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네이버 노동조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는 "어떤 경우라도 법개정 사항은 막겠다"라고 답했다. 같은 시각 용산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보완 검토 지시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화섬식품노조IT위원회가 판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크런치 모드 확대 방지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줄이는 논의를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도를 주 69시간제도로 확대한다는 것은 퇴행적인 정책이다"라며 "다시 판교에서 오징어잡이배, 크런치모드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노동정책 변화에서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겸 화섬IT위원장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노동시간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소정근로시간은 분명 주40시간이지만, 하지만 대다수 IT노동자들에게 현실은 그와 다르다"라며 "연봉에 초과 노동 시간을 모두 포함한다는 포괄임금계약을 맺은 사업장은 기준 근무시간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가 사실상 수당을 지급할 일이 없기에 노동시간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라며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여야 할 이유도 없고, 줄일 기준조차 마련되어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초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노동시간 통계에서 사실상 장시간 노동이 가장 심한 IT업계의 노동시간은 현실만큼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기존에 있던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정책도 동작하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의 제한을 풀겠다는 이번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발표로 인해, 자칫 또다시 과로사, 과로자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넥슨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신명재 수석부회장, 웹젠 노영호 지회장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네이버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 △근무시간 기록 의무화 △크런치 모드 확대 정책 반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크런치 모드 확대 정책'를 이재명 대표에게 요구했다.

오 지회장은 IT노동자의 말을 빌려 "포괄임금제가 인력 자유이용권처럼 악용되어 쓰이고 있다 보니 야근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있다. 야근이 필요하지 않게 일정을 짜면 개발비를 많이 쓴다는 사용자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야근을 강제로 하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고 피로감에 실수도 잦아진다. 노동 시간 = 비용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불필요한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줄이고 시간 대비 생산성을 높였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바뀐 정책으로 계산해보니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일했을 때랑 비슷하더라. 당시에 '수찬아 너 이렇게 일하면 죽어'라는 소리를 주변으로부터 들었다"라며 "결국 넥슨은 노조가 있기에 장시간 근로의 폐해를 막을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의 노동자는 큰 피해를 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배 지회장은 모든 정당이 정부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길 요청했다.

신명재 스마일게이트노조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근로자대표 제도는 문서상으로 좋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노동자와 사장이 동등한 위치해서 교섭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또한 몰아서 쉰다는 근로시간저축제도는 탁상행정의 결과라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신 수석부회장은 "몰아서 일하면 몰아서 아플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영호 웹젠노조 지회장은 "정부에 누가 필요하고 누가 원해서 주 69시간으로 바꾸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며 "사용자 입장에서 효율이란 이유로 사람을 줄이고 남은 사람을 갈아 넣는 제도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세상은 바뀌는데, 새 길을 내야 하는 지도자가 옛날 오솔길로 되돌아가려 한다"라며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쉬자는데,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망가질 거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재검토 지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제 노동시간 단축 논쟁으로 넘어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