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넥슨은 꽤 모험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민트로켓'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통해 그간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게임들을 내보이는가 하면, 스웨덴의 엠바크 스튜디오를 흡수하면서 중국과 일본만을 감싸는 제한적인 글로벌이 아닌, 세계 모든 시장을 노릴 게임들을 하나 둘 준비하고 있죠. 국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해온 오랜 기간 동안 넥슨이 보여준 모습에 비하면 꽤 파격적인 이 행보는 업계인들의 관심과 걱정을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더 파이널스'는 '아크레이더스'와 함께 넥슨 산하의 스튜디오인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두 개의 신작 중 하나입니다. '퍼스트 디센던트', '베일드 익스퍼트'등 넥슨은 요 몇 년 간 다양한 슈터 라인업을 발표했는데, '더 파이널스'또한 그 중 하나죠. 다만, 게임과 관련된 주요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 파이널스'가 어떤 게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진행된 '더 파이널스' 미디어 시연회에서, 이와 같은 의문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 빌드는 아니지만, 그간 감춰져 있던 게임의 진면모를 파악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더 파이널스'에 대한 객관적 사실만을 다룰 예정입니다. '더 파이널스'에 대한 개인적 감상이나 분석 등은 여러 기자가 함께 참여한 별도의 기사를 통해 다뤄볼 예정입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기획] 기자 3인이 느낀 '더 파이널스'의 이모저모




3인 단위 4개 팀, 최대 12인이 참가하는 자금 쟁탈전

최초, '더 파이널스'의 영상을 보았을 때 생각난 게임은 '콜 오브 듀티: 워존'의 약탈 모드였습니다. 적을 처치하며 달러를 모아 배송지에서 달러를 송금하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며, 당연히 배틀로얄이 아닐까 싶었는데 일단 배틀로얄은 아닙니다.

'더 파이널스'는 최근 트렌드였던 배틀로얄 장르가 아닙니다. 한 판의 참여 인원은 총 12명. 3인 단위의 4개 팀이 격돌하는 비교적 소규모 전투를 다루는 게임이죠. 게임 룰은 일단 쏘고 죽이면 되는 다른 슈터보단 다소 복잡한 편입니다.

▲ 건파이트 연출은 다른 게임 못지 않은 편

먼저, 게임을 시작하면 4개 팀이 전장의 랜덤한 위치에서 스폰되고, 맵에는 두 개의 금고(볼트)와 두 곳의 송금기(Cashout)가 생성됩니다. 게임의 목적은 이 금고를 확보하고, 송금기를 통해 팀의 자산으로 완전히 소화해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죠.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한 팀이 이기는 형태입니다.

게임의 주된 재미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엄청나게 다양한 변수에서 만들어집니다. 금고 확보와 송금에는 모두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금고를 확보하고, 방어한 후 생성된 금고를 송금기로 운송해 또 다시 일정 시간을 방어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른 팀은 꾸준히 이를 견제하기 때문에 금고를 확보해 운송하다가도 기습을 당해 뺏길 수 있으며, 송금 과정에서도 팀이 전멸해버리면 송금하던 자금을 전부 다 빼앗길 수 있습니다.

▲ 죽은 팀원은 부활 가능, 팀 전체 사망 시 리스폰되나 전멸 스폰은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추후 말씀드리겠지만, '더 파이널스'의 지형은 거의 대부분이 파괴 가능한 지역이기에 건물 안에 틀어박혀 방어 진형을 갖췄다 해도 바닥을 뚫어 송금기를 훔치거나, 천장을 파괴하고 수류탄을 집어넣는 형태의 견제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수비에 들어간 팀은 긴장의 선을 계속 유지해야 하죠.

그리고, 이 게임이 연달아 펼쳐지는 '토너먼트' 게임 모드가 존재합니다. 총 16개 팀, 48명이 참가하는 이 모드는 앞선 게임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후의 한 팀을 가리는 확장형 게임 모드입니다.



제한된 장비 변경, 사전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더 파이널스'에는 다른 슈터들과 차별화되는 두 가지 특징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더 파이널스만의 장비 시스템입니다.

'더 파이널스'는 캐릭터의 체중에 따라 역할군이 바뀌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들어가자마자 게이머는 라이트급, 미들급, 헤비급 중 하나의 체형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세 종의 체형은 각각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다르고, 특수 능력도 다르며, 체력과 이동속도, 크기도 다릅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 역할도 다르죠.

▲ 주무기 하나에 도구 셋, 예비 장비 넷으로 꽤 제한이 빡빡한 편

라이트급은 빠른 이동속도와 150의 체력을 가지며, 일정 시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클로킹 장치와 빠르게 지형을 개척할 수 있는 그래플링 훅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들급은 250의 체력에 무제한 힐링 건과 자동 터렛을, 헤비급은 350이라는 라이트급의 두 배 이상의 체력을 지니는 한편 포말을 쏴 지형을 생성하는 '구 건(Goo Gun)'과 앞의 모든 벽을 박살내며 달리는 돌진 스킬을 지니고 있죠.

또한, '더 파이널스'는 휴대 가능한 장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죽었다 깨도 장비를 바꿀 수 없습니다. 게임 시작 전 준비 시간 중에는 장비 변경이 가능하지만, 이 때도 미리 설정해 둔 네 개의 스페어 장비 중에서만 교환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장비의 수는 수십 종인데 말이죠.

▲ 외형 커스터마이징은 꽤 충실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전 자신이 사용할 주무기 하나와 3개의 장비를 정하고, 맵이나 시간(주야의 차이), 팀원의 변수를 미리 고려해 네 개의 장비를 스페어로 지정해둬야 합니다. 맵과 시간이 공개된 후, 주어지는 짧은 대기 시간에 공간이 넓은 맵이면 산탄총을 돌격소총으로 바꿔 주거나, 고저차가 심한 맵이면 짚라인을 챙겨 준다거나, 야간 맵이면 야투경을 챙겨주는 정도입니다.

대신, 한 번 챙긴 도구는 쿨다운이 존재할 뿐 수량 제한이 없습니다. 수류탄이나 지뢰같은 폭발물이나 지형 개척용 도구 등도 사용 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잔량이 추가되며, 탄약 또한 재장전이 필요할 뿐 기본적으로 휴대량은 무제한입니다.

때문에, 게임 시작 전 팀원과의 사전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합니다. 팀의 헤비급이 지형 개척 도구를 충분히 챙겼다면 나는 색적과 수비 도구를 챙겨야 하며, 팀이 빠른 기동을 중시한다면 점프패드나 짚라인 등을, 수비 지향적이라면 지뢰 등을 더 챙겨야 한다는 거죠.

▲ 우측 상단의 전장 특성을 보면서 적합한 장비를 챙겨야 합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지형, '사각'은 없다

'더 파이널스'의 또 한 가지 특징적 요소는 바로 대부분의 지형이 파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개발사인 엠바크 스튜디오는 매우 뛰어난 개발력을 보유한 스튜디오인데, 외계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었던 '배틀필드4, 5'편을 개발해온 핵심 인력들을 몽땅 흡수한 스튜디오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배틀필드4, 5'편에서 볼 수 있었던 지형 파괴, 생성 효과가 '더 파이널스'에는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배틀필드4'의 '에볼루션'처럼 마천루가 무너져 내리고 전장의 수위가 높아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대부분의 건물 벽은 다 파괴할 수 있으며, 외벽과 기둥을 모두 박살내버림으로서 건물 자체를 내려앉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죠.

이는, 다른 비슷한 슈터 장르가 보여주는 대부분의 문법을 파괴함과 동시에 '더 파이널스'만의 매우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슈터 게임에서 수비시에는 진입로에 방어 도구를 설치하고 벽을 등지는게 기본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등진 벽은 물론 천장과 바닥도 박살내고 들어올 수 있는 팀원들이 한가득이기 때문이죠.

▲ 목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직선....이 아니네

지형 파괴 면에서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을 보이는 '레인보우식스: 시즈'와도 완전히 다릅니다. '시즈'의 지형 파괴가 리모델링이라면, '더 파이널스'는 철거에 가깝거든요. 게임 내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믹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풍선에 매달려 둥둥 떠다니는 폭발물이라던지, 조작 가능한 거대한 레킹 볼이라든지 말이죠.

반대로, 지형을 형성해 적을 막는 행위도 가능합니다. 헤비급이 들고 다니는 '구 건'은 단단한 팽창형 포말을 형성하는데, 이를 통해 고지대 간에 다리를 만든다거나 송금기를 아예 파묻어버려 도난을 방지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주 중 다리를 끊어버린다거나, 층계참을 폭파해 추격을 막는 등 창의력만 있다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통해 게임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돋보이는 점이 엠바크 스튜디오의 뛰어난 비주얼 연출입니다.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보아도 '더 파이널스'의 그래픽 퀄리티와 광원 효과는 매우 뛰어난 편이며, 너무 심한 리얼리즘이 오히려 시인성을 해쳐 슈터라는 게임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대비해서인지 적의 테두리가 하이라이트되어 보입니다. 덕분에 화려한 비주얼 속에서도 적이 보이지 않아 전투를 치르기 어렵진 않습니다.

▲ 레이 트레이싱과 반사 효과도 훌륭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짧은 게임 시간과 빠른 진행 템포, 숙달은 어렵다

다만, 게임 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있음에도 '더 파이널스'는 이런 게임 플레이를 다 보여주긴 어려운 게임입니다. 게임 시간이 기본적으로 한 판에 10분 가량으로 길지 않기 때문이죠. 시작 전에만 해도 '이 게임 또한 후반부 가면 배필처럼 다 평지만 남겠네'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짧은 게임 시간에 맞게 게임 템포도 매우 빠른 편이기에 게임의 목표 달성에 집중하다 보면 지형이 부서진다는 것도, 그걸 응용해야 한다는 것 또한 쉽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더 파이널스'는 게임을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수많은 장비와 응용 방법이 존재하지만, 기존의 슈터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의 사고 방식으로는 이런 다소 다른 형태의 게임 플레이가 즉각적으로 떠오르진 않죠.

▲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데 바로 생각이 안난다

때문에, '더 파이널스'는 숙달이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조금 더 보충설명을 드리자면, 다른 슈터 게임을 오래 플레이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파이널스에서만 가능한 플레이를 펼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평소 슈터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던 이들이 오히려 예상을 뒤엎는 플레이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또한, 지형이 파괴 가능하며, 수많은 지형 극복 도구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기본적인 맵 디자인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높은 고저차를 보이는 지형이 수두룩하고, 곳곳에 막혔거나 끊어진 길이 존재하죠. '더 파이널스'를 오래 플레이한다면 숨쉬듯 이런 지형들을 극복하면서 플레이하겠지만, 초심자들은 일단 막막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 지형 미숙달로 인한 사고가 빈번...

결론을 내자면, '더 파이널스'는 기본적인 건파이트와 자금 쟁탈이라는 시스템을 내세워 '조금은 다른 슈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형 파괴 및 생성 효과와 제한된 장비 휴대라는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기존 슈터 문법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슈터이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슈터와는 다소 궤가 다른 게임입니다.

'더 파이널스'는 아직 완벽한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 플레이 적잖이 아쉬운 점을 볼 수 있었고, 몇몇 글리치나 불안정한 부분들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게임이 아니고 OBT조차도 날짜가 확실치 않은 만큼, 남은 개발 기간 동안 보완한다면 충분히 좋은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만한 토대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를 피워내느냐 마느냐는 남은 기간을 개발진이 어떻게 보내냐의 문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