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드 마리네스쿠(Vlad Marinescu)는 국제e스포츠연맹(IESF)의 역대 두 번째 외국인 회장이다.

그는 2020년부터 국제e스포츠연맹의 회장직을 맡아 활동을 해오고 있다. 29일부터 1일까지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월드 e스포츠 서밋은 회장으로서 블래드 마리네스쿠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이번 서밋에 참가한 많은 이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좋은 언변 능력을 선보였다. 블래드 마리네스쿠는 전 세계적으로 커져가는 e스포츠의 관심을 전하며 국제 e스포츠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국제e스포츠연맹 회장 블래드 마리네스쿠의 인터뷰이다.


Q. 세계에서 e스포츠에 대한 입지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메달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이 궁금해진다. 언제쯤 e스포츠가 올림픽에서 메달 종목이 될 수 있을까?

e스포츠가 언제 올림픽에 포함이 될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가 결정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국제e스포츠연맹은 ELG (Esports Liason Group)에 소속되어 이를 위해 일하는 중이다. ELG는 IOC, 국제e스포츠연맹, 게임 종목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함께 e스포츠가 어떤 방식으로 올림픽에 포함될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e스포츠가 올림픽 게임 정식 종목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e스포츠는 이미 너무 크다. e스포츠는 e스포츠만의 올림픽이 따로 필요하다.

IOC는 내년부터 e스포츠 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거라고 본다. 처음 시작은 원래 있는 올림픽 종목을 e스포츠에 접목하는 형태가 될 거다. 레이싱이나 카누잉, 사이클링 같은 걸 가상의 공간에서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진짜 e스포츠는 ‘가상 공간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e스포츠는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디지털 경쟁이다. IOC가 이걸 이해하고 젊은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카스 글옵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진짜 e스포츠를 해야 한다.


Q. IOC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IOC 사람들은 e스포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올림픽에 e스포츠가 필요하고, 올림픽 내에 e스포츠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어 보인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IOC는 다섯 가지 스포츠 종목으로 올림픽 버츄어 시리즈를 만들었다. 올림픽 버츄어 시리즈는 누적 시청자가 130만 명 정도였는데, 그중 120만 명이 코나미 야구를 봤다. 왜 그럴까? 그건 다섯 가지 종목 중에서 코나미 야구만이 유일하게 게임 패드를 이용하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e스포츠 커뮤니티의 시청자들이 몰리게 된 거다.

반면에 버츄어 스포츠 시리즈에서 사이클링 종목은 일반 스포츠 사이클링 종목과 똑같다(가상 시뮬레이션 공간에서 실제 자전거를 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니까 일상생활에서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e사이클링을 한 거다. 그건 누가 관심이 있었을까? 당연히 기존에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본다. 그건 올림픽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온 게 아니다.

IOC는 지난 올림픽 버츄어 시리즈에서 95%의 시청자가 코나미 야구를 봤다는 걸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e스포츠는 콘솔, PC, 모바일로 하는 것이다. 전통 스포츠가 디지털로 진행되는 버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Q. e스포츠가 올림픽에 포함되려면 게임 개발사(종목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은 이 부분이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없게 막는 장벽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 종목사는 우리 세계의 산소 같은 존재다. 게임이 없으면 e스포츠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e스포츠로 게임의 영웅을 만들고, 국가대표 팀을 만들고, e스포츠를 올림픽 게임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종목사에는 자신들의 게임을 위한 마케팅이다. 게임이 지금의 e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건, 케스파(KeSPA)와 같이 게임으로 e스포츠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노력으로 종목사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올림픽 종목이 된다면, 다음날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사람은 10%가 증가할 거다. 그래서 종목사는 그런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을 존중하고, 가치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IP를 이용할 권리를 나눠줘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종목사들은 게임이 e스포츠가 되는 걸 막는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 종목사와 스포츠 연맹 사이에는 “우리는 독립적이어야 하고, 규제받으면 안 되고,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틀렸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만드는 사람들이 없고, 그걸 지원하는 정부가 없고, 그런 움직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e스포츠도 없다. 나는 그게 큰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곧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현재 EA 스포츠와 같은 큰 종목사 네 다섯 곳과 함께 하고 있다. 이들 종목사와 더욱 끈끈하게 함께할 것이다.


Q. 한국 국회에서 e스포츠 관련 간담회가 진행됐다. 당시에 국회에서는 대한민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엇이고 왜 한국 e스포츠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려고 할까?

게임은 지구의 반 이상이 즐기고 있다. 게임은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의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만큼, 이들에게 어떻게 게임을 즐겨야 하는지,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지, 게임 산업 내에서 어떤 걸 배울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게임하는 젊은 층들이 지나치게 자유롭고 경계도 없으니 규제하자고 말하면 그런 규제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국제 e스포츠연맹은 이들을 규제하지 않고 규칙, 요구사항, 법 등을 만들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의 의무는 선수들을 교육하고 보호하고 영웅으로 홍보하는 거다.

게이머는 어떤 게임을 하든지 게임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같은 공통점을 가진 모든 게이머를 하나로 모으고 싶다. 게임을 할 때는 피부색이 중요하지 않고, 덩치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세상의 절반이 사람들이 모이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Q. 국제e스포츠연맹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세계의 e스포츠 인들이 모두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서밋의 이름은 WE 서밋이다. 우리는 e스포츠 커뮤니티가 존중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발전했으면 한다. 우리가 함께 그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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