 가능합니다.

어쨌든 유저들은 스팀이든 GOG든 에픽이든 콘솔이든 원하는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