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을 마지막으로 즈룽게임즈 신작 SRPG '아르케랜드'의 1차 CBT가 끝났습니다. 이번 CBT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지만 게임에서 내세운 콘텐츠 대부분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르케랜드'는 즈룽게임즈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꽤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전 SRPG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랑그릿사를 현대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이력이 있기 때문이죠. 당시의 감성과 턴제 전투의 매력을 잊지 못한 유저라면 자연스럽게 차기작에 관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SRPG가 자주 출시되는 장르가 아닌 까닭에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SRPG 팬들의 기대를 받은 '아르케랜드'의 1차 CBT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즐거움을 선보일 수 있었는지 CBT 기간 동안 체험해본 게임의 솔직한 소감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 1차 CBT를 향한 여정, 산뜻하게 출발

'아르케랜드'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미려한 3D 그래픽과 아트였습니다. 예전부터 게임 정보를 공개할 때마다 조금씩 보긴 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로 느껴본 그래픽은 최신 게임다운 깔끔함을 선보여줬습니다. 2D 그래픽이었던 랑그릿사 모바일을 생각한다면 보는 맛이 확실했죠.

발전된 그래픽은 스토리 진행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요.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전투 모션, 그리고 스킬 이펙트와 연출은 웬만한 콘솔 게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최적화에서는 기기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겠으나 아직 CBT인 만큼 추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찰진 액션과 연출

이번 CBT에서 주목했던 점 중 하나는 '아르케랜드'가 기존 랑그릿사 모바일과 달리 오리지널 IP 신작으로 선보이는 게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세계관에 맞춰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선과 악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죠. 아무래도 오리지널 IP라는 점 때문인지 관련 스토리는 즈룽게임즈에서도 몇 차례 트레일러 등으로 선보이면서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게임도 어디까지나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인 만큼 스토리의 중요도가 꽤 높은 축에 속합니다. 메인 스토리의 흥미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주요 배경과 특징을 잘 살려야 캐릭터의 매력도 살고 더불어 소유욕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는 스토리가 꽤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10초 안팎의 분량으로 컷신을 만들어서 주요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하였고 화려한 영상미 덕분에 보는 맛 또한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계속할수록 처음의 흥미로움은 사라지고 약간의 지루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나만 빼고 쟤들끼리 친하게 노는 기분

가장 큰 아쉬움은 스토리 전달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많은데 크게 와 닿지 않는달까요. 굳이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며, 급작스럽게 펼쳐지는 전개가 많아서 의문이 남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드라마 1화에서 곧바로 3화로 건너뛰는 느낌이었죠.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번역도 아쉬움을 더해주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랑그릿사 모바일처럼 세부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기초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메인 스토리 외에 캐릭터의 서사와 생각 등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했는데요. 특정 캐릭터의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차원의 경계와 야영지에서 보유한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연 시스템,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가벼운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견문 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모두 특정 보상과 연관되어 있어 보상을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권장하는 형태였죠. 즉,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이처럼 유저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되 캐릭터의 숨겨진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조금씩 다듬어간다면 단순히 성능이 좋아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애정이 가서 소유하고 싶은 근본적인 매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캐릭터의 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는 마련되어 있는 편



한편, 주요 콘텐츠는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도에 따라서 조금씩 해금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별도의 체력(행동력)을 소모하지 않았는데요. 대신 일정 단계마다 통합 레벨과 차원의 경계 진행도의 제한을 둬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플레이할 수는 없도록 해뒀습니다. 또한, 한 번 클리어한 메인 스토리는 재도전을 할 수 없어 메인 스토리를 통한 반복 플레이도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제한이 걸린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해금되는 추가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를 육성시키고 통합 레벨을 올려둬야 했습니다. 체력 소모가 없었던 메인 스토리와 달리 이러한 추가 콘텐츠는 체력을 소모했으며, 상위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체력이 필요했습니다. 쓸 곳은 많은데 시간마다 채워지는 체력의 양은 정해져 있으니 플레이 타임을 억제하는 시스템으로 작용했죠. 결국,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셈입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캐릭터 육성과 밀접한 관계로 이뤄져 있었는데요. 가령, 처음 해금되는 차원의 경계는 주인공 삼인방의 조각을 습득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모인 조각으로 캐릭터 랭크와 등급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 통합 인터페이스도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해금되는 방식

그외에 장비 강화 소재와 캐릭터 특성 소재, 룬을 얻을 수 있는 던전 비밀의 경계와 내실 콘텐츠의 일종인 기사 영지 등 캐릭터 육성을 도와줄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했습니다.

캐릭터 육성은 단순히 레벨만 올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성을 통해 기본 능력치와 스킬을 해금해야 하고 조각을 얻어 랭크를 올리거나 무기를 강화해서 기본 성능 외적인 부분에서도 성장을 꾀해야 했습니다. SSR 등급 캐릭터는 전용 SSR 무기도 있어 신경을 더 써야 했으며, 여기에 룬을 사용한다면 더욱 큰 성장을 이뤄낼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성은 캐릭터 육성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차별화를 주는 시스템으로 다가왔습니다. 캐릭터가 특정 레벨을 달성하면 1개의 특별 재화를 얻게 되고 이를 소모해서 패시브 혹은 액티브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해금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전략과 쓰임새에 따라 캐릭터를 입맛대로 육성할 수 있는 기틀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캐릭터의 육성과 성장에 따른 피드백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편이라 확실히 키울 맛은 나는 게임이었습니다.

▲ 원하는 스킬을 선택해서 해금하는 육성 시스템

CBT에서 콘텐츠의 흐름을 정리한다면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제한이 걸려서 막히면 체력을 소모해서 서브 퀘스트 혹은 추가 콘텐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만약, 모든 메인 퀘스트를 끝냈다면 일반적인 분재 게임처럼 추가 콘텐츠를 즐기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죠.

랑그릿사 모바일을 즐겼던 유저라면 '아르케랜드'의 이러한 콘텐츠 흐름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대부분 추가 콘텐츠가 랑그릿사 모바일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랑그릿사 모바일의 선례를 생각한다면 플레이어가 꾸준히 플레이만 해도 대부분 캐릭터는 충분히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복 플레이의 시간을 줄여줄 오토와 소탕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반복 플레이에 소모되는 시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 캐릭터뿐만 아니라 장비도 신경써야 한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전투에 대한 소감입니다. '아르케랜드'는 랑그릿사 모바일처럼 SRPG 장르로 개발됐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병사 시스템의 유무입니다. '아르케랜드'는 병사에 따른 전투력 보정을 받지 않고 오직 캐릭터의 성능 자체가 중요한데요.

병사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생긴 장점이 있다면 전투가 더욱 직관적으로 변화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랑그릿사 모바일은 전투할수록 병사가 줄어들고 이는 전투력의 하락으로 다가옵니다. 만약, 100% 상태에서 1000의 전투력을 냈다면 60%에서는 600의 전투력을 내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병과별 상성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조절하면서 전략을 짜야 했습니다.

반면, '아르케랜드'는 병사가 없어지면서 체력에 따른 전투력의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체력이 60%로 떨어져도 여전히 공격력은 1000을 유지하는 셈이죠. 따라서 적과 아군의 피해량을 계산하면서 정확한 공격력으로 전투의 우선순위를 조절하기 쉬워졌습니다. 전략적인 요소가 줄어들면서 오토 플레이가 훨씬 편해졌다는 점도 있습니다.

▲ 유효 공격 내에 있다면 적도 반격하는 시스템만 조심하면 된다

다만, 직관적으로 바뀐 전투가 편의성에서는 도움을 줬을지 몰라도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되려 단순해지면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르케랜드'에서 전략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상성에 따른 피해량 차이 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턴제 전략 게임이 지형별 피해 증가 혹은 고저차에 의한 피해 증가, 측면 및 후면 공격에 따른 피해 증가 등의 전략적 요소를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편입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싸우는 액션 게임과 달리 턴제는 정적인 게임인지라 이러한 전력 요소가 없으면 게임 플레이가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전투력에 좌우되는 전투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점이 턴제 전략 게임의 큰 장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죠.

그러나 '아르케랜드'에는 이러한 전략 요소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상성만 조심한다면 아무 생각 없이 공격만 해도 쉽게 승리하는 상황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전투력만 높다면 오토 플레이를 돌려도 가볍게 승리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도 적당히 오토를 돌리다가 막힐 때쯤 수동으로 플레이하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맵다가 주요 목표와 변수를 더해주는 오브젝트가 있지만 생각보다 비중이 높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플랫폼의 한계가 있으니 PC나 콘솔 게임처럼 진지한 턴제 전략을 집어넣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플레이의 후반으로 접어들면 반복 플레이를 통한 캐릭터 육성에 주력해야 하는 점도 있으니까요. 진입 장벽이 높은 SRPG인 만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랑그릿사 모바일보다 가볍게 전략 요소를 넣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S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략의 재미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시스템 구성은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물론 CBT는 어디까지나 초반에 머물러 있어서 중후반에 가면 또 다른 전략 요소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혹은 캐릭터의 육성과 맞물려 색다른 전략을 낼 수도 있겠죠.

가령, SSR 등급의 '크라파엘'은 행동을 마친 캐릭터에게 한 번 더 행동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변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마다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활용도에 차이를 보이기도 해 상황에 따라 캐릭터를 바꿔서 사용할 필요도 있었는데요. 이러한 캐릭터에 따른 전략 요소는 해당 캐릭터가 있어야만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고정적인 전략으로 강제될 수 있다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종합하자면 게임 플레이는 괜찮았습니다. 그래픽과 연출이 화려해서 보는 맛도 좋고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SRPG에서 기대했던 전략적 플레이를 체험할 수는 없었고 그에 따라 전투 플레이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도 내용 전달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죠.

다행이라면 앞서 언급했던 아쉬운 점은 추후 어떤 식으로 바꾸고 서비스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전략적 시스템도 상성 외에 다른 시스템을 추가할 생각이 없다면 더 많은 캐릭터와 특성을 통해 추가적인 전략의 폭을 늘려나가면 되고 스토리도 조금씩 다듬어가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조금씩 선보이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작인 랑그릿사 모바일과 비교했을 때 '아르케랜드'가 더 낫거나 혹은 차별점이 느껴지는 매력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후속작으로 SRPG를 선택한 만큼 비교 대상이 명확해지는 점은 어쩔 수 없을 테니까요. 1차 CBT 기준으로 본다면 랑그릿사 모바일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발전된 그래픽과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CBT 이후 더욱 기대되는 점도 있는 '아르케랜드'입니다. 이번 CBT의 피드백을 잘 수용하고 게임에 녹여내길 바라면서 다음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