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팬들을 위한, 한 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처럼


소닉 시리즈의 최신작 '소닉 프론티어(Sonic Frontiers)'가 정식 출시됐다. 소닉 프론티어는 소닉을 모르는 이들까지 푸른 고슴도치에 열광하게 만들었던 영화 '수퍼 소닉' 이후 처음으로 발매되는 메인 시리즈인만큼, 신규 게이머들의 대거 유입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신작이었다.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소닉 프론티어는 '시리즈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다. 20시간 이상에 달하는 플레이 타임 동안 넓은 월드를 마음껏 질주하는 소닉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스토리에서는 전작 포시즈에서 무너져버린 캐릭터들의 성격을 다시 재구축하려는 개발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소닉 게임이 응당 보여주어야 하는 소닉스러운 하이스피드 액션에 가볍지만 탄탄한 스토리까지 더해졌으니, 지난 시리즈를 애증으로 즐겨왔던 팬들이 기쁜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작품이 된 셈이다.

하지만 시리즈에 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고, 단순한 오픈 월드 액션 게임으로 소닉 프론티어를 접하게 될 이들의 시선에서 보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타이틀이다. 세가의 소닉 팀이 포시즈 이후 5년의 시간동안 공들인 작품이라지만, 2022년 현재 차세대 콘솔을 통해 출시되는 여타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금방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난다.

게임명: 소닉 프론티어 (Sonic Frontiers)
장르명: 오픈 존 스테이지 클리어형 액션
출시일: 2022.11.08
리뷰판: PS5 출시 빌드
개발사: Sonic Team, SEGA
서비스: SEGA
플랫폼: PC, 닌텐도 스위치, PS, Xbox
플레이: PS5



소닉의 새로운 무대, 오픈 월드 대신 '오픈 존'


소닉 프론티어는 스테이지 선택 시 사용되던 월드맵을 플레이의 요소로 확장, 플레이 가능한 월드 맵인 '오픈 존'을 게임 출시 전부터 주요 특징으로 소개해왔다. 각 맵에 설치된 기믹을 통해 코스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빠른 속도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닉 프론티어의 오픈 존에는 몬스터들과의 전투부터 지도의 가려진 부분을 밝히는 수수께끼, 기존 시리즈 속 코스 형태로 꾸며진 '전뇌공간', 낚시와 강화 재료 수급을 위한 여러 기믹들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산재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넉넉해진 부스터를 활용해 빠르게 맵을 활보하고, 맵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재화를 하나씩 찾아 모아 소닉을 성장시키는 재미는 확실히 이전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각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맵이 넓은 만큼 소닉 특유의 빠른 속도가 제대로 표현될 수 있었고, 미리 정해진 코스만 달려야 했던 기존 시리즈의 문법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 오픈 존의 넓은 무대는 소닉의 빠른 속도를 더 빛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소닉 프론티어를 차세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된 하나의 '오픈 월드 액션 게임'으로 바라보는 순간, 평가의 잣대는 엄격해지고 '왜 개발자가 오픈 월드라는 명칭 대신 오픈 존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사실 소닉 프론티어는 '오픈 월드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게임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다섯 개 섬은 대표하는 이미지 컬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비슷한 비주얼을 취하고 있고, 전체 맵에서 코코 장로와 선인 이외에 다른 NPC를 찾아볼 수 없으며, 곳곳에 배치된 퍼즐 기믹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전뇌공간에 입장하고 나올 때, 그리고 각 보스의 공략법에 대한 힌트를 볼 때는 별도의 로딩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닉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고 광활한 맵이 준비된 것은 분명하지만, 왠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게만 느껴지는 초반부를 거치고 나면, 참신하게 느껴졌던 오픈 존은 어느새 스토리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코스와 코스 사이의 이동 통로'에 정도에 그치게 된다. 소닉 팀이 그토록 강조한 오픈 존이 소닉 최신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혁신적인 개념이 아닌, 그저 오픈 월드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하위 개념에 머물러 있음을 통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 전뇌공간에 진입하고 나올 때마다 로딩이 발생하고, 이게 꽤 잦은 편이다.

▲ PS5 기준에서도 약 8초 정도 소모되는 전뇌공간 입장 시의 로딩

정리하자면, 소닉 프론티어의 특징 중 하나인 '오픈 존'은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새로운 오픈 월드 액션 게임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운 요소일 수 있지만,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소닉 게임 IP의 다음 세대로 가는 과정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앞에서는 아쉬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언급했지만, 사실 오픈 존에 배치된 여러 콘텐츠를 하나씩 답파하는 과정은 나쁘지 않은 밸런스로 꾸며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었다. 작은 기믹 하나하나를 수행할 때마다 지급되는 재화의 수도 충분하고, 기본적인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이 부분을 통과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고 강제하는 부분도 일절 없으니, 만약 오픈 존 구간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언제든 최소한으로만 즐길 수도 있다.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오픈 존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돌아보며 플레이했지만, 사실 소닉 프론티어에서는 오픈 존 공략에 너무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 서브 콘텐츠인 낚시에서 얻는 코인으로 스토리에 필요한 열쇠나 성장 재화를 구매하는 것이, 오픈 존에서 하나씩 재화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낚시 쪽에 너무 심하게 몰려버린 재화 밸런스는 자칫 오픈 존 탐사에 대한 의욕을 꺾어버리는 부분이 될 수도 있으니, 향후 차기작에서는 적절한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이것저것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다음엔 더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돌아봤다

▲ 프론티어의 알짜배기 콘텐츠는 '낚시'다.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 사실 낚시 하나만 꾸준히 해도 오픈 존을 이리저리 헤맬 필요가 없다



쉽지만 다채로운, '소닉스러운' 하이스피드 전투


소닉 프론티어에서 플레이어는 회피, 패리, 카운터, 필살기 등 액션 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능부터 4개 이상의 버튼을 동시에 조작하여 구사하는 복잡한 기술 콤보를 통해 다채롭고 화려한 비주얼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모든 기술은 소닉의 빠른 움직임이 반영되어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모든 전투의 기본이 되는 것은 타겟팅된 적을 쫓아가 타격하는 호밍 어택이지만, 단단하게 방어를 굳힌 적이나 거대한 적을 무력화시킬 때 사용할 수 있는 '사이 루프' 등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며 전투에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졌다.

필드에서 만날 수 있는 수호자,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는 저마다 서로 다른 공략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밍에 맞춰 패리를 성공해야만 공격 기회가 생기는 적이 있는가 하면, 사이루프로 방어를 무력화시켜야 유효타가 들어가게 되는 적들도 있다. 때로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표시된 원형 고리를 통과하고, 레이스 코스 위를 달리듯 적이 그리는 궤적을 쫓아가는 것이 공략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략법은 전투 과정에서 자연스레 알아낼 수도 있고, 조우 순간에 곧바로 출력되는 힌트를 보고 손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더 다양하고 화려해진 전투 기술, 그리고 각 기술을 고르게 활용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 여러 적들의 존재는 소닉 프론티어의 게임 플레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매력 요소 중 하나다.

▲ 사이루프로 무력화 후, 로프 반동으로 마무리. 정말 다양한 형태의 전투가 등장한다

전투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첫 번째는 넓은 월드와 성장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스킬 개수다. 일반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몇몇 기믹을 달성하면 경험치 조각을 획득하고, 이 조각으로 새로운 스킬을 해금할 수 있는데, 게임을 종료할 때까지 배울 수 있는 스킬이 딱 13개로 한정되어 있다. 처음엔 새로운 스킬을 빨리 해금하고 싶은 마음에 필드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적극적으로 즐기며 플레이하게 되나, 나중에 찍을 스킬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되면 전투 자체에 대한 흥미가 급격하게 식어버린다. 전투 보상으로 주어지는 경험치 조각을 활용할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전투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재화를 '낚시'로 더 편하게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오픈 존을 탐사하며 캐릭터를 조금씩 성장시키게 하는 RPG 요소가 적용된 만큼, 차기작에서는 자신이 우선하고 싶은 방향으로 성장 특화 트리를 하나만 선택하게 하여 결핍을 유도하는 등의 개선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탐험할 수 있는 필드의 방대한 분량에 비해, 성장할 수 있는 요소는 제한되어 있다

모든 카오스 에메랄드를 모아서 '슈퍼소닉'으로 변신한 뒤에 펼쳐지는 보스전 구간도 아쉬움이 남는 요소 중 하나다. 일반적인 상태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강대한 적 '거신'과 싸우기 위해 슈퍼소닉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변신 상태에서 진행되는 거신과의 공중 콤보 배틀은 필드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전투에 비해 상당히 단조롭다.

실제로 각 섬을 돌며 약 네 번가량 진행되는 보스전은 모두 '공격 버튼 연타, 패리, QTE'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 소닉의 강력한 힘 때문에 보스전의 긴장감이 크게 줄어들다 보니, 스타폴 제도의 안녕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최후의 결전 역시 보여지는 시네마틱 연출에 비해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 된다는 인상이다. QTE 만으로 채워진 현재의 최종결전 대신 다른 형태의 전투나 연출이 들어갔다면 엔딩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카오스 에메랄드의 힘으로 변신한 슈퍼 소닉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보스전은 대체로 긴장감이 없다

▲ 만약 보스전이 어렵고 길게 느껴진다면, 낚시로 공방 만렙을 찍고 도전하자



다시 쌓아올리는 소닉 캐릭터들의 개성, 가볍지만 탄탄한 메인 스토리


소닉 팀은 지난 작품들에서 드러났던 스토리적 허점을 보강하기 위해, 소닉 프론티어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그 어느 때보다도 공을 들인 모습이다. 이는 게임의 정식 출시 하루 전에 공개된 6분 분량의 프롤로그 애니메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닉 프론티어에서 플레이어는 3개의 섬을 탐험하는 동안 각각 에이미, 너클즈, 테일즈 등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요 캐릭터들과 만나게 된다. 섬에서 획득할 수 있는 각 캐릭터의 마음 결정을 모아 그들의 속마음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드벤처나 로스트월드에서의 일화 등, 원작 시리즈 팬들이라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만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캐릭터 붕괴가 일어났다는 최악의 평가를 받은 포시즈 당시의 기억을 잊지 않고, 개발팀이 절치부심하여 준비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소닉 프론티어의 스토리는 소닉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아이템인 '카오스 에메랄드'의 기원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간 태고부터 존재했던 기원 불명의 보석이라는 설정만 있었던 카오스 에메랄드가 어디에서 왔는지 스토리를 통해 다뤄지므로, 소닉 시리즈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신작 프론티어를 꼭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카오스 에메랄드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요 캐릭터들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장점들은 모두 지난 소닉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겼고, 그간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이들만 체감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닉 프론티어는 그간의 소닉 시리즈를 모르는 유저들도 몰입하여 즐길 수 있도록, 마치 한 편으로 완결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처럼 가볍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소닉과 소닉의 영원한 숙적 '닥터 에그맨'의 관계 정도만 알고 있어도 어느 정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구성이다.

여러모로 좋은 기억이 많이 남은 프론티어의 스토리이지만,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첫 번째는 게임 스토리와 완전히 구분되어 따로 진행되는 시네마틱 연출 위주의 스토리 구성이다. 사실 소닉 프론티어는 게임 플레이 파트와 스토리를 완전히 떼어놓고 보더라도 큰 지장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는 작품이다. 넓은 오픈 존에서 획득하는 여러 아이템도 어떻게보면 다음 스토리를 보기 위해 기계적으로 모으는 것일 뿐, 스토리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실제로 맵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모으는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핵심 아이템을 모두 낚시를 통해 구매한다고 해도 이야기는 똑같이 진행될 정도다.

두 번째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은 엔딩 구성이다. 프론티어의 엔딩을 보기 위해 플레이어는 평균 15시간 이상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하는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마지막 구간은 오직 짧은 컷씬과 단순한 QTE로만 이뤄져 있다. 엔딩 스토리에 분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간의 플레이 성과를 종합해주는 결과창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다 보니, 플레이어가 모든 스토리를 끝내고 느끼게 되는 허무감이 배가 되는 상황이다. 게임에 담긴 스토리가 좋았건, 나빴건 관계없이 말이다.

▲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인 것 같기는 한데, 막바지의 스토리 템포는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어렵다




소닉 프론티어는 새로운 소닉 게임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소닉 팀이 선사하는 선물 같은 신작이다. 전작에서 혹평을 받았던 스토리를 다듬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여실히 느껴지고, 시리즈 30주년을 맞이하여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오픈 존을 도입하여 혁신을 꾀했다. 새로움에서 오는 저항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시리즈를 열어나갈 새로운 시작점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다만 PS5를 포함한 차세대 콘솔 기기로 발매되는 최신 게임인 만큼, 다른 타이틀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비주얼 퀄리티를 높일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실사 배경에 녹아들지 못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이질감을 주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 시야 내의 빈 공간에 발판이나 트랙 같은 오브젝트가 갑자기 렌더링되어 '뿅'하고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등, 2022년에 출시된 3D 게임의 비주얼로 보기엔 무리가 느껴지는 부분이 여럿 남아 있는 상황이다. 향후 공개될 소닉 시리즈의 다음 작품이 '소닉 시리즈 팬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보더라도,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독보적인 하이스피드 액션 게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