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속에서 자신을 꾸미고, 개성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되어 움직여줄 캐릭터의 외형을 꾸며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타인과 만나게 되는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꾸미는 '스킨'은 많은 유저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기도 했고, 완성도가 높고 잘 만들어진 아바타나 스킨들은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으니까. 오늘은 그렇게 만들어진 스킨들이 단순히 '꾸미기'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미 과거부터 많은 게임 내 스킨, 아이템들이 단순히 외형 치장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걸 게이머들도 알고 있다. 게임 내 세계관과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숨겨진 설정 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인게임 적인 요소들도 담겼따. 그렇진 그 외에도, 게임 외적으로도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다. 인식을 바꾸거나, 어려운 이를 돕고자 하는 희망, 혹은 특별한 추억을 주기 위해 제작된 스킨들이다.




이건 널 위한 거란다, 얘야.


우선 이러한 스킨들 중 가장 유명한 스킨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잭시무스' 스킨이 있다. 2012년 5월, 라이엇 게임즈는 특별한 이벤트인 "Support a Fellow Summoner and Make-A-Wish"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서는 17세의 '조 켈리(Joe Kelly)'가 당첨 되었으며, 그는 희귀병인 골수암을 앓고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를 조 켈리를 산타 모니타 본사로 초청해 특별한 하루를 보냈고, 그의 완쾌를 위해 조 켈리가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인 잭스와 잭시무스 스킨을 5월 4일부터 18일까지 특별 세일을 개최하여 판매했다. 그리고 그렇게 판매된 수익은 Make-A-Wish 재단에 기부됐다. 그렇게 잭시무스 스킨은 특별한 하루, 특별한 선물을 받은 조 켈리를 위한 스킨이 됐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조 켈리는 이듬해 6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라이엇 게임즈도 해당 사실을 추모하고, 많은 플레이어들도 안타까워 하며 온라인으로 애도 메시지가 이어졌다. 라이엇 게임즈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잭시무스 스킨에 새로운 고유 대사 "이건 널 위한 거란다, 얘야(Here's to you, kid)."라는 고유의 대사를 추가하면서, 추모 스킨으로 남게 됐다.


'암흑의 별' 초가스 스킨도 잭시무스와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암흑의 별 초가스 스킨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암 투병의 소년 브라이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라이엇게임즈와 브라이언이 함께 제작한 스킨이다. 다이아5 까지 초가스 원픽으로 오를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브라이언의 소망, “라이엇 게임즈 개발자를 직접 만나서 함께 스킨을 만들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다.

라이엇게임즈와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파트너십으로 이 소망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라이엇게임즈는 브라이언을 본사로 초대하여 스킨의 아이디어, 디자인, 애니메이션, 고유 사운드 테마까지 참여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소통하고 스킨을 제작했다. 그렇게 제작된 특별한 스킨은 기간동안 특별한 아이템들과 함께 판매되었고, 이러한 판매 수익도 잭시무스 스킨과 마찬가지로 Make-A-Wish 재단에 기부됐다.

잭시무스 스킨은 안타깝게도 공식 홈페이지에 뒷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암흑의 별 초가스의 경우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세한 이야기와 브라이언의 이야기, 그리고 각종 테마들도 확인해볼 수 있다.

▲ 암흑의 별 초가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상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165일간의 끈질긴 구애? 유저 요청으로 제작된 스킨


유저들과의 소통으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스킨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저들과의 소통으로 제작되는 스킨, 아바타들은 이전부터 게임사측에서 공모전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진행되지 않고, 개인의 끈질긴 구애나 요청에 의해서 제작된 스킨도 있다.

폴가이즈의 래서판다 코스튬이 이러한 스킨 중 하나다. 'Tarantino'라는 이름의 트위터 유저는 평소에도 레서 판다를 정말 사랑했다. 마침 그는 원숭이 코스튬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준 폴가이즈 개발진의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도 래서 판다 코스튬을 제작해달라고 매일같이 공식 트위터 채널에 청원을 올렸다.

그렇게 래서 판다 코스튬에 대한 구애는 165일간이나 이어졌고, 폴가이즈 개발진은 이러한 열정에 응답하여 해당 코스튬을 출시하게 된다. 게다가 그렇게 열정적인 구애를 이어온 'Tarantino'는 발렌타인 데이 특집에 발표한 스킨 출시 비디오에도 출연하게 되어 소원을 풀었다.


같은 에픽게임즈의 게임인 포트나이트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미국의 소셜 뉴스 커뮤니티 레딧에 한 유저가 포트나이트의 팬인 자신의 아들이 그린 '치킨트루퍼'를 공개하면서 에픽게임즈에 이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몇 달동안 졸랐던 아들의 요청을 들어준 아버지의 요청은 빠르게 레딧 유저들에게 퍼져나갔고, 플레이어들도 이 아이디어에 만족하면서 글라이더, 곡괭이 등 디자인을 완성한 스킨의 컨셉 아트를 완성했다.

그렇게 '텐더 디펜더'라는 이름의 스킨 컨셉아트가 만들어졌고 에픽게임즈는 두 달 뒤 해당 스킨을 두 달 뒤 출시했다. 마침내 아이디어를 낸 코너는 행복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문화를 알리고, 어려움을 돕고, 인식 개선을 위해 만들어지다


세계적으로 재난 상황을 돕기 위한 일이거나, 인식을 바꾸는 긍정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탄생한 스킨들도 꽤 있는 편이다. 이러한 스킨들은 대부분 자선 스킨속으로 게임속에 등장하고, 해당 판매 수익을 기부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자선활동은 단순히 스킨이 아니라 인게임 아이템, 혹은 이벤트 등으로 확대되기도 하는 편이다.

국내유저들에게 가장 유명한 자선 스킨으로는 '오버워치'의 핑크 메르시 스킨을 들 수 있겠다. 블리자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신념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방암 연구 재단(Breast Cancer Research Foundation)과 손을 잡고 특별한 자선 기부 스킨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제작된 스킨이 핑크 메르시다. 전설급 스킨으로 제작되어 한정 기간만 판매된 이 전설 스킨의 수익은 BCRF와 유방암 퇴치를 위한 수익금으로 기부되었으며, 추가로 블리자드는 자선 티셔츠, 트위치 드롭스를 통해 획득하는 스프레이와 아이콘 등의 특별한 수집품도 출시했다. 여기에 각 스트리머들도 자선 이벤트를 위해 자선 라이브 스트리밍에 참여하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향후 통계를 집계하여 스킨으로 모금한 1,270만 달러(한화 약 141억 원)의 금액을 기부했다.

▲ 한복 아리(좌), 신바람탈 샤코(우)

라이엇게임즈의 문화 유산 보호 및 지지를 위한 활동은 한국에서도 꽤 잘 알려져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6월 26일부터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당 활동을 이어왔다. 국외 문화재 환수를 6회 성공하고, 문화유적지 보존 및 활용 지원도 13차례 이어졌으며 체험활 동 및 역사 교육까지 다방면으로 해당 활동을 이어왔다. 이러한 기부는 인 게임 스킨에도 이어져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기념해 제작된 '아리'는 6개월간 판매 금액 5억 원을 문화재청에 기부하였고, 이후 팝스타 아리 스킨의 판매금을 기부하면서도 한국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아리따운 우리 한복'에 아리의 한복과 이즈리얼의 한복이 스킨 전시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서비스 1주년 기념으로는 당시 북미 서버에도 유명한 코리안 시크릿 웨펀 챔피언인 샤코의 새로운 스킨 '신바람탈 샤코'가 출시됐고, 아리와 마찬가지로 초기 6개월 판매금액은 전부 기부됐다.


지난 2020년 6개월이나 이어진 거대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호주를 돕고 응원하기 위한 활동은 전세계적인 게임사들도 참여하는 의미깊은 활동이었다. 호주에 스튜디오가 있는 유비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개발사들도 이를 위해 나섰다. 번지의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 티셔츠를 제작했고 이를 구매한 유저는 인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엠블렘을 제공하기도 했다.

브롤스타즈는 호주 산불 피해 모금을 위해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인 '코알라'를 컨셉으로 한 니타 스킨을 제작했고, 이는 30만 개나 잠금 해제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코알라 니타 스킨의 판매 순수익금 100%를 호주 산불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호주 산불 응원을 위해서 총알도 막아내는 후라이팬 스킨을 내놨고, 아이템 판매로 발생한 수익금을 재난 구호기금과 호주의 구호 단체에 기부했다.

▲ 브롤스타즈의 코알라 니타 스킨, 배틀그라운드의 Australia Fire Relief – Pan 스킨



꾸준한 기부 활동을 의미하는 특별한 스킨들


번지는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통해 꾸준히 'Game2Give' 자선 활동을 이어온 개발사 중 하나다. 번지 재단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왔고, 2022년 12월에는 네 번째 Game2GIVE를 진행했다. 번지 자선 캠페인의 특징은 플레이어들의 모금을 누적하면서 차근차근 목표를 잠금해제하는 식으로, 모두가 공동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단계별 보상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선 스트리밍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행사를 진행했고, 인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킨들을 제공한다. 모금자들의 놀라운 업적을 기리기 위해 번지 재단은 '빛의 수호자 길드(Light Keepers Guild)'를 자체적으로 설립했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식이다. 2022년의 이벤트로는 처음으로 인게임 수호자들의 스킨이 언급됐고, 향후에는 더 큰 보상과 함께 더 높은 티어 단계와 온/오프라인 보상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벽람항로는 세계 자연 기금(WWF)와 자연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환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다. 과거 '새러토가'의 캐릭터 스킨을 출시한데 이어, 두 번째는 판다를 컨셉으로 한 캐릭터 스킨과 가구 스킨을 내놨다. 여기에 추가로 개발자들이 직접 판다 보호 센터중 한 곳을 방문하여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10만 달러의 기금을 기부했다.

▲ 벽람항로는 WWF(세계자연기금)과 콜라보를 통해 여러 스킨들을 출시했다.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식스: 시즈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러한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여섯번째 가디언 자선 프로그램(SIXTH GUARDIAN CHARITY PROGRAM)을 통해 특별한 스킨과 함께 플레이어들과 함께 자선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여섯번째 가디언 자선 프로그램의 파트너는 매해 달라진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비디오 게임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들을 돕는데 전념하는 'The AbleGamers Charity'재단과의 협업이었고, 그렇게 출시된 '닥'(DOC)의 첫 공동 프로젝트는 17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러한 스킨들은 헤드기어, 유니폼, 무기 스킨, 무기 참으로 구성되어 플레이어가 오퍼레이터를 특별하게 꾸밀 수 있도록 마련됐다. 두 번째 오퍼레이터는 발키리가 선정되었고, 현역 군인과 베테랑 군인의 정신건강과 자살을 막고 지원하는 군사 자선 단체인 'STACK-UP'과의 협업이 이뤄졌다. 세 번째 협업은 '멜루시' 오퍼레이터가 선정되었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Ecologi'와의 협업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