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개발 직군 신임 직책자를 위한 피플 매니지먼트 개론
  • 강연자 : 이승재 - 데브캣 / devCAT
  • 발표분야 : 매니지먼트, 커리어
  • 권장 대상 : 직책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 [강연 주제] 게임 개발 직군은 대체로 기계를 상대하는 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직책자로 임명되면서 갑자기 사람을 상대하는 일로 전환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직책자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흔하고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이 발표는 게임 개발 직군에서 처음으로 매니지먼트를 맡게 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소위 팀장으로 대표되는 '직책자'는 대부분 어떤 사람을 일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고민은 끊임없이 하는 '피플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우선순위, 일의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나 테크니컬 디렉팅, 프로세스 개선과 실무에 초점을 맞추는 등 여러 가지 관점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데브캣의 이승재 개발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NDC 강연에서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을 강연으로 전달했다.

    개발 직군에서 기계를 상대하는 일을 오래 하다 직책자로 바뀌면 갑작스레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된다. 이 과정에서 매니지먼트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쉽게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승재 개발자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으며,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저지르고 고민의 나날을 거치면서 고통스럽게 깨달은 것들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했다.




    PART#1 내가 맡은 팀 전체의 성과가 곧 나의 성과다


    팀장의 임무는 내가 맡은 팀 전체의 성과를 키우는 일이다. 이것이 직책자로 일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관이 되며, 매우 중요하다. 팀장은 모든 팀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어야 해라고 생각하기 쉽고 그렇게 압박을 스스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팀원의 성과를 별것 아닌 일로 본다거나 본인이 하면 더 잘한다고 보여주기로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팀장은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팀원이 잘해서 성과를 내면 주목받고 박수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면서, 본인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잘 해서 우리 팀원이 잘 해낸 것이다'라고 판단하면 된다.

    그렇다면 '성과'란 무엇인가. 주니어 시절에는 꼼꼼하게 맡은 일을 잘하면 되겠지만, 경험이 쌓이고 올라감에 따라서 이 '성과'의 정의가 넓어지고 추상적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상위 직책자와 나의 임무가 서로 바라는 점에서 괴리감이 발생하면 시간이 흐르며 양쪽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임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상위 직책자가 생각하고 있는 점을 맞추거나, 알려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성과를 키우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 그렇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눈에 띄는 일을 다 하려고 하면 터널 비전에 빠지고 번아웃에 빠지는 상황이 되기 쉽다. 그렇기에 직책자들은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에너지를 가장 효율이 높은 곳에 집중해야 한다.

    맡은 조직이 커지면서, 이러한 효율이 변화하게 된다. 스스로 하는 일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잘하는 게 점점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에 대해서 공부를 할 필요가 생긴다. 매니지먼트는 무언가를 통해서 조직, 그러니까 사람을 움직여서 성과를 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무 능력이 수년간의 경험과 교육을 통해 성장하듯이, 매니지먼트 능력도 역시 사람에 관해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PART#2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자


    우선 사람은 모두 각자의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에 관심을 둬야 한다. 팀원 각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고 본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건 그냥 시간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리, 그 이상의 가치를 주고받게 되는 거래다. 그렇기에 회사의 대리인으로 팀원과 회사가 더 좋은 거래를 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사람이 항상 논리적일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말이 있다. 특히 내가 공격받았다고 느꼈을 때 인간은 감정적이 되고 감정과 직관에 따른 결론을 내린 뒤에 거기에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더 무서운 점은 본인 스스로는 내 생각이 너무 논리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인지 부조화, 자리 합리화를 저지르기 쉽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비난하거나 조롱을 통해 악화시키기는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격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똑같이 내 의도를 관철하는 결과를 얻더라도 과정에서 '토론'을 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내는 형식을 지키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서도 팀원이 실수했을 때 너무 화내지 않는 게 좋다. 너무 크게 혼났다는 반감이 들면 반성이 잘 안 된다.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오류들은 이미 인간이 보편적으로 그렇게 동작한다고 잘 알려진 버그다. 내가 그러한 버그에 걸린 것 아닐까 하는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고, 고장이 났다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도 좋다.

    또한 의외로 인간의 본능은 부족 사회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대입해봐도 좋다. 부족 사회의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의 말을 따랐을까? 그 당시 먹을 것이 매우 소중했기에 나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따랐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 혹은 간식 등에 제공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존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위한 리스펙트의 이유를 만들고, 팀원의 능력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팀원을 믿고 기다려주는 일도 중요하다. 또한, 팀원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에 보이면 보호를 해줘야 한다. 물론 보호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팀장 본인 자신으로부터도 팀원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은 스트레스가 심하면 오작동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팀장 본인도 팀원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나는 그렇지 않아'가 아니라, '내가 어쩌면 그런 행동을 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나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고, 한계에 달하면 이상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고장이 나는 패턴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스스로 알기 어려우므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상 행동으로 잘못하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해서 리더십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의 강점과 약점은 서로 독립된 속성이 아니라 어떤 한 가지 치우침의 양면인 경우가 많다. 타고난 성향에서 올 것일 경우는 고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다. 고치더라도 그 사람 고유의 강점도 잃어버릴 수 있다. 나 자신도 같은 처지다. 내 성향을 부정하거나 정상이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고, 내 성향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르게 치우쳐 있는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그리고 다른 성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의 대부분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상대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과 용납하는 것은 별개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건 필요하지만, 너무 깊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타인의 행동을 지도와 피드백을 통해 약간은 바꿀 수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 이를 구분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해서 찾아내야 한다. 피드백은 나의 과제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바뀌는 건 그 사람의 과제다. 내가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만큼 상대는 거기 저항을 할 것이다.

    반면에 나 자신의 생각은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다. 나 자신을 바꿈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생각을 바꾸는 데서 오는 고통을 견딜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일할 수 있게 되는 매니저의 여러가지 성장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PART#3 직책자를 위한 조언


    '나는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내 성장을 크게 방해하며, 다른 탓을 하게 되기가 쉽다. 다르게 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을까? 이걸 복기해야 더 나은 결정과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하고, 실행하고 복기하면서 개선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더 작은 책임을 지고 했을 때 유용했던 습관들을 버리는 건 어렵다. 하지만 내가 성장을 했구나 하는 걸 느끼는 일은 재미있을 것이다.

    직책자가 되면 점차 시간과 성과가 그대로 비례하지 않게 되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디에 집중해서 시간을 쓰는지 중요해진다. 언제나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달성해야 하는 성과와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하는 수단적인 활동을 구분해서 인지해야 한다.


    실무를 좋아하고 잘한 사람들은 직책자가 되면서 굉장히 괴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를 주는 활동과 성과에 필요해서 하는 활동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뭘 하면 에너지를 얻는지가 다르므로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잘 쉬어야 한다. 쉬는 건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걸 떠나서, 업무와 관련된 고민을 적극적으로 머리에서 제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경험이 쌓이고 직책이 올라감에 따라서 성과의 정의는 점점 넓어지고 추상적으로 변한다. 더 많은 사람, 더 긴 시간, 더 중요한 의사 결정에 대해서 간섭을 안 받고 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증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판단을 잘 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단을 내리고 실행하며 결과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모호한 상황, 불확실한 상황에 익숙해지는 일이 필요하다.


    강연의 끝에서 이승재 개발자는 금일 공유한 내용들이 경험의 영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잘 될 떄도 있고 아닐 때도 있으며 모순되는 내용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인지부조화, 자기 합리화에 대해 저항해야 하지만 그게 결국은 우리 멘탈을 보호하기 위한 뇌의 동작이다. 자기 합리화를 안 하면 나의 실수, 부끄러운 과거를 그대로 직면해야 한다. 그렇게 남 탓을 할 수 없게 되고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매니지먼트 공부를 해도 시행착오가 줄어들 순 있겠지만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다. 언제 의견을 구할 것이고 언제 밀어붙일지, 피드백의 강도는 어떻게 할지와 같은 밸런스 감각은 책으로 배우기 힘들다. 결국, 주변 사례를 보고 참고를 하거나 조언을 받는 등의 경험을 통해서 사례를 쌓는 수밖에 없다. 이승재 개발자는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일단 타고 넘어지더라도, 그러면서 계속 배운다는 것이다. 또한, 일찍 시작하면 편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작이 늦어지면 이전에 잘하던 일이랑 새로 하면서 헤매는 일 사이에 괴리가 커서 더 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할 일이 많고 복잡해 보이더라도 한 번 익숙해진 부분은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어요. 우리가 자기 자신을 개선하면서 좋은 실무자로 성장을 해온 것처럼, 어떤 부분을 더 잘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직책자로서의 성장을 지속하면 됩니다. 결국은 팀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걸 원하고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건 잘 못하는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거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지. 어떤 건 가르쳐주면 되고 어떤 건 못 고치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