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 NFT 프로젝트에 당한 저작권 침해 극복기 - 창작자를 위한 NFT 분야 포스트모템
  • 강연자 : 송용성 - 순순스튜디오 / Soonsoon Studio
  • 발표 분야 : 게임개발, 저작권, NFT
  • 권장 대상 : NFT 분야에 관심있는 모든 게임개발자들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강연 주제] 최근 저의 SPUM 어셋이 해외의 NFT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용 라이센스 위반으로 사용되는 경험을 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현재 국내외에서 발발중인 다양한 NFT 사례를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며, 저작권자이자 게임 개발자로써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우리 게임 개발자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으레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고 설명을 해줘도 뭔가 난해하기 그지없다. NFT가 대표적이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토큰이라고 하니 대부분 가상화폐의 한 갈래로만 생각한다. 틀린 건 아니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NFT란 고유한 값을 가진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당 토큰의 소유권, 판매 이력, 최초 발행자를 확인할 수 있기에 위조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최근 NFT를 이용한 디지털 자산 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지도 모를 NFT지만, 최근 들어 무단 도용과 스캠, 그리고 디지털 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번 NDC에 강연자로 나선 '순순' 송용성 씨 역시 그러한 피해를 본 대표적인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해외의 NFT 프로젝트가 자신이 만든 유니티 어셋 '스펌 순순 픽셀 유닛 메이커(SPUM SOONSOON PIXEL UNIT MAKER, 이하 스펌)'을 악용해 NFT를 판매하고 있던 거였다.

    그 자체로도 어려운 저작권 분쟁이건만 NFT까지 얽힌 이 문제를 송용성 씨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그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가 직접 겪은 NFT 프로젝트에 당한 저작권 침해 극복기를 함께 들어보자.




    ■ PART #1 사건의 발단 - 갑자기 등장한 NFT


    사건은 스펌을 유니티 어셋 스토어에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스펌은 2D 베이스의 픽셀 캐릭터를 랜덤하게 제작할 수 있는 툴로 2022년 4월 기준 약 1,500~2,000명 정도의 유료 사용자가 이용 중인 툴이다. 당연히 여느 어셋과 마찬가지로 그의 어셋을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이처럼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자 그는 피드백을 위해 카페를 운영하면서 커뮤니티와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그에게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어느 NFT 프로젝트에 스펌이 쓰인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블록체인과 NFT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다른 게임에서 스펌이 쓰이는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어딘지 석연치 않았다.

    블록체인과 NFT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NFT라고 한다면 다른 마켓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뭔가를 거래한다는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었기에 스펌을 활용한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 PART #2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 저작권 관점에서 바라보는 NFT


    그렇게 송용성 씨는 본격적인 NFT와 저작권 침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핵심은 스펌 같은 어셋을 이용해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쪽(저작권 침해자)이 NFT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창작자는 뭔가를 창작하는 동시에 저작권도 얻게 된다고 하고 있다. 즉, 스펌의 경우 그 저작권은 오롯이 송용성 씨 본인에게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NFT와 같은 파생 상품을 만들고 출시, 판매하기 위해선 라이센스 계약 등을 통해 저작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오픈씨와 같은 대형 NFT 거래 플랫폼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처음에는 송용성 씨 역시 헷갈렸다. NFT라는 개념이 낯선 것도 있었지만, 저작권과 관련해서 NFT가 어떤 권리와 상충하는지, 그리고 어떤 권리와 연관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펌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어셋이란 점 역시 이러한 모호함을 더욱 부채질했다. 실제로 스펌을 활용한 다른 게임들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 어셋 스토어를 통해 판매한 걸 활용했기 때문이다. 유니티 어셋 포럼이나 커뮤니티에서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저작권 침해가 의심된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합법적으로 판매한 어셋을 활용해 NFT를 만들었으니 그 NFT에 대한 권리는 그들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거였다.


    그렇다면 스펌을 활용한 NFT 프로젝트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었다. 유니티 어셋 스토어 EULA에 따르면 어셋 스토어를 통해 구매한 어셋은 게임이나 미디어 등 통합된 어떤 콘텐츠를 벗어나서 거래하거나 재판매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모든 권리는 창작자에게 있으며, 창작자가 명시하지 않거나 라이센스에 명시하지 않은 모든 권리 또한 창작자에게 있으며, 어셋 구매자는 어떠한 권리도 획득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셋 구매자는 어셋을 사용할 권리만 있고 이를 재판매할 권한은 없는 셈이다.

    그럼해도 해당 NFT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직접 도트를 찍고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처럼 콘텐츠를 제작, 홍보 중이었다. 이는 저작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명백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했다.



    ■ PART #3 문제를 해결해 보자 - DMCA Takedown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파악한 송용성 씨는 본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다만,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상대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연락해달라고 했음에도 무시로 일관했고 유튜브를 신고하자 그제야 연락을 해왔는데, 그조차도 저작권에 대한 걸 자기들 멋대로 해석하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로서도 좀 더 강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게 바로 DMCA Takedown이었다.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는 1998년 미국에서 제정된 저작권법으로 저작권자가 온라인이나 기타 커뮤니티에 저작권 침해 사례가 올라올 경우, 해당 커뮤니티 및 플랫폼 사업자에게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리면 즉각 삭제해야 한다는 걸 골자로 한 법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DMCA Takedown은 큰 효과를 봤다. 저작권 침해자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중요한 창구였던 트위터나 유튜브, 그리고 디스코드가 연이어 폐쇄되는 등 큰 타격을 입자 그제야 저작권 침해자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 살려달라며, 라이센스 계약을 맺자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송용성 씨는 "고소를 더 진행할 수 있었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도 있었고 상대가 보낸 법인 설립에 대한 내용 등을 보고 변호사님과 얘기를 해보니 법인만 세우는 그런 사기꾼의 패턴은 아니라고 조언해주셨다"라며, "그냥 저작권을 몰라서 어긴 사례 같다고 하셔서 이후 제대로 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 PART #4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


    문제가 일단락된 후 송용성 씨는 잠시 사건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악독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과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NFT라는 기회를 포착하고 무작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원인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그들 대부분은 IT나 개발 직군 경험이 없던 사람들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던 중 스펌을 발견하자 이를 활용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NFT 프로젝트에 뛰어든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사례를 겪으면서 송용성 씨는 NFT 프로젝트와 관련해 관련 지식 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사뭇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는 점이다. 제대로 진행될 리도 없으며, 심지어는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도 더러 있다. 캣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귀엽고 친숙한 디자인의 고양이 NFT로 해당 NFT를 보유하면 토큰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판매했는데 그렇게 무려 2억 7천만 원어치가 팔리자 돌연 투자금을 들고 '먹튀'한 사례다. 흔하다면 흔한 과대 광고로 투자자를 모은 후 돌연 잠적하는 방식의 사기였으나, NFT라는 새로운 기술이 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 거였다.




    ■ PART #5 저작권 피해자가 바라보는 현재의 NFT - Winter is Coming


    송용성 씨는 피해자로 NFT에 관심을 가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보통 피해자라고 하면 안 좋게 볼 수밖에 없건만, 그는 좀 다르게 봤다. 아직 부족하고 조심해야 할 건 맞지만,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례들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NFT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그는 약 50명의 NFT 창작자를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을 진행했다. 지표가 적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눈여겨볼 만한 것들도 몇 개 있었다. ▲ 이 분야에 전문가가 적다는 점 ▲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나 아니면 회사가 없다 ▲ 창작자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나 노력하기보다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등의 홍보 전략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앞으로 NFT와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첫 번째는 익명성의 배제다. 지금까지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익명으로 진행되어 오곤 했는데 점차 그랬던 풍조가 이제는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인지, 누가 그 프로젝트를 주관하는지 밝히는 추세다.


    두 번째는 탈중앙화에서 중앙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NFT와 관련한 각종 사기 사건이 발생해도 탈중앙화라는 이유로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았기에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어려웠다. 사기꾼들이 탈중앙화를 악용한 것으로 오픈씨와 같은 거래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점점 제도권 편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도입된 트래블룰이 대표적으로 신용 정보를 등록한 계좌를 통해서만, 아니면 거래처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변화하는 NFT의 미래는 어떨까?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까? 송용성 씨는 이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을 토대로 현재 NFT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에 따르면 오늘날 NFT는 폭등 계심에 위치하고 있다. 즉, 당분간은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으로 환멸기가 온 후 언제가 될지 모를 성숙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NFT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NFT와 관련한 저작권 침해 사례,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며 송용성 씨는 "피해자가 됨으로써 NFT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NFT가 무작정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NFT 커뮤니티를 보면 에너지가 넘치고 가능성이 넘치는 멋진 창작자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곧 다가올 시장 안정기를 대비하고 나아가서 1인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 그러한 시기에 재밌는 결과물, 창작물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면서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