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우승 팀이자 LCK의 1시드 젠지 e스포츠. 오는 10월 롤드컵을 앞두고 있는 젠지 게임단은 지난 12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 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인벤은 다음날인 13일, '마파' 원상연 코치를 만나 지난 스프링과 서머 스플릿을 돌아보고, 롤드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 인터뷰는 지난 스프링 종료 후 기자가 한 관계자와의 나눈 대화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 관계자는 '마파' 코치의 열정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는데, 인상 깊었던 건 그러면서 곁들였던 말이었다. 코로나19 이슈 당시 게임단의 그 누구보다 분해 했고, 얼굴이 붉어진 채 홀로 분을 삭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그때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스프링에 코로나19 이슈가 터졌을 당시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분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스프링은 이번 서머보다 더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진 시즌이었다. 선수들 실력이나 스크림 데이터가 좋았고, 실제 대회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게임 외적인 변수가 선수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연습 환경을 방해하는 게 화가 났다.

선수들도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아프면 걱정도 되고, 힘들다. 실제로 선수들이 너무 많이 아파해서 정말 많이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기간에 다 걸린 게 아니라 순차적 감염이라 시간적인 문제도 엄청 컸다.


Q. 그렇게 아쉽게 스프링을 마치고, 서머를 준비하게 됐는데, 마음가짐에 있어 변화가 생겼을까.

코로나19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걸 감안하고도 결승에서 우리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스프링 결승에서 내가 엄청 큰 실수를 했다. 그 실수를 앞으로 코치 생활하면서 하지 않으려고 계속 되새김질 하면서 서머 준비에 들어갔다.



Q. 또, 중점적으로 보완하고자 했던 게 있다면?

선수들은 아닐 수 있는데,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선수들이 T1을 만났을 때 원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 있었다. 서머 1라운드에서 매치는 졌지만, 1세트 이기는 거 보고 조금만 더 보완하면 다음에 만났을 때 이길 수 있겠다 싶었다.

정리하면, T1전에서 원래 경기력을 나오게 하는 걸 가장 중점으로 뒀다. 상성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고, 또 무조건 깰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Q. 말씀하신 대로 결국 상성을 깨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거라 예상했나.

밴픽에서 다섯 개 챔피언이 정해질 때마다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못한 게 아니라 우리가 준비한 대로 구도가 나왔다. 그래서 세 세트 다 이길 거라 확신했다.


Q. 우승 후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코치님은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가.

결승전이 일찍 시작해서 전날 컨디션 관리를 할 만도 한데, 선수들이 다들 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특히, 봇 듀오는 따로 2대 2 연습을 더 하더라. 정말 열심히 했다. '룰러' 선수와 '리헨즈' 선수의 눈물은 간절함과 노력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무작정 뛰어나가서 부둥켜 안을 생각 밖에 없었다.


Q. 스프링 동안 '도란'과 '리헨즈' 선수는 아쉬운 평가를 듣기도 했다. 어떻게 이 선수들의 폼을 끌어올릴 수 있었나.

어떤 선수든 시즌 중에 부진이 찾아올 수 있고, 그게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대하는 코칭 방식이나 태도가 바뀌지는 않았다. 믿고 있었다. 믿음에 부응한 건 '도란' 선수와 '리헨즈' 선수의 마인드와 노력이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온전히 선수들 덕분이다.



Q. 코칭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무래도 선수마다 코칭을 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젠지 오기 전에는 IG라는 팀에서 밖에 안 해봐서 전부 다는 모르지만, 내가 느낀 건 강한 압박을 줘야 잘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선수도 있고, 압박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선수도 있다. 쉽게 말해 당근과 채찍의 차이다. 그 비율이 선수마다 다 다른 것 같다.


Q. 젠지 선수들은 어떤가. 당근파가 많나, 채찍파가 많나.

일단 채찍을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다 당근을 좋아하는 선수들인 것 같다(웃음).


Q. 젠지 이전에는 IG에서만 5년을 보냈다. 그때의 경험이 지도자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IG에 있는 동안 실패도, 성공도 많이 겪었다. 실패에서 오는 교훈과 성공에서 오는 자신감이 쌓여서 젠지에서 마주한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스프링의 준우승도 그렇고, 시즌 중간 선수단에서 생기는 문제를 유연하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Q. 코치 입장에서 봤을 때 LCK와 LPL은 어떤 차이가 있던가.

중국에 있을 때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되게 자유분방하다고 느꼈다. 그런 게 한타나 라인전에서 드러났다. LCK에 와서 느낀 건 '단단하다'였다. 자유분방함은 없지만, 교과서처럼 하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 쉽게 말하면 창과 방패의 느낌이다. 근데, 우리가 LPL과 연습을 했을 때는 방패로 때리는 느낌이었다(웃음).



Q. 어떻게 보면, 젠지는 대놓고 강팀이다. 그만큼 라인업이 굉장히 좋다. 이런 로스터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중국에서 코치 생활하면서 LCK를 거의 다 챙겨봤는데, 보면서 같이 해보고 싶다고 느꼈던 선수들이 있어서 설렜다. 이런 좋은 선수단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단장님에게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사실 강팀일수록 밴픽이나 인게임 변수가 적다. 그 안에서 최악의 경우마저 없애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Q. 코치진도 시너지가 잘 나는 듯 하다.

'스코어' 감독님 같은 경우는 선수 때부터 겪어 와서 뭘 해도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근데, 그 이상으로 너무 잘해줬다. 감독 첫 해부터. '무성' 코치는 젠지 와서 처음 봤다. 지금 막내 코치인데, 사실상 메인 코치를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게임 지식도 넓고,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다. 감독, 코치를 만나는 운도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Q. 그간의 행보를 보면 감독보다는 코치직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나는 드러나는 것보다는 뒤에서 누군가를 보조하는 게 성격에 맞다. 선수 할 때고 서포터였고. 그래서 감독보다는 코치직을 선호한다. 또, 개인적인 목표로 코치로서 최고를 찍은 다음에 감독을 하고 싶다.


Q. 젠지의 모든 선수가 다 뛰어나지만, 특별히 인게임적으로 잘 맞는 선수가 있을까.

거짓말이 아니라 5명 다 정말 잘 맞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날 놀라게 하는 건 '피넛' 선수다. 코치 박스에 있으면 선수들의 콜을 다 듣는다. 항상 느끼는데, '피넛'은 내가 지난 8년 동안 경험한 선수 중 오더가 가장 뛰어난 선수다.

딱 두 경기만 보면 된다. 먼저, 스프링 플레이오프 담원 기아전 5세트. 역대로 불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오더와 할 수 있는 역할을 흔들림 없이 해냈다. 그리고, 서머 1라운드 T1전 1세트에서 유리한 게임을 그대로 실수 없이 끝내는 오더가 있었다. 양 끝을 다 봤는데, 그 두 상황에서 멘탈이나 오더에 차이가 전혀 없었다.



Q. '피넛' 선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른 선수들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도란' 선수는 칭찬을 너무 해주고 싶고, 칭찬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은데, 막상 칭찬해주면 엄청 쑥스러워한다. 내가 젠지에 오면서 가졌던 목표 중 하나가 퇴근하면서 연습실 불을 끄는 거였다. 근데, '도란' 선수 때문에 쉽지 않다. 내가 본 선수 중 제일 열심히 한다.

잘하는 선수는 자기 실력에 대한 믿음이 커서 주변에서 해주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 할 수도 있는데, '쵸비' 선수는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이나 피드백을 언제나 바른 자세로 받아들인다. 가장 큰 장점은 스크림 할 때나 대회 때나 집중력을 똑같이 유지하는 거다. 집중력이 진짜 대단하다.

'룰러' 선수는 챔피언 풀에 대한 이야기가 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만나보니 정말 다 오해더라. 오히려 너무 넓어서 탈이었다(웃음). 사실 '룰러'나 '쵸비' 선수에게 딜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만 주면 돼서 밴픽이 너무 쉽다. 기대치가 너무 좋은 선수다.

내가 처음 팀과 얘기할 때 꼭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선수가 '리헨즈' 선수였다. 성격은 몰랐지만, 게임 센스나 한타 보는 각이 되게 특출나다고 생각했다. 근데, 더 큰 장점은 성격이었다. 좋든 싫든 1년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융화가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리헨즈' 선수가 엄청 큰 역할을 하고 있다.


Q. 이제 롤드컵으로 화제를 돌려서, 조추첨식은 실시간으로 봤나.

오전 10시에 한다고 해서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일어났더니 조가 나쁘지 않게 뽑혀 있더라. 상대적으로 편한 조는 맞는데, 거기서 오는 방심이 무서운 거다. 방심만 안 하면 8강은 갈 거고, 전승도 한 번 해보고 싶다. 8강부터는 어느 팀을 만나도 다 강팀이라 생각한다.


Q. 롤드컵 하면 또 메타 적응이 중요하지 않나. 서머와 비교해 큰 변화가 있을까.

결승전 이후로 패치가 많이 됐기 때문에 메타는 크게 바뀔 것 같다. 다만, 우리 팀 선수들이 챔피언 풀이 좁은 선수들도 아니고, 코치진도 메타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메타는 우리 코치진이 책임지고 짊어지겠다.



Q. 언제나 LCK의 라이벌은 LPL이다. 특히 경계하고 있는 LPL 팀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평균보다는 고점이 높은 팀을 무서워 한다. TES가 저점도 있지만, 고점이 터졌을 때 가장 무서운 팀이라고 생각해 TES를 경계하고 있다.


Q. 최근 국제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LEC와 LCS는 어떨까.

롤드컵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정확히 짚어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고 있다. 예년과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Q. 이제 본격적인 롤드컵 연습을 앞두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무엇을 할 예정인가.

사실 내가 휴가 동안 좀 나태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 지금은 내가 제일 나태한 것 같아서 나부터 재정비를 하고서 팀을 좀 돌아봐야 할 것 같다(웃음).


Q. 마지막으로 롤드컵에 임하는 목표와 각오를 들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선수들도, 코치진도 모두 느끼고 있다. 그 부담감을 자신감과 노력으로 바꾸면 기대에 맞는 성적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항상 최고를 바라보는 우리기 때문에 목표는 우승이다. 그 목표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나를 무장하고, 팀적으로도 함께 노력하겠다. 소속은 젠지이지만, 국가대표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LCK를 빛내고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