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하루 일정이 마무리됐다. 패배한 팀이 씁쓸한 표정과 함께 자신의 짐을 챙겨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그러는 동안 승리한 팀은 기쁨을 만끽하며 웃는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도 하고 현장 풍경을 담는 사진사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이윽고 승리한 팀의 MVP는 이정현 혹은 윤수빈 아나운서와 함께 현장 인터뷰에 참여한다. 오랜만에 팬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롤파크 경기장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질문에 답한다. 기자실에서도 인터뷰가 이어진다. 보통 승리 팀을 대표해 선수 한 명이 기자들의 질문에 이런저런 대답을 한다.

일상과도 같은 이런 과정 중에 가끔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과의 인터뷰 때 왕왕 발생하는 일이다.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선수들도, 조금은 수줍어 말을 더듬거나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선수들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사항이다. 바로 자신의 감정을 '~인 것 같다'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의 위와 같은 답변에 신경이 쓰였던 건 저 표현이 서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을 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말하거나 쓰는 건 그리 옳은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국립국어원에 질문이 올라온 적 있다. '실제 생활에서, 좋다는 감정은 인간의 감정이기에 늘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좋은 정도가 보통이거나, 좋지 않다고는 표현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 같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감정에 여러 단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성을 국어 표현에 반영하려면 '좋은 것 같다'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의견이었다.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예시와 함께 게시된 글이라 답변이 어떻게 달릴 지 궁금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명확했다. '좋은 것 같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많이 쓰입니다. 이러한 표현을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좋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주체는 말하는 사람이므로 스스로의 판단을 추측하여 표현하는 것보다는 '좋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즉,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인 것 같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표현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틀리지 않은 것과 맞는 것 중에서는 당연히 되도록이면 맞는 것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근 몇 년 동안 프로게이머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위와 같은 표현을 지나치게 자주 쓴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단적인 예로, '승리해서 기분이 어떤까요?'라는 질문에 '오늘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기분 좋은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 자주 들린다. 올바르지 않은 표현을 어쩌다 사용하는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너무 자주 쓴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표현을 쓰는지는 예상 가능하다. 대회는 방송되는 영상 콘텐츠이기도 하기에 많은 팬이 자신의 플레이는 물론, 인터뷰를 지켜본다. 혹여나 말실수를 하게 되면 팬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자연스럽게 말조심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까지 조심스러운 표현인 예상하는 듯한 말투로 드러내는 거다.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의 이 같은 화법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기쁘다, 좋다, 슬프다, 아쉽다와 같은 자신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잘못된 것이 아니다. 굳이 어법이라는 딱딱한 규칙을 들이밀지 않아도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아무리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고 해도 말이다.

선수들이 인터뷰에 나설 때 한 번쯤 떠올려줬으면 한다. 스스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제3자 입장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표현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 팀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를 해줬으면 한다. 프로게이머는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일반인이 아니다. e스포츠 산업이 발전하고 거대해지면서 프로게이머는 자신들,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