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국내에서도 '발키리' 시리즈의 팬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어레인지가 들어간 북유렵 세계관에 종말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발키리들이 활약하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죠. 트라이에이스가 개발하여 플레이스테이션 황혼기부터 시작했던 이 발키리 시리즈는 정통 스타일에 가까운 턴제 RPG고 발키리 세 자매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세계를 존속시키기 위한 싸움을 다룹니다. 현 스퀘어에닉스로 합병되기 이전부터 에닉스가 유통을 맡고 있고 키우던 IP이기도 했고, 트라이에이스의 '스타오션'과 더불어 RPG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게임 시리즈는 스마트폰 이식이나 PSP에서 처음 접하신 분들이 제법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임이 특유의 파고들기 요소도 괜찮고, 전투 시스템도 턴제로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편이라 나름대로 팬층이 있는 게임이긴 했습니다. 대신 콘솔판 정식 후속작이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급되지 않았고, 모바일 게임으로 IP가 이식되거나 콜라보레이션에 등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게 전부죠. 그렇게 이제 '발키리'하면 떠올리는 게임에서 잊혀져 갈 무렵에 마침내 정식 후속작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대신 턴제 RPG가 아니고, '액션'을 선택한 발키리로 말이죠.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던 차에 사전에 플레이할 기회가 닿아 '발키리 엘리시움'의 데모 버전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 본 체험기에는 발키리 엘리시움 본 편 스토리의 약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키리 엘리시움'은 우선 개발사가 트라이에이스가 아닌 '솔레유'에서 개발을 맡은 만큼 장르 자체의 변경이 있었습니다. 세계관은 기존과 다르지만, 설정 자체는 이전 시리즈와 비슷하고,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한 여정도 비슷합니다. 오딘이 세계를 창조하고, 펜리르와 격돌하여 큰 피해를 입었고 세계가 붕괴되며 종말 라그나로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에 저항하기 위해 오딘이 새롭게 만들어난 '발키리'의 이야기를 다루죠.

게임의 전투 액션은 무기마다 다른 형식이고, 점차 무기를 강화시키고 숙련도를 올리면서 새로운 액션을 배워나갑니다. 기본 공격의 횟수 혹은 조작에 따라서 액션들이 다양해지는 느낌으로 만들어져있는데, 아마 여러가지 액션 게임을 해본 유저들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신 특정 액션을 취할때는 회피나 가드로 캔슬이 되지 않으므로, 무작정 버튼을 연타하다간 얻어맞기 십상입니다. 회복 수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들의 공격이 노멀 기준으로 상당히 아픈데다가, 초반이라 그런지 연속 가드도 되지 않아서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라고 느꼈죠. 여기에 적을 추격하는 소울 체인 탐험 뿐 아니라 전투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서 지상과 공중을 자주 번갈아가면서 액션을 하게 됩니다.

무빙이 생각보다 자유롭고 회피도 판정이 좋은 편이라고 느꼈죠. 대신 그만큼 타이밍 자체는 조금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정도의 엄격함은 갖췄습니다. 물론 완벽한 타이밍에 가드를 하거나 회피를 할 때의 이득도 만만치 않아서, 이를 잘 노리는 게 기본적인 운영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 소울 체인과 에인헤랴르는 탐험, 진행에도 이용됩니다.

원작에 있던 '에인헤랴르'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형태가 좀 액션 게임에 맞춰 변화한 느낌이라고 볼 수 있죠. 에인헤랴르 소환에는 소울 게이지가 필요하고, 아이템이나 블루 소울로 회복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에인헤랴르는 각 속성이 있어서 이를 활용해서 탐험에 이용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에인헤랴르는 소환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으로 적을 공격하고 플레이어를 지원합니다. 플레이어의 특정 기술을 강화하면 콤보 도중 자동으로 에인헤랴르가 소환되기도 하고요.

또한 소환된 에인헤랴르들의 속성에 맞춰서 발키리의 고유 마법인 '디바인 아츠'와 일반 공격도 속성이 변화하는데, 적들이 가진 약점을 공략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점을 잘 공략하면 거대하고 강력한 적도 속성 다운-다운(대)라는 큰 경직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높은 대미지를 누적할 수 있는 공략점들이 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도 이러한 전투의 핵심 요소들을 바로 튜토리얼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죠.

▲ 강적들은 약점 부위나 속성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알려주진 않습니다.

▲ 다만 아쉽게도 1챕터는 그냥 에인헤랴르가 없어서 혼자서 진행해야 됩니다.

아쉬운 점은 튜토리얼 이후였습니다. 튜토리얼 이후에 경험할 수 있는 건 첫 번째 챕터인데, 이를 클리어해야만 첫 번째 에인헤랴르를 얻을 수 있는 암시가 주어져서 본격적인 액션을 경험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는 첫 번째 챕터와 함께 제공되는 서브 퀘스트 정도만 경험할 수 있었고, 챕터 보스전 이후로는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플레이어는 라그나로크로 인해 세상이 붕괴하는 가운데, 구원의 사도로 창조된 발키리로 오딘의 명을 따라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지상에 떠도는 영혼들을 정화해야 합니다. 타락한 영혼들은 마물로 변화해 언데드가 되어 지상을 배회하고 있고 이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에인헤랴르를 만나는 일이 아마 메인 스토리의 큰 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에인헤랴르들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조금씩 힌트로 나오는 점도, 이번 '발키리 엘리시움'이 갖고 있는 컨셉이자 주제를 관통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마 시리즈 팬 분들은 대충 눈치채셨을 거로 생각하지만, 이번 발키리 시리즈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언급이 있을 수 있는데 애초에 과거 시리즈에 등장했던 세 명의 발키리 자매들에 대한 언급도 없죠. 트레일러에서 장녀 아리 발큐리아를 연상시킬만한 인물이 등장하기는 했습니다만, 실제 게임 체험판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대신 에인헤랴르들은 꽤 많이 조명을 받는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부분 때문에 데모 버전에서는 메인 스토리의 접근하지 않는 한에서, 게임이 어떤지 알아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 아마 발키리와 에인헤랴르간의 이야기가 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말 그대로 '체험'만 해볼 수 있는 데모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죠. 턴제 RPG였던 '발키리' 시리즈가 어떻게 액션게임으로 변화하기로 고민했는지, 그 의도를 시리즈 팬들에게 설명하면서도 시리즈를 모르는 팬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기 위한 선택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에인헤랴르의 속성들과 소환, 그리고 이를 활용한 액션과 탐험 및 디바인 아츠가 원작과 세계관의 핵심 요소를 액션으로 승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기에 발키리의 스킬 트리와 무기 숙련도로 다양해지는 액션, 그리고 꽤 아픈 적들의 공격과 보스전의 패턴 변화 등은 꽤 난이도 있는 대중적인 액션에 빠른 템포를 조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가끔 이렇게 날개가 돋아나는데, 정식 버전에서 제대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그래픽이나 물리 엔진은 및 모션은 출시까지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보입니다. 문어발처럼 흔들거리는 머리카락이 가끔 눈에 띄기도 했고, 발키리의 액션 중에서 좀 이상하다 싶은 부분도 있고 음성과 싱크가 맞지 않아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공중 액션과 나루토런은 아마 이후에도 좀 호불호의 요소로 남을 듯 싶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발키리 시리즈를 나름 좋아하는 편이기에, 오랜 시간 정식 콘솔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서 착잡하긴 했습니다. 그냥 버리긴 아까운데 또 이게 인기 있느냐 하면 입지가 애매한 IP이기도 하니까, 요즘 들어서 과거 IP들이 다시 부활하는 움직임에 부활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발키리 엘리시움'은 꽤 반갑긴 했죠.

액션 게임으로 변화가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시리즈의 팬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나름 과거의 설정과 핵심 요소들을 액션 게임에 어떻게 녹여내려고 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변화에는 그래도 확실한 근거가 있고,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충분히 느꼈으니까요. 본 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집니다.

▲ 누군가 생각나는 트레일러의 인물도 있고...

▲ 새 인물도 나와서 어떤 스토리가 나올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