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ㄱ나니.. "띵~ 딩딩딩딩"

패션을 비롯한 내가 익숙하지 않은 인싸 문화에는 언밸런싱, 그러니까 의도적인 미스매칭이 유행인듯하지만 세상 고리타분한 나 같은 성향에겐 균형 잡힌 것들이 주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 한옥 인테리어를 채택한 카페에서 생크림이 잔뜩 올라간 음료라던가, 20만 원이 넘는 삐까뻔쩍한 PC 케이스에 갇힌 i3 CPU라던가. 내게 불편한 것들이 유행이라니 이번 생에 인싸가 되긴 글렀다.

의외성과 불균형한 무언가를 싫어하는 내게 흥미로운 주제가 하나 보였다. 펜티엄 CPU와 RTX 40시리즈의 조합. 이 둘의 조합을 성능의 수치로 환산하여 결론짓자면 말 그대로 최악, 미스매치다. 가격도, 용도도 차원이 다르며 브라운관 텔레비전에 OLED 액정으로 마감하는 것, 몇 천만 화소를 표현하는 카메라 렌즈 앞에 흑백 필터를 입히는 일과 같다고 볼 정도로 짝이 맞지 않는다.

컴퓨터 부품에 관심이 없는 유저라고 해도 옛날 TV 광고에 자주 나오던 인텔의 프로세서 어쩌고하던 광고는 익숙할 것이기에 펜티엄 프로세서에 대해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뭐 좀 TMI 하자면 펜티엄은 인텔 CPU 라인업의 한 종류이며, 계속해서 신제품이 나오는 사무용 CPU로 셀러론과 함께 가격이 착한 보급형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반해 RTX 4070은 올해 출시된 RTX 40시리즈의 허리를 담당하는 메인스트림급의 그래픽카드로 인텔로 따지면 i5~i7급과 균형이 맞는, 가독성 좋게 숫자로 표현하면 150~200만 원 선 PC의 핵심 부품이다.

▲ 사무용 CPU로 인기를 끌고 있는 펜티엄 G7400과

▲ 23년 4월에 출시한 따끈따끈한 MSI RTX 4070의 조합이라니!

해당 영상에서는 인텔 펜티엄 골드 G7400 CPU와 MSI RTX 4070 벤투스 그래픽카드로 시스템을 구성하여 게임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결과가 꽤 재밌다.고사양의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 호라이즌 5' 게임 테스트에서 QHD 해상도 기준으로 평균 83FPS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몇 년 전 워낙 높은 사양을 요구하다 보니 전투력 측정기라는 타이틀도 거머줬던 '레드 데드 리뎀션 2' 또한 QHD 환경에서 평균 64FPS를 기록했다. 고사양 게임으로 유명한 '사이버펑크 2077' 또한 70FPS의 준수한 플레이 환경을 구현했다. 펜티엄으로 이게 가능하다고?

비밀은 엔비디아의 DLSS 3(Deep Learning, Super Sampling) 기술을 비롯하여 AI를 사용하여 그래픽카드의 텐서 코어를 적극 활용하는 광학 다중 프레임 생성 기능에 있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그래픽 처리가 그래픽카드 단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단적인 예시라는 것. 덕분에 펜티엄 + RTX 4070 조합으로 DLSS 기능을 켤 시 사이버펑크에서 평균 70FPS까지 확보가 가능하지만, DLSS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40대의 처참한 프레임을 기록한다.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고, 아직 DLSS 3.0 기술이 지원되는 게임이 몇 없다는 것. 아, 펜티엄에 RTX 4070을 구성하는 괴짜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포함되어야겠다. 하지만 올해 6월에 런칭하는 '디아블로 4' 또한 DLSS 3.0 지원을 공식화했고, 앞으로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진다면 펜티엄까진 아니더라도 i5 수준의 CPU로도 인기 게임을 최고 수준 그래픽 설정으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물론 그래픽카드 가격은 좀 내려오는 게 당연지사고.

▲ 사펑에서 드리프트를 해도 70FPS 이상을 유지했다. (출처: RandomGaminginHD 유튜브 채널)

▲ 레데리 2 QHD도 쾌적하게! (출처: RandomGaminginHD 유튜브 채널)

▲ "마! 이게 펜티엄 + 4070 성능이다!" QHD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 83FPS
(출처: RandomGaminginHD 유튜브 채널)