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엔비디아는 파스칼 아키텍처 GTX 10 시리즈에 이은 차기작을 준비했습니다. 출시 이전부터 수많은 떡밥과 루머가 어김없이 쏟아졌고요. 새로운 그래픽카드의 시리즈는 "11시리즈, 즉 1100번대 일 것"이라는 '뇌피셜'이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새로운 그래픽카드는 GTX가 아닌 튜링 아키텍처 기반의 'RTX'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됐습니다. 등급 번호도 1000번대에서 2000번대로 껑충 뛰었고요. 일반적인 성능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튜링 아키텍처의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을 통한 광선 추적 가속을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DLSS 기능을 활용해 기존 대비 적은 사양으로도 높은 퀄리티를 내고요.
이후 엔비디아는 30 시리즈 암페어 그래픽카드를 거쳐 40 시리즈 에이다 러브레이스까지 출시해 더욱 발전된 성능과 정교해진 기술을 뽐냈습니다. RT 코어가 증가함에 따라 레이 트레이싱 속도를 높였고 최신 DLSS 3.0으로 지난 세대에서 보여줬던 업스케일링 된 프레임 사이에 새로운 프레임을 생성하기까지 합니다.
DLSS 3.0 이전 버전은 단지 FHD의 화면을 4K로 늘리고 FHD와 4K 간의 해상도 차이를 AI 코어가 메꾸는 업스케일링에 주력했다면, DLSS 3.0은 프레임 사이사이마다 새로운 프레임을 끼워 넣어 더 많은 프레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프레임을 추구하는 게이머 관점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기술이 되겠지요.
물론 엔비디아 그래픽카드가 지원하는 RTX와 DLSS를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선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필요합니다. 엔비디아는 레이트레이싱을 선보일 당시부터 기존의 인기 게임들에 RTX 기술을 이식하여 재출시 하거나 신작 게임에도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죠.
초창기에는 레이트레이싱 지원 게임이 몇 안되거나 성능 향상 폭이 미비하여 게이머들에게 RTX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현재는 250개 이상의 주요 게임 및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위쳐3 RTX가 나왔다니 엔비디아의 노력은 현재 진행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그러니까 장르 불문, 다양한 게임에 RTX를 지원합니다. 슈팅, 레이싱, 액션, 퍼즐 등등. 최신 또는 특정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게 게이머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 밸브(Valve)의 상징적인 비디오 게임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포탈(Portal) 역시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엔비디아의 레이트레이싱, DLSS 3.0, 리플렉스 등 차세대 기술을 도입한 포탈의 리마스터 버전 포탈 with RTX를 8일(목)에 출시했기 때문이죠.
포탈 with RTX와 그래픽카드의 사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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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with RTX,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습니다. 게임 난도가 높다는게 아닙니다.
테스트 PC 사양은 턱걸이로 합격이나, 전세계 스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GTX 1650으로 (기사 작성 기준, 6.27%) 포탈 with RTX의 권장 사양은 커녕 최소 사양에도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그 때문인지 게임 평가는 복합적으로, 평이 다소 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테스트 PC의 자세한 스펙은 아래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실험 대성공을 위한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실험체는 MSI 지포스 RTX 4080 슈프림 X D6X 16GB 트라이프로져3S가 되겠습니다. 포탈 with RTX의 울트라 사양에 부합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네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MSI Z790 보드, 에이수스 토르 1200W 파워까지 준비했습니다.
| ◈ 테스트 PC 사양 정리 | |
| CPU | 인텔 코어i9-13세대 13900K |
| 쿨러 |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
| 메인보드 | MSI MPG Z790 카본 WiFi |
| VGA | MSI 지포스 RTX 4080 슈프림 X D6X 16GB 트라이프로져3S |
| RAM | 삼성전자 DDR5-4800 16GB PC-38400 x2 |
| 저장장치 | 마이크론 Crucial P5 PLUS M.2 NVMe (1TB) |
| 파워 | ASUS ROG THOR 1200P2 |
| 케이스 | 투렉스 DOMA-PRO PCI 오픈형 케이스 |
명작의 재탄생. 포탈 with RTX 게임 스크린샷
포탈 with RTX, 명불허전 갓겜이지만 최적화는 글쎄..
여지껏 여러 RTX 지원 게임을 플레이 해봤지만, 포탈 with RTX의 표현은 사뭇 달랐습니다. 실험실 내부에서 진행되는 게임 배경이라 자연광이 없으며, 광원이나 반사가 한정적이라 오히려 매력적이었습니다. 포탈 덕후 동료 기자는 "논 RTX 버전과 차이가 극명하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단, 앞서 보여드린 사양표에서 알 수 있듯 사양이 매우 높았습니다. 4K 해상도, 울트라 그래픽 세팅 기준 디폴트 설정(DLSS OFF) 시 15~20 프레임으로 게임 플레이가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퍼즐 게임인데 울트라 사양까지 필요할까 싶어 바로 아래 프리셋인 높음(High)로 바꾸니 반사 효과가 확 줄어들더라고요.
RTX 40 시리즈가 지원하는 DLSS 3.0을 키면 숨통이 조금 트입니다. 다만, DLSS 슈퍼 레졸루션 모드(Super Resolution Mode)를 커스텀(High Pref)로 바꿔야 80~130 프레임 언저리로 쾌적하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으니 포탈 with RTX를 플레이 하신다면 꼭 참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포탈 with RTX 테스트 이전에 사양표를 보고 지레 겁을 먹었으나 설정을 조금 손보니 나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게임이 명작인지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겼습니다. 퍼즐 게임 왕초보인 기자가 한층 한층 클리어할 때마다 굉장히 뿌듯해 했는데, 포탈 덕후 동료 기자가 마우스를 잡으니 장르가 '액션'으로 바뀌어 마치 커다란 벽 같은 실력 차이도 느끼봤고요. 포탈1 원작을 소유 중이시라면 포탈 with RTX를 무료로 얻을 수 있으니 명작의 향수를 찾을 겸 포탈 with RTX를 켜보는 건 어떨까요.
Corky@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