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미드 유미라도 할 수 있다"

2021 LCK 올해의 선수였던 '쇼메이커' 허수가 2022 스프링에선 그만한 기세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정규 스플릿 3위라는 성적과 함께 ALL-LCK 3rd 팀이라는 냉정한 평가 역시 나왔다. 올해는 사이드 라이너를 돕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해당 플레이로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할수록 '쇼메이커'만의 색깔이 옅어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쇼메이커'는 이번 PO 1R에서 자신의 진가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시켜줬다. 23일 진행한 프레딧 브리온과 PO 1R 대결에서 말이다. 정규 스플릿에서 가장 많은 챔피언(16개)을 기용한 '쇼메이커'인 만큼 다양한 픽밴을 깔끔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이번 PO 1R에서는 최근 볼 수 없었던 미드 루시안-제이스를 꺼냈는데, 두 챔피언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루시안의 화력으로 주도권을 잡고 게임을 굴리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고, 미드 제이스로 독특한 포킹 조합을 완성했다.

브리온전은 정규 스플릿 마지막 경기의 패배부터 불안하게 시작한다. 해당 패배에 관해 '쇼메이커'는 "0:2라는 스코어에 경기력도 안 좋아서 팬분들이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그래도 깔끔하게 이겨서 걱정을 덜어준 것 같다 기분이 좋다"며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브리온전에서 패배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저희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게 됐다. 좀 더 준비를 잘하게 됐다"며 지난 패배를 교훈으로 삼았다.

브리온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한타였다. "브리온이 한타를 선호하는 팀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하면 한타를 잘할지 고민했다. 브리온의 경기를 보면서, 우리끼리 대화도 많이 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패배 당시 우려했던 탑과 봇에서는 모두 POG가 나왔다. 옆에서 지켜본 '쇼메이커'는 "지난 패배와 달라지기 위해 모두 열심히 한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았다. 미리 매를 맞고 정신을 차린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한동안 사이드 라이너를 돕는 역할을 맡다가 딜러 역할을 해본 소감을 묻자, "대회에서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있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금 긴장했고, 오랜만에 해서 그런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쇼메이커'는 언제든지, 어떤 역할이든지 소화해낼 준비가 된 선수였다. "팀 승리에 도움만 된다면 미드 유미라도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2세트에서 뽑은 루시안-제이스는 "상상만 미리 해놓고 픽밴 단계에서 즉흥적으로 뽑은 것"이라고 답했다. 탑 라인에서 주로 기용하는 제이스를 미드로 가져왔고, 그럼에도 모든 게 준비된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해당 챔피언의 준비에 관해 "스크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데, 그때 좋으면 감독-코치진이 기억해뒀다가 꺼낸다. 팀마다 성향이 달라서 특정 픽밴이 좋을 때가 있다. 브리온한테는 이런 픽밴이 통하겠다는 상상을 실현했다"고 답했다.

'쇼메이커'의 말에 따르면, 제이스-루시안은 특별히 준비된 카드가 아니었다. 챔피언 폭을 꾸준히 넓혀왔기에 가능한 픽밴이었다. '쇼메이커'는 "상황에 맞춰서 좋은 픽을 뽑다 보니까 좀 다양하게 하게 됐다"며 자신의 챔피언 폭이 넓어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다전제에선 확실히 챔피언 폭이 넓은 게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이유로 "오늘처럼 내가 정규 스플릿 중에 한 번도 안 꺼낸 제이스-루시안에 당한 상대는 그다음 세트부터 해당 픽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해당 픽을 의식하다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전제에서 챔피언 폭은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며 챔피언 폭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상대로 만나고 싶은 팀이 있는지 묻자, "젠지-T1 모두 잘하는 팀이다. 그냥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다음 라운드도 잘 준비해서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