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스플릿에서 하위권이었던 팀이 서머 스플릿에서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경우와 그 정반대의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매년 반복되어 왔다. 2022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리브 샌드박스와 kt 롤스터는 활짝 웃고 있으며, 광동 프릭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다면 이 팀들의 희비를 가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스프링 스플릿은 팀 호흡을 맞추고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다. 많은 팀이 리빌딩을 마친 후 맞이한 정규 시즌의 혼돈 속에 광동 프릭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수혜를 봤다. 광동 프릭스는 굵직한 라이너들의 체급을 앞세워 당시 하위권 팀들을 모조리 때려눕혔고, 로스터 변화가 거의 없었던 프레딧 브리온은 다른 팀들보다 우수한 호흡과 변수 창출 능력을 뽐내며 다수의 승리를 일궈냈다.

반면 리브 샌드박스와 kt 롤스터는 스프링 스플릿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서밋' 박우태의 부재로 괴력을 상실한 리브 샌드박스에게 낭만은 사치가 됐다. 또한 신인 선수가 많았기에 빈틈없는 운영 능력이나 노련한 플레이 메이킹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kt 롤스터는 확실한 승리 플랜을 수립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경기에 임했다. 미드-정글 시너지는 전혀 없었으며 '라스칼' 김광희의 괴력이 그나마 돋보였다.

그리고 서머 스플릿은 스프링 스플릿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증명하는 곳이다. 팀 호흡과 운영 능력은 필연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기에 각자 고유의 장점을 살린 플레이 스타일을 장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데, 여기서 네 팀의 차이가 발생했다. 리브 샌드박스와 kt 롤스터는 본인들이 가야 할 길을 깨달았고 광동 프릭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그러지 못했다.


서머 스플릿 개막 전 적용된 내구도 패치로 인해 메타가 크게 바뀌었다. 봇 라이너의 성장이 보다 용이해지며 중반 이후의 모든 오브젝트 교전에서 원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 탑에는 제이스-그레이브즈-트린다미어 등 스플릿 푸시에 특화된 챔피언 대신 나르-갱플랭크-그웬-세주아니 등 교전 능력과 유지력이 좋은 챔피언들이 자리 잡았다.

와중 광동 프릭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확실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 광동 프릭스의 경우 매 경기 다른 게임을 했다. '기인' 김기인에게 피오라-케일 등을 맡겨 탑 게임을 시도하기도 했고, '테디'에게 세나를 주로 쥐여줄 때도 있었다. '페이트' 유수혁은 아리-리산드라-탈리야 등을 주로 잡지만 다른 라이너와의 시너지가 신통치 않았다. 체급이 압도적이었다면 지금까지 선보였던 모든 승리 플랜이 실제 승리로 이어졌겠지만, 안타깝게도 광동 프릭스의 체급이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프레딧 브리온은 스프링 스플릿에서 더 발전하지 못했다. 당시엔 한발 앞선 운영 능력이 선수들의 체급을 보완했었지만 서머 스플릿에선 그러한 어드밴티지가 없다. 변수의 시작이 됐던 '라바' 김태훈의 차력 쇼도 내구도 패치로 인해 사라졌다. 대부분의 경기는 무난한 밴픽과 무난한 경기 양상, 무난한 패배로 이어지고 있으며 팽팽한 상황에서 쐐기를 박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 리브 샌드박스와 kt 롤스터를 살펴보자. 먼저 리브 샌드박스는 기량이 만개한 '프린스' 이채환을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는데, 그보다 중요한 건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집하며 더 강화했다는 점이었다. 단단한 라인전이나 운영을 유지하는 대신 쉴 새 없이 노림수를 던지는 적극적인 플레이다. 스프링 스플릿에선 약팀의 객기였으나 자신감과 속도가 붙은 지금은 상대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확실한 마무리를 담당하는 '프린스'가 있어 리브 샌드박스는 낭만적인 승리를 이어오고 있다.


kt 롤스터도 비슷하다. 봇 라이너가 보다 활약할 수 있는 메타가 오자 '에이밍' 김하람의 캐리에 노골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커즈' 문우찬은 봇 시팅 비율을 높였고 '라이프' 김정민의 듀오 인접률도 눈에 띄게 올랐다. '라스칼'은 무리하지 않고 탑을 걸어 잠그고 있다. 판이 깔린 상황에서 '에이밍'은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이에 더해 '빅라' 이대광의 폼이 올라오는 것도 호재다.

결론적으로 두 팀의 상승세를 만든 건 일관된 승리 패턴이었다. 우리가 가장 잘 하는 플레이, 가장 자신 있는 플레이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 물론 최상위권 팀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모든 라인에서의 캐리 가능성'이라지만, 당장 눈앞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중요한 상황에서 무슨 의미겠는가. 리브 샌드박스와 kt 롤스터는 현재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본인들의 길이 옳았음을 수차례 증명했다. 또한, 적어도 이번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중심이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두 팀의 사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 계속 이어질 LCK에서 중하위권에 놓일 팀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LoL 패치 방향은 잽보다 K.O.펀치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잽으로만 K.O.를 만들 체급이 있는 게 아니라면, 스트레이트든 훅이든 어퍼든 한 가지 필살기를 갈고닦아 경기에 임하는 쪽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사진 : L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