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지니어스(EG)가 14일 부산 e스포츠 아레나에서 진행된 '2022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그룹 스테이지 5일 차 C조 경기서 2승 2패를 추가하면서 최종 4승 4패 조 2위로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그룹 스테이지 동안 EG는 G2 e스포츠라는 산을 한 번도 넘지 못했고, 반면 오더 상대로는 메이저 지역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음은 EG '릭비' 한얼 코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블 지니어스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릭비' 한얼이라고 합니다.


Q. 오랜만에 뵌 만큼, 근황을 좀 듣고 싶습니다. EG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지난 시즌 끝나고,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군 문제로 한국에서는 계속 할 수 없던 상황이었어요. 근데, 제가 2019년에 미국에서 코치를 할 때 '임팩트' 정언영 선수와 연락을 주고 받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했었거든요.

'임팩트' 선수가 "나는 국제 대회에 가볼 만큼 가봤는데, 국제 대회에서 잘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가고 싶다. 같이 일해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저도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꼈고, '임팩트' 선수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Q. 10년 차 프로게이머 '임팩트' 선수의 존재가 코치 입장에서 굉장히 든든했을 것 같아요. 팀에서 '임팩트' 선수는 어떤 존재인가요?

되게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프로라는 게 기본적으로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아무리 즐겁게 하는 게 좋고, 잘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프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해요. 우리 팀에 신인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이런 저런 상황에서 흔들릴 수도 있어요. 그럴 때 항상 중심 잡아주고, 변치 않은 모습으로 큰 귀감이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너무 든든한 존재예요. "이렇게 계속 의지를 갖고, 꾸준히 이기는 것만 생각하는 거 자체가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언영이에게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항상 함께 게임 얘기하고, 어떻게 이길 지만 생각하는 되게 좋은 관계예요. 존경하고, 이런 사람과 같이 일을 하게 돼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EG에게 스프링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도장깨기로 우승을 차지했어요.

우리 팀에 신인 두 명도 있지만, 나머지 세 명이 경력이 긴 선수다 보니까 이 팀에 들어오기 전에 이겼던 방식이 달랐고, 그걸 맞춰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플레이오프 과정에서 서로 신뢰를 가지고, '저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점점 폼이 좋아졌어요.

저도 ('임팩트' 선수처럼)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없었어요. C9, 팀 리퀴드, 100 씨브즈 순으로 만났는데, 첫 세트 이기고 나서 '우리 이겼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밴픽적으로 준비한 게 너무 그대로 잘 나왔어요. 또, '임팩트' 선수가 첫 판 이겨주면 본인 픽이나 운영 바탕으로 다음 판 이겨줄 수 있다고 했고요. 그렇게 2승 챙기고 들어가니까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국제 대회 경험이 없는 '조조편'-'대니' 선수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조조편'과 '대니' 선수는 미성년자잖아요. 그래서 프로로서 마음가짐이나 자세도 배우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부분도 많이 가르쳐주려고 하고 있어요. 이 팀을 나가서도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좋은 사람이 되고,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대니' 선수 같은 경우는 직관적이고, 반응이나 그때 그때 느껴지는 것에 민감한 선수라 특히 애를 먹었어요. MSI가 국제 무대고, 처음으로 환경이 크게 바뀌다 보니까요. 되게 예민해지고, 본인 퍼포먼스에 대해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룹 스테이지에서 끝날 게 아니고, 그 이상까지 생각하면 좋든 싫든 적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적응했을 때 얻는 게 정말 클 거다. 겁먹지 말고, 평소대로 자신감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조편' 선수는 굉장히 열심히 할 때 본인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하는 선수라 열심히 할 때와 지쳤을 때의 간극이 살짝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스프링 우승을 하고 하루만 쉬고 바로 한국으로 왔거든요. 좀 지친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스크림 과정에서 "이기든 지든 너가 배워갈 게 정말 많다.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게임을 하는 만큼, 이 경험이 커리어에 있어 매우 좋을 거다. 또, 너는 잘하는 선수들과 할 때 행복감과 동기부여를 많이 느끼는 편인데, 너무 좋은 기회 아니냐" 이런 쪽으로 얘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럼블 스테이지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과정에 있어 아쉬움이 좀 남을 것 같아요. 팀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일단, 방금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럼에도 5명 선수 모두 다 마음 속으로 '첫 날과 다르다, 우리 손으로 던졌다, 다음에 만나면 무조건 이기겠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 같습니다. 준비한 대로 잘 됐고, 초반 골드도 앞서갔거든요. 근데, 선수들이 앞선 경기서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까 유리한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경기들 복기하면서 '우리가 왜 G2 e스포츠를 상대로도 여유 있어도 됐는지, 우리가 플레이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그게 잘 나왔을 때 너무 쉽게 이길 수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생각이예요.


Q. EG 경기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바드, 트린다미어, 릴리아, 이블린 등 밴픽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요.

신인이 있는 팀이다 보니까 연습에서의 자신감이 대회에 그대로 반영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습했던 픽을 대회에서 실제로 한 번 해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 만하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하고, 픽에 대해서 닫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대회에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Q. 상위 라운드를 앞둔 선수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매 대회를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해요. 이번에 준결승, 결승 갔을 때도, MSI에 와서도

"이게 너희에게는 너무 당연할 수도 있고, 앞으로 얼마든 많이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국제 대회도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국제 대회에 오기 위해 우리가 같이 노력해서 성공한 만큼, 우리일 때 성적을 잘 내고 싶다. 얻어가는 것도 많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시즌이 끝나고 하루 밖에 못 쉬었다고 하더라도 간절함을 느끼고 이왕 하는 게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얻어내고, 승리에 대한 갈망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고 이야기를 했어요. 실제로 좀 지쳐있던 선수들도 '그래도 우리 이거 진짜 할 만하다, 여기 와서 행복하다' 이런 생각하고 있고, 그런 게 다시 자신감으로 돌아와서 럼블 스테이지에서 증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선수들이 되게 좋고 잘하길 바라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면서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