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 고점의 '표식' 이거 못 막습니다?
박범 기자 (desk@inven.co.kr)
어떤 스포츠 선수라도 항상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줄 순 없다. 경기 당일이나 직전의 컨디션과 심리 상태, 주변 환경 등 많은 것에 따라 선수의 퍼포먼스를 달라진다. 그걸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실력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DRX의 정글러 '표식' 홍창현은 경기력의 평균치 유지라는 점에서 봤을 땐 그리 좋은 정글러는 아니다. 단순히 기복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심한 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던 경기들을 떠올려보면, '표식'이 경기 중에 보이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이는 팬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건 저점과 고점의 경기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뜻도 된다. '표식'은 저점이 낮은 만큼 고점에서의 경기력이 빼어나다. 고점의 '표식'이 등장한 날의 '표식'은 그 어떤 정글러보다 경기 내 존재감이 우수하며 뛰어난 센스도 뽐낸다.
지난 젠지와의 4강전에서 '표식'은 말 그대로 '고점의 표식'이었다. 젠지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에 연달아 판정승을 거뒀다. 젠지의 중심 축인 '피넛'이 '표식'을 요리하지 못하자 젠지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이는 다른 DRX 선수들이 젠지전에 보였던 뛰어난 경기력과 겹쳐 DRX의 3:1 승리로 마무리됐다.
패배했던 1세트 말고, 2세트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물론, 2세트에 '표식'의 킨드레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제카'의 아리가 젠지의 심장부를 몇 차례나 꿰뚫어 DRX의 역전승이 나왔던 세트였다.
2세트 '표식'의 킨드레드는 4세트의 전초전 느낌이었다. 장인의 면모를 한 차례 보여주며 젠지의 마지막 남은 역전 시나리오를 막았다. 장로 드래곤 대치 구도에서 궁극기를 적절한 시기에 활용, '피넛'의 스틸 시도를 무위로 돌린 장면이 돋보였다. 장로 드래곤을 만약 젠지가 강탈했다면, 본대 싸움은 물론 사일러스 쪽에서도 다수의 데스가 나와 순식간에 재역전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킨드레드 장인다운 침착하고도 센스 있는 궁극기 활용이었다.
라이너들의 힘을 토대로 고점에 도달하는 '표식'의 능력은 3세트부터 나왔다. 초반 '킹겐' 황성훈의 오른이 딜교환을 잘해놓자 이를 집중 공략해 젠지의 앞라인을 맡았던 '도란' 최현준의 세주아니 힘을 빼놓은 것이 경기 향방에 큰 도움을 줬다. '표식'의 갱킹 두 번이 상황을 DRX에 좋게 풀었다.
이게 경기 향방에 큰 역할을 했다. 트런들의 존재감이 완전히 지워졌기 때문이다. 비에고는 초반 성장에 집중하는 픽이고 트런들은 과거 올라프처럼 먼저 턴을 잡고 상대를 밀어내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초반 2킬로 '표식'의 비에고는 이미 그럴싸한 성장을 마친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턴이 계속 '표식'의 비에고에게만 나왔고, '피넛'의 트런들은 챔피언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마치 '표식'이 트런들을, '피넛'이 비에고를 잡은 듯한 움직임이 나왔다.
마지막 4세트엔 '표식'의 노련함도 나왔다. 인게임 상황 중에 자신의 플레이를 피드백하고 빠르게 수정하는 건 베테랑들이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이를 '표식'도 해냈다.
젠지는 불리한 상황에도 저력을 보였다. 한타 변수 제거와 끊어먹기 용이한 조합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표식'의 킨드레드에 CC기를 퍼부어 궁극기 활용조차 못하게 하는 움직임을 두 차례나 보였다.
이에 '표식'은 재빠른 피드백으로 젠지의 노림수에서 벗어났다. 드래곤 영혼을 둔 한타에서 상대 앞라인이 자신 쪽으로 이동되자 재빨리 점멸로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언뜻 보기엔 '표식'의 과잉대응이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판단이었다. 자신의 궁극기만 잘 들어가면 한타 변수가 사라진다는 걸 앞선 두 상황에서 뼈저리게 느꼈기에 나온 깔끔한 대응이었다. 물론, 경기가 이미 많이 유리했고 한타 상황도 좋았지만 끝까지 집중하는 '표식'의 모습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라이너들과 함께 할 때 고점의 경기력을 보이는 '표식'의 모습이 이처럼 젠지전에 잘 드러났다. 이 말은 고점의 '표식'이 등장하려면 무조건 상체 쪽 라이너들의 힘이 경기 내내 나와야 한다는 뜻도 된다. 특히, '제카'가 계속 상대보다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젠지전에도 미드 라인에서 '제카'가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표식'의 발이 풀렸다.
DRX에겐 그런 의미에서 '페이커' 이상혁이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페이커'는 최근 들어 라인전에서 상대를 파괴하기보다는 상대의 존재감을 지우는 모습을 여럿 보여준 바 있다. 여기에 '제카'가 휘말리면 '표식'의 고점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고점의 '표식'이 T1과의 결승전에도 나온다면, DRX의 승률은 팬들의 예상보다 한층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표식'과 DRX가 결승 당일 던질 주사위의 결과값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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