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도, 나쁘게도 여전한 세 번째 밤길 산책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어드벤처 공포 게임 시리즈 '요마와리'의 신작, '요마와리3: 떠도는 밤(이하 요마와리3)'이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일본 출시 후 약 반년이 지난 후에나 만나게 된 정식 발매지만, 그만큼 현지화 수준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게임 속 모든 대사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물론, 배경 이미지에 포함된 글귀나 소품 속 낙서까지 세심하게 식자 작업 된 모습이 인상 깊다.

귀여운 비주얼로 담아내는 시리즈 특유의 공포 전달 방식은 지난 두 편의 시리즈를 거치는 동안 더욱 탄탄해졌고, 3편에 이르러 더 확고해졌다. 분명한 것은, 기존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라면 요마와리3에서도 분명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시리즈에 아쉬움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이번 신작 역시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요마와리3는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시리즈 특유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게임명: 요마와리 3: 떠도는 밤
장르명: 공포 어드벤처
출시일: 2022. 10.26
리뷰판: PC 출시 빌드
개발사: Nippon Ichi Software, Inc.
서비스: NIS America, Inc.
플랫폼: PC, 닌텐도 스위치, PS4
플레이: PC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새로운 공포 담아낸 '요마와리3'


소개에 앞서 요마와리3는 학창시절과 관련된 정신적 트라우마나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점을 미리 알리고 싶다. 게임 시나리오는 어렵거나 두려운 상황에 겁먹지 말고 용기를 내서 이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 따돌림을 묘사하는 자극적이고 날 것 그대로인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시작 전에도 '심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는 게임 플레이를 삼가주십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는데, 이것이 공포 게임에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평범한 주의 문구가 아니라는 점은 게임 초반부부터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니, 이점은 꼭 참고하길 바란다.

'요마와리3'는 학교에서 모종의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주인공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를 시작으로 학교, 논밭, 상점가, 묘지, 산길, 신사, 부둣가 등 일본의 일반적인 마을 풍경들은 물론, 폐선 내부나 외딴 섬, 해저 동굴 등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일상적인 곳까지 다양한 장소들을 비추며 심리적 공포를 전달하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외형을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새롭게 추가된 꾸미기와 옷장 기능이다. 유저는 자신이 플레이하게 될 주인공 캐릭터의 머리 스타일과 액세서리, 의상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방안의 옷장을 활용하여 입맛에 맞게 캐릭터의 외형을 바꿀 수 있다. 주인공의 성별이나 이름이 특정됐던 전작들과 달리 플레이어가 더욱 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마련한 장치인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어판에서는 일본판과 달리 주인공의 성별을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생략되어 개발사의 취지가 다소 흐릿해진 감이 있다.

▲ 제한적이지만 게임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커스터마이징' 기능

▲ 1인칭 표현으로 성별을 특정할 수 있었던 일본판과 달리, 한국어판은 직접 성별을 고를 수 없다

두 번째 특징은 '눈 감기' 시스템의 도입이다. 수풀이나 간판 등 엄폐물에 숨어 요괴들의 위협에서 벗어났던 전작들과 달리, 요마와리3에서는 눈을 감아 적의 모든 위협을 '외면'한다. 눈을 감는다는 행위는 전작에서 엄폐물이 했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은 물론, 게임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주된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눈을 감은 채로 이동도 할 수 있으므로, 적이 지나가기를 마냥 기다리며 풀숲에 머물러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한 곳에 가만히 멈춰서 있어야하는 시간 역시 비약적으로 줄었다.

'눈 감기'가 스토리에 활용되는 주요 장치이자 기존의 엄폐에 기동성을 더한 새로운 회피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나, 회피 성능 하나만 두고 보면 엄폐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눈을 감는다고 요괴의 인식이 바로 풀리지도 않고, 걸음 속도가 한없이 느려지므로 빠르게 도망치기도 어렵다. 결국, 보스전이나 메인 스토리에서 눈 감기를 강요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 중엔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억지로 눈 감기를 강요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눈을 감은 채 주춤 걸음으로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부분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목숨을 위협하는 요괴에 대한 공포보다 느린 발검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 '눈 감기'는 스토리의 핵심 주제에 다가가는 주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 눈을 감은 동안 요괴들은 단순한 빨간 빛으로 대체되므로, 느린 발걸음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 번째 특징은 전작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게임의 볼륨이다. 빠르면 8시간 이내에 진엔딩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요마와리3는 서브 콘텐츠를 제외하고 본편 클리어 만으로 15시간 이상에 달하는 플레이 타임을 보장한다. 밤거리 구석구석을 떠돌고 숨겨진 수집 요소를 모두 찾으려고 한다면 20시간 이상도 거뜬할 것으로 보이는데, 항상 빈약한 볼륨이 지적되어왔던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이는 분명히 높이 살 만한 개선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특징은 여운을 남기는 메인 스토리에 있다. 개인적으로 '요마와리3'는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산발적으로 나뉘어 보이는 주인공의 잃어버린 추억 찾기는 진엔딩을 해금하는 과정에서 말끔하게 정리되고, 플레이어를 이 단계까지 이끄는 방식도 굉장히 직관적이며 명확하다. 공포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편이라면, 요마와리3는 분명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추억을 찾는 모든 과정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꾸며져있다

▲ 깔끔한 현지화는 게임의 몰입을 돕고, 스토리에 더 빠져들게끔 한다



벌써 세 번째 밤인데, 변함 없는 니폰이치 스타일


요마와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서운 게임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는 공포게임'이라는 점에 있다. 슬쩍 봐서는 공포 게임이라고 느끼기 어려운, 마치 동화책 같은 색감의 비주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화면에 갑자기 나타나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몇몇 점프 스케어 연출을 제외하면 끔찍하거나 잔인한 표현으로 1차원적인 공포감을 전달하는 요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신작 요마와리3 역시 기존 시리즈들이 보여주었던 '귀여운 비주얼 속 잔잔한 공포'라는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몇몇 장면에서는 신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래픽이나 연출 면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여러 개선 포인트를 하나씩 발견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라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벌써 몇 번은 돌아본 듯한,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밤의 거리를 맴도는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요마와리3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공략의 도움 없이 모든 에피소드를 직접 진행하려면 똑같은 거리를 몇 번이나 방황해야 하고, 자칫 세이브 없이 게임오버 됐을 때는 그간 모았던 여러 아이템이 사라진 것을 보고 허망해하며 다시 밤거리를 맴돌게 된다.

물론, 팬들이 애정하는 요마와리 시리즈 특유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ASMR처럼 거리에 울려퍼지는 풀벌레 소리와 희미한 불빛을 발하는 낡은 자판기의 작동음, 깜박이는 가로등 불빛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밤거리를 떠도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바로 '요마와리'의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요마와리3를 플레이하는 동안 재미 포인트를 찾기도 전에 지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 매번 똑같은 밤거리를 걷다가 한 번씩 마주하게 되는 이질적인 요소에 놀라는 것이 이 시리즈 매력

▲ 물론 몇몇 점프 스케어 연출은 시리즈를 거듭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리고 걸으며 피하는 것이 전부인 요마와리 시리즈 특유의 보스전도 호불호 포인트 중 하나다. 요마와리3에서는 진엔딩의 마지막 전투를 포함하여 총 9번가량의 보스전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보스전이 전부 '장판 보고 피하기'로만 이뤄져 있다. 한 번의 보스전은 짧게는 2분에서 5분까지의 호흡으로 진행되고, 대부분 단 한 번이라도 스치면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구성이 단조롭다 보니 '완벽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빡빡한 구간도 조금씩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부딪혀 똑같은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그나마 남아있던 공포감이나 긴장감을 전부 덮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잦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이 게임의 허들을 더욱 높이는 것에 개발사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특유의 가격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안그래도 다른 장르에 비해 유저풀이 적은 공포 장르의 게임인데, '니폰이치 프라이스'라고 불리는 개발사 특유의 풀 프라이스 정책이 더해지면서 더더욱 '시리즈 팬들만 하는 게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에 출시된 전작에 비해 게임 볼륨도 커지고, 여러 개선점도 많이 추가됐다지만, 그 진가를 알아봐 줄 유저도 없을 정도로 미지근한 반응만 이어지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누구든 한 번은 죽는 문제의 '그 구간'. 단조로운 조작으로 기믹을 만드려다보니 빡빡한 구간이 몇 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IP를 확장하고,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특정하여 강조하는 부분에서 확실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개발사다. 신작 '요마와리3' 역시 전작을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난 시리즈에서 두드러졌던 부족한 부분을 다듬고 새로운 요소를 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비슷한 분위기의 맵과 귀신이 반복된다는 일부 혹평 속에서도 그저 한결같이 다음 편을 염원하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도, 요마와리 IP를 모르는 신규 유저들까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기적으로 공포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한 무더운 여름은 아니지만, 진엔딩을 보고 난 뒤 흘러가는 스탭롤과 일러스트를 보며 마음속 어딘가가 위안을 받는 듯한, 따뜻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 벌써 3편이나 됐지만 지난 1,2편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완전한 별개의 작품이니, 공포 게임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무서운 것이 어려웠던 유저라면 '요마와리3'를 관심 있게 지켜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