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보균 장관, 메타버스를 체험하는 이종호 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가 같이 메타버스 신(新)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과기부가 '110 국정과제'에 메타버스가 들어간 것을 내세우자 문체부가 물러선 모습이다.

15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에 따르면, 문체부와 과기부는 연내에 게임물과 메타버스 구분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수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부처는 메타버스가 새롭게 성장 중인 글로벌 서비스이지만, 게임규제 가능성으로 인한 업계 부담 및 산업성장 저해 우려를 현황으로 짚었다.

문체부와 과기부가 합의한 내용은 △국내 메타버스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동등경쟁 기반 마련 △메타버스 신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 및 성숙 유도 △메타버스 생태계 전반의 규제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자율규제 정착 도모이다.

과기부는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용어정의, 자율규제 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지원한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체부는 '2030 부산 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위한 메타버스 경우 게임물이 포함되더라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도록 한다. 과기부가 특별법 입법을 지원하면, 문체부는 진흥 법안 입법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 부처는 이번 합의로 산업계 투자 리스크 해소 및 대외 경쟁력 확보를 통한 메타버스 신산업 활성화를 효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합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판정패'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문체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일부 메타버스 서비스를 게임물로 보고 등급분류를 권고했다. 그러나 과기부 개입과 정부 방향성으로 인해 문체부는 자신의 관리 영역을 빼았겼다는 평가다.

문체부와 과기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지난 8월 10일 첫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이때는 두 부처가 각자의 입장을 전했다. 과기부 측은 "메타버스에 게임물등급분류 적용은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고, 사행행위금지와 과몰입예방조치 등 과도한 규제로 신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라고 주장하며 일부 게임적 요소가 있더라도 예외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체부 측은 "메타버스 내 제공되는 콘텐츠 중 게임물이 포함될 경우에만 게임산업법을 적용한다"라며 "기존 게임과 유사한 게임 제공임에도 예외 사유로 보면 등급분류 형평성 등으로 반발이 우려된다"라고 의견을 냈다.

쟁점은 메타버스 내 콘텐츠가 '게임물'인지, '게임적 요소'인지다. 문체부는 게임물로 보고, 과기부는 게임적 요소라 주장한다. 과기부는 게임적 요소 콘텐츠로 스크린골프, 스크린야구 등을 예로 들었다. 스크린골프와 스크린야구 등은 등급분류 제외 대상이다.

문체부는 '게임적 요소'에 예외사유를 고시하는 방안에 대해 "근거가 없고, 판단기준 마련이 어려우며 기준을 둘러싼 부수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또한 과기부가 주장하는 고시에 따라 메타버스 사업자가 선별될 경우 기준타당성 및 해당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문체부는 대책으로 '게임존(가칭)에 대한 등급분류' 방안을 제시했다. 로블록스와 동일한 형태로, 메타버스 내 게임존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으면, 게임존 내 개인 창작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면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과기부는 단기적으로 메타버스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일부 게임적 요소가 있더라도 게임규제 적용 제외를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론 게임물 정의를 현실화해 게임규제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고 했다.


류호정 의원은 "메타버스는 플랫폼이지만 그 안에 게임물이 있다면 당연히 게임산업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 네이버 제페토에 게임물 등급분류 안내를 했지만 네이버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움직여 메타버스 내 게임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조실, 과기부, 문체부가 3차례나 만나 합의안을 마련했는데, 결론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전까지 제페토 안에서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동일 콘텐츠 동일 규제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네이버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류호정 의원은 "메타버스 서비스 업체들은 가상자산과의 연동을 향후 핵심 모델로 설정하고 있는데 암호화폐와 연동된 카지노, 포커가 서비스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고 이용자들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메타버스 내 게임물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경우 메타버스 내 불법게임물 확산으로 인한 청소년 피해발생시 제재수단이 부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게임물이 발생하더라도 게임산업법에 따른 사후모니터링 및 관리 감독이 불가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