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의 선구자, 아타리가 선택한 퍼즐 플랫포머



이번에도 스팀을 통해 새로운 퍼즐 게임이 공개됐습니다. 요즘은 퍼즐 게임들에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복잡한 스토리에 머리 싸맬 필요도 없고, 가끔 억울한 마음이 솟구치는 피 말리는 PvP도 없으며, 느긋한 마음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퍼즐 특유의 게임 방식이 요즘엔 더없이 반갑게 느껴지곤 합니다. 시간이 없을 때 퍼즐 한 개씩 가볍게 즐기는 맛도 있고,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되니 몸에도 좋은 건강식인 셈이죠.

'콤비네라(Kombinera)'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갑작스럽게 발견한 신작이지만, 퍼블리셔가 '아타리'라는 점에서 눈이 갔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비디오게임인 '퐁(Pong)'을 만든 아타리가 직접 선택한 퍼즐이라니, 왠지 원조 맛집임을 증명하는 친숙한 분위기의 할머니 사진과 공인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부풀어오른 마음으로 콤비네라를 플레이하고 느낀 소감을 요약하자면,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게 끓여낸 발랄한 퍼즐 플랫포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타리라는 이름 때문인지 정통을 중시하는 구수한 맛이 나오리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 나온 것은 예상 밖의 톡톡 튀는 퓨전 요리에 가까웠습니다.

게임명 : 콤비네라(Kombinera)
장르명 : 퍼즐 플랫포머
출시일 : 2022.04.07.
개발사 : Graphite Lab, Joystick
서비스 : Atari
플랫폼 : PC, PS, Xbox, NS

관련 링크: 'Kombinera' 오픈크리틱 페이지


단순하지만 몰입할 수 있는, 발랄하고 톡톡 튀는 퍼즐 플랫포머

※주의! 간질 발작 경고. 간질과 관련된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면, 이 게임을 피하세요.

먼저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포켓몬 쇼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서 빠른 색상 점멸 이펙트를 사용하여, 이를 보고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광과민성 증후군 증세'를 겪게 한 사고였죠. 콤비네라에도 플레이어가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는, 밝은 색들이 빠르게 점멸하는 연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 때문인지 게임을 켰을 때 가장 먼저 출력되는 화면도 '간질 경고'를 알리는 주의문이었죠. 이전에 간질 관련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면 가급적 이 게임을 멀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대부분의 문제들은 '경고'를 유심히 읽기만 해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마련입니다

'콤비네라'는 머리를 써야 해결할 수 있는 퍼즐 요소와 정교하고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플랫포머 장르를 결합한, 이른바 '퍼즐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입니다. 퍼즐이면 퍼즐이지 무슨 복잡한 컨트롤 요소까지 들어갔느냐며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세밀하게 구분된 300개에 달하는 넉넉한 볼륨의 퍼즐을 통해 게임의 규칙을 배우고, 계속해서 더 어려운 퍼즐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하게 되는 키는 네 방향의 방향키와 점프 버튼 뿐이고, 맵에 존재하는 공을 한 곳으로 모아 합친다는 아주 단순한 규칙만 존재합니다. 간단하면서 직관적인 규칙으로 이루어져 별다른 설명 문구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게임은 튜토리얼 수준에서 시작해서 차근차근 진행되므로,

▲ 별다른 설명 문구가 없어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콤비네라의 퍼즐을 배울 수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양과 검정 뿐이던 무채색의 퍼즐은 빨강과 노랑, 초록, 파랑이 더해지면서 더욱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물론 색이 더해져도 퍼즐의 규칙이 이해하기 어렵게 급속도로 복잡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공은 동시에 움직인다', '같은 색이라면 OK, 다른 색에 부딪히면 위험할 수 있다'라는 기본 공식만 이해하면 이후의 퍼즐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죠.

물론 이는 퍼즐 풀이에 익숙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퍼즐 풀이에 익숙하지 않으면 초반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죽음을 반복하게 됩니다. 풀이 과정이 꼬여 재시작 버튼을 누르고, 수십 번의 죽음을 반복하는 과정 끝에 결국 해답에 도달하게 되는 식이죠. 엘든링 같은 '소울라이크' 게임의 학습 과정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소울류 게임이든 퍼즐 게임이든, 파훼법을 파악하고 난 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너무 쉬운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직접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더 어려워서 고민하고, 반복 끝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이런 게임들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금 보면 너무 단순해보이는 이 풀이에도 정확히 23번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 하얀색에 그치지 않고, '모든 색의 공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기본 규칙으로 퍼즐은 점점 심화됩니다

단순하지만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도 콤비네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목 포인트입니다. 보통 퍼즐 게임이라고 하면 별다른 목적 없이 게임 내에 마련된 퍼즐을 기계적으로 풀어나가기 마련인데요. 콤비네라에서 플레이어는 '본래의 색을 되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콤바인 왕'이 되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세상의 한가운데에 있는 '콤바인 왕'이 다른 색상들의 공격을 받고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후 대략 30개의 퍼즐이 포함된 각 챕터를 클리어할 때마다 본래의 색을 하나씩 찾아가는 콤바인 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대사 한줄 없이도 명확하게 전달되는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려운 퍼즐을 만나더라도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시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 화면 연출과 스토리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 본래의 힘을 찾아가는 콤바인 왕의 서사는 동시에 플레이어에게도 성취감을 선사합니다



콤비네라의 진짜 매력은 퍼즐? 플랫포머?


콤비네라의 매력은 복잡한 이동 순서를 고민하는 단순한 퍼즐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손을 타는 컨트롤 요소가 더해진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퍼즐 특유의 정적인 게임 플레이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분명 머리로는 '이렇게 먼저 한 다음에, 이렇게 움직이면 바로 깰 수 있겠다'라는 그림이 그려지더라도, 조작이 서툴러서 계속 죽는다면 금방 흥미가 식을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로 콤비네라에서는 점프 버튼을 오래 누르면 점프 높이도 높아지고, 가끔은 점프 버튼 대신 '위' 방향키를 눌러 낮은 점프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등장합니다. 빨간색 가시밭이나 초록색 총알에 살짝만 닿아도 죽는데, 한 치의 오차도 용납지 않는 정교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순간들이 빈번하죠. 콤비네라에서는 두뇌 플레이가 뒷전이 되고 대신 컨트롤을 요구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합니다.

▲ 순서를 찾는 퍼즐 요소보다, 피지컬을 요구하는 퍼즐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는 정적인 '정통 퍼즐'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만 단점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됩니다. 같은 퍼즐을 풀더라도 더 빨리 풀기 위해 똑같은 스테이지를 계속 반복하고, 익숙해진 뒤에는 '속도 경쟁'이라는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거든요. 한번 파훼법을 파악한 뒤에는 다시 해도 별다른 재미가 없는 몇몇 퍼즐들과는 달리, '재탕'이 가능한 셈입니다.

개발자 역시 이러한 점을 콤비네라의 콘텐츠로 만들며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파' 시스템이죠. 골프에서의 파(par)와 같은 파가 맞습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개발자가 미리 설정해둔 '평균 클리어 타임'이 존재하고, 이 클리어 시간보다 더 빨리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게 마련해 둔 시스템입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300개에 달하는 퍼즐을 하나씩 클리어하고, 그 후엔 모든 스테이지에서 '파'를 달성하는 목적으로 2회차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파' 시스템 외에도 몇몇 스테이지에는 콤비네라 숙련자에게 추가 목표가 되어주는 '왕관'이 등장합니다. 획득하지 않아도 스테이지 클리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획득하면 해당 기록이 남는 것은 물론, 추가 콘텐츠인 '비밀 레벨'이 해금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컴비네라'를 컨트롤 중심의 플랫포머로 바라보면 단순한 퍼즐 풀이 외에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 왕관은 포기해도 상관 없지만, 도전을 원하는 이들에겐 '추가 목표'가 되어줍니다

▲ '파'에 성공하면 스테이지에 깃발이, '왕관'을 획득하면 노란 왕관이 표시됩니다.
모든 스테이지를 깃발과 왕관으로 채우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도 '콤비네라'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결국 콤비네라는 '퍼즐'로 보느냐, '플랫포머'로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자말풀이나 노노그램을 하듯 느긋하게 퍼즐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죠. 이런 유저들에게는 콤비네라 대신 '패트릭의 패러박스'나 '바바 이즈 유' 같은 정통 퍼즐 게임을 권하고 싶습니다.

콤비네라는 퍼즐 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으나, 정교한 점프 컨트롤이나 타이밍이 중시되는 '플랫포머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더 어울리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미트보이나 '아이워너' 시리즈 같은 도전적인 플랫포머를 즐겨 플레이한다면, 콤비네라 역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콤비네라'는 생동감 넘치는 네온 비주얼 스타일과 일렉트로닉 오디오 트랙이 어우러져 하는 내내 눈과 귀가 즐겁고, 여기에 섬세한 컨트롤의 재미까지 더해진 신선한 퍼즐 플랫포머였습니다. 퍼즐 게임을 찾아서 즐기는 팬에게 있어 놓치고 지나갔다면 아쉬웠을 것 같은 작품이었죠. 한국어가 적용된 UI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큰 흠을 찾기 어려운 게임이었죠.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퍼즐 게임치고는 컨트롤 요소가 많다는 점, 동시에 일단 '퍼즐 게임'인만큼 머리를 쥐어짜내지 않으면 통과하기 어려운 퍼즐들도 다수 등장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도전적인 퍼즐 플랫포머를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아타리가 선택한 퍼즐 게임 '콤비네라'를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